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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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

편지나 전화, 인터넷 매체 등 통신 수단을 사용해 사귀고 교류하는 친구를 가리키는 영어 어휘이다 _ 나무위키

지금은 '펜팔'이란 말을 알까나...

저는 알고 있지만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끔 이런 책들을 만나면 반갑기만 합니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안 해보았기에 미련이 남아서 재미있게 느끼는 것인가...?!)

이렇게 엿보는 쏠쏠한 재미를...

(역시나 남의 것을 몰래 보는 재미란...!)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주고받는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우리도 그런 거 합시다, 교환편지"

취향이 다른 두 책방지기가

읽고 쓰는 삶에 대해 나눈

서른여섯 번의 책 편지

책 읽다 절교할 뻔



'책방연희'를 운영하는 '구선아' 작가와 약국 안 '아직독립못한책방(일명 아독방)'의 주인장 '박훌륭' 작가.

이 책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두 명이 책과 뒤엉켜 사는 생활에 대해 주고받은 서른여섯 편의 편지였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며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던 두 책방지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공통점을 발견하곤 그 일환으로 서로가 읽어온 책을 소개하는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지난여름과 여름 사이 1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에는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글쓰기, 육아의 어려움과 책방 운영의 고충, 책방 이용법 등 두 책방지기의 취향과 취미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우리네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진행형으로 '육아'를 하고 있어서인지 주디스 리치 해리의 《양육가설》이란 책이 궁금하였습니다.

과연 아이에게 부모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이야기해 '부모가 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이 아이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을 뜻하는 기존의 양육가설에 대한 비판 연구인 이 책.

책은

다만 우리가 믿고 있는 부모양육의 중요성과 그에 따라 느끼는 죄책감을 내려놓아도 된다

는 이야기를 근거와 함께 말해주고 있는데...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또래 집단과 함께 자기 삶을 만들어나간다"

라는 문장.

머리로는 알지만 자꾸만 울타리를 쳐주는 내 모습, 죄책감, 두려움...

저도 688쪽의 《양육가설》을 읽고 내려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요즘에 꼭 읽어야 할 김기창의 소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작가는

"좋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며 지구가 처한 문제를 의식적으로 인식하기 위함이 아닌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정서로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행동까지 움직이게 한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조금씩 아열대기후로 변하는 우리에게 꼭 읽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내가 늙어버린 여름》 《우리는 왜 불평 등을 감수하는가》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말을 부수는 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 등의 책을 통해 가난과 차별, 불평등, 나이 듦, 여성의 글쓰기, 자기실현을 논하며 어느새 두 사람의 교감이 읽는 독자들에게도 또 하나의 실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이 책을 통해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루이스 캐럴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독서는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인데 정작 책을 읽으면 혼자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처럼 책으로 연결되어 편지를 나누기도 하고 백 년 전 쓴 글로 인해 오늘이 두근두근하기도 하니까요. - page 29

책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우리'가 된다는 것.

그렇기에 저도 또다시 열심히 읽어보려 합니다.

두 책방지기가 이 책을 통해 소개된, 몸과 마음을 깨치는 마흔다섯 권의 책들.

저도 하나씩 차근히 읽어가며 이들의 편지 속에 제 이야기도 조심스레 넣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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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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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니콜과 모니카의 대결.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지 1권에 이어 마저 읽어보겠습니다.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영혼의 숙적인 두 체스 천재가 벌이는 전 지구적 게임!

최후에 역사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퀸의 대각선 2


 


받은 만큼 되돌려줄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 page 12

군중의 작동 원리를 너무나도 잘 아는 니콜 오코너에게 또다시 마주하게 된 패배.

모니카도 자신만의 방식, 개인의 심리를 이용하여 니콜을 함정에 빠뜨려 체포하게 됩니다.

이게 다 그 망할 모니카 탓이야. 여기서 나가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고통이 뭔지 알게 해주지. 이제 우리 싸움은 체스 게임에서 끝나지 않아. 망할 계집애, 널 짓밟아 버리겠어. 복수하고 말겠어. - page 51

그리하여 이 둘은 IRA 무장 투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련 붕괴, 이란 핵 위기, 911 테러 등 세계사를 장식한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팽팽하게 부딪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이 펼쳐지게 됩니다.

