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빨강’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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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조선 미술관』을 읽고 계속해서 우리의 그림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이 책!

표지부터도 우리의 감성이 느껴지는 듯했고 무엇보다 끌렸던 점은 '만화'로 옛 그림의 세계를 구현함으로써 보다 당대 선비들의 일상과 고뇌, 기쁨과 이상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옛 그림과 조화를 이룬 한국화풍의 만화.

기대되지 않나요!

서둘러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따뜻하고 정감 어리며 가슴 먹먹하게 애절하고 넉넉한 웃음 가득한 이야기,

옛 그림의 특별한 순간, 옛 사람의 특별한 마음을 만나다!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우리에게 조선 시대 걸작 그림 속으로 안내해 줄 이들.



이들과 함께 정선, 김홍도, 남계우, 김정희, 정양용, 강희안, 안견, 이정 등 조선의 대표 화가들의 그림과 고사 인물화나 산수 인물화 같은 조선 선비들의 이상과 철학을 담은 그림을 통해 당대 화가들의 감수성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12편의 이야기.

그 속엔 유배지에서 딸의 혼사를 보지 못한 아비의 미안함과 행복을 비는 마음을 아내의 치마폭에 그린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태어날 때부터 병약해 방 한 칸이 세상의 전부였던 여동생이 좋아한 나비를 그리다 '남나비'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남계우의 <화접도>,

이익과 권세를 좇는 시류에도 한결같이 자신을 섬기는 제자 이상적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린 김정희의 <세한도> 등

그 시대의 감성은 고스란히 지금의 우리에게도 전해져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그림이 더 가슴 먹먹하게 다가오는 건 수묵으로 여백을 남기며 동식물에, 자연에 마음을 빗대어 그려냈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눈길이 가고 감상 그 이상의 느낌을 받는다고 할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다시 손길은 앞장으로 넘어가면서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었던...

다음 책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은 작품을 꼽자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였습니다.

겸재정선미술관을 다녀왔었고 이 작품을 보았었는데 그때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 속에 담긴 사연이...

60년을 함께했던 '이병연'의 투병 소식에 무엇을 하면 힘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눈에 들어왔던 인왕산의 모습.

그 웅장한 기운처럼 당당하게 쾌차하길 바라며 <인왕제색도>를 완성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로부터 며칠 뒤 이방연은 숨을 거두게 되는데...

검푸른 인왕산의 심장이라도 되는 듯

산의 왼쪽 가슴께 그려진 이병연의 집은

겸재 정선의 마음처럼 지금도 살아서

그의 그리움 그대로

내게 전해져 왔다. - page 26

또다시 숙연해졌습니다.

우리의 그림.

아직까지도 저평가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을, 그래서 이 같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우리만의 멋과 낭만이 있는 그림들.

내 마음 속 깊이 아로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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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2 - 라이프, 오늘보다 더 눈부시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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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현재 대한민국 미술 전시 기획자들과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전시 해설가 '정우철'.

그의 첫 번째 미술 극장을 재미나게 읽었기에 이 책 역시도 구입을 해 놓고 있다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가 나오는 걸 본 뒤 바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고전을 읽고 있는데 고전하는 중이라...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읽어보려 합니다.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나를 발견하고 되찾는 일

오직 나에게 귀 기울이는 조용한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2



"나는 오늘도 미술관에서 사는 법을 배웁니다"

폭풍과도 같은 젊음을 지나 최후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삶의 순간을 그림 속에 빠짐없이 기록한 화가들.

저 그림만큼 행복할 수 있다면...

저 사람만큼만 용감할 수 있다면...

거듭 희망하고 거듭 다짐하게 해 주는 화가와 그림들.

책에서는 12명의 예술가들의 예민한 눈과 부지런한 손과 얼음 같은 영혼을 통해 그려낸 180여 점의 명작에 대한 감상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예술은 온갖 고통을 잘게 씹어 으깨는 찬란한 분투임을 보여주며,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나를 발견하고 되찾는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흐르는 날엔 고흐를.

역시나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지요.

저에게 고흐는 '해바라기'였습니다.

노란색이 이토록 찬란할 줄이야... 하며 감탄하며 그때부터 고흐와 관련된 책이라든지 전시를 찾아다니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그림이 자꾸만 제 시선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



요양원 창 너머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눈앞에 보였을 창살을 지우고 앞에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채워 넣고 아를과 고향의 풍경을 그린 그가 편지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합니다.

별이 비치는 모습은 나에게 항상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 (......) 저 별에 가기 위해서는 죽어야 하겠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야.

