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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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개국 · 183개 도시 · 17개 언어 · 1억 4,500만 명 관람

이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가진 뮤지컬의 원작 소설.

저는 아직 뮤지컬로 접해보지 않았고 영화로 만나보았었는데 그 웅장함과 비극적인 아름다움이 제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었는데...

갑자기 떠올려보니 또다시 감동의 물결이...

​

근데...

정작 원작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난 뭐지...?! 지금도 이렇게 감동의 물결 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데...

어째서 소설을 찾아 읽을 생각을 안 했을까...)

그래서 이 책을 덥석 잡아들었습니다.

​

프랑스어 원서만의 색깔을 잘 살려냈다는 이 책.

설렘과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

화려한 오페라 극장과 눈부신 상류층 사람들

그 아래 어두운 지하 세계의 흉측한 괴물

​

"나도 사랑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

『오페라의 유령』



​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었던 것처럼 예술가들의 영감이나 극장 감독들의 미신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발레단 아가씨들, 그녀들의 어머니들, 여자 안내원들, 휴대품 보관소 직원들, 극장 수위 아저씨들이 흥분해서 꾸며 낸 하찮은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다. 오페라의 유령은 살과 뼈를 지닌 살아 있는 존재였다. 비록 그가 진짜 유령, 완전히 귀신의 형체를 띠고 있었지만...... - page 11

​

오페라 극장에 몇 달 전부터 건물 꼭대기에서 지하실까지 그림자처럼 돌아다닌다는 검은 옷차림의 유령에 관한 그는 사람들의 눈에 띄면 연기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습니다.

유령은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고, 누구도 감히 그에게 말을 건네지도 못했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출몰하는지 진짜 유령인마냥 아무 소리를 내지 않고 걸어 다니는 그의 정체는...

​

오페라 극장 지배인의 퇴임을 기념하는 마지막 특별 공연에서 '크리스틴 다에'는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를 지켜보던 관객들 가운데 크리스틴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라울'이 그녀를 알아보고 분장실로 찾아가지만 그녀는 그를 모르는 척하였습니다.

그래도 그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숨어있던 라울은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권위적인 어조로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

"크리스틴, 당신은 나를 사랑해야 하오!"

그러자 크리스틴은 눈물을 흘리는 듯 가냘프게 떨리는 목소리로 고통스럽게 대답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오직 당신만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제게 말이에요!"

...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당신은 무척 피곤할 것이오."

"오늘 저녁 저는 제 영혼을 당신에게 바쳤어요. 저는 이제 죽은 거나 다름없어요." - page 57

​

한편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 감독들에게 마르그리트 역을 크리스틴에게 맡기라고 하지만 거절당하고 카를로타 또한 경고를 무시하자 카를로타가 무대 위에서 두꺼비 소리를 내게 되고 객석의 샹들리에가 떨어지면서 관객이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 후 크리스틴은 극장에서 사라지고 라울의 괴로움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 죽음까지 생각했을 때 겨우 그녀를 만날 수 있었는데...

​

"이것 보세요. 이 모든 게 무엇을 뜻하는지 말해 줄 수 있잖아요. 당신은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의 몸이에요. 이렇게 시내를 활보하고 있고, 이처럼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미노를 입었습니다. 왜 당신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겁니까? 또 지난 2주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당신이 발레리우스 부인에게 털어놓은 음악 천사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누군가 당신을 속이고 당신의 순진함을 이용한 겁니다. 페로에서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자신이 무엇에 홀려 있는지 알 겁니다. 크리스틴, 당신의 정신은 아주 멀쩡해 보여요. 당신은 자신의 행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발레리우스 부인은 당신의 '선량한 정령'을 운운하며 한결같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제발 부탁합니다. 설명해 주세요! 다른 사람이라면 속았을 겁니다. 도대체 이 희극은 무엇입니까?

크리스틴은 가면을 벗고 이렇게 말했다.

"라울,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에요!" - page 205

​

과연 이 오페라의 유령의 정체는 무엇일지...

크리스틴은 어떻게 되는지...

'오페라의 유령' 영화 OST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들으며 읽어보시는 건 어떨지!

​

역시!!

