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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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저도 '여름휴가'를 보내게 됩니다.

아마 제일 더운 그때.

모든 이들도 휴가를 보내는 그때.

하지만 이번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홈캉스를 즐기고자 합니다.

그래서 어떤 책과 함께 홈캉스를 즐겨볼까... 기웃거리며 책 목록을 만들었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야금야금 읽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제목부터 딱! 휴가철에 어울리겠다며 아껴 읽으려 했지만...

자꾸만 가는 눈길을 차마 막지 못하고 펼쳐들게 되었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대프니 듀 모리에와 함께 기억될 이름, '마거릿 케네디'.

국내 첫 소개된 이 작품은 어떨지 기대하며...

"그곳에는 뭔가 있어요.

온갖 사람이 다 합류하고 있어.

이 모든 게 징후야."

연민에서 싹트는 우정

오해에서 비롯된 로맨스

시기심과 교만, 탐욕이 빚어내는 소동

그리고 공평히 주어진 구원의 기회

휴가지에서 생긴 일



1947년 9월.

매년 그래왔듯 록스턴 세인트프라이즈와이드의 제럴드 세던 신부는 콘월 북부 세인트소디의 새뮤얼 봇 신부를 방문하게 됩니다.

오랜 벗인 그들은 이렇게 둘이 함께 보내는 이 휴가보다 더 큰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데...

세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설교문은 미리 다 써놓아야 하는 게 그들 휴가의 규칙이었다.

"예정에 없던 설교라네. 나도 오늘 오후까지 마쳐보려고 애썼어. 하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더라고."

"별일이네." 세던이 퉁명스레 대답했다.

"음...... 장례식 설교인데......"

봇은 책상 앞으로 가서 타자기 뚜껑을 열었다.

"평범한 장례식이 아니야." 그가 불평했다. "사실 딱히 장례식이라고 볼 수도 없지. 고인들을 묻어줄 수가 없으니까. 이미 묻혔거든, 절벽 아래......"

"오, 펜디잭만 말인가?" - page 12 ~ 13

사실은 이러했습니다.

8월에 갑자기 절벽 한 쪽이 크게 무너져내린 일이 있었습니다.

붕괴한 절벽이 세인트소디에서 몇 마일 떨어진 작은 만을 덮쳐 동쪽 곶에 세워져 있던 저택, 아니 개인 소유 저택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운영한 호텔을 흔적 없이 사라지게 하였고 이로 인해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목숨을 잃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신부가 사망자들의 장례식 설교를 준비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생존자가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는데?"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봇이 창가에서 돌아서며 말했다. "내 생각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거든.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어. 완벽한 진실은 영영 아무도 알 수 없겠지.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한 이야기는......"

그는 벽난로로 다가와 세던을 마주보고 의자에 앉았다.

"들어보게나." 봇이 말했다. "그리고 자네 생각도 한번 정리를......" - page 17 ~ 18

그렇게 이 소설은 생존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신부 친구에게 들려주면서 시작하였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우리의 추리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도대체 참사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누가 죽었고 왜 죽었으며 살아남은 자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이기적인 귀족, 나태한 궤변론자, 괴상한 성직자와 위축된 그의 딸, 몽상하는 아이들, 심술궂은 객실 책임자, 각자의 우울에 빠져있는 부부, 위악적 소녀, 예술가인 척하는 작가와 그녀의 어린 정부 등등.

스물네 명은 각자의 속내를 숨기지만 결국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바짝 세우고 설전이 오가고 갈등이 폭발하면서 마침내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그는 세상을 구하려면 죄 없는 사람들의 고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곳곳의 희생양, 힘없이 기댈 곳 없는 사람이야말로 인류를 지탱하고 지켜주는 구세주들이라고. 그녀는 그가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동안 곧 엄청난 발견을 할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

아직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무엇이 그들을 이어주는지 알았다. 하지만 스스로가 조금 놀랍게 느껴졌고, 뭔가 모험을 시작할 때 여자들이 으레 그러듯 킥킥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 page 143 ~ 145

솔직히 이 소설은 쉽게 읽혀지진 않았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런던대공습 직후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고 그 속엔 기독교적 이야기로 교만, 시기, 나태, 탐식, 분노, 정욕, 탐욕 등 일곱 가지 대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심오하진 않지만... 저에겐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가 크게 와닿진 않았습니다.