그의 속내가 저에게도 참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37년이라는 짧은 인생 속 가난은 그림자처럼 따라왔지만 그릴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행복했고 밤 하늘의 별이 주는 위로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던 그.

그런 그가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고흐의 삶은 예술가란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느라 정작 중요한 문제에는 소홀한 사람들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고흐는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 듯합니다.

당신은 생의 마지막 순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나요?

그리고 19세기 그림 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작품과 화가는 누구일까?

바로 <풀밭 위 점심 식사>를 그린 '인상파의 아버지'로 알려진 '에두아르 마네'였습니다.

모델의 포즈, 강렬한 색채의 대비, 회화적 표현에서 예술적 전통을 깨는 것에 거침이 없었던, 논란과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마주했던 마네.

그중에 이 작품이 제 인상에 남았었는데 <폴리 베르제르 술집>.



그냥 바라보았을 땐 아름답다는 느낌뿐이었는데 여기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노년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는데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마네를 위로하기 위해 꽃을 보내줬고 마네는 그 꽃들을 그렸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에서도 꽃만 따로 봐도 정물화 작품처럼 보일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했는데 그 시기 그곳에 자신이 그리던 꽃을 그려두었던 것으로 아픈 몸으로 마지막 열정을 불살랐던 마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마네가 죽음이 다가왔을 때 과거 비평가들의 수많은 조롱으로 인한 상처를 고백했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욕설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를 모른다.

새삼 그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위대함 뒤에 감춰진 아픔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입니다. 용기를 잃지 않는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지나온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지혜를 연습해야겠습니다. 그 용기와 지혜가 비범한 일을 이룬다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고단한 인생에 대한 위로와 환대는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때에 찾아오리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정우철 도슨트가 이야기했던 '에드바르 뭉크'.

우리에겐 <절규>로만 익숙했지만 덕분에 알게 되었던 <태양>이란 작품.



어떻게 20대 후반의 나이에 <절규>를 그린 사람이 이렇게 찬란한 <태양>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죽음과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그는 얼마나 분투했던 걸까요? 자신이 받은 고통을 얼마나 간절하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전 국토의 90퍼센트가 야생의 상태로 남아 있는 노르웨이, 그 척박한 곳의 사람들에게 뭉크는 생명과 자연, 즉 우리의 삶에 대한 예찬을 전했던 것입니다.

이 그림은 훗날 노르웨이의 국민 화가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고 노르웨이 지폐에 그의 초상과 함께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예술로 삶과 그것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내 그림들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어느새 그의 그림이 다정한 안부를 묻는 것 같았습니다.

뭉클하고도 가슴 아팠던...

그럼에도 그 속에서 큰 위로를 받았던 그들의 이야기.

두고두고 곱씹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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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숫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수학이 어렵지 않아요!
클라리시 우바 지음, 펠리페 토뇰리 그림, 김일선 옮김, 이동환 감수 / 글담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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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는 그저 해맑던 우리 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미소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글밥도 그렇지만 숫자에서 산수로, 다음에는 '수학'을 마주하게 되면서 비명 아닌 비명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 엄마.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었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읽고 아이에게 재미난 수학의 세계로 인도해 보고자 합니다.

(나중엔 아이가 읽고 이해하길 바라며...)

'도대체 골치 아픈 수학 누가 만든 거야!'라는 어린이의 의문에 답해 주고

재미난 숫자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교과서 속 수학 개념'을 깨닫게 해 주는 책!

재미난 숫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수학이 어렵지 않아요!



저 역시도 어릴 적 외쳤던 질문.

"도대체 수학은 누가 만든거야!"

그들 덕분이 아닌 그들 때문에 복잡하고도 어려운 '수학'을 배운다며 투덜거리곤 했던 지난날 어린 나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이제는 지금의 아이에게서 마주하게 되었지만...

수학을 만든 사람들은 여러분을 괴롭히려는 고약한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고 우리와 다른 별난 사람들도 아니에요. 여러분이나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필요를 해결하다 보니 수학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생겨난 것이지요. 그러니까 수학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할 수 있어요. - page 4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지만 아이는 여전히...

아무튼 이 책에서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숫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개념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쉽고도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수가 없는 부족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대인들이 수를 세던 방법부터 손가락이 열 개라서 십진법이 만들어진 이야기,

직각삼각형의 비밀을 파고든 피타고라스 덕분에 우리가 반듯한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 이야기,

지금의 우리에겐 당연한 개념인 '0'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야기,

정확한 원주율의 값(파이, π)을 알아내려는 수학자들의 숱한 노력으로 우주에도 갈 수 있게 된 이야기 등.

