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리커버 특별판)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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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추천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언젠간 읽어봐야지!' 결심만 하고는 시간이 흐르게 되었고...

이제서야 그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벽이었습니다.

쉬울 듯하지만 어려운...

읽고 나서도 선뜻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 이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급선무였고 그렇게 접근하니 재미도, 와닿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 책을 읽은 이들로부터 '시'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글이라 하였습니다.

저자 역시도 책의 서문에서 일러두었습니다.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이 시인들과 저의 한결같은 바람이랍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그간 잊고 지낸 혹은 새로운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삶의 언어와 인생시를 만나보시길, 그리하여 인생의 문을 활짝 열고 멋지게 활보하시길 기원합니다. - page 7

진정 시의 매력을, 그리고 나의 인생시 역시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고된 일상 속,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소환하는

정재찬 교수의 시로 배우는 인생 수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요즘의 제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이 길을 가고 있는 겐지 알다가도 모를 운명 속에서 오늘도 웃다가 울다가, 애써 버티다가 허위허위 떠내려가다가, 문득 돌아보니 또 다른 길목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마흔의 길목에 들어서면서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더라도 저마다 다르고, 때마다 다른 답이 있기에 힘겹기만 한데...

그럴 때 시로 듣는 인생론이 꽤 좋을 거라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시'가 유리창과 같기에,

유리창 안팎을 넘나드는 산들바람이 신선한 공기를 환기하듯 우리 삶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기 때문에

시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과 마주할 양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열네 가지 시 강의가 담겨 있었습니다.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건강, 관계, 소유 등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관한 지혜를 60여 편의 시에서 찾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시는 인생에 대한 통찰과 성찰을 담은, 아니 그 자체가 삶을 응축한 또 하나의 인생이기 때문에...

단순히 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문세의 <옛사랑> 같은 흘러간 가요나 <어린 왕자>, 알랭 드 보통 등의 명저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배우고,

BTS의 <Intro : Persona>나 영화 <기생충> 등 신드롬이 된 대중문화를 통해 내면 깊이 들여다보며,

고려가요 <청산별곡> 과 TV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고독의 가치를 되새기는 등

다채로운 언어의 향연 속에서 우리네 일상을, 인생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때론 눈물이 흘렀고 공감과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제 삶은 '돌봄'이란 키워드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돌봄과 돌봄을 받는 인생의 순리를 이야기하는데...

먹먹하고도 찡했습니다.

이시영 시인의 <성장>은



손을 꼭 잡은 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며 돌보던 우리 아이.

그런 아이에게 조금씩 제 손길이 줄어듦에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속울음 삼키며 단호히 돌아서야 하는 것.

자녀의 올곧은 성장을 위해 돌봄과 기다림과 떠남의 과정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모의 몫이 참 무겁게 다가왔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어린 강물은 기억할 것입니다. 엄마는 참 좋은 엄마였다고, 그리고 아빠를 존경한다고. - page 81

그리고 이 시를 읽는데...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주용일

별 밤, 아내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한다. 그녀도 처음에는 저 별들처

럼 얼마나 신비롭고 빛나는 존재였던가. 오늘 저녁 아내는 내 등에

붙은 파리를 보며 파리는 업어주고 자기는 없어주지 않는다고 투정

을 부린다. 연애시절엔 아내를 많이도 업어주었다. 그때는 아내도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다. 삶이 힘겨운 만큼 아내도 조금씩 무거워

지며 나는 등에서 자꾸 아내를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가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는 내 마음속

에서 뜨고 지던 별들이며 노래들을 생각한다. 사랑, 평등, 신, 자유,

고귀함 이런 단어들이 내 가슴에서 떴다 사위어가는 동안 내 머리

는 벗겨지고 나는 티끌처럼 작아졌다. 새들의 지저귐처럼 내 마음

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노래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동안 내 영혼은

조금씩 은하수 저쪽으로 흘러갔다.

