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캐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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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학사에서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를 넘어 윌리엄 포크너, F. 스콧 피츠제럴드, 솔 벨로, E.L. 닥터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어도어 드라이저'.

솔직히 저자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그의 영향을 받은 이들의 명성에 힘입어 이 소설을 읽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어림짐작할 수 있을 듯한...

한 여인의 삶을 그리고 있겠구나...

하지만 그걸 어떻게 그려냈는가가 관건이겠고...

근데... 두께감이... 뭐지?!

차분히 마음 다잡고 읽어보았습니다.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19세기 '점잖은 전통'의 한복판에 던진 폭탄 같은 소설!

잔인하고도 무자비하며 날카로운 사실성을 지닌 이 작품은

앞으로도 오래 독자들의 기억에 각인될 것이다. _ 런던 익스프레스

시스터 캐리



캐럴라인 미버가 시카고행 오후 기차에 올랐을 때 지닌 것이라고는 작은 트렁크와 어깨에 멘 싸구려 가짜 악어가죽 가방, 점심거리를 넣은 작은 종이 상자, 노란 가죽 손지갑뿐이었다. 손지갑 안에는 기차표와 밴뷰런 스트리트에 사는 언니의 주소가 적힌 쪽지와 사 달러가 들어 있었다. - page 11

때는 1889년 8월.

가족들은 반쯤은 애칭으로 '시스터 캐리'라 부르는 캐럴라인은 열여덟에 고향을 떠나고자 합니다.

대개 열여덟에 고향을 떠난 처녀는 둘 중 하나가 되기 마련.

도움의 손길을 만나 잘되거나, 아니면 미덕에 대한 대도시의 기준을 금세 받아들여 타락하거나.

그녀는 자신의 매력에 관심이 있었고 삶의 강렬한 쾌락에 빨리 눈을 떴으며, 물질적인 것들을 얻고자 하는 야심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무장하지도 못한 주제에 도시를 굴복시켜 제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발밑에 공손히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하겠다는, 그런 모호하고 아득한 최고의 권력을 꿈꾸며 '시카고'란 신비로운 도시로 떠나게 됩니다.

시카고행 기차에서 맵시 좋은 새 정장을 입고 돈뭉치가 가득한 지갑을 손에 쥔 영업사원 '찰스 드루에'를 만나면서 캐리는 더 부와 성공을 향한 열망에 이끌리게 되는데...

시카고에 도착해 간 언니네는 불빛과 환락의 세계는 없었습니다.

즐길 거리도 없었고 세파와 고생에 찌든 티가 역력한 언니.

캐리는 가까스로 얻은 주급 4달러 50센트짜리 일자리마저 잃고 다시 시골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때 우연히 드루에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왜 고향으로 가겠다는 거예요?" 그가 물었다.

"여기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으니까요."

"언니네가 데리고 있어주지 않겠대요?" 그가 직감적으로 물었다.

"그럴 형편이 못 돼요."

"내 말대로 해요. 나랑 같이 있어요. 내가 보살펴줄게요." - page 98

드루에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안락한 생활을 얻었지만 드루에를 통해 유명 인사들이 모이는 고급 술집의 지배인 허스트우드를 만나 보다 높은 부와 성공의 세계를 동경하게 됩니다.

그러다 연극의 대타로 캐리가 성공을 하게 되고 허스트우드가 술기운에 돈을 훔치고 충동적인 계략으로 캐리를 데리고 도망쳐 뉴욕에 정착하게 되면서 이들의 삶은 점차 상반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캐리는 코러스 걸로 시작해 주급 12, 20, 35달러로 점차 오르다 주연배우로 150달러짜리 전속계약을 맺게 되지만,

캐리가 떠난 후 허스트우드는 홀로 하루 50센트짜리 방에서부터 35, 10센트, 이내 길거리를 전전하며 무료 급식소에서 얻어먹는 처지로 전락하는...

악이 안니라 더 나은 것에 대한 갈망이 그릇된 길로 이끄는 경우가 더 많다. 악이 아니라 선이, 이성적인 사고에는 익숙지 않고 느낄 줄만 아는 정신을 유혹하는 일이 더 많은 것이다.

