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묘한 나라의 여행기 - 어느 괴짜 작가가 사상 최악의 여행지에서 발견한 것들
애덤 플레처 지음, 남명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11월
평점 :
'여행기'라는 단어에 관심이 갔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불편했던 건 저만 그런 것일까...
아무튼 마냥 재미있게만은 읽을 수 없었던 어느 괴짜 작가의 여행기.
"믿기지 않겠지만, 이건 전부 실화랍니다."
지구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 나간 한 남자의 농담 같은 모험담
『기묘한 나라의 여행기』

베를린의 한 아파트 소파에 누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대머리 영국인 사내.
그는 삼십 대 초반의 '작가'입니다.
이것 역시 짚고 넘어갈 문제다. 왜 사람들은 집에 있는 걸 늘 나쁜 일이라고 여길까? 집은 인터넷도 되고 소파와 쿠션이 있고 토스트를 먹을 수 있는 편안한 구역이다. - page 42
편안한 구역인 '집'에서 안온하지만 권태로운 생활을 하는 그의 모습을 그녀의 여자친구 '아네트'는 답답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자신 안의 헛헛한 '구멍'을 발견하고 '자극'과 '위험'이 도사린 집 밖으로 나서기를 결심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떠난 곳은 바로
예루살렘, 아프리카, 체르노빌, 북한......
'죽기 전에 절대 가보지 말아야 할' 여행지라고 하였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환대받지 못하는 장소들.
누구도 함부로 여행하지 않는 나라.
그리고 그곳에서의 경험 역시도 스펙터클 하였습니다.
이스탄불 시위대 한가운데 갇혀 최루탄을 들이마시게 되고 중국에서는 야간 버스에 갇혀 빵 반 조각으로 하루를 버티고 이스라엘에서 알몸 수색 당하고 여전히 방사능의 무서움을 간직하고 있는 체르노빌을 가는 등 그의 발길이 닿는 곳엔 낯설고도 위험한 것들이 가득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북한의 모습을
"그래, 그들은 허영심을 예술로 만들었어. 이곳 전체가 디스토피아, 공포, 고통 그리고 김치를 버무린 테마파크야." - page 472
씁쓸하였습니다.
나 역시도 그런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마주하게 되니...
작가의 유머러스한(?) 면이 오히려 더 생선의 잔가시처럼 남곤 하였습니다.
삼킬 수도 그렇다고 뱉기도 애매한...
첫 여행지인 이스탄불에서는 시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그들의 대화는...
저도 묻고 싶었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다고요. 어느 한구석도 말이죠. 이 나라, 정치, 모든 싸움. 심지어 아르헨티나도 그래요. 당신은 독일에서 왔죠? 독일은 두 번의 세계 대전에 뛰어들었고, 두 번 다 졌어요. 아르헨티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하지만 오늘날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대국 중 하나고...... 그리고...... 우리는 무일푼이에요. 우린 우리끼리, 정치인들과 싸우고 있어요. 바로 이곳처럼, 터키처럼 말이에요. 아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우리는 독일이 아닌 거죠? 당신네는 왜 아르헨티나나 터키, 아제르바이잔이 아닌 겁니까? 왜 당신네는 북한이 아닌 거죠? 어째서 어떤 나라는 제대로 돌아가고 나머지 나라들은 엉망진창인 겁니까?" - page 30
그의 이야기 중에서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업이든, 종교든, 약물이든, 쾌락주의든, 모형 기차든, 사랑이든, 우정이든, 섹스든(쾌락주의 참조)또는 이상한 곳으로의 여행이든(내가 최근에 선택한 약물이다), 우리는 모두 그 구멍을 채우기 위한 무언가를 찾고 있다.
...
정신은 무너지기 쉽다. 삶이란 무딘 정신이 남기는 트라우마다. - page 188
그렇다면 나는 나의 구멍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하였을까...?
아무튼 그가 이 책을 통해서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상한 곳일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모든 곳은 이상한 곳이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깨닫게 되었다. 모든 곳이 이상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혼란, 망상, 희망, 꿈, 신경증, 짝사랑, 억압된 트라우마, 부정, 솔직함, 유머, 진지함, 친절함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변덕의 집합체이다. 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이곳 사람 사람들이 거대하고 오염된 익명의 도시로 달아나고 싶은 욕구를 이겨내고 태어난 곳에서 계속 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그들의 인생사가 재미없어졌다고 생각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
인간인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우리의 역사를 깔끔하게 만들려고 끝없이 노력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일 뿐, 달리 그 무엇도 아니다. 나는 내가 정상이라는, 내 인생이 지루하다는, 그래서 탁심 광장, 헤브론, 키시너우, 티라스폴을 포함한 다른 장소에서 목격한 투쟁 속에 뭔가 더 큰 숭고함이 있으리라는 스스로의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 속에 갇히고 말았다.
...
인생의 모든 것은 복용량에 달렸다. 나는 그간 엉뚱한 양을 복용해왔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져도 낭만적인 신기루나 새것을 향한 방랑벽으로 달아나지 않고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베를린에, 아네트에게, 작가로서의 내 직업에 전념하고 버틸 준비가 이제 되었다. 나는 내 이야기를 바꾸고 싶었다. - page 412 ~ 414
기묘한 나라(?)라고 하였지만 결국은 이상한 곳도, 이상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게 된 그.
그의 모습을 보며 저도 제 이야기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보다 나은 나 자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