이제 내게 남아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루지 못한 꿈들이며, 가엾

고 지친 영혼이며, 닳아버린 목숨이며, 애초에는 없던 가족, 집과

자동차, 보험금, 명예 이런 것들이 별이 뜨고 지던, 노래가 생겨나

던 마음을 채워버렸다. 별이 뜨지 않는 밤하늘을 한 번도 생각해보

지 않았는데, 노래가 없는 생을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았는데 그런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오르페, 2016)

미묘했던 감정...

이제 별이 빛나는 밤을 서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서 여운으로 남았었습니다.



'시'라는 언어가 주는 매력을 물씬 느끼게 되었던, 그동안 묵혀졌던 내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 한 마디가 의미 있을까...

각자가 읽고 느끼는 것만큼 더 좋은 건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덕분에 나로 인해 쓰여질 시가 무엇이 될지 기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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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 -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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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과 『츠바키 문구점』 의 작가 '오가와 이토'.

그녀의 작품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내재하고 있기에 읽으면서 힐링 되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분입니다.

그런 그녀가 이십 대에 쓴 장편소설인 이 작품이 드디어 우리 앞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또 얼마나 감동을 더해줄까...

끝을 알면서도 시작되는 사랑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와 보낸 시간은 빛을 발하듯 아름다웠다."

초초난난



도쿄 시타마치의 모습이 남아 있는 야나카라는 동네에서 작은 앤티크 기모노 가게 히메마쓰야를 운영하고 있는 '시오리'.

집 앞 청소도, 화분 손질도 끝나고 가게 안으로 돌아와 마토카 씨가 준 과자를 먹으며 잠깐 쉬려는데 실례합니다,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찾는 게 있으신가요?"

조용히 다가가 묻자 남자는 허둥지둥 "아, 아뇨, 저, 기모노를 찾습니다만." 하고 대답했다. - page 13

클라리넷의 저음을 닮은 듣기 좋은 목소리와 어딘가 기린을 닮은 듯한 이 남자.

신년 다회에 입을 기모노를 찾고 있었고 다행히 남자 기모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매와 기장이 약간 짧아 사이즈 수선이 필요했기에 다음에 찾아올 것을 약속하며 서로의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기노시타 하루이치로' 씨...

이름이 근사하시네요, 라고 내가 칭찬하자 기노시타 씨는 봄의 첫 강풍(일본어로 '하루이치반')이 분 날 태어났거든요, 라고 부끄러운 듯 웃으며 대답했다. 웃으면 눈꼬리에 주름이 세 줄 지는,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를 낀 사람이었다. - page 23

신년 다회 전날, 기노시타 씨는 오후 늦게 기모노를 찾으러 왔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데 많은 이가 오가는데도 기노시타 씨가 있는 곳만 양지바른 곳처럼 환해 보이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그를 만날 때마다 머리로는 이래도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몸은 기노시타 씨가 있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한 시오리.

그렇게 이들은 봄날의 꽃구경을 시작으로 한여름 불꽃놀이를 지나 가을의 달맞이하며 다시 지독한 겨울 감기와 함께 사계절을 함께 애틋한 사랑을 하게 되는데...

이대로 이런 식으로 하루이치로 씨와 가까워지면 나는 더더욱 하루이치로 씨를 원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난처한 사람은 하루이치로 씨다. 하루이치로 씨가 살아 있어 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한편, 내가 차츰 하루이치로 씨의 인생에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이 이상 다정하게 대하면 나는 참지 못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알 수 있었다. - page 375 ~ 376

이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사계절과 함께 나아가는 아련한 사랑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수채화처럼 그려진 이들의 이야기.

몽실몽실하였고 아련함에 잔잔한 여운으로 남았던 이 소설.

무엇보다 시오리의 내면이 섬세히 그려지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문장...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다. 마음속에 잔해처럼 무질서하게 쌓인 감정과 감정 사이로, 빛을 구해 지상에 고개를 내미는 꽃처럼 나도 환한 쪽을 향해 살아가고 싶다. - page 427 ~ 428

오가와 이토의 작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따스한 바람이 제 가슴에 살랑 불어와 핑크빛으로 물들여주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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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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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만나는 또 다른 재미.

이번에는 '편지'였습니다.