화려하게 빛나는 위치에서도 캐리는 불행했다. 드루에와 동거하게 됐을 때 그녀가 이렇게 생각했던 것과 같았다. '이제 난 최고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야.' 허스트우드가 겉보기에 더 나은 길을 그녀 앞에 제시했을 때에도 그랬다. '이제 행복해.' 하지만 세상은 그 어리석음에 같이 어울리려 하지 않는 자들을 모두 남겨두고 제 갈길을 가버리는 법이라, 그녀는 이제 혼자였다. - page 651 ~ 652

시골 처녀 캐리 미버가 대도시로 상경해 배우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19세기 말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상과 그 속에서 들끓는 인간의 욕망을 묘파한 이 소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있을까...!

죽어라 피땀 흘리며 일한 들 나아지지 않는 현실.

물질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우선시되는 사회 속 결국 황폐해지고 만 이들.

그렇다고 그들에게 손가락질할 수 있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무엇보다 '캐리'.

욕망으로 들끓는 듯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진정한 욕망이 무엇인지 모른 채 타인들의 욕망을 좇는 그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아, 캐리, 캐리여! 아, 맹목적으로 분투하는 인간의 마음이여! 그것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라고 명령한다. 아름다움이 이끄는 대로 따른다. 그 아름다움이 고요한 풍경에 홀로 울려퍼지는 양의 종소리건, 목가적인 풍경 속의 아름다운 빛이건, 지나치는 눈 속에 엿보이는 영혼이건, 마음은 그것을 알아보고 응답하며 뒤따른다. 발길은 지치고 희망은 헛되어 보일 때, 바로 그때 가슴이 아파오고 갈망이 솟아오른다. 그때에야 비로소 싫증을 내지도, 만족하지도 못함을 알리라. 흔들의자에 앉아, 창가에서 꿈꾸며 홀로 갈망하리라. 창가의 흔들의자에 앉아 결코 느끼지 못할 그런 행복을 꿈꾸리라. - page 653

이는 우리에게도 전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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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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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보곤 합니다.

여느 매체에서 줄 수 없는 감동을 받을 수 있기에,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기에 애니메이션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곤 하는데...

여기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지친 우리들에게 위로를 건넨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이가 따스한 손을 내밀어 줄지 기대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어린 시절, 그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순간이 있다

어릴 적 순수함과 모험, 사랑과 용기를

현재의 나로서 만나는 순간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4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각 장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어린 시절 친구와 나누었던 우정, 조건 없는 사랑, 운명 같은 순간들, 순수하고 빛나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이의 기억,

그 시절 반짝이던 순수함 속으로

애니메이션은 주로 '미야자키 하야오'였습니다.

(우리의 애니메이션도 하나쯤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란 아쉬움도 좀 남긴 하네요...)

워낙 명작들이고 저 역시도 많이 좋아했던 작품들이기에 그때 그 장면을 떠올리며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포켓몬스터>의 등장에 순간 빵 터졌었습니다.

한지우와 피카츄가 모험을 떠나며 대결하는 내용인데... 여기에?!

그렇지 않아도 최근까지도 아이가 포켓몬스터 이름을 외우고 집에 도감집이... 띠부띠부씰을 모으고 카드를 모으고... 게임까지 하고 있는...

그래서 애증의 만화라고만 여겼었는데...



이런 명대사들이 있었단 말인가!

그중에서 인상적인 대사

"최강의 포켓몬 같은 것은 없고, 베스트 구성도 없어.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이기는 것은 어렵지.

그러나, 강함을 추구하는 마음, 최강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것을 나는 고귀하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너를 존경한다."

마냥 천진난만한 지우로만 여겼는데 울컥하곤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그렇게 강렬히 바랐던 꿈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열정적이던 꿈은 어른이 된 우리의 삶에, 냉혹한 현실에 사그라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기회로 우리의 꿈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린 시절 당신이 간절히 바라던 꿈을 어른이 된 당신이 응원하고 지지해 줄 수 있을 거예요. 그때 그 꿈을 다시 한번 꺼내 꿈을 향한 여행을 떠나보세요. 우리의 여행이, 그리고 지우와 피카츄의 여행이 언제고 계속되길 바랍니다. - page 40

다시 <포켓몬스터>를 본다면 예전과는 사뭇 달라질 것 같습니다.

최근에 딸과 함께 본 <스즈메의 문단속>도 있어서 반가웠었습니다.

딸이랑 서로 너무 감동받아서 몇 번이고 보았었는데...