오랜 세월 많은 수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가장 쉽고 간단한 형태의 '수학'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요즘 아이가 학교에서 '주산'을 배우고 있는데...

처음 배웠을 때 '주판'이 왜 이렇게 생긴건지 물어보길래 어영부영 답을 해 주고 말았었는데 이 책에서 답을 찾아냈습니다.

자신을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양치기라고 가정해 봅시다. 나는 수를 5까지만 셀 줄 압니다. 그런데 양은 35마리 있어요. 낮에 들판에 풀어 놓은 양들이 저녁에 모두 돌아왔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수를 5까지만 셀 줄 아니 양 5마리마다 나무에 줄을 하나씩 긋습니다. 나무에 줄 5개를 긋고 나면 더 이상 수를 셀 수 없으니 새 나무에 줄을 긋습니다. 그렇게 줄 5개를 그은 나무 하나와 줄 2개를 그은 나무 하나를 손에 들게 되면 '아, 이제 양들이 모두 돌아왔구나.'하고 알게 되는 거죠.

나무가 없다면?

돌멩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법이 '주판'인 셈인데...


 


저도 한 수 배웠으니 아이에게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 조금 알 것 같아!"

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이렇게 서로 배워나가는 재미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은 숫자 이야기뿐만 아니라 수학이 좋아지는 '놀이'까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만들기를 좋아하기에 <피라미드 종이접기>를 하면서 단순히 종이접기가 아닌 여기에도 수학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일러주면서 수학은 어디서든 친숙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야기로 보다 쉽게 쓰여 있었기에 그만큼 '수학'은 어렵지 않음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을 발판 삼아 수학의 재미를 느껴보기를.

나아가 수학자처럼 생각하고 수학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즐거웠던 수학 경험.

저 역시도 재밌게 읽었고 책에서 소개되었던 게임은 아이들과 하면서 지속적으로 수학에 친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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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 어느 서른 살의 우울증 극복기
여행자메이 지음 / 얼론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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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어릴 적엔 그저 기분이 가라앉는다...라고 느꼈지 딱히 '난 우울증이다'라 단정 짓지 않았었지만...

30에 접어들고 임신을 하고 나서 우울증이란 것을 제대로 맞이하게 되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 속에 조금씩 나아지곤 했지만 요즘도 어느 순간 찾아오면...

그래서 이와 관련된 책을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내 모습을 직면하게 될까 봐...

솔직히 이 책 역시도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구에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울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찬란하잖아."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느 서른 살의 솔직하고 용기 있는 고백.

저도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볼까 합니다.

"초콜릿케이크가 눈앞에 있든 아니든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아야 해요."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인기 유튜버이자 작가인 저자 '여행자메이'.

그간 산티아고 순례길, 인도와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그만의 감각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내러티브로 많은 구독자를 불러 모았고, 영상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냈던 그녀가...

어느 날 우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해일처럼 다가왔습니다.

나는 서른의 문턱에서 완벽하게 길을 잃었다. 목적을 잃은 상실감, 대상이 불분명한 환멸감, 후회 섞인 자괴감...... 순서조차 알 수 없이 일순간 불어난 눈덩이는 채 대비할 새도 없이 나를 깔아뭉갰다. 나는 그 무게를 들고 일어설 힘이 없어 쥐포처럼 납작해진 채 가만히 누워 빗소리만 들었다. 아마 그즈음 우울증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 page 12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눈덩이를 굴리며 키우며 덮쳐왔던 우울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나는 다짐했다. 내 이십 대를 세상을 여행하는 일로 찬란하게 물들였다면, 내 남은 시간은 나를 여행하는 일로 채워가겠다고.

내가 가장 알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고, 사랑하는 그 여행지, 내 속으로의 여행을 이제라도 시작해야겠다고.

그렇게 나는 나를 여행하기로 했다. - page 32

명상을 통해

"사실 저는......, 평생을 함께 한 사사로운 감정들이 사라진다는 게 좀 무서워요."

"이해해요. 그 사사로운 감정에는 행복하거나 기뻤던 순간도 있을 테니까요."

"맞아요."

"하지만 그런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이 오늘의 행복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나요?"

"네?"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 그에 대해 더 집착하게 되고, 또 그렇지 못한 오늘과 비교해 오늘을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오늘을 그저 행복하지 못한 날로 여기고 있지는 않나요?" - page 39 ~ 40

행복한 지난 순간들을 완전히 놓아주어야 내게 찾아오는 모든 오늘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 우연히 접한 클라이밍으로부터

이 행위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던 나의 어떤 시기에,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계속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으니까. 추락을 해서 피 좀 보더라도 균형만 잘 잡으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죽음이 아닌 삶에 더 가까워졌다고, 맞다. - page 121

추락을 했더라도 다시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기 위한 근육들을 키워나가면서 수많은 고통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아주 평화로운 일상...