때로는 현장 요원으로서 총격전을 벌이고 때로는 치밀한 전략가로서 역사를 뒤에서 움직이며 평생에 걸쳐 승패를 주고받는 니콜과 모니카.

그리고 세월은 흘러 여든다섯.

새까맣던 머리는 어느새 하얗게 세고 몸도 성치않은 이 둘.

전업 작가로 살아가던 모니카의 집 앞에 검은 실루엣이 서 있습니다.

이 시간에 누구지?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인가?

빗속에 길을 잃은 관광객인가? - page 249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니 차가운 전율이 모니카를 휘감습니다.

오랜만이야, 니콜. - page 250

긴 세월동안의 서로의 업적(?) 아닌 업적들을 나열하며

집단이냐, 개인이냐. 이건 철학과 세계관의 문제야. 우리는 상반된 인식을 가졌지만 어떤 면에선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어.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거나 틀린 게 아니니까. 너와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살면서 깨달은 결론도 결국 그거 아닐까.

그래, 맞아. 우리 둘은 음과 양의 관계라고도 볼 수 있어.

모니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없었다면 세계사는...... 뭐랄까...... 역동성이 덜하지 않았을까? - page 270

그리곤 이 둘은 세 번째이나 마지막 체스게임을 시작하는데...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째깍째깍! 째깍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애까악 ............째애까악!

니콜이 외눈으로 그녀를 빤히 응시한다.

지난번에 나한테 뭐라고 했었지?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매 순간 상처를 입히고 종국에는 죽인다. - page 279

그동안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과는 달랐습니다.

역시나 이번 소설은

'최초의 사실주의적 소설'

이었다는 점!

그래서 솔직히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두 여성이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서 펼치는 모습에서 느끼게 되는 긴장감과 박진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은 지금의 정세와도 같았습니다.

여전히 형태를 바꾸어 진행 중...

그렇다면 앞으로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다시 체스판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책을 마무리하기 전!

책의 중간중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우리의 '이순신 장군'이야기가 있었습니다.

16세기 조선의 수군을 이끈 장군.

왜군에 비해 불리한 전력임에도 결사 항전을 하였던 이순신 장군.

지리와 기후 등을 고려해 뛰어난 전술을 펼쳤던 그.

사후에 이순신은 조선의 국가적 영웅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용기와 군인으로서의 천재성을 칭송하는 일본 수군에게...... 신격화된 존재가 되었다. - page 149

새삼 뿌듯해진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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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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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안겨 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정말 그의 꾸준한 집필에 독자로써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신작.

책 표지를 보자마자 어?!

'배경-전경 착시' 그림이 아닌가!

체스 게임?

두 사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되었습니다.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영혼의 숙적인 두 체스 천재가 벌이는 전 지구적 게임!

최후에 역사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퀸의 대각선 1






영악한(?) 두 아이가 등장하게 됩니다.

늘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오토포비아'를 가진 오스트레일리아 ROC 목장에 사는 열한 살 아이 '니콜 오코너'.

이게 다 선생님이 날 교실에 혼자 감금해서 벌어진 일이야.

내 경고를 듣지 않았어.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 page 15 ~ 16

학교에서 사고를 치게 되고 목장에서 아빠와 원격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날,

둘 이상 모이는 순간 사람들은 바보가 돼요. 그 집단의 어리석음을 못 참겠어요. 숨이 막혀요. - page 27

혼자 조용히 있는 게 좋은 '안트로포비아'를 가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만 6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 니콜과 동갑내기인 아이 '모니카 매킨타이어'.

모니카 역시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체스'를 배우게 됩니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이 둘은 만나게 됩니다.

체스 경기에서 만나게 된 니콜과 모니카.

모니카는 평소대로 초반부터 퀸을 활용한 기습 공격을 시도하지만 니콜ㅇ이 폰을 전진 배치시켜 난공불락의 장벽을 쌓아 놓는 바람에 번번이 좌절되고 결국

체크......

메이트.

이렇게 처음 만난 순간, 두 체스 천재는 서로가 영혼의 숙적임을 알아보게 되고 점점 세계를 무대로 평생에 걸친 치열한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으며 거시적 관점을 지닌 니콜.

전 세계 폰들의 혁명을 일으켜 킹들과 퀸들을 무너뜨릴 거예요. - page 123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으며 미시적 관점을 지닌 모니카.