그때 좋았던 대사가 여기서 다시 만나니 뭉클함에...



오늘의 나는 곧 내일의 나이며, 오늘의 내가 있기에 내일의 내가 있는 것입니다. 결국, 스즈메가 닫는 문들은 과거의 상처와 기억을 상징하고, 문을 닫는 과정은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죠. 인간은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고, 그 기억이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는 베르그송의 '지속 이론'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러분도 다른 시대의 스스로로부터 큰 응원과 믿음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과 어제가, 오늘과 내일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요. 오늘을 소중히 하는 것이 단단한 나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 아닐까요. - page 159

<스즈메의 문단속>을 안 본 이가 있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해 봅니다.

이 책의 매력적인 점은 바로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몽글해진 마음으로부터 마주하게 된 순간들을 끄적이며 나만의 책으로 완성될 수 있음에.

특히 QR코드를 통해 BGM까지.

그 순간만큼은 나만의 공간임에 저에겐 너무나 소중하였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도라에몽>이 깊게 남았었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힘이 약하더라도

어딘가에 너의 보석이 있을 거야.

그 보석을 다듬고 다듬어서, 반짝반짝하게 빛내봐."

"나는 말이야, 이렇게 넋 놓고 네 얼굴을 보기만 해도

뭐라 말할 수 없는 편안한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야."

집에 있는 도라에몽 인형이 저에게 전하는 말 같아서 오늘은 왠지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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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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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시리즈인지 모르고 제목에 끌렸던 이 책.

알고 보니 『1913년 세기의 여름』으로 전 세계 지식인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은 '플로리안 일리스'의 11년 만의 후속작이라 하였습니다.

전작이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의 시작점"인 1913년으로 되돌아가 모더니즘의 찬란한 태동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었다면, 이번 신작에선 세계사적으로 가장 불행했던 시기라고 할 말한 제1차세계대전 이후부터 제2차세계때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10년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니...

암울했던 시기.

하지만 그 속의 '사랑'을...

왠지 모르게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데...

과연 이 느낌이 맞을지 책장을 펼쳐봅니다.

증오와 몰락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불꽃같은 사랑의 파노라마

사르트르, 보부아르,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피카소, 달리, 비트겐슈타인...

어두운 현실에 예민하게 맞선 예술가들의 사랑과 배신, 환희와 공포의 스펙터클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뉴욕 증시 폭락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대공황과 더불어 나치즘, 파시즘, 공산주의가 부상하고 불안과 증오가 악순환을 이루며 파국으로 치닫던 시대.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끔찍했던 전쟁을 겪은 직후이기에 그 누구도 과거를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았던 시대.

1929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난 1939년까지 격동의 10년을 문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요 인물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랑 이야기를.

그렇다면 왜 '사랑' 이야기였을까...?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등장인물이 엄청 많았고 그만큼 저마다의 사랑의 모습도 다양했습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같은 소설가들부터,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오토 딕스 같은 화가,

한나 아렌트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아인슈타인 같은 철학자와 과학자,

마를레네 디트리히나 레니 리펜슈탈과 같은 영화계 인물,

요제프 괴벨스와 콘라트 아데나워와 같은 정치인 등

이들이 그린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근친애, 지고지순한 사랑, 이기적인 사랑, 불같은 사랑, 권태로운 사랑, 육체적인 사랑, 정신적인 사랑, 계약연애 등등

이 모든 건 허구가 아닌 사실이라는 점에서 찌릿찌릿 쾌감마저 느끼며 읽었었습니다.

시작을 열었던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1929년 봄,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처음 눈이 마주친 이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성을 잃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6월 초 어느 날.

마침내 단둘이 만나기로 한 날.

그녀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르트르.

그에게 금발머리의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다가옵니다.

자신이 시몬의 여동생 엘렌 드 보부아르라고 하면서 언니는 아쉽게 오늘 못 온다고...

"그런데 이 많은 사람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저를 찾아냈습니까?" 엘렌이 이렇게 대답한다. "언니가 말했어요. 키가 작고, 안경을 썼고, 아주 못생겼다고." 이렇게 20세기 가장 위대한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 page 9 ~ 10

하지만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자유연애를 선언한 사르트르의 끝없는 바람기 때문에 시몬 드 보부아르가 남몰래 괴로워했다는 것을.

