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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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

편지나 전화, 인터넷 매체 등 통신 수단을 사용해 사귀고 교류하는 친구를 가리키는 영어 어휘이다 _ 나무위키

지금은 '펜팔'이란 말을 알까나...

저는 알고 있지만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끔 이런 책들을 만나면 반갑기만 합니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안 해보았기에 미련이 남아서 재미있게 느끼는 것인가...?!)

이렇게 엿보는 쏠쏠한 재미를...

(역시나 남의 것을 몰래 보는 재미란...!)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주고받는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우리도 그런 거 합시다, 교환편지"

취향이 다른 두 책방지기가

읽고 쓰는 삶에 대해 나눈

서른여섯 번의 책 편지

책 읽다 절교할 뻔



'책방연희'를 운영하는 '구선아' 작가와 약국 안 '아직독립못한책방(일명 아독방)'의 주인장 '박훌륭' 작가.

이 책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두 명이 책과 뒤엉켜 사는 생활에 대해 주고받은 서른여섯 편의 편지였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며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던 두 책방지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공통점을 발견하곤 그 일환으로 서로가 읽어온 책을 소개하는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지난여름과 여름 사이 1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에는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글쓰기, 육아의 어려움과 책방 운영의 고충, 책방 이용법 등 두 책방지기의 취향과 취미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우리네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진행형으로 '육아'를 하고 있어서인지 주디스 리치 해리의 《양육가설》이란 책이 궁금하였습니다.

과연 아이에게 부모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이야기해 '부모가 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이 아이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을 뜻하는 기존의 양육가설에 대한 비판 연구인 이 책.

책은

다만 우리가 믿고 있는 부모양육의 중요성과 그에 따라 느끼는 죄책감을 내려놓아도 된다

는 이야기를 근거와 함께 말해주고 있는데...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또래 집단과 함께 자기 삶을 만들어나간다"

라는 문장.

머리로는 알지만 자꾸만 울타리를 쳐주는 내 모습, 죄책감, 두려움...

저도 688쪽의 《양육가설》을 읽고 내려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요즘에 꼭 읽어야 할 김기창의 소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작가는

"좋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며 지구가 처한 문제를 의식적으로 인식하기 위함이 아닌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정서로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행동까지 움직이게 한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조금씩 아열대기후로 변하는 우리에게 꼭 읽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내가 늙어버린 여름》 《우리는 왜 불평 등을 감수하는가》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말을 부수는 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 등의 책을 통해 가난과 차별, 불평등, 나이 듦, 여성의 글쓰기, 자기실현을 논하며 어느새 두 사람의 교감이 읽는 독자들에게도 또 하나의 실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이 책을 통해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루이스 캐럴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독서는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인데 정작 책을 읽으면 혼자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처럼 책으로 연결되어 편지를 나누기도 하고 백 년 전 쓴 글로 인해 오늘이 두근두근하기도 하니까요. - page 29

책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우리'가 된다는 것.

그렇기에 저도 또다시 열심히 읽어보려 합니다.

두 책방지기가 이 책을 통해 소개된, 몸과 마음을 깨치는 마흔다섯 권의 책들.

저도 하나씩 차근히 읽어가며 이들의 편지 속에 제 이야기도 조심스레 넣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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