'편지'라 하니 딱!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편지'.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조마리아 여사가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편지 중

어미의 마음보다는 의연하게 조국 수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라고 전한 조마리아 여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앞으로도 살아갈 모두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였었는데...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편지에선 어떤 서사가 그려져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날 그 편지가 없었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세계사를 만나는 또 다른 재미,

16통의 편지가 그려 내는 감동과 반전의 드라마틱 세계사

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공식적으로 역사 속에 그려진 인물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는 여간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는 잘 알 수 없는 진정한 인간의 목소리와 절절한 사연이 담겨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편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메시지, 삶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희망을 희구하는 마음, 그리운 조국에 보내는 안쓰럽기 이를 데 없는 부탁들, 울분을 토하며 나라를 생각하고 죽음의 현장으로 달려가면서도 애써 웃으며 벗에게 보내는 메시지, 접고 또 접고 들킬까 또 접은 비밀 편지의 흔적, 내일이면 처형장에서 숨이 끊어지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누이를 만나며 눈짓으로 램프 아래 숨긴 시를 알리는 역사적 인물의 모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편지글을 읽다 보면, 영광과 명예를 모두 내던지고 혁명을 위해 떠나는 이를 향한 뜨거운 존경심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가 하면, 역사 속 상식처럼 알고 왔던 지식이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니 새로운 시선을,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편지만이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의 내밀한 면모와 은밀한 속내.

그래서 오롯이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며 공감을 하고 울림이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전쟁이라는 오명을 남긴 '아편전쟁'.

전쟁이 터지기 직전에 억울함을 알린 청나라의 임칙서의 울분에 찬 편지.

당신의 나라에서 아편을 흡연하는 걸 엄격히 금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은 당신들이 아편으로 인한 해악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자기 나라에 해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 해악을 다른 나라에 전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중국에게!

_임칙서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낸 편지

어떻게 보면 임칙서는 아편 전쟁을 일으킨 도화선에 불을 붙인 장본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의 강직한 성품으로 나라를 위해 영국 여왕에게도 굽히지 않는 용기를 가진 애국지사임을, 그렇기에 양면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없이 오갔지만 정작 이 역의 이름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던 '충정로역'.

이는 충정공 민영환 선생을 기리기 위해 '충정로'라고 지었다는데...

고종을 모시던 최고 공직자였던 민영환 선생.

그는 나라가 기울어 가는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고 외교권이 강탈된 것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첫닭이 울 때까지 자신이 지니던 명함을 꺼내어 격한 심정을 담았던 유서.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내놓은 그의 충절.

마지막에 '혈죽가'의 일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슬프도다, 슬프도다./우리 국민 슬프도다.

저버렸네, 저버렸네./민충정을 저버렸네.

한칼로 순국하던/정충대절 그 영혼.

구원명명 저 가운데/우리 국민 굽어보네.

이 책은 역사적 인물의 민낯과 은밀한 속내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뒤늦게 후대의 평판이 달라지고 있는 콜럼버스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긴 편지.



콜럼버스의 탐욕과 폭력으로 처음 콜럼버스가 만났던 아라와크 족은 약 25만 명이 살고 있었지만 100여 년이 지나면서 생존자가 없이 그저 그런 부족이 살았다는 기록만이 남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사람들은 콜럼버스를 모기 같은 피만 빨아먹는 쓸모없는 제독이라 하여 '모기 제독'이라 불렀고 이사벨 여왕이 죽은 후 콜럼버스도 몰락하여 쓸쓸히 생을 마쳤다고 하니 이제라도 불편하게 여겨질 진실에 정면으로 대해야 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좀 더 인물에 다가가서 바라본 역사.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편지 쓸 일이 없어졌는데 괜스레 편지를 써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편지가 훗날 나의 역사의 한 조각을 장식할지도 모르기에...

진심 어린 손 편지 하나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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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걷기 수업 - 두 발로 다다르는 행복에 대하여
알베르트 키츨러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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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걷는 사람, 하정우』 책을 읽고 난 뒤 '걷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운동 중에서 제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언제든 할 수 있는 걷기를 시작하였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면,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이어폰을 끼고 걷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비로소 깨달았던...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문학동네, 2018, page 41

그렇기에 오늘도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는 길을 나서게 됩니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문학동네, 2018, page 291 ~ 292

아무튼!