상대성이론 창시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 로맨틱함을 느꼈었는데

아인슈타인은 여름날 같은 카푸트의 호숫가에 있는 아내에게 이렇게 전보를 친다. "글로 쓰는 것은 바보 같아, 일요일에 당신에게 키스하러 갈게." 그러니까 일요일 = 키스 x 시간 인 셈이다. - page 26 ~ 27

열정적인 사랑의 시대였지만 동시에 냉정의 시대이기도 하였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심장은 그저 근육에 불과하다는 걸 믿으라며

낭만주의는 19세기에 있었던 문학사조일 뿐이라 덧붙였습니다.

전쟁의 트라우마와 얼음과 어둠에 대한 공포는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객관적 실재를 중시했던 신즉물주의로 기술 지상주의, 기계 숭배, 물질 만능주의와 자기 소외를 낳게 되는데

광고 포스터의 압도적인 언어가 떠오르게 하는 에나멜처럼 매끈한 차가운 피부와 이탈리아 마니에리스모 양식처럼 깡마르고 뒤틀린 육체를 그린 타마라 드 렘피카의 그림들이,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들이,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관능적인 롤라가 되어 성실한 남자를 파멸시키는 연기처럼,

루이 페르디낭 셀린의 소설처럼

말입니다.

인류사에서 최악의 집단학살자로 꼽히는 '이오시프 스탈린'.

불륜 때문이든, 형태 때문이든, 아니면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을 굶어죽게 한 것 때문이든 아내 나데즈다가 격분하면 욕실에서 바리케이드를 쳤다는 그.

황금기라고 하는 1920년대를 지나면서 나데즈다가 끊임없는 하복부 통증에, 극심한 편두통에,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 상태로 약을 처방해 진정시키려고 해봤지만 정반대 결과를 낳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온갖 분노의 폭발과 드라마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두 사람은 거듭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 둘 다 자기중심적이고, 거만한 냉정함을 지녔고, 마음속에 격정이 넘치는 두 사람이 부부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행복하게 지내기에는 두 사람이 서로 너무 비슷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스탈린이 잔혹해질 수 있고 또 실제로 잔혹해지는 곳에서 나데즈다는 우울증의 암흑 속에 빠진다. - page 221

남편이 부정한 일을 저지를 때마다 거침없이 지적하다가 크렘린궁에 벌어진 공산혁명 15주년을 기념한 연회에서 크게 부딪치고,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권총으로 자살하게 되는데

"아내는 나를 적으로 남긴 채 떠나갔다. 며칠이 지나자 아이들은 엄마를 잊었지만, 나는 평생 잊지 않았다."

아내의 자살로 느낀 굴욕감은 그에게 남아 있던 인류에 대한 마지막 믿음을 파괴하게 되었고 1932년 11월 9일부터 제거해야 할 반역자를 찾는데 열을 올리게 되었다고 하니 참...

사랑이 광기로 남았던 스탈린.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민낯을 볼 수 있었던 이 책.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그들의 예술 작품이 특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와 영혼과 예술가...

100년 흐른 지금.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 무기력해진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그 해답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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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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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 시대를 지나 지금의 이 시대에도 필요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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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 레인 아르테 오리지널 30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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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비하인드 도어』로 급부상한 'B.A. 패리스'.

올여름 무더위를 강타할 압도적 서스펜스 작품이자 심리 스릴러의 여왕 B.A. 패리스 대표작인 이번 작품은

『브레이크 다운』의 리커버 에디션

으로 영화 개봉에 맞춰 영화와 동일한 제목으로 바꿔 유명 일러스트 작가 KUSH의 아트워크로 소설 속 중요 사건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표현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녀만의 그릴 수 있는 심리 스릴러.

그 짜릿함을 저도 영화를 보기 전 만끽하고자 읽어봅니다.

"그날 밤 차 안의 그 여자,

그때는 살아 있었을지도 몰라."

나 자신을 믿을 수 없다면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결국 자기 자신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 심리 스릴러

블랙워터 레인



7월 17일 금요일

여름방학을 앞두고 모두 작별 인사를 하는데 천둥이 시작된다. 우렛소리가 지축을 울리는 바람에 코니가 펄쩍 뛰자 존이 웃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든다.

"얼른 가야겠네!" 존이 외친다. - page 9

주변 공기가 눅눅한 게 폭우가 곧 쏟아질 듯 상황 속 '캐시'는 집으로 향하고자 합니다.

