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0시의 몸값
교바시 시오리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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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글로부터 혹 했던 이 소설!

당연히 범인이라면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에 급급할 텐데 응?

온 세상에 공개하길 원한다고?

이 대담한 범인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섣부른 추측보단 얼른 읽어봐야 했습니다.

몸값은 10억 엔

기한은 24시간

반드시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하라!

오전 0시몸값



'니쿠라 · 미사토 법률사무소'에서 '프로보노'-라틴어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에서 오늘도 의뢰인과 상담하던 중인 신참 변호사 '고야나기 다이키'.

상담 중 사무원 즈카하라 씨로부터 보스의 전언 메모를 받게 됩니다.

곧 미사토 선생님 지인이 사무소를 방문할 거라 합니다. 사기사건과 관련된 일인데 응대를 부탁한다고 하십니다. - 즈카하라

의뢰인이 떠난 뒤 보스의 지인이라는 이가 왔는데 20대 애송이로 보이는 앳된 그녀.

혼조 나코. 21세. 메구로 구 아오바다이2-△-△△. 연락처 090-8954-5△△△. 월드미용전문학교 메이크업과 재적.

우물쭈물 입을 다물고 시선을 떨군 그녀.

"저, 사기사건인데요."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어떤 사기사건에 휘말렸죠?"

"아니에요."

그녀는 한 박자 뜸을 들인 뒤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사기를 쳤어요." - page 30

그동안 다니던 중고교 일관 여고에서 교풍이 엄격해 불편했고 속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전혀 없었던 혼조 나코는 SNS에서 알게 된 사키와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됩니다.

그러다 사키의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고, 거기서 사키의 남자친구도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니 남자친구 가와사키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수거책을 관리하는 리더였던 것이었습니다.

"왜 가와사키 같은 남자와 사귀는 거야? 몸이 나으면 같이 도망가자"라고 호소했다.

사키는 나코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미소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건 돌아갈 장소가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야." - page 36

사키는 가와사키에게 자신의 친구인 나코를 휘말리게 하지 말라고 호소하다가 몇 번이고 폭행을 당하고 이로 인해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 미나미 사키.

복수를 꿈꾸던 나코는 가와사키가 일을 실수해 가와사키가 사키를 후려쳤듯이 그 또한 윗사람에게 무지막지하게 벌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을 망치려 하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실수를 덮어씌우는 가와사키.

지레 겁을 집어먹은 나코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변호사 보스가 그녀를 도와주었고 자수를 하고자 하는데...

"나코 씨! 나코 씨!"

고야나기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사라진 그녀.

다음 날 아침, 나코의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장이 일본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보유한 IT기업 '사이버앤드인피니티'에 도착하게 됩니다.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크라우드펀딩이라니!

이 전례 없던 사건에 전국이 요동치는데...

범인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하루 만에 10억 엔 모금에 성공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말하는 '악'이란 무엇인지 의문스러웠습니다.

범죄자가 악인가,

변호사가 악인가,

아님 우리 모두가 악인가...

"상황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의뢰인을 돈으로 보고 있다는게."

보스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쾅 하고 테이블에 놓았다.

"돈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사람은 열심히 돈을 벌어오는 사람을 천하다고 생각하지." 보스가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느 조직이든 그런 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피땀으로 지탱되고 있는 거야. 미적지근한 이상주의자를 키울 생각은 없으니 착각하지 마. 이젠 학생도 아니고 계속 프로보노 일만 맡길 생각도 없으니까."

보스는 마스터에게 잘 먹었다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잘 들어. 혼조 나코 건은 이 이상 끼어들지 마." - page 130

돈을 노린 가짜뉴스가 사실인양 퍼지면서 '몸값모금반대운동'까지 인터넷에서 터져 나오는 현상에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몸값모금반대운동'과 그에 동조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누비고 있다. 나코가 납치된 것은 그동안의 언행에 따른 자업자득이라는 설과 몸값은 가족이 지불해야 한다는 자기책임론에 많은 지지가 쏠리고 있다.

지금 몸값을 모금하는 것은 범인의 지시이기 때문이다. 나코의 부모는 스스로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확실하게 준비하고 싶어 할 것이다.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은 범인인데, 범죄로 목숨을 잃는 것도 자기 책임이라는 주장이 힘을 실어가는 이 이상한 사태에 눈을 가리고 싶어진다. - page 191

보이스피싱, 가짜뉴스, 크라우드펀딩...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기에 마냥 소설로 치부할 수 없었던 이야기.

어쩌면... 그러면 안 되겠지만...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나게 된다면...

그렇기에 더 경각심을 갖고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인면을 구하려는 보편성의 씨앗이 있다. 그것이 10억 엔의 몸값 모금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혼조 일가가 비난받고 모금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때 사람의 마음에는 무슨 싹이 텄을까. - page 342

저자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

이 질문이 씨앗이 되어 모두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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