명작은 명작이었다!!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눈앞에 그려지는 것이 영화를 볼 때처럼의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

흉측한 얼굴로 아버지는 거들떠보지 않았고 어머니도 더 이상 보지 않으려 울면서 제일 먼저 가면을 선물로 주었던, 그렇게 스스로 유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에릭'.

세상에서 가장 비통하면서도 어리석었던 그...

​

"라울, 그도 이 놀이를 잘 알고 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크리스틴, 당신을 믿습니다. 라울 드 샤니 씨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곧 떠나야 합니다. 떠나기 전에, 그도 나처럼 불행할 겁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라울, 저야말로 묻고 싶어요. 사랑을 하면 불행해진단 말인가요?"

"그래요, 크리스틴. 사랑을 하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그렇죠."

"당신이 말하는 것은 에릭인가요?"

"에릭과 나,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 page 292 ~ 293

​

사랑을 갈망했던 그.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음에, 연민에 결국...

​

오, 크리스틴! 당신은 울고 있구려. 당신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나를 사랑해 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나도 사랑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양처럼 온순해질 거고, 당신이 바라는 대로할 거야. - page 452

​

가엾은 에릭...

가면에 가려진 그의 모습만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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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한 권일용의 범죄심리 수업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9
권일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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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로 프로파일링의 세계를 개척한 그, '권일용' 교수.

그의 이야기는 거의 찾아보거나 읽곤 합니다.

그러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인생명강 시리즈>에서 그가 나왔다는 소식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꼼꼼하게 차분히 읽어내려갔습니다.

​

"완전한 범죄는 없지만

완벽한 보호는 있다!"

​

그가 전하는 서로가 서로를 지켜낼 권리에 대해 만나보았습니다.

​

"일상은 어떻게 범죄의 현장이 되었는가?"

나를 지키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시대에 반드시 알아야 할 범죄심리 수업

​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

책 속엔 오늘날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들이-가스라이팅·데이트 폭력·사이버 범죄·묻지마 범죄·아동 학대·청소년 중독·사이코패스...- 일어나는 과정, 범죄 유형별 심리학 이론, 범죄자의 의도 간파하는 법 등 실제 프로파일링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범죄 예방 지식을 제공하고 있기에 나를, 서로를 보호하고 예방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해 주었습니다.

​



​

이 문장을 읽자마자 섬뜩하였습니다.

예전에는 '범죄'라 하면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조금은 나와 동떨어진 것이라 여겼는데 오늘날의 범죄를 살펴보면 쉬이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폭력성과 분노, 왜곡된 성적 감정을 분출하기 위해 물리적 공격 수단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교묘하게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한 범죄로 진화했다는 사실이.

특히나 '가스라이팅' 범죄는 가해자가 심리를 조정해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지만 더 무서운 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만들고는 결국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는 사실이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

범죄를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로만 봐야 할까? 사회 현상이나 정치, 경제, 문화의 변화들도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천 명의 범죄자를 직접 면담하고 분석해왔지만 그 범죄자가 타고났는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느 쪽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아, 이 사람은 정말 악을 가지고 태어났구나!' 싶은 절망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이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 바뀌었다면 이러한 일은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 page 54

​

그럼 이렇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범죄는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범죄자는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태어나는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가?

결국 이 물음들의 본질은 이것이었습니다.

왜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고 어떤 사람은 저지르지 않는가!

여기엔 사람과 상황이 별개가 아니라 상호작용한다는 측면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일러주었고 그들에 대해 프로파일링을 해 조금씩 범죄가 발생할 요소를 제거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저자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우리가 가진 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 새로운 수사 기법과 재범 방지 프로그램 그리고 법과 양형 기준 변화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덧붙여...

​



​

'내 마음의 범죄 환경'을 없애는 것!

​

내 마음의 범죄 환경을 없애는 것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항상 가짜 정보에 대한 검증과 확인 과정을 거치고, 사회 구성원에 대한 서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잘된다는 믿음을 지켜가는 것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가치이지 않을까 한다. - page 209

​

아하...

나는 무서운 사회에 살고 있구나!를 느끼게 되는 대목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있기에 안전하게 보호된 시스템 속에 살고 있음에 감사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

더 이상의 무고한 피해자가 없기를.