인간의 군상을 그려냈던 이 소설.

우리네 모습이기에 썩 유쾌하진 않지만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곤 하였고 이 소설이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못된 사람은 몇 명뿐이지만, 그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가고도 남아요. 소수가 다수에게 그토록 해를 끼칠 수 있다니, 믿지 못하실 거예요. - page 449 ~ 450

그리곤

그것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그들은 앞날을 생각했다. - page 521

씁쓸하지 않나요...

아무튼 읽고 나서 한바탕 소동 속 한여름 밤의 꿈처럼 몽롱한 느낌만이 남았었습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휴가지에서 생긴 일.

이런 일은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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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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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른 출판사로 읽었었습니다.

워더링 하이츠로 읽었는데 뭔가 폭풍의 언덕이란 이름이 더 친숙한...

그리고 소설로부터의 여운이 남아 이 책으로도 읽게 되었습니다.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

'엘리스 벨'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지만 그 당시에는 음산한 힘과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야만성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이 소설.

하지만 백 년이 지난 오늘날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백경'과 비교되리 만치 그 비극성과 시성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 소설.

다시 한번 더 격정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요크셔의 황야에서 펼쳐지는 악마적인 격정과 증오, 현실을 초월한 폭풍 같은 사랑

영문학 3대 비극, 세계 10대 소설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자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

폭풍의 언덕



1801년-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부터 사귀어가야 할 그 외로운 이웃 친구를. 여긴 확실히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국을 통틀어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이렇게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에겐 다시없는 천국이다. 더구나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이 쓸쓸함을 나누어 갖기에 썩 알맞은 짝이다. 멋진 친구! - page 7

'록우드'라는 남자가 세를 들게 되어 집주인에게 인사차 방문하게 됩니다.

워더링 하이츠란 히스클리프 씨의 집으로.

'워더링'이란 이 지방에서 쓰는 함축성 있는 형용사로, 폭풍이 불면 위치상 정면으로 바람을 받아야 하는 이 집의 혼란한 대기를 표현하는 말처럼 이 집 사람들의 태도는 여간 불편한데...

하필!

여느 때보다도 일찍 어둠살이 잡히고, 하늘과 언덕은 바람과 눈발이 한꺼번에 매섭게 회오리치는 가운데 서로 분간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워더링 하이츠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록우드.

거센 바람 소리와 눈이 휘몰아치는 소리, 전나무 가지가 되풀이하여 성가신 소리를 내기에 될 수 있는 한 그 소리를 없애고자 팔을 내밀었는데 가지가 아닌 조그마하고 얼음처럼 싸늘한 손을 잡은 것이었습니다.

"들어가게 해주세요. 들어가게 해줘요!"

"당신은 누구요?" 하고 나는 물으면서도 그 손을 뿌리치려고 애썼다.

"캐서린 린튼이에요." 그 소리는 떨면서 대답했다. (왜 린튼이라는 이름이 생각났을까? 린튼이라는 이름보다 언쇼라는 이름을 스무 배는 더 많이 봤을 텐데.) "제가 돌아왔어요. 저는 벌판에서 길을 잃었던 거예요!" - page 43

무서움에 떨면서 미친 듯이 고함을 친 록우드는 히스클리프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화를 내며 록우드를 쫓아냅니다.

그러다 가정부인 딘 부인으로부터 이 집안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시간은 거슬러 20년 전으로 가게 됩니다.

