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집을 설계해온 부부 건축가 임형남·노은주의 집에 대한 성찰과 건축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집이란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나무처럼 자라고 괴로우면 신음을 내고 즐거우면 모두에게 복이 되는 그런 생물체라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행복은 바로 집이라는 공간이고 집이라는 단어이고 집이라는 온도라는 것을.
즉, 행복은 바로 집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테지만...
그동안 우리는 '집'을 그저 '가치판단의 기준'으로만 바라본 것을, 그 본질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저자는 옛집을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옛집에 가면 그 주인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만한 집, 겸손한 집, 작지만 생각이 큰 집.
주인의 생각을 담고 손을 거쳐 지어진 집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의 집 모습은 어떤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집도 사람도 다시 자신만의 이름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집은 '껍질'이기도 하고, '재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입니다.
산다는 것은 자신을 구체적인 의미로 실현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사회생활을 하고, 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들이 자신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저는 집을 짓는 것도 그 범주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자신의 꿈을 담아 집을 지을 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 page 251 ~ 252
옛집을 잠시 꿈꾸다 보니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을 살아서 자라는 생명체로 보고 형태적 완결성보다 '숨구멍을 터주는 것'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었다는 것.
그 비어진 틈으로 빠져나간 '숨'은 뒷산으로 가든가 그다음 공간으로 이어져 모두 '유기적인 조화 속 공존'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들의 생각에는 돌, 바람, 산 등 모든 것 중 생명이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집까지도 생명이 있는 것으로 대했습니다. 집의 각 부분이 하나의 완결된 생명체로 치환되어 머리며 다리며 심장이며 각자 자기의 역할을 부여받았던 것이지요. 각 부분이 소통이 되지 못하고 막힌다면 그것은 죽음과 다를 바 없었던 것입니다. - page 323 ~ 325
이 책은 20년 전에 첫 출간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10년마다 개정판을 내며 2022년 새롭게 개정·증보한 '출간 20주년 기념판'인 이 책.
책의 마지막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나무처럼 집도, 책도 꾸준히 자라며 우리에게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