누구나 바라는 바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범죄 없는 사회가 부디 이상에만 있지 않고 현실에서도 존재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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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크기의 프랑스 역사 - 혁명과 전쟁, 그리고 미식 이야기
스테판 에노.제니 미첼 지음, 임지연 옮김 / 북스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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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워져 나온 크루아상을 사기 위해 기꺼이 일요일에 아침잠을 포기하고 빵집을 순회한다는 프랑스인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이곳.

미식의 나라 '프랑스'.

그들의 음식에 대한 애정을 방영하듯 음식과 관련된 표현도 많다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슬픔을 표현하고자 할 때 "빵 없는 하루 같다"

기분이 좋으면 "나 감자 있어"

라고 표현한다고 하는데...

여튼 음식에 각별한 프랑스인들.

이 책은 그들의 음식에 얽힌 역사를 탐색한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음식이 어떤 흥미로운 일화를, 전설을 간직하고 있을지!

​

로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통해 맛깔나게 풀어낸 프랑스 역사

​

『한 입 크기의 프랑스 역사』








빅토르 위고가 '신의 술'이라고 칭한 코냑, '악마의 와인'이라고 불렸던 샴페인, 프랑스를 상징하는 빵인 바게트, '치즈의 왕' 브리를 비롯해 카망베르, 로크포르, 마루알 치즈, 전설적인 맛의 스튜 카술레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과 음식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놀랍고도 흥미로웠던 프랑스의 역사.

그동안 알고 있었던 맛에 이면의 맛을 선사해 주면서 입속에서 팡! 팡! 울리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

즉,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분열과 불평등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특정 지역이나 시대의 음식과 관련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습인 '식생활 방식foodways'을 조사함으로써 사회에서 누가 가장 많은 권력을 쥐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가치를 우선하는지, 어떻게 자신들의 높은 지위를 유지하는지 등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가장 빈곤한 공동체가 그저 먹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직면하는 제약과 한계,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이 그들이 살고 있는 더 넓은 사회에 대해 무엇을 보여주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진화하는 취향이나 혁신, 쉼없이 계속되는 탐사나 전쟁으로 인한 황폐화 때문에 이러한 역학 관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다. - page 424 ~ 425

​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네 도둑의 식초>.

식초를 뜻하는 비니거vinegar라는 단어가 '신 와인'이라는 뜻의 비네그르vinaigre에서 유래했다는 데서 유추할 수 있듯 프랑스에서 식초는 흥미롭고 다양한 제품인데 그중에서' 네 도둑의 식초four thieves vinegar'.

이 식초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처참한 시대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줍니다.

우리에게 흑사병이라고 알려진, 세계를 종말 가까이 이끈 선페스트의 전파.

프랑스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죽은 사람들의 재산을 털던 도둑 4명이 붙잡혀 판사 앞에 끌려갑니다.

판사는 처음에 화형을 선고했는데, 이 도둑들이 감염으로 죽은 시신과 밀접하게 접촉했는데도 건강해 보이는 데 의구심을 품어 그들의 비밀을 공유한다면 화형보다 덜 고통스러운 교수형으로 선처해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도둑들은 온갖 재료가 들어간 식초 제조법을 털어놓으며, 도둑질하러 가기 전에 그 식초를 온몸에 바른 덕분에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그 식초가 '네 도둑의 식초(마늘과 장뇌부터 로즈메리, 라벤더, 세이지에 이르기까지 온갖 허브와 향신료, 방향 식물이 들어간다.)'.

흑사병이 거의 퇴치된 오늘날 이 식초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상처를 소독하고 이를 제거하며 구강 궤양을 치료하고 두통과 호흡 곤란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

그리고 크레프와 얽힌 일화도 흥미로웠습니다.

2월 2일의 성촉절에 프랑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식인 크레프로 성촉절을 축하하며 요리할 때 크레프를 공중에서 뒤집는 관습에 다양한 미신을 붙여왔는데...

​

예를 들어 농부들은 성촉절에 크레프가 찢어지거나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잘 뒤집히면 그해 농사가 풍년일 것이라는 징조로 받아들였다. 오늘날에는 한 손에 동전을 쥐고 다른 손으로 크레프를 제대로 뒤집으면 다음 해 운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성촉절까지 삶이 잘 풀리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 page 290

​

미신을 잘 믿었던 나폴레옹이 생애 가장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결정한 것.

