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크기의 프랑스 역사 - 혁명과 전쟁, 그리고 미식 이야기
스테판 에노.제니 미첼 지음, 임지연 옮김 / 북스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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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워져 나온 크루아상을 사기 위해 기꺼이 일요일에 아침잠을 포기하고 빵집을 순회한다는 프랑스인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이곳.

미식의 나라 '프랑스'.

그들의 음식에 대한 애정을 방영하듯 음식과 관련된 표현도 많다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슬픔을 표현하고자 할 때 "빵 없는 하루 같다"

기분이 좋으면 "나 감자 있어"

라고 표현한다고 하는데...

여튼 음식에 각별한 프랑스인들.

이 책은 그들의 음식에 얽힌 역사를 탐색한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음식이 어떤 흥미로운 일화를, 전설을 간직하고 있을지!

로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통해 맛깔나게 풀어낸 프랑스 역사

한 입 크기의 프랑스 역사








빅토르 위고가 '신의 술'이라고 칭한 코냑, '악마의 와인'이라고 불렸던 샴페인, 프랑스를 상징하는 빵인 바게트, '치즈의 왕' 브리를 비롯해 카망베르, 로크포르, 마루알 치즈, 전설적인 맛의 스튜 카술레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과 음식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놀랍고도 흥미로웠던 프랑스의 역사.

그동안 알고 있었던 맛에 이면의 맛을 선사해 주면서 입속에서 팡! 팡! 울리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즉,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분열과 불평등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특정 지역이나 시대의 음식과 관련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습인 '식생활 방식foodways'을 조사함으로써 사회에서 누가 가장 많은 권력을 쥐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가치를 우선하는지, 어떻게 자신들의 높은 지위를 유지하는지 등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가장 빈곤한 공동체가 그저 먹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직면하는 제약과 한계,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이 그들이 살고 있는 더 넓은 사회에 대해 무엇을 보여주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진화하는 취향이나 혁신, 쉼없이 계속되는 탐사나 전쟁으로 인한 황폐화 때문에 이러한 역학 관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다. - page 424 ~ 425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네 도둑의 식초>.

식초를 뜻하는 비니거vinegar라는 단어가 '신 와인'이라는 뜻의 비네그르vinaigre에서 유래했다는 데서 유추할 수 있듯 프랑스에서 식초는 흥미롭고 다양한 제품인데 그중에서' 네 도둑의 식초four thieves vinegar'.

이 식초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처참한 시대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줍니다.

우리에게 흑사병이라고 알려진, 세계를 종말 가까이 이끈 선페스트의 전파.

프랑스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죽은 사람들의 재산을 털던 도둑 4명이 붙잡혀 판사 앞에 끌려갑니다.

판사는 처음에 화형을 선고했는데, 이 도둑들이 감염으로 죽은 시신과 밀접하게 접촉했는데도 건강해 보이는 데 의구심을 품어 그들의 비밀을 공유한다면 화형보다 덜 고통스러운 교수형으로 선처해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도둑들은 온갖 재료가 들어간 식초 제조법을 털어놓으며, 도둑질하러 가기 전에 그 식초를 온몸에 바른 덕분에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그 식초가 '네 도둑의 식초(마늘과 장뇌부터 로즈메리, 라벤더, 세이지에 이르기까지 온갖 허브와 향신료, 방향 식물이 들어간다.)'.

흑사병이 거의 퇴치된 오늘날 이 식초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상처를 소독하고 이를 제거하며 구강 궤양을 치료하고 두통과 호흡 곤란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크레프와 얽힌 일화도 흥미로웠습니다.

2월 2일의 성촉절에 프랑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식인 크레프로 성촉절을 축하하며 요리할 때 크레프를 공중에서 뒤집는 관습에 다양한 미신을 붙여왔는데...

예를 들어 농부들은 성촉절에 크레프가 찢어지거나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잘 뒤집히면 그해 농사가 풍년일 것이라는 징조로 받아들였다. 오늘날에는 한 손에 동전을 쥐고 다른 손으로 크레프를 제대로 뒤집으면 다음 해 운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성촉절까지 삶이 잘 풀리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 page 290

미신을 잘 믿었던 나폴레옹이 생애 가장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결정한 것.

그는 크레프를 뒤집으면서 "이번에 잘 뒤집으면,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할 것이다!"라 말하며 크레프도 성공적으로 뒤집어집니다.

하지만 다섯 번째는... 잿더미로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이런 불길한 징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원정에 나선 그는 결국 불타는 모스크바에서 적절한 보급품이나 피난처도 없이 고립되자

"다섯 번째 크레프가 알려준대로야!"

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전역 미식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매개로 그들의 역사, 문화를 바라보니 프랑스에서는 왜 음식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음미하고 이야기하며, 음식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사색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는 문뜩 우리의 음식은? 의문이 들곤 하였습니다.

우리 역시도 다채로운 음식들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만나면 좋지 않을까... 란 생각도 남겨보며 오늘은 왠지 와인 한 잔을 음미하며 그들을 떠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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