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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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리스 시리즈로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더 글로리>도 그렇고...

연예계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학폭'이야기...

내가 어릴 적에도 이런 일은 있었겠지만 요즘은 그 정도를 지나친...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에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 책은 예외다. 지금 한국사회에 절실한 책이다."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그렇기에 이 책에 관심이 갔었습니다.

'괴롭힘'과 '학대'

이에 대한 정확히 바라보는 시선을 이 책을 읽으며 키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은 잊어도 뇌는 잊지 않는다

괴롭힘과 학대가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와 회복의 10단계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괴롭힘 및 학대 치유 전문가인 '제니퍼 프레이저'.

그녀는 괴롭힘 피해 당사자이자 학대 피해자의 부모로서, 교육자로서 솔직하고 용기 있게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며,

괴롭힘과 학대가 뇌에 미치는 영향

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와닿았었고 어떻게 바라보며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의 첫째 아이 '몽고메리'.

학교 농구 토너먼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몽고메리가 입과 혀 안쪽에 궤양 같은 염증으로 거의 먹거나 마시지도 못하기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가게 됩니다.

의사는 깜짝 놀라며 몽고메리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물어보았고 그전까지만 해도 농구 토너먼트에 관해 힘들었던 이야기를 짧게 들은 게 전부였기에 그 내막을 몰랐었는데 코치의 언어폭력과 모욕을 당하고 있었던 몽고메리.

그리고 유전 질환이 있는 둘째 아이 '앵거스'는 그의 질병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학교에서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고 자신 역시도 고등학교 시절 세 명의 교사에게 그루밍 성범죄를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프레이저는 깨닫게 됩니다.

나는 부모이자 교육자로서 이 상황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꼈다. 작가이며 교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정작 뇌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 지식과 기술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학습을 담당하는 바로 그 기관을 무시하면서 어떻게 부모 역할, 선생 역할,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 page 19

괴롭힘이 뇌에 남기는 트라우마를 연구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며 이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괴롭힘의 스펙트럼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학대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이든, 과거에 피해자였거나 현재 피해자든, 또는 괴롭힘을 목격하는 사람이거나 보고도 회피하는 사람이든, 트라우마를 억눌러 온 사람이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든, 피해 입은 사람을 변호하는 사람이거나 학대 행위를 고발하는 가시밭길을 택해 피해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부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든- 우리는 원하면 변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이것은 우리 뇌가 할 일이고 우리는 뇌를 만들고 조각할 힘이 있다. 뇌에는 변할 수 있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 page 438 ~ 439

괴롭힘과 학대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괴롭힘은 반복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괴롭힘의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적용하였고 괴롭힘의 패러다임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며, 우리는 이 속에서 양육되고 훈련받고 세뇌었다고 하였습니다.

상처받은 뇌.

다시 본래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고 긍정적인 신경망을 만드는 방법 10단계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1단계 : 신경가소성을 이용하라

2단계 : 비판적으로 사고하라

3단계 : 재능을 키우라

4단계 : 공감의 신경망을 연결하라

5단계 : 애도하라

6단계 : 뇌의 잠재력을 되찾아라

7단계 : 가해자와의 동조를 거부하라

8단계 : 뇌 지도를 다시 그려라

9단계 : 뇌에 산소를 불어넣어라

10단계 : 자신의 온전한 목소리를 들어라

무엇보다 '마음 챙김'을 통해 우리의 부교감신경계를 깨워-부교감신경계는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하고 혈압을 낮추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대신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분비한다. 또한 뇌와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재충전하고 균형감을 잃지 않고 (정서적·신체적으로) 치유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학습된 무기력이 아닌 평성심을 되찾게 하는 것, 상황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게 해주는 것, 회복탄력성을 개발하도록 도와주어 창의력과 집중력을 향상해준다는 사실을.

마음 챙김은 게임 체인저다. 마치 행복처럼 우리에게 경쟁 우위를 안겨준다. 긍정 심리학자 숀 아처는 연구에서 명상을 통해 행복감과 관련된 뇌 부위인 왼쪽 전전두엽 피질이 자란 것을 보여준다. 아처는 매일 호흡을 느리게 하고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 "행복 수준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낮추며 면역 기능이 향상되도록 뇌신경이 영구적으로 다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상처받은 뇌를 가진 사람은 불행이라는 열세에 놓일 수 있다. 마음 챙김은 아처가 말한 행복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신경망을 다시 연결하는 방법이다. - page 331

책을 덮고 우리 사회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가해자인 줄 모르며 살아가고 정작 피해자는 괴롭힘을 겪고 자신을 자책하며 숨어지내는...