언쇼 씨가 리버풀에 갔다가 굶어죽기 직전의 한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그 아이가 바로 '히스클리프'.

언쇼 씨의 친아들인 힌들리는 아버지가 히스클리프를 아끼는 것에 그를 집요하게 괴롭히지만 딸인 캐서린과는 친밀하게 지내게 되고 결국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린튼 가문의 아들 에드거 린튼이 청혼을 하게 되고 캐서린의 가슴 절절한 고백...

"천국은 내가 갈 곳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려 했을 뿐이야. 나는 지상으로 돌아오려고 가슴이 터질 만큼 울었어. 그러자 천사들이 몹시 화를 내며 나를 워더링 하이츠의 꼭대기에 있는 벌판 한복판에 내던졌어. 거기서 나는 기뻐서 울다가 잠이 깼지. 이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내 비밀을 설명해 줄 거야. 나는 천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에드거 린튼과 꼭 결혼할 필요도 없는 거지. 저 방에 있는 저 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던들 내가 에드거와 결혼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 떨어지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 - page 133

을 채 듣기도 전에 에드거와 결혼하겠다는 말만 들은 히스클리프는 떠나게 됩니다.

3년 뒤, 떠날 때처럼 갑작스럽게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경멸했던 힌들리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캐서린에게도 복수를 하고자 캐서린 남편의 여동생인 이사벨라를 유혹해 결혼하게 됩니다.

모든 이들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고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신으로부터 된 것임에 캐서린은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그날 밤 자정 무렵에 딸을 출산하고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 사실에 그는 격정으로 발작을 일으키며 무시무시하게 외치게 됩니다.

"그래, 끝까지 거짓말쟁이였군! 어디로 갔지? 거기가 아니야, 천국이 아니라고. 없어진 것도 아냐. 그러면 어디로 간 거지? 아! 당신은 내 괴로움 같은 건 알 바 아니라고 했지!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아! 견딜 수가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난 살 수 없단 말이야!" - page 273 ~ 274

히스클리프에게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게 되고

내가 고백한다고 해서 구원을 받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 고백이 내 성격의 설명할 수 없는 면에 대한 설명은 될거야. 아, 젠장! 오랜 싸움이었지. 이제 끝장이 났으면 좋겠어. - page 541

그의 폭풍처럼 몰아치던 복수심은 캐서린이 낳은 캐서린 린튼과 헤어튼 언쇼가 결혼을 하면서 잦아들게 됩니다.

길었다면 긴 여정.

히스클리프가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지만 않는다면 나도 얼마든지 보복을 하겠어요. 하지만 배반이나 폭력은 양쪽 끝이 뾰족한 창과 같아서, 그것을 쓰는 사람이 그걸 받는 사람보다 더 크게 다치는 법이지요.' - page 287

결국 모든 칼날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던 그...

이제는 포근한 하늘 아래 마음 편히 지내길 빌어봅니다.

재독을 해도 가슴이 아려오는 건...

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땐 어떤 감정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복잡미묘한 감정에 잠시 내려놓고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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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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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잔혹했던 전쟁.

아니, 그 잔혹함 그 이상의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건이었던 '제2차 세계 대전'.

그럼에도 전쟁으로부터 과학이 발전되었다는 이 아이러니함이란...

아무튼 이 시대의 '과학'에 대한 이야기는 여느 책에서도 접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과학자와 스파이로 구성된 과학 특공대가 비밀 임무를 수행했다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 비밀.

이에 대해 흥미진진한 대서사시로 들려준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그 시절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오펜하이머가 미국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하던 그 때,

유럽에서는 최초의 과학 특공대 '알소스 부대'가 활약하고 있었다!

원자 스파이



'알소스 부대'

사실 이름부터 생소하였습니다.

이 부대는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상상 가능한 최악의 위협, 즉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에 관한 비밀을 수집해 원자폭탄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학 특공대였습니다.

