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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미 비포 유』 작가인 '조조 모예스'.
그녀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입니다.
그녀의 신작이 나왔기에 아무런 망설임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상처받았다고 해서 모두를 밀어내버려선 안 돼."
이번엔 '가족'의 의미에 대해 700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호스 댄서(THE HORSE DANCER)』

지난 4년 동안 데이비슨 브리스코에서 유일하게 법정변호사와 사무변호사 역할을 병행하고 있던 그녀 '너태샤 매컬리'.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10시 30분에 파키스탄 소녀를 만나기로 조정한 거 아시죠? 다시 알려드리려고요."
"그 부모가 아동보호 소송에 맞서고 있는 사건 말이지?" - page 31
너태샤는 거의 매일을 난민을 비롯해 문제아들, 쫓겨나거나 방치된 청소년들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마음은 철저히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도록 굳어져 있는 이들.
그래서 그녀 역시도 이들을 바라볼 때면 동정없는, 냉철하게 바라보며 사무적으로 일을 처리하곤 합니다.
런던에 사는 변호사인 그녀는 말그대로 성공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개인사는 비참한 일의 연속입니다.
결혼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시기만 해도 너태샤는 자신의 결혼이 왼손에서 시작해 오른손으로 끝났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하곤 했다. 손가락들이 그런 재앙을 초래할 줄은 미처 몰랐다며 썰렁한 유머까지 덧붙였다. - page 66
일 년 동안 집을 나가 살던 그녀의 전 남편이나 다름없는 '맥'.
뜬끔없이 그가 찾아와 공동명의로 된 이 집을 처분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집이 팔려서 돈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 집에 머물겠다고 말합니다.
원치않는 동거가 시작된 그들.
그들 사이에 또 한 명이 끼어들게 됩니다.
열네살 소녀 '사라'.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던 사라.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로부터 말을 타는 법과 다루는 법을 배우며 말을 돌보고 기마술을 연습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녀.
그러던 중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쓰러지게 됩니다.
뇌출혈로 인한 뇌졸증.
"할아버지한테 얘기하고 싶으면 해도 돼."
의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옆에 있다는 걸 알려주면 좋아."
사라는 절대 울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대신에 가느다란 손을 뻗어 할아버지 손을 한동안 꼭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턱은 자기도 모르게 앙다물었고, 그런 모습은 할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손녀가 여기 있다는 걸 느낄 겁니다."
존이 말하고는 둘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커튼 밖으로 걸어 나갔다. - page 107
하지만 할아버지는 언제 깨어나 집으로 돌아올 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의지할 곳이 사라진 사라.
너태샤는 슈퍼마켓에 갔다가 뚱뚱한 아프리카계 남자가 십 대 소녀의 팔을 붙들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저 앤 가진 돈이 없어요."
"저런 애들은 돈이 없죠."
여직원이 덧붙였다.
"돈을 떨어뜨린 것 같아요."
여자애가 바닥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도망가지 않을 테니 돈을 찾아보게 해줘요. 누가 집어가기 전에요."
"저게 얼마죠? 피시 핑거 맞죠?" - page 114
너태샤는 아이를 대신해 그들에게 돈을 건넵니다.
밖으로 나온 너태샤.
몇 걸음 떼지 않았을 때였는데 좀 전의 여자애가 불쑥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돈을 조금 찾았어요. 호주머니에 있었는데, 흘렸나봐요." - page 116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너태샤는 사라의 집까지 데려다주게 됩니다.
집의 물건을 도둑맞게 된 것입니다.
빈민가에 혼자 사는 그 소녀를 차마 못 본채 돌아갈 수 없었던 너태샤는 맥을 불러서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하였지만 맥은 힘주어 말을 합니다.
"그럼 우리 집으로 데려가면 되잖아." - page 126
그렇게 맥과 너태샤, 사라는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됩니다.
처음 이틀 동안은 모두 서먹서먹했다. 사라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너태샤가 집에 있으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3일째부터는 그런대로 일상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너태샤는 주로 맨 먼저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쏙, 맥은 사회복지사의 충고에 따라 아침마다 사라를 학교에 내려주고 방과 후에도 두세 시간을 함께했다. 그런 다음에는 너태샤의 일이 끝나는 시간에 따라 사라와 맥, 아니면 셋이 함께 저녁을 먹으며 단란한 가정을 흉내 냈다. - page 211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사라.
학교 수업을 빼먹고 몇 시간씩 사라지는가 하면 심지어는 너태샤의 비상금에 손을 대는 것에 맥은 사라 몰래 뒤를 밟아보니 예상치 못한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사라는 '말'과도 닮아있었습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말들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천성적으로 겁이나 걱정이 많고 성질도 까다로운 단점이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주느냐에 따라 정직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 page 55
그래서 아슬아슬했던 자신의 모습과 닮았기에 말을 타는 그녀에게서 조금은 씁쓸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가슴아팠습니다.
아동학대 재판에 피해자 아이 학급 교사의 증언.

우리 역시도 정작 그들에게 위선적인 모습으로 대하고 있진않았나 라는 생각에 반성마저 해 봅니다.
소설을 읽고나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간과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과도 같았기에......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기에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인지에 대해 생각에 생각을 더해보기도 합니다.
이기적인 사회에 이기적인 어른이면서 마치 나는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닌지......
다음에 다시 이 소설을 읽게 되었을 때 내 자신부터 변화된 어른의 모습이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