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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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현대 요리책 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이라는 점에서 이끌려서 읽게 된 이 책.

사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보지 않았던 '요리책'이지만 이제는 주방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중요하고도 애정 하는 요리책의 시초를 만난다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인이자 선구적인 요리책 저자였던 '일라이저 액턴'의 생애와 그녀의 조수 '앤 커비'에 대한 서너 가지 사실에 기초한 허구의 소설.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일라이저 액턴이 10년에 걸쳐 쓴 책은 모든 현대 요리책 작가의 교본이 되었다!"

미스 일라이저, 오늘은 어떤 음식이 나가나요?

"요리책을 가져와요, 시는 아무도 읽지 않으니."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1861년 런던 그리니치.

나이와 하녀 경력으로 볼 때 '미시즈 커비'가 더 어울리겠지만 '나의 앤'이라고 부르는 미스터 휘트마시.

"당신한테 주는 거요, 나의 앤."

출근하기 전, 나에게 건넨 간색 종이 포장.

리본이 아니라 끈으로 동여맨 꾸러미를 그가 떠난 뒤 끈을 풀어봅니다.

시집일까? 아니면 소설? 지도책? 어쨌거나 왜 그가 나한테 선물을 사줬을까?

포장지를 다 벗기자 시집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큼직한 책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미시즈 비턴의 가정 관리서'

실망감에 휩싸인 손가락을 움직여 책장을 넘기니 송아지 무릎 고기와 쌀...... 타르타르 머스터드...... 화이트소스를 뿌린 순무...... 요리책을 선물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단어, 모든 재료가 묘하게 익숙하다. 책장을 넘긴다. 읽는다. 또 넘긴다. 그다음 장. 서서히 파악이 된다. 여기 실린 레시피들은 내 것이다. 물론 그녀 것이기도 하다. 내가 알아보는 것은 직접 조리해 봐서다. 내가 석판에 레시피의 관찰 기록을 적었기 때문이다. 분필 토막으로. 매일매일. 몇 년이나. - page 13

이 레시피들의 임자는 나와 아직 시신이 식지도 않은 채 무덤에 있는 미스 일라이저의 것임에 도둑질한 레시피 책을 두고 앤은 결심하게 됩니다.

이제 뭘 해야 될지 잘 안다. - page 14

그리고는 이야기가 30대 중반의 숙녀 일라이저와 사춘기의 하녀 앤이 번갈아가며 '요리'를 통해 여성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는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첫 시집으로 성공에 한껏 기대하며 출판사를 찾아간 일라이저.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답변은

"시는 숙녀의 영역이 아닙니다." - page 19

10년간의 산고가 허사로 돌아가 오장육부-내 영혼, 대담성-가 푹 퍼내져서 버려지는 기분이 든 일라이저.

그런 그녀에게

"요리책!"

...

"집에 가서 요리책을 써와요. 그러면 계약할 수도 있으니. 잘가요. 미스 액턴." - page 21 ~ 22

요리를 하지도, 할 줄도 모르는 그녀에게 요리책 집필을 요구하는 출판사.

"시를 쓸 수 있다면 레시피도 쓸 수 있을 겁니다." - page 22

수치심과 열패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버지의 부도 소식과 함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뜻하지 않게 어머니와 '보다이크 하우스'라는 하숙집을 열게 되고

"요리책 저자들을 연구하는 중인데 제가 더 잘할 수 있어요. 일부는 제대로 된 글도 아니에요. 계량은 부정확하고 표현은 경박하고요. 명확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레시피 자체도 입맛을 돋우지 않아요."

나는 어머니를 힐끗 쳐다본다. 그녀는 양손을 쥐어짜면서, 소리없이 입술과 턱을 달싹인다.

"요리사가 되려는 게 아니에요. 요리 '작가'가 될 거예요. 얼마든지 가능하다 싶어요." - page 65

본격적으로 요리책을 집필하고자 합니다.

한편 정신병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전쟁터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10대 소녀 앤 커비.

요리사의 꿈을 갖고 있던 앤은 미스 일라이저의 주방 하녀로 일하게 되면서 일라이저와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 다채로운 레시피를 실험하면서 요리 실력을 점점 쌓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여성의 음식과 우정 이야기.

그 속엔 여성의 자유와 독립적 지위, 창의적인 요리의 즐거움, 다양한 요리와 어우러지는 시와 삶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주방으로의 초대.

한 번 응해보시는 건 어떨지.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을 받아야 했던...