이들의 스파이 활동으로 과학이 처음으로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서게 된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는데 각각의 면면도 화려했습니다.

맨 처음 소개되는 미국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의 '모 버그'.

그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10여 개 언어를 구사해 '버그 교수'라고도 불리는 괴짜였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하면서 컬럼비아대 법대를 다니고 뉴욕변호사 시험까지 합격하는데 그.

모 버그가 마지막으로 베이스를 도는 모습을 모두 즐겁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버그는 그 순간을 오래 즐길 수 없었다. 일주일 전에 나치 독일과 공산주의 러시아가 악명 높은 불가침 조약을 맺음으로써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그가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홈런을 치고 나서 48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했고, 이로써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그해 여름에 버그는 "유럽은 활활 타오르고 있고, 히틀러가 지른 화마 속에서 시들어가고 있다"라면서 괴로워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볼펜에 앉아서 교체 투수들에게 농담이나 하고 있지 않은가!" 버그는 마침내 아버지가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보다는 삶이 훨씬 중요했다. - page 123

아들이 야구보다 국가에 헌신하길 바란 아버지의 뜻을 따라 모 버그는 알소스 부대에 들어가 독일 최고의 핵과학자인 하이젠베르크 암살 명령을 받게 됩니다.



이렇듯 스파이로 활동하는 이들은 예상외의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펼친 위대하지만 위험한 적국의 핵과학자를 제거해야 하는 스파이의 고뇌와 연구에 대한 열망과 전쟁의 공포 앞에서 갈등하고 하루아침에 친구에서 적이 된 동료와 경쟁해야 하는 과학자 등 책 속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흥미롭고도 놀라웠습니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 등 노벨상 수상자들의 등장은 익숙함을 자아냈었고 무엇보다 이들이 일생을 바쳐 이뤄낸 '원자 폭탄 개발'이라는 미션은

긴급 속보가 끝나갈 때, 가우드스밋에게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몇 달 전에 독일의 원자폭탄 계획이 한참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안 뒤, 가우드스밋은 그로브스의 한 부관에게 "독일이 원자폭탄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아주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이제 우리의 원자 폭탄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부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샘, 우리에게 그런 무기가 있다면, 우린 그걸 사용할 거요." 그 예언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원자폭탄은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즉, 핵무기를 보유한 독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무기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독일의 위협이 사라지자, 단순히 방어 무기로 사용한다는 개념도 사라졌다.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불가피하게 원자폭탄은 다른 성격의 무기-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무기-로 변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리란 것을 가우드스밋은 직감했다. - page 552

결국 막대한 인명 피해로 귀결돼 인류적 재앙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가슴 저미게 다가왔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에필로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오랫동안 남았었는데...

가우드스밋의 한 동료는 "샘은 전쟁 전에 재미있고 편안하게 하던 일로 결코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말했는데, 졸리오-퀴리 부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모 버그, 케네디가 사람들을 비롯해 원자 첩보전에 휘말린 사람들은 거의 다 그랬다. 핵분열은 20세기 물리학의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였지만, 그것은 단지 중요한 과학 현상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떠올랐다. 미치광이의 수중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절박한 노력에서 연합국 과학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광기를 뿜어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말할 것도 없고, 중수 공장 습격, 지질 조사를 위한 특공대, 암살과 방사능 치약에 이르기까지 그 광기가 온갖 것으로 뻗어나갔다. 모든 단계에서 관련 당사자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원자를 쪼갬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분열시켰다. - page 570 ~ 571

'양날의 검'과도 같았던 이들의 이야기.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훗날 역사가 기록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과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고...

무엇이 옳은 것일까... 란 의문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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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피베리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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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키 미스터리부터 경찰 소설까지 다양하고 거침없는 소재를 도입해서 현대인이 안고 있는 사회병리나 마음의 병,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탁월한 작가, '곤도 후미에'.

사실 그녀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았는데...

이 작품에 눈길이 간 건 '출간 이후 일년 넘게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얼마나 매력이 있기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것일까...