이런 사회가 옳은가......

더 이상은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없음에.

사실을 직시하며 보다 현명한 방안을 모색해야 함을, 또다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외면했던 스스로에게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전에 괴롭힘이 아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성장의 일부분이라 믿는 우리의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괴롭힘과 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함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이즈음 나는 왜 그렇게 많은 대학, 클럽, 스포츠 조직, 학교, 직장에서 학대가 근절되지 않는지, 또 왜 오히려 일어난 학대 사건이 은폐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이어갔고, 그 결과 언론에서 예외적으로 이 사실을 보도하더라도 변하는 건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대는 발생한 후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간 계속된다. 사건은 은폐되고, 이런 학대와 은폐가 언론에 노출되면 뒤이어 약속과 비난이 이어지고 세상이 떠들썩해지지만, 다시 언론에서 또 다른 스캔들을 보도하기 전까지 곧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 page 50 ~ 51

이런 패턴.

이젠 깨부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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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0시의 몸값
교바시 시오리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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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글로부터 혹 했던 이 소설!

당연히 범인이라면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에 급급할 텐데 응?

온 세상에 공개하길 원한다고?

이 대담한 범인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섣부른 추측보단 얼른 읽어봐야 했습니다.

몸값은 10억 엔

기한은 24시간

반드시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하라!

오전 0시몸값



'니쿠라 · 미사토 법률사무소'에서 '프로보노'-라틴어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에서 오늘도 의뢰인과 상담하던 중인 신참 변호사 '고야나기 다이키'.

상담 중 사무원 즈카하라 씨로부터 보스의 전언 메모를 받게 됩니다.

곧 미사토 선생님 지인이 사무소를 방문할 거라 합니다. 사기사건과 관련된 일인데 응대를 부탁한다고 하십니다. - 즈카하라

의뢰인이 떠난 뒤 보스의 지인이라는 이가 왔는데 20대 애송이로 보이는 앳된 그녀.

혼조 나코. 21세. 메구로 구 아오바다이2-△-△△. 연락처 090-8954-5△△△. 월드미용전문학교 메이크업과 재적.

우물쭈물 입을 다물고 시선을 떨군 그녀.

"저, 사기사건인데요."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어떤 사기사건에 휘말렸죠?"

"아니에요."

그녀는 한 박자 뜸을 들인 뒤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사기를 쳤어요." - page 30

그동안 다니던 중고교 일관 여고에서 교풍이 엄격해 불편했고 속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전혀 없었던 혼조 나코는 SNS에서 알게 된 사키와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됩니다.

그러다 사키의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고, 거기서 사키의 남자친구도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니 남자친구 가와사키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수거책을 관리하는 리더였던 것이었습니다.

"왜 가와사키 같은 남자와 사귀는 거야? 몸이 나으면 같이 도망가자"라고 호소했다.

사키는 나코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미소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건 돌아갈 장소가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야." - page 36

사키는 가와사키에게 자신의 친구인 나코를 휘말리게 하지 말라고 호소하다가 몇 번이고 폭행을 당하고 이로 인해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 미나미 사키.

복수를 꿈꾸던 나코는 가와사키가 일을 실수해 가와사키가 사키를 후려쳤듯이 그 또한 윗사람에게 무지막지하게 벌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을 망치려 하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실수를 덮어씌우는 가와사키.

지레 겁을 집어먹은 나코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변호사 보스가 그녀를 도와주었고 자수를 하고자 하는데...

"나코 씨! 나코 씨!"

고야나기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사라진 그녀.

다음 날 아침, 나코의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장이 일본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보유한 IT기업 '사이버앤드인피니티'에 도착하게 됩니다.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크라우드펀딩이라니!

이 전례 없던 사건에 전국이 요동치는데...

범인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하루 만에 10억 엔 모금에 성공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말하는 '악'이란 무엇인지 의문스러웠습니다.

범죄자가 악인가,

변호사가 악인가,

아님 우리 모두가 악인가...

"상황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의뢰인을 돈으로 보고 있다는게."

보스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쾅 하고 테이블에 놓았다.

"돈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사람은 열심히 돈을 벌어오는 사람을 천하다고 생각하지." 보스가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느 조직이든 그런 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피땀으로 지탱되고 있는 거야. 미적지근한 이상주의자를 키울 생각은 없으니 착각하지 마. 이젠 학생도 아니고 계속 프로보노 일만 맡길 생각도 없으니까."