한 가지 분명한 건, 나만은 기필코 나의 영원한 구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직 나만이 가능하다. 당신 역시 당신만이 당신의 구원이 될 수 있다. - page 100

어쩌면 한없이 어둡게 그려질 수 있었던 우울.

저자는 자신이 겪은 우울과 실패,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진솔하게 그려서 적잖이 위로도 받았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에 대한 해답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럼에도 겪어본 사람이 그 고통을 알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이렇게 마주하게 되니 한 줄기 빛을 찾게 된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삶의 고통을 유쾌하게 넘기는 주문도 얻게 되었으니

"멈춰! 과몰입!"

저도 유연하게 흐르는 대로 균형을 잘 잡으며 찬란히 살아보겠습니다.


참!

저자는 자신의 장례식장을 입구부터 일생을 담은 사진들이 줄지어 걸려있고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가 울려 퍼지며 소주보단 와인을 마시며 기려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난...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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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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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있으며 복작거리더라도...

외로움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배부른 소리일까......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은 사람,

고독 앞에 담대해지고 싶은 사람 혹은 은밀하게 고독을 갈구하는 사람,

"모두 환영한다."

저를 환영하는 이 책.

개인적으로 아는 작가들은 아니었지만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들이라고 하니 그들이 들려주는 '외로움'에 관한 고백에 제 외로움도 기대어볼까 합니다.

당신이 '외로움'을 좀 더 다정하게 대할 수 있기를...

당신의 '외로움'이 이 이야기들 속에 닻을 내릴 수 있기를...

ALONE



이 책은 '외로운 존재'가 되었던 경험에 대해 22명의 작가가 털어놓은 지극히 사적인 고백이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현존하는 고립의 무게를 견디는 동시에 과거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 '혼자였던 순간'을 끄집어내야 했던 작업.

그러한 경험을, 감정을 털어놓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혼자란 것이, 외로움이란 것이 마냥 쓸쓸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문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얼론》을 엮으면서, 나는 고독의 고요한 기쁨과 소외의 충격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 걸쳐 왔다가 사라지는 외로움의 부드러운 파도에 대한 이야기들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인간의 가장 연약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간절하게 때로는 허심탄회하게 전함으로써, 모든 이를 안심시키고 다시 하나로 이어줄 이 이야기들이 머물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고자 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자칫 어둠 속으로 밀려가게 마련인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나 경험 위로 한 줄기 빛이 비치길 바란다. - page 9

외로움을 조금은 다정히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오히려 외로움으로부터 위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스민 워드의 <새로운 희망>은 쉬이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숨을, 못 쉬겠어.

팬데믹 시기에 사랑하는 남편은 집중 치료실에 들어가 있었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목격자처럼 그곳에 서 있는 것뿐이었음에...

결국 그를 잃어버린 그녀.

배우자의 죽음은 타는 듯한 슬픔 속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졌던 흑인 차별 사건들.

숨을 쉴 수가 없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사랑했던 이들이, 이들이 내질렀을 울부짖음이,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던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상실감'이란 건 사랑했던 이들의 숨통을 강한 산성 물질처럼 태워 버린다는 것을...

그 먹먹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잠시 방황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고 있어.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고 있어.

당신이 말한다.

사랑해.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

우린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는다.

우린 여기 있어. - pagee 73

헬레나 피츠제럴드의 <기묘하고도 힘겨운 기쁨>은 공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여성으로서 혼자 살아간다는 건 두려움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그래서 사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가정을 선택하면 풍요로운 즐거움들을 경험하게 하지만 가치 있는 희생도 있기에...

여성으로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이나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 우리 여성들은 종종 완벽하게 자기 자신만을 위해 내린 판단이 거부당하는 경험을 하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나면 포기하기가 어렵다. 내가 성숙의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하고 이 소중하고 얻기 힘든 것을 조금씩 떠나보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혼자 사는 삶을 놓아 주는 과정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삶에 나 자신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나의 일부는 여전히 혼자 지내는 삶이 지닌 강렬한 즐거움을 향해 끊임없이 되돌아간다. - page 131

외로움은 인생의 지평선 위에 보초처럼 서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각자 자신의 외로움을 받아들이면서 만끽해 보는 건 어떨지.

저도 오늘 제 앞에 놓인 외로움을 온전히 맞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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