호기심도 있었고 좋아하는 미스터리와 멜로 장르이기에 읽어보았습니다.

"다른 커피들은 둘이서 하나가 되는데, 피베리만은 이렇게 혼자야. 마치 우리들처럼..."

호텔 피베리



불미스러운 스캔들로 학교 교사를 그만둔 지 4개월째 생의 의미도 재미도 잃은 채 아래로만 침잠하던 스물여섯 살 청년 '기자키'.

그에게 고등학교 친구였던 스기시타가 한 가지 제안을 해 주었습니다.

"너 말이야, 해외라도 다녀오면 어때?"

...

"하와이는 어때?"

...

"호놀룰루는 그렇지. 근데 호놀룰루는 하와이 제도의 고작 일부분이야. 같은 오아후섬이라도 호놀룰루를 벗어나면, 인본인 가족 여행객들 모습은 거의 안 보여. 마우이나 하와이섬, 카우아이섬까지 가면 풍경이나 공기도 완전히 달라진다고."

...

"하와이섬에 갔을 때, 재미있는 호텔이 있었어." - page 16 ~ 20

그가 권해준 호텔은 바로 '호텔 피베리'라는 호텔보다는 B&B 게스트하우스정도인 숙소였습니다.

이 숙소에서는 이상한 룰이 있었는데 바로

그 호텔에 손님이 묵을 수 있는 건 단 한 번뿐.

재방문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기자키는 호텔 피베리에 가게 됩니다.

이곳에 묵고 있는 여행자는 기자키를 포함해 다섯 명.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먹은 뒤 방으로 돌아온 기자키는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어봅니다.

풀장에서 헤엄치던 아오야기씨가 그에게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는데...

"앞으로 3개월 있을 건가?"

"아, 그럴 예정인데, 너는?"

그는 턱 주변에 손을 갖다 대고 숨을 뱉어내듯 웃었다.

"나는..., 앞으로 1개월 정도...?"

...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는 이쪽을 보고 웃었다.

"기대해도 좋아. 곧 재미있는 걸 보게 될 테니까."

"뭐라고?" - page 41

안주인이 차려내는 음식도 맛있고 그렇에 안온한 평화가 이어지던 어느 날.

"어제, 가모우 씨가 죽었어요. 풀장에서..."

"네에?"

놀란 나에게 가즈미 씨가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야. 그가 적어준 긴급연락처로 전화를 했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 받았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모우라고 하는 사람은 가짜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냈던 거예요."

나는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방안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알고 싶은 게 바로 그거야." - page 109

그리고 이틀 후 또 한 명의 투숙객이었던 아오야기가 바이크 사고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게 됩니다.

정말 사고일까? 한발 양보해서 가모우는 사고일지 모른다. 그런데 아오야기는? - page 149

남아있는 사람들 사이엔 불안한 공기가 휘몰아치고...

혼란 속 과연 이 호텔에서 일어난 일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들 모두는 피베리와도 닮아있었습니다.

"그런데, 피베리는 말이에요."

그녀가 꺼낸 피베리는 일반 커피보다 알이 작았다. 가즈미씨가 그것을 내 손 위에 올렸다. 자세히 보니, 피베리는 다른 커피콩과 다르게 또르륵 말린 듯 둥근 형상을 하고 있었다.

"둥그렇네요."

"맞아요. 피베리는 열매 속껍질 안 그 방에 한 알밖에 없어요. 그래서 희소성이 있는 거예요."

즉, 보통 열매라면 두 알을 수확할 수 있는데, 피베리는 한 알밖에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비쌀 만하군.

그녀는 내 손에서 커피콩을 집어 올렸다.

"왠지 불쌍해 보이기도 해요. 다른 커피는 둘이서 하나가 되는데, 이 아이는 외롭게 혼자야." - page 101

한 개인으로서 여행지의 같은 호텔에서 묵는 가벼운 관계로 결국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지 못하고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외로이 홀로 머무르는 모습이 이들뿐 아니라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서 씁쓸함이 남았었습니다.