보비 피셔는 왕으로 추앙받길 원하지 않았던 게 분명해. 아직 나는 피셔처럼 최고의 자리에 오르진 못했지만 언젠가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칠 날이 분명히 올 거야.

그건 내가 한 개인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야.

가능하다는 인식만 있으면 돼. 그걸로 충분해. - page 125

두 번째 체스 게임에서 만난 이 둘.

예전과 똑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니콜.

이번엔 모니카가 역습을 하게 되는데...

어리석은 중국 파수병 하나가 성문을 열어 주자 칭기즈 칸의 기병 수천 명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어.

그때부터 몽골군은 파죽지세로 중국 땅을 유린했지.

약한 고리가 있기 때문에 사슬이 강해지는 거야.

기병대...... 기병대가 칭기즈 칸의 무기였어......

...

나도 나이트를 활용해 상대의 가장 약한 고리를 타격해 보면 어떨까......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 나이트잖아. 나이트로 폰의 장벽을 뛰어넘는 거야. - page 199 ~ 200

진 니콜은 IRA의 폭탄 테러 협박으로 경기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이로 인해 모니카의 어머니는 목숨을 잃게 됩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범인을 잡겠다고 혈연이 된 모니카.

시간이 흐른 뒤 범인은 다름 아닌 니콜이었고, IRA 대원들을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IRA를 잡겠다고 MI5에선 니콜과 연이 있는 모니카에게 자문을 구하지만 니콜의 작전이 성공하게 되고...

모니카는 집단적 공격성과 어리석음이 만들어 낸 종말론적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무력감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 - page 287

과연 이 둘의 전 지구적 게임!

최후에 역사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정말 '체스'가 단순한 게임이 아닌 그 이상의 차원이었습니다.

세계 무대가 체스보드였고

군중을 기물 삼아

매 순간 판을 짜며 그려진 역사.

여전히 개인과 집단의 싸움이 이어지고 그렇게 인류 진보는...

두 여인의 신념을 저울질하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 보다 몰입감 있게 읽었습니다.

늘 그래 왔듯 기대를 뛰어넘으며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2권에서 이들은 우리에게 답을 알려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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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매드앤미러 2
구한나리.신진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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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앤미러 프로젝트'.

매드크럽, 거울과 함께 수십 개의 한 줄 아이디어를 구성한 뒤,

각 작가가 선택한 한 줄로 크루의 성향과 자신의 개성을 살린 한 쌍의 중편 소설을 기획한,

여기에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호러/스릴러적 색깔도 가미한 다채로운 매드앤미러의 이야기 세계.

이미 입문을 해서일까!

이번 역시도 기대를 안할 수 없었습니다.

공통 한 줄 :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진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한 줄,

다른 두 편의 이야기

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두 이야기는 경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삼인상」은 신국과 월국 경계에 있으면서,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묏말골'.

「매미가 울 때」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미지의 공간, '파락'.

경계가 주는 신비로움과 긴장감으로부터 불안한 감정이 주인공으로부터 읽는 우리들에게까지 전달되었습니다.

우선 「삼인상」의 '나'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묏맡골로 들어오게 됩니다.

어머니는 이 고장에 살게 된 것은 천운이라며 늘 말씀하셨었는데...

이곳은 독특한 풍습이 있었습니다.

바로 '삼인상'.

한 사람을 위한 상은 차릴 수 없고, 두 사람이 있는 곳에 꼭 세 사람의 상을 차리되 삼인상의 그릇을 함께 올려야 하는 풍습.

그래야 이 그릇의 주인인 '삼인'이 집을 살피고 지켜 준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또한 묏맡골의 제를 주관하는 당골의 배우자는 대대로 후대 당골의 운명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1년 안에 사망하게 됩니다.

'나'는 언젠지 기억나지 않을 때부터 당골의 셋째 딸 '현'을 사랑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은 후대 당골로 여겨졌기에 어머니는 다른 이와 오랫동안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현을 향한 마음을 접을 순 없었습니다.

둘은 혼인을 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큰일이 생기게 됩니다.

신국과 월국 사이 전쟁으로 묏맡골에 이들이 들이닥치며 마을은 풍비박산이 나고 '나'에게도 불행이 시작됩니다.

호적이 없던 '나'는 전쟁에 역을 할 수 없자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그보다 장군이 나의 아내를 강제로 끌고 가게 되고...