'걷기'에 관심이 많기에 이와 관련된 책이 있으면 찾아 읽곤 합니다.

이 책 역시도 '걷기'에 대해, 그를 통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기에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학자가 건네는 걷기의 철학.

어떤 울림을 줄지...

"걷는 동안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우리는 다시금 자기 자신이 된다."

노자,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루소...

위대한 철학자들이 건네는 걷기의 철학

철학자의 걷기 수업



대학에서 법학과 철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던 저자.

그는 남미로 1년 일정의 도보 여행을 떠나면서 인생 최대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낯선 땅을 돌아다니며 인생을 반추하고 젊은 시절의 꿈이었던 영화 제작에 대한 열망을 되찾고 방향을 틀어 12년간 영화 제작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러다 코르시카섬으로 떠난 두 번째 도보 여행으로부터 또다시 삶의 행로를 바꾸게 됩니다.

쉬이 떨쳐내기 어려운 내면의 소리를 좇아 철학의 길을 걷기로 합니다.

책에서 그는 대자연과 하나 되며 자기 자신의 중심에 가닿았던 크고 작은 걷기의 경험과 함께, 걷기를 즐겨 한 역사적 인물들의 사례와 철학적 사유를 엮어냈습니다.

자연을 찾아 발길을 옮기는 걷기의 가치가 건강 유지나 힐링 차원의 휴식 그 이상임을,

우리의 삶 자체가 걷기의 한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전하며 온전한 나를 되찾고, 소란한 마음을 잠재우고 싶다면 잠깐이라도 좋으니 밖으로 나가 한 발 천천히 내딛기를 권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무작정 걷는다고 삶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침묵 속에서 홀로 자신의 생각에 젖어 걸어갈 때 자기 자신의 상황, 타인과의 관계,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 혹은 큰 기쁨을 주는 것에 대해 사색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실천 철학의 시작'이라 하였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안식에 이르게 되고 비로소 자신의 '이타카(《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고향으로, 오디세우스에게는 출발지이자 목적지인 곳)'을 발견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자연 속을 걷는 일은 오감을 충족시키는 총체적 경험으로 자연에 대한 깊은 경험은 우리를 내적으로 성장시키고, 가치 체계를 바라잡아준다고 하였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일상의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에 진정한 걷기를 하기 위해선 잠시 일상과 거리를 두고 자연 속을 걸어볼 것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유유히 거닐 때처럼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목표이지,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초연하고 겸허한 태도를 지닐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걸음 속도처럼 천천히 읽어내려갔던 이 책.

한 발 한 발 사유하게 되었고 차분히 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꼭 걷기만이 답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걷기를 통해 '고요한 행복'에 다다르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제 또다시 저도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봅니다.

"걸어 다니면서 새롭게 힘을 얻고 스스로 곧추설 때만이

내 운명의 주인이자, 키잡이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걷기 없는 인생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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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 가족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의 특별한 삶
양영희 지음, 인예니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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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김윤석, 양익준 극찬

요즘 들어 박찬욱 감독의 추천작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음...

뭐지...

아무튼 이번엔 좀 더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2005년 처음 세상에 내놓은 <디어 평양>으로 제56회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 NETPAC상, 제22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받았고,

<굿바이, 평양> (2009)은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첫 극영화 <가족의 나라> (2012)로 제62회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CICAE상을 수상하며 영화감독으로서 입지를 굳힌 '양영희' 감독.

재일코리안 가족의 아픈 역사를 그려낸 그녀가 신작 <수프와 이데올로기> 개봉에 맞춰 이 책을 내놓았다고 하였고...

저는 이번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를 끄고 그려낼 이야기는 어떨지...

그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가족이란 사라지지 않고, 끝나지도 않아"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수프와 이데올로기>

가족 다큐멘터리 3부작을 완성한 양영희의 첫 산문집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조선인 부락'이라 불리던 오사카시 이카이노(현 이쿠노구) 출신 재일코리안 2세인 그녀, 양영희.