피베리. 열매 안에 쓸쓸하게 혼자 잠들어 있는 희귀한 콩.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름은 이 호텔에 너무도 잘 어울렸다. 옆으로 긴 호텔 건물은 하나의 가지이고, 방은 열매 안의 작은 공간이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나 홀로 외로이 잠들어 있었다.

가즈미 씨와 나는 잠깐씩 서로를 감싸주기도 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마음이 녹아 섞이는 일은 없었다. 섞이는 것은 몸뿐이었다. - page 228

그동안 생각해왔던 '하와이'라는 여행지와는 사뭇 달랐던 풍경.

피베리 커피 맛.

긴 여운이 남았던 이들의 이야기.

이 모든 것이 은은하면서도 오랫동안 제 주변을 머물고 있었습니다.

왜 이 책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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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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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을 찾는 여정.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2053년 꿀벌이 사라져 멸종을 앞둔 인류

우리는 그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꿀벌의 예언 2



「점심시간인데, 같이 가서 먹지 않을래?」

무반응. 그가 입아귀를 실쭉해 귀찮게 하지 말라는 뜻을 전한다.

「아빠도 방에서 꼼짝하지 않으려고 하던데...... 두 사람이 지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지, 그렇지?」 - page 9

사실 르네와 알렉상드르는 전생부터 연이 시작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서로 전생의 인물들은 지금의 자신들에게서부터 예시를 받고 예언서를 작성하게 하였고 예언서로 인해 살해를 당하고 또 이를 지키기 위해 다음 환생한 이에게 잘 숨길 것을 당부하고...

「이 예언서는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예언이 지닌 막강한 힘을 남용하지 않을 사람만 읽어야 해. 갈수록 미래의 일을 너무 앞서 알아선 안 된다는 확신이 드네. 차라리 예언서가 없는 것만 못할 수도 있어. 미래를 아는 게 우리한테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뜻이야.」

「그럼 앞으로 누가 이 예언서를 읽게 돼요?」

「나와 내 뒤를 이을 성전 기사단 단장들. 우린 그걸 읽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니까. 예언을 단 한 마디도 발설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대범하고 강한 사람들이니까. 사사로운 이해관계와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인류의 대의를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된 사람들이니까.」 - page 148

숨기는 이들은 글을 읽을 줄 모르기에 예언서가 있어도 무용지물.

그렇기에 이 예언서를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필사를 해 여러 곳에 숨기게 되고 결국 르네와 알렉상드르가 마주하게 되는데...

드디어 알게 되겠구나.

마침내 사서가 마지막 장을 펼치고 좌중의 시선이 오래된 성서로 쏠릴 때, 실루엣 하나가 나타나 그들을 향해 권총을 겨눈다.

「당장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그 예언서에서 떨어져. 한 사람도 빠짐없이.」 - page 335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데...

그 끝은 어떨지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해 봅니다.

소설 속 모든 이들은 생에 생을 거듭하며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지금까지 정신과 육체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꿀벌 인간들까지도...

그리고

조상들의 세계에서 목격한 낭비와 부조리, 불공정, 감염병, 전쟁, 학살은 그들이 이 벌집 도시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누가 드보라 히람에게 이런 도시를 건설할 영감을 어디서 어떻게 얻었냐고 물어보면 그녀는 아주 오래된 예언서의 마지막 장에 상세히 적혀 있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책의 제목을 또박또박 말할 것이다. 『꿀벌의 예언』. - page 372

역시나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최악의 미래를 막기 위해, 아니 지금도 일어나는 이상기후에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이미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처럼 예언서를 찾기 전 우리의 실천이 중요함을 깨달아봅니다.

그리고 '꿀벌'이란 존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관련된 책이 있다면 조만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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