"당연히 난 무사히 돌아갈 거야. 겨우 40분 거리인데. 블랙워터 길로 숲을 통과하면 더 빨리 갈 수도 있고."

"절대 안 돼!"

...

"캐시. 그쪽 길로 오지 않겠다고 약속해. 밤에 혼자 숲길을 운전하는 건 위험해. 게다가 폭풍이 오고 있다고." - page 10

남편 '매튜'의 당부....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대로로 빠져나오자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폭우가 되어 고속 차선의 차들이 일제히 속도를 줄이고 더욱 많은 번개가 하늘을 수놓자 그녀가 사는 작은 마을인 눅스코너의 표지판이 불쑥 나타납니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가 전조등을 받고 반짝 하고 너무 유혹적으로 빛나, 지나치기 직전에 핸들을 확 꺾어 도로를 빠져나갑니다.

매튜가 가지 말라고 한 지름길로...

그런데 저 앞에 자동차 불빛이 보입니다.

전혀 움직이지 않고 좁은 갓길에 비딱하게 주차되어 있는 차.

왜 비상등을 켜지 않았느냐고 고함이라도 치려는데 여자가 돌아봅니다.

혹시나 차가 고장 났나 싶어 앞쪽 길가에 멈춘 캐시.

악천후에 쉽사리 차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백미러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최대한 천천히 차를 출발해 집에 도착합니다.

신고하는 것도 잊어버린 채 잠들어버린 캐시.

다음 날 아침.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자가 죽은 채 발견됐어." 알아듣기도 힘들 정도로 낮은 목소리다. "조금 전에 뉴스에서 들었어."

"세상에." 나는 침대 옆 탁자에 잔을 놓는다. "여기서 가까운 곳이라니 정확히 어디야? 브로버리?"

매튜가 부드럽게 내 이마를 쓸어 올린다. "아니, 더 가까운 곳이야. 여기랑 캐슬웰스 사이 숲속 도로에서."

"어떤 도로?"

"블랙워터 길." - page 16 ~ 17

그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그리고 그 여자가 몇 주 전에 같이 점심을 먹으며 친해진 '제인 월터스'였다는 사실에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게다가 그 사건 이후 말 없는 전화가 매일같이 걸려오자 정신이 피폐해지면서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고, 점차 자신의 판단조차 믿을 수 없어지게 된 캐시.

곁을 지켜주던 남편과 친구마저 서서히 지쳐가고 결국 약에 의존해 하루 종일 잠들기를 선택하며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을 발견하게 되는데...

"만일 살인자가 정말 당신이 경찰에 결정적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왜 당신을 살려두겠어요? 그냥 죽이지 않고? 벌써 한 번 살인을 한 자인데 다시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 전화가 살인자한테서 온 게 아니라면...... 누가 건다는 거예요?"나는 어리둥절해서 묻는다.

...

"이런 말까지 듣고 싶지는 않겠지만, 당신이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클 겁니다."

나는 공포에 질려 알렉스를 노려본다. "제가 아는 사람요?" - page 199 ~ 200

정말 그녀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살인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전화를 건 사람은 누구?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캐시는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긴박함 속에 짜릿한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신체적, 물리적 폭력은 단 한 장면도 없이, 정신적, 심리적 폭력만으로 극한의 긴장과 공포를 그려낸 '가스라이팅 스릴러'.

너무나 짜릿했습니다.

무엇보다 언젠가부터 자주 접하게 된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이 일어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매우 밀접한 관계.

피해자가 실수를 반복하며 자신감을 잃게 되고 사실이 아닌 일도 일어났다고 거짓말을 하며 기억을 왜곡시키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자신을 불신한 채 왜곡된 기억을 믿기 시작하는...

그 어떤 범죄보다도 더 잔인하였습니다.

역시나 범죄 목적은 '돈'이었습니다.

그놈의 돈이 뭐라고...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경제력만이 살아갈 수 있는 이 시대를 탓해야 하는 건지...

씁쓸하기만 하였습니다.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페이지

잔인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서스펜스

자신을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은 모든 것에 대한 캐시의 통쾌한 반격

한치도 예측하기 어려운 압도적 반전

이 모든 매력을 지닌 이 소설.

올여름 함께 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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