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외로운 존재'가 되었던 경험에 대해 22명의 작가가 털어놓은 지극히 사적인 고백이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현존하는 고립의 무게를 견디는 동시에 과거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 '혼자였던 순간'을 끄집어내야 했던 작업.
그러한 경험을, 감정을 털어놓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혼자란 것이, 외로움이란 것이 마냥 쓸쓸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문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얼론》을 엮으면서, 나는 고독의 고요한 기쁨과 소외의 충격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 걸쳐 왔다가 사라지는 외로움의 부드러운 파도에 대한 이야기들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인간의 가장 연약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간절하게 때로는 허심탄회하게 전함으로써, 모든 이를 안심시키고 다시 하나로 이어줄 이 이야기들이 머물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고자 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자칫 어둠 속으로 밀려가게 마련인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나 경험 위로 한 줄기 빛이 비치길 바란다. - page 9
외로움을 조금은 다정히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오히려 외로움으로부터 위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스민 워드의 <새로운 희망>은 쉬이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숨을, 못 쉬겠어.
팬데믹 시기에 사랑하는 남편은 집중 치료실에 들어가 있었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목격자처럼 그곳에 서 있는 것뿐이었음에...
결국 그를 잃어버린 그녀.
배우자의 죽음은 타는 듯한 슬픔 속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졌던 흑인 차별 사건들.
숨을 쉴 수가 없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사랑했던 이들이, 이들이 내질렀을 울부짖음이,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던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상실감'이란 건 사랑했던 이들의 숨통을 강한 산성 물질처럼 태워 버린다는 것을...
그 먹먹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잠시 방황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고 있어.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고 있어.
당신이 말한다.
사랑해.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
우린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는다.
우린 여기 있어. - pagee 73
헬레나 피츠제럴드의 <기묘하고도 힘겨운 기쁨>은 공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여성으로서 혼자 살아간다는 건 두려움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그래서 사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가정을 선택하면 풍요로운 즐거움들을 경험하게 하지만 가치 있는 희생도 있기에...
여성으로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이나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 우리 여성들은 종종 완벽하게 자기 자신만을 위해 내린 판단이 거부당하는 경험을 하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나면 포기하기가 어렵다. 내가 성숙의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하고 이 소중하고 얻기 힘든 것을 조금씩 떠나보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혼자 사는 삶을 놓아 주는 과정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삶에 나 자신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나의 일부는 여전히 혼자 지내는 삶이 지닌 강렬한 즐거움을 향해 끊임없이 되돌아간다. - page 131
외로움은 인생의 지평선 위에 보초처럼 서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각자 자신의 외로움을 받아들이면서 만끽해 보는 건 어떨지.
저도 오늘 제 앞에 놓인 외로움을 온전히 맞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