그럼에도 그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그들.

"이걸 바꾸는 게 우리 임무야, 앤. 주방에서 제대로 요리된 음식처럼 영양가 있고 건강한 것은 없거든." - page 307

마침내 자신의 요리책 앞에서...

앤! 내 책을-우리 책을-앤에게 헌정하고 싶다...... 하지만 아니, 그리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작가도 하인에게 책을 헌정한 바 없고 어머니가 격노하리라. 앤과 수재너를 포함하는, 주방 친구가 필요한 누구에게나 말을 거는 헌정 대상을 찾아야 한다. 주방에서 추방된 이들...... 부자와 빈자, 기혼자와 미혼자, 유대인과 이교도를 아우르는 상대를, 머릿속에서 말들이 오려지고 접히기 시작한다. 명확하고 단순한, 핵심적인 어휘들이 필요하다. 내 레시피들 같은. 나 같은......

눈을 감는다. 불꽃이 천 개의 숨을 내뿜는 소리, 식품실에서 앤이 흥얼대는 소리, 그녀가 병들과 단지들을 배치하느라 덜컥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 음악으로부터 한 줄의 언어가 머릿속으로 흘러든다. 명확하고 단순한, 완전한 구절. 완벽한 헌사.

영국의 젊은 주부들에게 바칩니다. - page 421 ~ 422

그 어떤 말보다 더 빛났던 이 말.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그녀들의 주방 속으로 여행하게 되었고 만감이 교차되곤 하였습니다.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도 이들의 소리와 음식의 향이 남아 잔잔히 미소가 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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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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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주년을 맞아 2종의 산문집을 발표한 '박범신' 작가.

정말 오랜만에 작품을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2종의 산문집 중에서도 먼저 이 책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이야기하는 바람'

박범신의 높고 깊은 산문미학!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의 순례길을 따라가보려 합니다.

"나는 본래 길이었으며 바람이었다"

삶의 비의와 신의 음성을 찾아가는 머나먼 길

지극한 정신과 육체로 몰아붙인 순수의 여정

순례



아마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질주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기에 너나없이 오로지 앞으로 달려가는 우리들.

그렇게 한참을 앞만 보고 내달리다가, 어떤 새벽이나 한낮, 또는 어떤 저녁 어스름에 순간적으로 가슴 한쪽을 면도날로 긋고 가는 듯한 예리한 동통을 느끼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렇게 중얼거리는 순간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이런 순간을 그는 여기, 히말라야에 온다고 하였습니다.

히말라야는 무엇보다 내가 내 집, 내가 속한 사회에서 악을 써가며 지키고자 했던 것, 사악한 전투, 거짓말, 허세, 그리고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이 주었던 상처들까지, 얼마나 나와 상관없이 주입된 가짜 꿈들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히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걷는 것뿐입니다. 자동차도 없고 비행기도 없습니다. 오직 내 앞에 놓인 길만이 나를 도울 뿐입니다. 그러므로 영혼은 분산되지 않습니다. 멀리 있으니 오히려 내 나라가 조감도처럼 한눈에 보이고 그곳에서 습관에 의지해 죽을 둥 살 둥 달려온 나의 지난 삶도 아프게 보입니다. 바로 '은혜로운 생음'이 불러온 본원적 세계를 사실적으로 보고 느끼는 축복을 누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 page 17

그렇게 히말라야로, 킬리만자로로, 피레네산맥으로 자신 앞에 놓인 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몸은 고될지언정 불안감엔 사로잡히지 않는 그 길 위에 순례자가 되어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나는 비로소 눈물겹게 확인합니다. 불멸의 주인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오르고 또 올라도 허공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모든 길은 허공에서 시작되고 갈라지고 끝난다는 것을요. 살아서 무엇을 이룬다고 할지라도 근원적으로 우리가 불멸의 환희에 도달할 수 없는 건 스스로 허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 page 79

나는 무엇을 찾아 헤매었던가.

끊임없이 그가 묻고 또 물었던 이 질문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와 묻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히말라야 산협을 걸으면서 가장 아프게 다가온 회한은 고백하건대 대개 사랑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남녀 간의 '연애'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을 떠받치고 있는 근본으로서의 에너지가 사랑이라면 너무 보편적일까요. 범박하다고 질책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살아서 불멸은 꿈일진대, 사랑 이외에 우리가 진정을 다해 말해야 할 것이, 사랑 이외에 우리가 목 놓아 울어야 할 것이, 사랑 이외에 우리가 모든 진심을 맡겨도 좋은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하고 생각한 날이 많았습니다.