그는 크레프를 뒤집으면서 "이번에 잘 뒤집으면,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할 것이다!"라 말하며 크레프도 성공적으로 뒤집어집니다.

하지만 다섯 번째는... 잿더미로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이런 불길한 징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원정에 나선 그는 결국 불타는 모스크바에서 적절한 보급품이나 피난처도 없이 고립되자

"다섯 번째 크레프가 알려준대로야!"

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전역 미식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매개로 그들의 역사, 문화를 바라보니 프랑스에서는 왜 음식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음미하고 이야기하며, 음식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사색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는 문뜩 우리의 음식은? 의문이 들곤 하였습니다.

우리 역시도 다채로운 음식들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만나면 좋지 않을까... 란 생각도 남겨보며 오늘은 왠지 와인 한 잔을 음미하며 그들을 떠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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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의 독서 - 김영란의 명작 읽기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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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소수자의 대법관'인 '김영란'.

우리 사회의 정의 확립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서 왔으면서도 평생 유일하게 계속해온 것이 있다는데 그것이 바로!

'책읽기'

그녀의 삶을 구성했던 책들은 어떤 것일지, 작품으로부터 그녀의 삶엔 어떤 의미가 부여되었는지 궁금하였습니다.

​

"상처를 치유하고,

이겨내는 힘을

책에서 찾았다"

​

삶을 온전히 읽어내려는 독서가의

열렬한 책읽기

​

『시절의 독서』



​

이 책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

상처를 치유하고 이겨내는 힘을 책에서 찾다

: 루이자 메이 올컷, 브론테 자매, 버지니아 울프

'여성'이라는 변방에 존재했던 작가들에게 보내는 우정 어린 편지

: 도리스 레싱, 마거릿 애트우드

삶이라는 미로를 헤매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사유

: 쿤데라와 카프카, 커트 보니것, 안데르센

​

이 시기의 여성작가들은 사회적 제약과 가족들로부터 고통과 상처를 받았지만 '소설'을 쓰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통해 김영란 역시도 자신의 상처에 대한 치유를 얻고자 했다고 하였습니다.

『작은 아씨들』과 브론테 자매의 소설, 일과 가정에서의 의무를 동시에 요구받았던 여성의 입장에서 읽은 도리스 레싱,

직업적 법률가라는 정체성과 경험을 통해 해석한 카프카,

6월항쟁 직후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읽은 쿤데라 등

문학을 통해 삶에서 부딪힌 상처를 극복하고 다른 세상을 꿈꾸며 위로와 격렬한 현실 인식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독서 에세이이자 자기 성찰의 이야기였던 이 책.

뭉클하였습니다.

​

사춘기의 나는 『책읽기의 쓸모』에서 썼듯이 세상과 나를 분리했다. 나는 세상의 관찰자일 뿐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 속에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직접 글을 쓰면서 상처를 이겨나가는 것은 어려워 보였지만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상처를 이겨내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삶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모순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이겨내는 각자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읽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치유가 되기도 했다. - page 116

​

이 책을 읽으면서 '도리스 레싱'의 작품이 궁금하였습니다.

문학사에서 페미니즘의 전사처럼 여겨지지만 실은 어머니로부터 끝없이 도망치던 아이였다고 분석하면서 '모성'이라는 신화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도리스의 좌절과 안감힘을 만날 수 있는 『금색 공책』, 『생존자의 회고록』 등.