왜 삼인상을 잘 모셨던 '나'에게 이런 불행이 오는 걸까...

하지만 이 둘의 연에 대해 예전 당골 어른의 말이 있었었는데...

"현이랑 네 연은, 짧고 길다. 나는 이게 무언지 모르겠다. 짧다면 그런 줄 알겠고, 길다면 안심하겠는데, 당산송께도 삼인들께도 여쭈고 기도했는데 어딜 보아도 짧고 길다 하는구나. 당골의 피는 제 운명은 못 본다. 그래서 나는 내 낭군이 그렇게 갈 줄 몰랐지. 현이도 제 운을 못 본다. 이 운이 뭔지, 이 연이 무엇인지 몰라서 나는 불안하다."

"길다는 말을 믿으시고, 절 놓지 못한 마음 그대로 절 받아 주세요. 당골 어른."

내가 말했다. 현이 당골 어른과 내 손 위로 제 손을 겹쳤다.

"그래, 현이 옆에 있으면 괜찮을 거다. 그럴 거야. 아무렴." - page 78 ~ 79

과연 이들은 어찌 될지...

다음으로 「매미가 울 때」의 '나'는 아내 승희와 여행을 가던 중 순식간에 벌어진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뒤집힌 차 안에서 피 흘리는 승희의 얼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승희를 구하지만 승희의 머리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봐선 그리 심각해 보이진 않지만 부위가 머리인 만큼 빨리 치료를 받기 위해 119에 전화하려는데...

이상하게도 휴대폰 전원이, 두 사람의 핸드폰 모두 먹통입니다.

"여기서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든가, 아니면 마을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 page 148

짙은 회색 안개는 걷힐 줄 모르고 '나'와 승희는 걷다 어렴풋이 사람 형상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 사람 걸음걸이가 이상한게 꺼림칙한데 다가가니 그 사람, 아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에 손바닥만 한 버섯들이 마치 나무에 기생한 것처럼 수십 송이의 버섯들이 얼굴과 상반신에 잔뜩 붙어 있는 기괴한 모습에 피하려는데, 그 존재가 '나'를 물려고 합니다.

한참을 도망치다 발견한 낡은 절 하나.

그곳엔 스님 한 분과 여러 명의 일반인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

스님이 천천히 입을 떼는데...

"파락입니다."

...

"파락이란, 이승과 저승 사이의 중간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여긴 이승도 저승도 아닌 셈이죠. 한마디로, 두 세계 사이를 잇는 다리인 겁니다. 보통의 영혼들은 잠시 머물다 가지만, 이승의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은 영원히 이곳을 헤매게 됩니다. 여러분이 밖에서 본 괴물이 바로 그런 자들이지요. 몸에서 망자버섯이 자라면, 자기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파락의 일부가 되어 영혼이 바스러져 먼지가 될 때까지 이곳을 떠돌게 됩니다. 어찌 보면 죽음보다도 더 무서운 형벌이라 할 수 있지요."

...

"파락은 불안정한 세계이기에 곳곳에 틈새가 존재합니다. 이 틈새를 문이라 부릅니다. 문을 통하면 이승과 파락 사이를 드나들 수 있습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망자에 한해서지요. 산 자도 우연히 이 안으로 들어올 순 있지만, 자기 뜻대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파락이 그걸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죠." - page 171 ~ 172

문.

하늘에 떠 있는 검은 태양을 따라가다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면 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곤 이곳에 왜 왔는지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아야만 오직 하나만 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는 또다시 죽음을 맞지만, 이제는 영원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다시 살아나서 파락을 걷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 page 287

이번엔 짜릿함보다 뭉클함이 더 컸던 이야기들.

모두 부부의 '사랑'을 주 소재로 삼고 있으나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낯선 공간' 안에서 벌어진 이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모두가 인간다움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그러지 말라고.

힘들겠지만, 이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야 앞으로의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관계' 속에서의 '사랑'을 지켜 나아가자고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 속 지위 경쟁과 불안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이 상냥함과 이타심을 잃은 요즘.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었습니다.

이타심을 잃은 괴물은 되지 말기를...

앞으로의 매드앤미러 프로젝트가 기대되었습니다.

꼭 다른 이들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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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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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한 문장이 각기 다른 작가를 만날 때 어떻게 달라질까?'