그렇고말고요, K형. 돌이켜보니 나는 사람이었고, 사람이므로 사랑하며 살아왔습니다. 사랑은 나의 명줄이었습니다. 사랑 때문에 썼고, 사랑 때문에 세상과 더러 싸웠고, 사랑 때문에 노동과 모든 수고를 바쳤으며, 사랑 때문에 자주 엎드려 울었습니다. 그러나 히말라야를 걸으며 나는 아프게 자책했습니다. 나의 사랑은 사랑이었다기보다 사랑의 습관, 사랑의 습관이라기보다 사랑의 '모방'은 혹시 아니었을까 하고요. - page 116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폐렴을 얻고 돌아와 폐암 판정을 받은 그.

그는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암종이 나의 숨구멍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는 전갈을 듣고 나는 순간적으로 이제까지 걸었던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순례가 시작되겠구나하고 생각한 것 같아요. 마침내 하나의 먼 길이 끝나고 또 다른 하나의 먼 길이 시작되는 문 앞에 당도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내가 이 책의 말미에 이 글을 덧붙이는 건 그 때문이에요. 마음 아프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죽든 살든, 어차피 한 세상 사는 건 당연히 하나의 순례니까요. - page 292

인생도 하나의 순례라 외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순례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숙연해졌었습니다.

삶의 의미를,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내 앞에 놓은 길.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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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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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의 저자 장하준 교수.

정말 오랜만에 신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가움과 설렘...

이번엔 다양한 음식으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로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벌써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건강한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더 공정하고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필수 안내서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너무나도 친숙한 재료.

이 재료들은 맛있는 음식만이 아니라 역사, 정치, 사회, 과학 등이 곁들여져 그야말로 풍성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도토리'로부터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스페인 남부의 돼지들과 도토리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 문화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할 줄이야...

흥미롭고도 재미있었습니다.

조금 생소한 '오크라'.

미끈둥거리는 식감, 여자 손가락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레이디 핑거스'라고도 불리는 '오크라'.



오크라는 아프리카에서 납치되어 노예로 끌려온 사람들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왔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인을 대규모로 노예화한 것은 유럽인이 신대륙을 점거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이들이 아니었으면 유럽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국의 공장과 은행을 운영하고 노동자를 먹여 살릴 금, 은, 목화, 설탕, 쪽빛 염료, 고무 등의 온갖 자원을 값싸게 얻지 못했을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없었다면 미국은 훨씬 더 오랫동안 초보적 금융 부문을 가진 전근대적 경제 국가에 머물렀을 것이고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은 미국 경제 발전뿐만 아닌 지금처럼 거의 한 대륙을 차지하는 거대 국가가 된 지정학적 변화를 시작한 촉매 역할도 했다는 사실을 통해 자유와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와!

'오크라'라는 재료가 가진 힘-한 음식에 들어 있는 여러 재료를 서로 잘 어울리게 융합시키는 힘-을 통해 서로 융합되고 한데 얽혀 있는 자본주의 역사의 경제와 자유, 비자유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본주의를 더 인간적인 체제로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멸치'는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산업화의 홍보대사라는 것을 밝혀주었고

'소고기'를 통해 자유 무역이 모든 사람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호밀' 덕분에 복지 국가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어주는 등

감히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닭고기'.

하지만 그 속엔 의미심장함이 있었는데...



러시아 국영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를 탄 인도인 승객이 자기가 채식주의자라면서 승무원에게 닭고기 말고 다른 식사를 줄 수 없는지 묻게 됩니다.

(보편적으로 모두가 먹는 육류라는 면에서 항공사들은 닭고기를 애용합니다.)

하지만 승무원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돼요, 손님. 아에로플로트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요. 사회주의 항공사잖아요. 특별 대우란 건 없습니다."

여기서 평등과 공평성에 대해 접근하게 됩니다.

요컨대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대하는 것 -채식주의자에게 닭고기 요리를 준다든지, 복강병을 가진 사람에게 밀가루 빵을 준다든지, 남녀 화장실을 같은 크기로 만든다든지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공평한 일이다. 아에로플로트 승무원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것은 특별 대우가 아니다. 그것은 공평함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 page 238 ~ 239

닭고기가 일깨워준 경제적 평등과 공평성의 의미.

숙연해지곤 하였습니다.