보스는 마스터에게 잘 먹었다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잘 들어. 혼조 나코 건은 이 이상 끼어들지 마." - page 130

돈을 노린 가짜뉴스가 사실인양 퍼지면서 '몸값모금반대운동'까지 인터넷에서 터져 나오는 현상에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몸값모금반대운동'과 그에 동조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누비고 있다. 나코가 납치된 것은 그동안의 언행에 따른 자업자득이라는 설과 몸값은 가족이 지불해야 한다는 자기책임론에 많은 지지가 쏠리고 있다.

지금 몸값을 모금하는 것은 범인의 지시이기 때문이다. 나코의 부모는 스스로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확실하게 준비하고 싶어 할 것이다.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은 범인인데, 범죄로 목숨을 잃는 것도 자기 책임이라는 주장이 힘을 실어가는 이 이상한 사태에 눈을 가리고 싶어진다. - page 191

보이스피싱, 가짜뉴스, 크라우드펀딩...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기에 마냥 소설로 치부할 수 없었던 이야기.

어쩌면... 그러면 안 되겠지만...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나게 된다면...

그렇기에 더 경각심을 갖고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인면을 구하려는 보편성의 씨앗이 있다. 그것이 10억 엔의 몸값 모금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혼조 일가가 비난받고 모금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때 사람의 마음에는 무슨 싹이 텄을까. - page 342

저자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

이 질문이 씨앗이 되어 모두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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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항에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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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 '최갑수'.

따스한 봄바람과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정말 큰마음 먹지 않는 이상은 떠날 수 없기에 책으로나마 그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제목부터 '참 좋다~'라며 마냥 기대고팠던 이 책.

무엇보다 믿고 읽는 최갑수 작가님이기에 귀 기울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당신을 더 깊은 생으로 안내할 것이다.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이지."

오랜 여행자가 들려주는 삶의 매혹과 슬픔 그리고 비밀

밤의 공항에서



제가 책을 읽는 시간이 밤이기에 더 그랬을까.

그 시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에 작가의 감성이 더해져 가슴 뭉클해짐에...

쉬이 페이지를 넘기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쉼(,)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었습니다.

여행과 삶에 관한 75편의 산문.

여행 같은 삶에서,

삶 같은 여행에서

조용히 응시한 풍경의 내면과 그 앞에 선 그의 감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저 역시도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들여다보게 해 주었습니다.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이지. 음악을 듣는 것도, 여행을 떠나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도 외로워서잖아. 외로워서 페이스북을 하고, 외로워서 요리를 하고, 외로워서 건물을 짓고, 외로워서 당신을 만나는 거지. 외로워서...... 그런데도 우린 왜 점점 더 외로워지는 거지? 어제보다 오늘, 우리는 더 외로워진 거지?

빈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린다. '산다는 건 점점 고독해지는 일인것 같아'. 이 세상 구석에 버려진 자전거가 된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내 얼굴은 언제나 유리창 너머의 풍경처럼 뿌옇다. - page 15

행복과 슬픔, 외로움과 그리움, 위로...

저자는 덤덤히 그 모든 게 삶이요, 그러니 무던히 살아가자 라 외치는 듯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다는 건 익숙해지는 일입니다. 하루는 저물게 마련이고, 아침이면 다시 날이 밝습니다. 저무는 것도, 환해지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저무는 것도, 환해지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건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시간은 공평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1년마다 한 살씩을 던져줍니다. 지금 이해를 못한다면 나중에 이해할 날이 오겠지요. 안 오면 또 그뿐이고요.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 우리를 이해할 것이고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사랑할 것입니다. - page 41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쉼 없이 출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어디론가를 향해 가고 있었고 또 어딘가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공항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인생에는 그다지 좋은 일도 없고 그렇게 나쁜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인생에는 각자에게 일어날 만한 일만 일어난다. 조금만 애를 쓰면 그럭저럭 극복하며, 즐겨 가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또 인생인 것이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 아닐까 하며 나는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커피를 마셨다. - page 167

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는 차마 책을 덮지 못하였습니다.

이 페이지를 덮으면 그동안의 감성들을 깨우는 새벽녘이 다가오면서 다시 나로 돌아갈 것 같기에...



아마도 내가 바랬던 말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창하게 힘내자! 사랑하자! 위로한다!는 것보다 묵묵히 토닥여주는 것.

저자의 이야기는 저에게 그렇게 다가왔었습니다.

우리 인생이 지독하게 외롭고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기 때문에 서로를 더 사랑해야 한다는 그의 말.

밤의 공항에서 건넨 인사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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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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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과학자를 셋만 꼽으라고 한다면?

이 질문을 받으면 어떤 이들이 떠오르나요?