이 프로젝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국내 대표 장르 작가 크루, '매드클럽'과 '거울'의 대격돌!

그 첫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되었습니다.

공통 한 줄 :

"행복한 신혼, 죽음에서 돌아온 남편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같은 한 줄,

다른 두 편의 이야기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행복한 신혼 생활을 꿈꾸던 두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남편을 뜨겁게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에서 '은진'에게 '동우'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고, 그 사랑을 자신에게 가르쳐 준 사람이었습니다.

「해마」에서 '회영'에게 '시광'은 진창과도 같은 삶을 꽃길로 만들어 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결혼 후, 남편의 낯선 면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우선 「아름다운에 관한 모든 것」에서 친구들과 조촐한 결혼식을 하고 뒤풀이 뒤 의도치 않게 듣게 된 친구와의 통화 속 동우의 말,

"못생긴 거 알지, 누가 몰라. 눈은 단춧구멍 같지. 피부는 멍게 같지. 몸은 돼지 같지. 불 안 끄면 섹스도 못 해. 그런데도 나 같은 날건달 건져 주는 여자가 얘뿐이라서, 내가 만난 애들 중 그나마 돈 있는 애가 얘뿐이라서, 그래서 잡았다. 됐냐?" - page 23

동우로부터 평생 그녀가 좇아온 신념이 송두리째 흔드는 비난을 듣고 동우의 사랑에 의심하다 예상치 못하게 동우가 죽게 됩니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해야 한다.

동우가 죽었다.

내가 사랑한 남자가.

내 남편이.

친구들 앞에서 나와 결혼한 남자가.

결혼한 바로 그날 죽었다.

죽은 이유는......

사고였다.

거리에 나와 방황하던 은진에게 한 노부인이 마치 그녀를 훤히 꿰뚫어 보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려 줄 수는 있어. 단, 조건이 있다."

"그게...... 그게 뭔데요?"

"네 남편이 살아나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죽게 된 이유도 기억하지 못할 게다. 그것을 절대 일깨우면 안 돼. 그 기억을 돌이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 page 38

그리하여 되살아난 동우.

마냥 좋을 것만 같았지만 점점 그녀를 옥죄이게 되는데...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일은, 진실을 그 자체로 감당하는 일이었다. 그건 결코 가볍지 않을 터였다. 거짓을 계속 껴안고 사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심지어 행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설령 가짜 행복이라 해도 지금까지 내가 누려 왔던 것은 행복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알게 된 것을 모르게 할 수는 없었다.

결단을 내린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동우야, 너 우리 결혼식 날 기억해?" - page 95

다음으로 「해마」에서 결혼하기 1년 전 이들에겐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교차로 맞은편에서 신호를 어기고 중앙선을 넘어 미친 듯이 내달려 오는 BMW.

BMW를 몰던 가해자는 사망, 조수석에 탄 가해자의 여자친구는 중상, 그리고 무사한 이들.

사고가 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자꾸만 악몽이 나타나 남편이 소개해 준 정신건강전문의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느닷없이 교통사고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나타나 묻습니다.

"작가님 남편분, 작가님이 아시는 분이랑은 다른 사람일지도 몰라요."

내 남편이 내가 아는 사람과 다른 사람......?

그 말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

"그게 빙의인지, 기생인지, 또 다른 자아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범주의 존재인지는 솔직히 저도 몰라요. 다만, 그게 원래 사람과 다른 존재인 것만은 확실해요." - page 166 ~ 167

희영의 의심은 이제 남편의 정체를 파헤치기로 합니다.

그러다 마주한 진실...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지극한 아내 사랑이 눈물겨웠다. 내 정체를 눈치채고 파헤치지만 않았어도 그의 말대로......

"오래오래 잘 살았을 텐데......" - page 251

읽는 내내 짜릿함을 느꼈었습니다.

닮은 듯하지만 다른...

특히나 이 책에서 주어진 미션까지!

찾아가는 재미까지 더해져 앞으로의 이 프로젝트 행보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두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갈등 앞에서 우리는 사랑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부간의 근원적 의심, 상대방과 함께 살고 있지만 상대방의 진실을 다 알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갈등이 생기더라도 서로에 대한 신뢰, 의지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사랑으로 나아가야 함을, 머리로는 잘 알지만 참으로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너무도 매력적이었던 이 책.

다른 이들도 꼭 느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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