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캐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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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학사에서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를 넘어 윌리엄 포크너, F. 스콧 피츠제럴드, 솔 벨로, E.L. 닥터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어도어 드라이저'.

솔직히 저자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그의 영향을 받은 이들의 명성에 힘입어 이 소설을 읽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어림짐작할 수 있을 듯한...

한 여인의 삶을 그리고 있겠구나...

하지만 그걸 어떻게 그려냈는가가 관건이겠고...

근데... 두께감이... 뭐지?!

차분히 마음 다잡고 읽어보았습니다.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19세기 '점잖은 전통'의 한복판에 던진 폭탄 같은 소설!

잔인하고도 무자비하며 날카로운 사실성을 지닌 이 작품은

앞으로도 오래 독자들의 기억에 각인될 것이다. _ 런던 익스프레스

시스터 캐리



캐럴라인 미버가 시카고행 오후 기차에 올랐을 때 지닌 것이라고는 작은 트렁크와 어깨에 멘 싸구려 가짜 악어가죽 가방, 점심거리를 넣은 작은 종이 상자, 노란 가죽 손지갑뿐이었다. 손지갑 안에는 기차표와 밴뷰런 스트리트에 사는 언니의 주소가 적힌 쪽지와 사 달러가 들어 있었다. - page 11

때는 1889년 8월.

가족들은 반쯤은 애칭으로 '시스터 캐리'라 부르는 캐럴라인은 열여덟에 고향을 떠나고자 합니다.

대개 열여덟에 고향을 떠난 처녀는 둘 중 하나가 되기 마련.

도움의 손길을 만나 잘되거나, 아니면 미덕에 대한 대도시의 기준을 금세 받아들여 타락하거나.

그녀는 자신의 매력에 관심이 있었고 삶의 강렬한 쾌락에 빨리 눈을 떴으며, 물질적인 것들을 얻고자 하는 야심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무장하지도 못한 주제에 도시를 굴복시켜 제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발밑에 공손히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하겠다는, 그런 모호하고 아득한 최고의 권력을 꿈꾸며 '시카고'란 신비로운 도시로 떠나게 됩니다.

시카고행 기차에서 맵시 좋은 새 정장을 입고 돈뭉치가 가득한 지갑을 손에 쥔 영업사원 '찰스 드루에'를 만나면서 캐리는 더 부와 성공을 향한 열망에 이끌리게 되는데...

시카고에 도착해 간 언니네는 불빛과 환락의 세계는 없었습니다.

즐길 거리도 없었고 세파와 고생에 찌든 티가 역력한 언니.

캐리는 가까스로 얻은 주급 4달러 50센트짜리 일자리마저 잃고 다시 시골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때 우연히 드루에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왜 고향으로 가겠다는 거예요?" 그가 물었다.

"여기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으니까요."

"언니네가 데리고 있어주지 않겠대요?" 그가 직감적으로 물었다.

"그럴 형편이 못 돼요."

"내 말대로 해요. 나랑 같이 있어요. 내가 보살펴줄게요." - page 98

드루에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안락한 생활을 얻었지만 드루에를 통해 유명 인사들이 모이는 고급 술집의 지배인 허스트우드를 만나 보다 높은 부와 성공의 세계를 동경하게 됩니다.

그러다 연극의 대타로 캐리가 성공을 하게 되고 허스트우드가 술기운에 돈을 훔치고 충동적인 계략으로 캐리를 데리고 도망쳐 뉴욕에 정착하게 되면서 이들의 삶은 점차 상반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캐리는 코러스 걸로 시작해 주급 12, 20, 35달러로 점차 오르다 주연배우로 150달러짜리 전속계약을 맺게 되지만,

캐리가 떠난 후 허스트우드는 홀로 하루 50센트짜리 방에서부터 35, 10센트, 이내 길거리를 전전하며 무료 급식소에서 얻어먹는 처지로 전락하는...

악이 안니라 더 나은 것에 대한 갈망이 그릇된 길로 이끄는 경우가 더 많다. 악이 아니라 선이, 이성적인 사고에는 익숙지 않고 느낄 줄만 아는 정신을 유혹하는 일이 더 많은 것이다.

화려하게 빛나는 위치에서도 캐리는 불행했다. 드루에와 동거하게 됐을 때 그녀가 이렇게 생각했던 것과 같았다. '이제 난 최고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야.' 허스트우드가 겉보기에 더 나은 길을 그녀 앞에 제시했을 때에도 그랬다. '이제 행복해.' 하지만 세상은 그 어리석음에 같이 어울리려 하지 않는 자들을 모두 남겨두고 제 갈길을 가버리는 법이라, 그녀는 이제 혼자였다. - page 651 ~ 652

시골 처녀 캐리 미버가 대도시로 상경해 배우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19세기 말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상과 그 속에서 들끓는 인간의 욕망을 묘파한 이 소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있을까...!

죽어라 피땀 흘리며 일한 들 나아지지 않는 현실.

물질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우선시되는 사회 속 결국 황폐해지고 만 이들.

그렇다고 그들에게 손가락질할 수 있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무엇보다 '캐리'.

욕망으로 들끓는 듯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진정한 욕망이 무엇인지 모른 채 타인들의 욕망을 좇는 그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아, 캐리, 캐리여! 아, 맹목적으로 분투하는 인간의 마음이여! 그것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라고 명령한다. 아름다움이 이끄는 대로 따른다. 그 아름다움이 고요한 풍경에 홀로 울려퍼지는 양의 종소리건, 목가적인 풍경 속의 아름다운 빛이건, 지나치는 눈 속에 엿보이는 영혼이건, 마음은 그것을 알아보고 응답하며 뒤따른다. 발길은 지치고 희망은 헛되어 보일 때, 바로 그때 가슴이 아파오고 갈망이 솟아오른다. 그때에야 비로소 싫증을 내지도, 만족하지도 못함을 알리라. 흔들의자에 앉아, 창가에서 꿈꾸며 홀로 갈망하리라. 창가의 흔들의자에 앉아 결코 느끼지 못할 그런 행복을 꿈꾸리라. - page 653

이는 우리에게도 전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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