​

내가 도리스를 이해하고 연민을 가지게 된 것은 1980년대 우리 사회에서 전문직 여성으로서 살아남아야 했던 나 자신의 스토리가 포개어졌기 때문이다. 전업주부의 완벽한 뒷받침을 받는 이른바 엘리트 남성이 주류를 차지하는 집단에서, 여성이기에 그들보다 업무적으로 열등하다는 평가는 적어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하에 기를 쓰고 일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완벽한 집안의 천사로 살아가기를 요구받았던 시대였다. 간신히 집안의 천사와 싸워서 어느 정도 승리를 거둔다 해도 유령과 바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인습과 편견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

버지니아는 해결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했지만 도리스는 이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쳤고 마지막까지도 이 문제에 몰두했다. 도리스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말처럼 20세기 작가들에 대한 러시모어산에 새겨질 인물로 꼽힐 수 있게 된 까닭은 이런 좌절의 경험을 진솔하게 써 내려가서 버지니아가 말한 두번째 문제의 뿌리까지 파고들어갔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극복해내려고 애썼던 가족의 문제가 위대한 작가를 낳았다는 것은 모든 창작자들이 부딪히는 보편적인 아이러니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 page 153 ~ 154

​

지금까지도 많은 여성들이 떠안고 있는 문제이기에.

저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색해 보고자 합니다.

​

저자로부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

사람들은 시대적 갈등과 개인적 고뇌를 함께 짊어진 채, 각양각색의 이유들로 자유롭지 않았다. 그런 시대에 자유를 꿈꾸는 자체가 불온이고 불행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대여서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명제가 낯선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자유를 꿈꾸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는 삶은 자유로운가, 그렇다면 행동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것은 괜찮을까, 더욱이 현실의 변혁에 눈감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일은 허용 가능한가. 이런 질문들은 마주하는 시대였으나 그 해답을 현실에서 찾기는 너무 어려웠다. - page 265 ~ 266

​

이 묵직함을 간직한 채 저 역시도 내 시절의 독서는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책들이 내 시절을 함께할지 기대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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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집·땅·사람 이야기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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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집'에 대한 애착이라고 해야 할까, 로망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을까...

아무튼 '집'에 대해 - 집의 '크기'가, '위치'가- 집착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저자 임형남·노은주가 물었습니다.

​

"왜 우리는 우리의 몸에 맞지 않는 집을 원하는 것일까요?"

​

그리고 일러주었습니다.

집은 달에서도 보일 정도로 큰 신전과 같은 거대한 집이 아니라

'생각이 담긴 집'

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다 더 자세히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

나무처럼 자라고,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

"부부 건축가 임형남·노은주의 땅과 사람이 함께 꿈꾸는 집 이야기"

​

『나무처럼 자라는 집』



​

이 책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집을 설계해온 부부 건축가 임형남·노은주의 집에 대한 성찰과 건축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집이란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나무처럼 자라고 괴로우면 신음을 내고 즐거우면 모두에게 복이 되는 그런 생물체라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행복은 바로 집이라는 공간이고 집이라는 단어이고 집이라는 온도라는 것을.

즉, 행복은 바로 집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테지만...

그동안 우리는 '집'을 그저 '가치판단의 기준'으로만 바라본 것을, 그 본질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

저자는 옛집을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옛집에 가면 그 주인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만한 집, 겸손한 집, 작지만 생각이 큰 집.

주인의 생각을 담고 손을 거쳐 지어진 집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의 집 모습은 어떤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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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집도 사람도 다시 자신만의 이름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집은 '껍질'이기도 하고, '재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입니다.

산다는 것은 자신을 구체적인 의미로 실현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사회생활을 하고, 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들이 자신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저는 집을 짓는 것도 그 범주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자신의 꿈을 담아 집을 지을 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 page 251 ~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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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을 잠시 꿈꾸다 보니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을 살아서 자라는 생명체로 보고 형태적 완결성보다 '숨구멍을 터주는 것'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었다는 것.

그 비어진 틈으로 빠져나간 '숨'은 뒷산으로 가든가 그다음 공간으로 이어져 모두 '유기적인 조화 속 공존'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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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생각에는 돌, 바람, 산 등 모든 것 중 생명이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집까지도 생명이 있는 것으로 대했습니다. 집의 각 부분이 하나의 완결된 생명체로 치환되어 머리며 다리며 심장이며 각자 자기의 역할을 부여받았던 것이지요. 각 부분이 소통이 되지 못하고 막힌다면 그것은 죽음과 다를 바 없었던 것입니다. - page 323 ~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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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년 전에 첫 출간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10년마다 개정판을 내며 2022년 새롭게 개정·증보한 '출간 20주년 기념판'인 이 책.

책의 마지막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나무처럼 집도, 책도 꾸준히 자라며 우리에게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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