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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자극적이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사람의 마음속 따위 알 수 없다
어쩌면 평생, 그 자신까지도
내면 속의 숨겨진 이면은 어떨지...
예상도, 상상도 불가능한 섬찟한 범죄 동기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결말에 다다랐을 때 범행을 저지른 진짜 이유는 충격과 공포로 다가오곤 하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사건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그야말로
'내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은 건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
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더 소름 끼치게 다가왔었습니다.
첫 문을 열어준 이야기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일본만의 문화(?)라고 해야 할까...?
"사카이 님은 이름 그대로 경계선의 신이셔. 경계선을 만들어 밖에서 침입하려는 악한 것들을 쫓아내시지. 경계선 안쪽에 있는 마을을 수호해주신단다. 왜, 입춘 전날에'귀신은 밖으로, 복은 안으로'하고 말하지 않니?"
그런 신이 있다는 것 자체를 처음 들었지만, 나는 금방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악한 것을 쫓아낸다는 논리가 어쩐지 이 마을다운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 page 23 ~ 24
타지 사람을 배척해서 결속을 다지는 마을 사람들.
그래서 따돌림을 당했던 할머니.
"어른인데 그런 짓을 해?"
놀라서 묻자 어머니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일그러졌다.
"...... 그런 어른도 있어." - page 28
마을을 떠나고 싶어도 갈 곳이 없었던, 아니 어디도 그녀를 받아줄 곳이 없었기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할머니.
할머니의 이 말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끝이 없는 건 무섭지."
무슨 이야기를 할 때 나온 말이었더라. 맞다, 노지네의 장례식 이야기를 듣고 어린 내가 죽는 게 무섭다고 울었을 때였다. 괜찮다, 죽은 후의 일을 걱정한 들 무슨 소용이냐고 말해줄 줄 알았는데 할머니는 '무섭다'고 했다.
"끝이 있다는 걸 알면 어지간한 일은 견딜 수 있는 법이다만." - page 35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할까...
왠지 범행을 저지르고 비로소 '자유'를 찾았을 그녀의 모습이 해방감으로 좋을 것 같다는 느낌보단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언니처럼> 이야기는 쉬이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언니처럼 되고 싶었고 언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그야말로 언제나 목표였던 '언니'를 닮고 싶었던 그녀.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유이카가 태어난 직후부터 언니에게 말해왔다. 내가 그럴 때마다 언니는 무슨 소리냐고 웃어넘겼다. 걱정 마, 그렇게 고민하는 게 유이카를 소중히 여긴다는 증거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엄마야.
언니 말에 설득력이 있었으므로 더는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의 말은 정말로 옳았을까. - page 232 ~ 233
자신의 우상이었던 언니가 죄를 짓게 되고 이로 인해 피해 망상으로 결국 자신도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데...
"제가 저 자신을 멋대로 궁지에 몰았을 뿐, 실은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던 걸까요? 다들 진심으로 언니가 지은 죄와 저는 무관하다고 여기고 있었을까요?"
...
역시나 같은 피를 이어받고 같은 환경에서 자란 인간이라 저런 거라고.
그렇다면 결국 언니가 지은 죄와 나는 유관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본 셈 아닐까. - page 242 ~ 243
마지막 <그림 속 남자> 이야기는 앞서 이야기와 달리 화자의 입을 빌려 사건을 말합니다.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고 할까...
선생님은 징역을 살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요?
선생님은 교이치 님이 죽은 후 걸작을 그리셨어요. 자신의 눈앞에서 충격적인 죽음을 맞은 남편의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말하면 어폐가 있겠지만, 내면의 응어리를 토해내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는 최고의 환경이었겠죠. 선생님은 그 환경을 멋지게 활용하셨고요. 어쩌면 달성감마저 맛보셨을지 모르겠군요. 그렇게 느껴질 만큼 그 그림에는 그야말로 선생님의 모든 것이 담겨 있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처럼 엄청난 그림을 그려서 내면의 모든 것을 토해냈는데, 또 창작 의욕이 솟을까? - page 300
미뤄 짐작하며 '이해'한다는 식으로 표현하지만...
이런 태도는 우리가 범죄를 바라보는 태도와도 같지 않나... 란 생각에 서늘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어느 이야기도 쉬이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사건 속 범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그래서 외롭고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면 이런 범죄까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더 우리의 관심 어린 애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묵직한 울림을 주었던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한 번은 이 소설을 읽고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