식재료와 음식의 생물학적 특징, 계통, 지리학적 근원과 확산 경위, 그를 둘러싼 경제적·사회적 역사와 정치적 상징성,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

덕분에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의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일은 다양한 요리법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학 섭취를 더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더 균형 잡히고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 page 336

다음엔 어떤 이야기로 우리 앞에 다가올지 기대하며...

오늘 저녁 식탁에 함께할 음식들...

그들이 담고 있을 경제 이야기와 함께 풍성한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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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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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뜻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거부되고, 조롱당하고, 노출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통스런 정서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여기에는 당혹스러움, 굴욕감, 치욕, 불명예 등이 포함된다. 수치심의 발생에는 초기에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노출되고, 경멸받는 경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_ 정신분석용어사전 terms.naver.com

누군가에게나 하나쯤 있는, 숨기고 싶은 비밀과 관련된 감정인 '수치심'.

그런데 말입니다.

이 수치심을 이용해 기업이 이윤을 추구한다는 사실!

이른바 '수치심 비즈니스'라니...

놀랍지 않나요!!

이런 수치심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나아가 부추기는 시스템에 대해 이 책에서 고발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민낯을 낱낱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당신의 수치심이 그들의 돈과 권력이 된다

"위험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다룬 책"

-『타임』

셰임 머신



먼저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수치심이 생기고, 지속되고, 커지고, 돈벌이에 이용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늘 또래에 비해 몸집이 크고 외톨이였던 저자.

비만이라는 수치심으로 벗어나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지만...

'다이어트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문제다.'

이 신조를 누구 못지않게 열렬히 받아들인 저자는 불편하게 살았고 습관처럼 자기 처벌을 했습니다.

사실 비만은 전 세계적 과제로, 그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고 우리의 수치심을 부추기고 있었습니다.

2014년 미국 다이어트 리얼리티 <비기스트 루저> 방영 당시 118킬로그램에서 체중의 절반 이상을 빼고 우승 상금을 거머쥐었던 레이철 프레데릭슨.

이 방송은 수백만 시청자에게 '당신은 인생의 낙오자를 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흘리며 시청자들은 저들처럼 되지 않으려 운동을 다짐하게 됩니다.

방송이 끝난 뒤 출연자들은 출연 전보다 체중이 더 늘거나 요요현상까지 겪게 되고 시청자 역시도 다이어트에 성공하나 사람은 일부일 뿐 상당수의 사람은 살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수치심을 안고 자기혐오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었으니...

다이어트로 이익을 본 사람은 뚱뚱한 사람들이 아닌 이를 전시한 방송국과 후원 기업들이었다는 것!

애석하게도 막강한 수치심 산업 복합체는 아이의 불행에 이해관계가 있다. 우리가 잘못된 가정과 유사 과학을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책할 때, 수치심 산업 복합체는 이익을 얻는다. 우리처럼 이 아이도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수치심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마음에 위안이 찾아올 것이다. - page 54

다이어트 산업뿐 아니라 마약거래상, 재활시설, 제약업체 등 피해자가 자책하고 그들의 노력이 실패할수록 사업가들은 부유해지는 '수치심 비즈니스'에 대해 살펴본 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한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무서운 '소셜 미디어'.

인터넷이 없던 시설에는 친구나 이웃끼리 공유하며 웃고 말았을 것이 이제는 어쩌다 한번 넘어진 일도 전 세계가 공유하게 된 이 시대.

거대 디지털 기업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알고리즘을 활용해 외모나 조악한 취향, 정치 이슈를 놓고 서로 조롱하도록 갈등을 부추깁니다.

이런 흐름은 기업의 이윤뿐 아니라 혐오 정서를 군중에 전파하며 수치심의 악순환을 영구화하였습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민낯.

소름이 끼쳤습니다.

이처럼 강력하고 수익성 있는 수치심 머신은 경제활동을 지배하고 수많은 사람의 인생에 해악을 끼치는데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우리를 둘러싼 수치심을 깨달은 다음 다 함께 크고 작은 수치심 머신을 해체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수치심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 사회의 거대한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에 놀랍기도 무섭기도 하였습니다.

일상에서 수치심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자각하면 막강한 기업과 기관이 어떤 식으로 수치심을 통해 이윤을 취하는지 보인다는 저자의 이야기.

더 이상 수치심으로 우리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말고 반격할 힘을 기르는 것.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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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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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어쩌면 지금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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