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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사라진 밤
루이즈 젠슨 지음, 정영은 옮김 / 마카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조금은 충격이었습니다.
얼굴에 빨간 색으로 마구 어지럽힌 모습.
그리고 강렬했던 문구.
토요일 밤,
모두의 얼굴이 사라졌다
『얼굴이 사라진 밤』

일요일 아침.
뭔가 잘못됐다.
탁한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 생각부터 들었다. 관자놀이를 조이는 듯한 두통이 찾아오기도 전에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부터 들었다. - page 11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아침.
정신은 멍하고 머리가 울렸습니다.
그보다도 방 안에서 무슨 냄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큼한 냄새가 나면서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섬뜩한 느낌마저 드는 앨리슨.
매트와 별거중인 앨리슨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친구 크리시와 줄리아는 문득 데이트 앱에 가입해보는 게 어떻냐고 말합니다.
아직 완전히 그와 이혼을 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와 다시 합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낯선 이를 만나러 갑니다.
상대에게 이 만남이 진짜 데이트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소란스러운 장소 프리즘 클럽에서 만나기로 하고 차를 가지고 간 것까지, 술은 마시지 않았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쪼개지는 것 같은 날카로운 두통과 함께 머리 옆쪽엔 혹이 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손에 묻은 피.
아무리 술에 취해도 핸드폰은 늘 협탁 위에 놓고 자는데 협탁 위 어디에도 핸드폰도, 가방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조심스레 바닥에 발을 딛고 일어서지만 앞으로 고꾸라지며 바닥에 무릎을 찍고마는 앨리슨.
눈물이 울컥 올라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거지? - page 17
가까스로 욕실에 간 그녀.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내려 아무리 애써봐도 번쩍이던 색색의 불빛과 쿵쿵 울리던 저음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자 흐르는 물에 불길한 생각을 씻어내고자 떨리는 손을 가져다 대곤 세면대 위의 거울로 시선을 옮깁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본 나는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 목이 조여오며 숨이 꽉 막히더니, 막혔던 숨이 마침내 긴 비명이 되어 터져 나왔다. 이건 분명 꿈이다. 악몽이다. 그래야 말이 된다.
하지만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었다. - page 19
이건 분명 꿈일거라 믿고 싶지만......
그런데 초인종이 울립니다.
현관 밖을 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을 통해 보았는데 같이 사는 친구 크리시라기엔 덩치가 너무 큰 낯선 남자.
온몸의 땅구멍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고 무서움에 떨고 있는데 그 남자는 문을 두드리며 반응이 없자 그 남자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입니다.
주방에 숨은 그녀에게 들려온 목소리.
"누나?" 동생의 목소리였다.
"벤!"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다 식탁에 머리를 부딪쳤다. 아픔이 밀려오며 눈앞이 하얘졌다. "벤, 이 집에 어떤 남자가..." 칼을 내리고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말을 잇는데 흐려졌던 시야가 다시 맑아졌다. 뭔가 이상했다. 목소리는 분명 동생이었는데, 내게 손을 뻗고 있는 것은 낯선 남자였다. - page 26
정신을 잃은 그녀.
다시 눈을 떠보니 병원의 차가운 철제 침대 위에 누워있었습니다.
"MRI와 CT를 포함한 모든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판단해볼 때, 이미 말씀드린 바 있는 기억상실증 외에도 상모실인증이 거의 확실시됩니다. 상모실인증을 실제로 목격하는 건 저도 처음이군요." 의사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흥분에, 마치 이 모든 것이 의사의 잘못이기라도 한 것처럼 비이성적으로 화가 벌컥 치밀었다.
"그게 무슨 의미죠?" 벤이 물었다.
"환자분의 뇌가 이제 얼굴의 특징을 인식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의 얼굴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죠." - page 49
의사는 환자에게 우선 휴식과 회복이 먼저라며 퇴원을 권하게 되고 벤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현관에 다가가보니 문간에 분홍색 장미꽃이 한 다발 놓여 있었습니다.
누가 갖다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꽃다발을 집어 들어 집 안으로 들어온 앨리슨.
아직도 친구 크리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무심히 꽃다발을 바라보니 자신의 이름이 손글씨로 쓰인 작은 카드 봉투가 있었습니다.
꺼림칙한 마음으로 봉투를 열어 카드를 꺼내니 빳빳한 흰 종이 가자아아리에 노란 장미 장식이 그려진 카드에 적힌 두 문장.
데이트는 좋았어? 이 나쁜 년. - page 56
조금씩 앨리슨 앞으로 도착하는 협박 편지에 그녀는 토요일 밤 프리즘 클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리고 왜 친구 크리시는 연락도 없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구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기억마저도 잃어버린 그녀는 과연 그 날의 사건의 퍼즐 조각들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 9일간의 고군분투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다 업보지."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옆집 사람이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알았다. 어두운 밤에 어두운 일이 벌어진다. 결국은 모두 돌아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내가 늘어놓은 거짓말의 실 안에서 엉켜버렸고, 그 과정에서 어디선가 코를 빠뜨렸다. 행한 대로 되돌아온다고 했던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혹시 예전 그 일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데이트는 좋았어? 이 나쁜 년. 어떤 끔찍한 일이 생긴다고 해도 결국은 하늘이 내리는 벌일 것이다. 탓할 사람은 나 자신뿐이었다.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일었지만, 이상하게도 한편으로는 기꺼이 받아들이고픈 마음도 들었다. 누군가 나를 아무리 증오한다고 해도 나 자신만큼 나를 증오하지는 못하리라. - page 104
소설 속 매트는 의미심장한 말을 앨리슨에게 건넵니다.

이 한 마디가 책을 덮는 순간까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보이는 걸 다 믿으면 곤란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이 『얼굴이 사라진 밤』.
심장을 조여오는 긴박함과 두려움은 어느새 한 줄기 눈물로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강렬했기에 더없이 긴 여운이 남았던 『얼굴이 사라진 밤』.
빙산의 일각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려는 나에게도 큰 울림을 남겨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