아마 대부분이, 아니 저에게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이 떠오릅니다.

과학을 공부한다면 이들의 이름은 수없이 많이 들었고 이들 역시도 과학사에 엄청난 업적을 남겼기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역사는 반쪽짜리다!

이 책은 '지워진 과학자'를 중심으로 쓴 새로운 역사책이라 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몰랐다면 이제라도 그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과학은 결코 유럽만의 것이 아니었다"

역사에서 누락된 과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로

기울어진 세계를 바로 보고,

기술패권의 흐름을 꿰뚫어 읽다

과학의 반쪽사



근대과학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근대과학은 1500년에서 1700년 사이에 유럽에서 발명된, 그 시작은 폴란드의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로부터 였다고 하였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잘못되었다는 것으로부터 저자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근대과학은 언제나 전 세계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모인 사람과 아이디어에 의존하였다고 합니다.

예로 '코페르니쿠스'를 들고 있는데 그가 책을 저술하던 무렵 유럽은 아시아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의 과학 연구는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문헌에서 가져온 수학적 기법에 의존하였고...

이렇게 거슬러 관계를 따지다 보면 결국

근대 초기 대부분의 기간에 과학은 노예제와 제국의 성장에 발맞춰 형성되었다. 19세기의 과학은 산업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20세기 과학의 역사는 냉전과 탈식민지화의 관점에서 가장 잘 설명된다. 이러한 커다란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기는 해도,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근대과학의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어떤 시기를 살피든 과학의 역사가 오로지 유럽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 page 14

과학은 전 세계적 교류를 통해 그리고 권력 관계가 매우 불평등한 상황에서 발전해 왔음을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한 바였습니다.

책은 세계사의 순간들,

15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식민지화와 함께 시작해

16세기와 17세기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일어난 무역과 종교 네트워크의 성장

18세기 유럽 제국과 대서양을 넘나드는 노예무역

19세기 자본주의와 민족주의, 산업 전쟁

20세기 이데올로기 갈등의 세계, 반식민지 민족주의자들과 공산주의 혁명가들

로부터 권력을 업은 과학이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유럽과 미국 바깥의 연구자들을 엑스트라로 만들어왔는지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만나볼 수 없었던 이들.

지중해의 해적들에게 붙잡힌 오스만제국의 천문학자, 남아메리카의 농장에서 약초를 캐는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 베이징을 공격한 일본군으로부터 도망친 중국 물리학자, 그리고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서 혈액 샘플을 모으는 멕시코의 유전학자까지.

지금까지 이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묵묵히 과학의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기에 읽으면서 이름을 마주할 때면 한 번씩 불러보곤 하였습니다.



흥미로웠지만 마음 한편으론 불편했던...

권력의 무서움도 느끼게 되었고 그전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스스로의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점 또다시 우리에게 경고를 건네준 저자.

오늘날 우리는 세계사의 또 다른 중요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 전세계의 과학자들은 중국과 미국의 지정학적 분쟁의 중심에 자신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지속적인 경제성장뿐 아니라 천연자원과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2010년대 초 동안 국제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는 2013년 스리랑카의 새로운 항구부터 카자흐스탄의 철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금융 및 인프라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전략이 출범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분석가는 미국과 중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리는 이 신냉전이 20세기 최초의 냉전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은 과학의 미래와 정치의 미래 모두에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 page 456 ~ 457

오늘날 과학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화'와 '민족주의'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세계화와 민족주의의 기묘한 결합은 신냉전의 진정한 특징이기에 두 힘 사이에서 길을 찾는 데 과학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역사를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대 과학이 유럽에서 발명되었다는 신화는 거짓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나머지 세계 대부분이 이야기에서 제외된다면 그들이 전 세계 과학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일할 희망은 거의 없다.

...

동시에 우리는 세계화와 그것의 역사에 대한 순진한 시각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현대 과학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전 세계 문화적 교류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화 교류는 권력관계가 매우 불평등했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노예제, 제국, 전쟁, 이데올로기 갈등의 역사가 현대 과학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의 핵심에 자리한다.

...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유산을 단순히 무시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살펴야 한다. 과학의 미래는 결국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발전했던 과거에 대한 더 나은 이해에 달려 있다. - page 471 ~ 472

과학, 역사, 정치.

이들의 얽힌 관계로부터 만들어진 불편한 역사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되돌아보며 앞으로 어떤 시각을 지녀야 할지에 대해 한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꼭 한 번 이 책을 읽고 되짚어봐야 함을 외쳐보고 싶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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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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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과학사를 바라본 시선은 반쪽이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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