열렬한 조총련 활동가 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일곱 살 즈음, 세 오빠를 이른바 '귀국 사업'으로 북에 떠나보내고 상실감과 오랜 세월 자신을 괴롭힌 트라우마를 원동력 삼아 가족의 이야기를 캠코더에 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 편의 다큐멘터리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아버지-북의 가족들(분신과도 같은 조카 선화 포함)-어머니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연고라고는 없던 북한을 지지하고 맹목적으로 조총련 활동을 하던 부모님.

그 내면엔 제주4.3사건이 있었고 이는 한 가족의 삶에, 나아가 한반도와 재일코리안의 역사에 거둘 수 없는 그림자를 남기고 말았었습니다.

상황이 그러했고 당신들의 선택에 맹목적이고 편협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답답함에...

'아들을 돌려줘!' 가슴속으로 수없이 외쳐댔을 부모님의 회한을 생각하면 누구에게 터뜨려야 할지 모를 분노가 솟구쳤다. 동시에 북송 사업의 선봉장이었던 부모님의 설득으로 북에 건너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부모님을 규탄하고 싶어졌다. 세 아들과 가족들을 볼모로 만든 부모님을 결과만 놓고 공격하려는 스스로가 유치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입 밖으로 뱉지 못하고 삼켜버린 생각들이 끝없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원룸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부모님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지쳐버렸다. - page 47 ~ 48

그녀가 가족을 향해 카메라를 든 건 결국 그들을 제대로 마주 본 다음에 해방되고 싶어서였습니다.

영화 하나 만들었다고 무엇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손목 발목에 주렁주렁 차고 있는 그것들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그것들의 정체를 알아내야 했다. 알아야만 비로소 벗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page 31

평양에 살고 있는 세 아들과 며느리들, 성장에 따라 커져가는 손주들에게 보낼 짐을 싸면서 항상 웃으시면 하시던

"이런 짓은 나만 하면 돼. 부모니까 하는 거지"

말씀이,

뇌경색 전에 무엇보다 솔직하게 대답해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세 명 전부 보내서 후회해?" 갑자기 물어보자 침묵이 흘렀다. 될 대로 되라지 생각한 순간,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이미 가버린 건 별수 없다 싶지만, 그, 가서...... 가지 않았으면 더 좋았으려나 그렇게는 생각하지." 내 귀를 의심하면서 신중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타임캡슐을 타고 북송 사업이 활발했던 무렵으로 돌아가서 목차를 훑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 아버지 연세가? 아들들을 보냈을 때. 아버지는 몇 살이셨죠?"

"몇 살이었으려나......"

"지금부터 32, 33년 전이면 아버지가 43, 44세?"

"당시 전망이라는 게, 재일조선인 운동이 제일 양양하던 시기이기도 하고. 문제가 다 잘 풀리는 쪽으로 보았으니까. 안일했지......" - page 92

그리고 자신의 죽음 앞에 딸에게 건넨 이 한 마디가

"영희가 정한 길, 쭈욱 가면 돼."

참 울컥하게도 만들었었습니다.

분노와 반발심으로 그토록 벗어나고팠던 가족이 한 걸음 뒤에서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이해와 용서가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국적의 '아라이 카오루'라는 남자의 등장은 가족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던 양영희에게 새로운 '가족'을 선사하게 됩니다.

어머니와 카오루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 함께 장을 봐온 마늘 껍질을 벗기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목격했을 때, 이 장면이 작품의 핵심이 되리라 확신했다. 이데올로기가 달라 서로 탓하고 싸우고 죽이는 세상에서, 이데올로기가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가족이 되어 함께 밥을 해서 나눠 먹는다는 사실이 무척 숭고하게 느껴졌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달라도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어머니와 카오루가 증명해주는 것만 같았다. - page 172 ~ 174

양영희 감독이 전한 이야기.

비극적인 현대사 위에 켜켜이 쌓여간 애달픈 가족의 서사는 그 어떤 기록문보다도 소중하였습니다.

감독이 앞서 말했던

"가족이란 사라지지 않고, 끝나지도 않아. 아무리 귀찮아도 만날 수 없더라도 언제까지나 가족이다"

오랫동안 가슴에 맴돌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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