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만큼 되돌려줄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 page 12
군중의 작동 원리를 너무나도 잘 아는 니콜 오코너에게 또다시 마주하게 된 패배.
모니카도 자신만의 방식, 개인의 심리를 이용하여 니콜을 함정에 빠뜨려 체포하게 됩니다.
이게 다 그 망할 모니카 탓이야. 여기서 나가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고통이 뭔지 알게 해주지. 이제 우리 싸움은 체스 게임에서 끝나지 않아. 망할 계집애, 널 짓밟아 버리겠어. 복수하고 말겠어. - page 51
그리하여 이 둘은 IRA 무장 투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련 붕괴, 이란 핵 위기, 911 테러 등 세계사를 장식한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팽팽하게 부딪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이 펼쳐지게 됩니다.
때로는 현장 요원으로서 총격전을 벌이고 때로는 치밀한 전략가로서 역사를 뒤에서 움직이며 평생에 걸쳐 승패를 주고받는 니콜과 모니카.
그리고 세월은 흘러 여든다섯.
새까맣던 머리는 어느새 하얗게 세고 몸도 성치않은 이 둘.
전업 작가로 살아가던 모니카의 집 앞에 검은 실루엣이 서 있습니다.
이 시간에 누구지?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인가?
빗속에 길을 잃은 관광객인가? - page 249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니 차가운 전율이 모니카를 휘감습니다.
「오랜만이야, 니콜.」 - page 250
긴 세월동안의 서로의 업적(?) 아닌 업적들을 나열하며
「집단이냐, 개인이냐. 이건 철학과 세계관의 문제야. 우리는 상반된 인식을 가졌지만 어떤 면에선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어.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거나 틀린 게 아니니까. 너와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살면서 깨달은 결론도 결국 그거 아닐까.」
「그래, 맞아. 우리 둘은 음과 양의 관계라고도 볼 수 있어.」
모니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없었다면 세계사는...... 뭐랄까...... 역동성이 덜하지 않았을까?」 - page 270
그리곤 이 둘은 세 번째이나 마지막 체스게임을 시작하는데...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째깍째깍! 째깍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애까악 ............째애까악!
니콜이 외눈으로 그녀를 빤히 응시한다.
「지난번에 나한테 뭐라고 했었지?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매 순간 상처를 입히고 종국에는 죽인다.」 - page 279
그동안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과는 달랐습니다.
역시나 이번 소설은
'최초의 사실주의적 소설'
이었다는 점!
그래서 솔직히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두 여성이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서 펼치는 모습에서 느끼게 되는 긴장감과 박진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은 지금의 정세와도 같았습니다.
여전히 형태를 바꾸어 진행 중...
그렇다면 앞으로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다시 체스판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책을 마무리하기 전!
책의 중간중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우리의 '이순신 장군'이야기가 있었습니다.
16세기 조선의 수군을 이끈 장군.
왜군에 비해 불리한 전력임에도 결사 항전을 하였던 이순신 장군.
지리와 기후 등을 고려해 뛰어난 전술을 펼쳤던 그.
사후에 이순신은 조선의 국가적 영웅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용기와 군인으로서의 천재성을 칭송하는 일본 수군에게...... 신격화된 존재가 되었다. - page 149
새삼 뿌듯해진 대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