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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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호러와 미스터리의 거장

'에드거 앨런 포'

갈까마귀」, 「애너벨 리」와 같은 명시를 남긴 시인으로도 유명하지만

당대 작가들과는 달리 독특한 예술관으로,

인간 내면의 음습한 광기를 파고들며 독특한 상상력을 펼쳤던 그.

보들레르부터 스티븐 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에게 문학적 영감을 주었는데...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당연히 그의 작품을 읽어봤어야 했는데...

치일피일 미루어지다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생애에 걸쳐 1편의 장편과 74편의 단편을 남긴 것 중 이 책에서는 7편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그의 명성을, 그의 문학 정수를 제대로 느껴보겠습니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가운데 다가오는

죽음과 광기의 그림자


포 단편선


워낙 유명한 「검은 고양이

무절제한 폭음으로 망가진 주인공.

자신이 좋아하던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고, 다시 데리고온 고양이까지 죽이려다 아내를 죽이고 시체를 벽 속에 묻어둡니다.

시체를 묻어 둔 벽을 경찰관들은 어떤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는 갑자기 경찰관들 앞에서 벽을 후려치게 되고 그곳에서 발견하게 된 건 아내의 시체와 같이 묻힌 고양이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

한 인간이 자신의 욕구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파멸에 이르는 과정이 그려졌던 이 소설.

왜 포의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을 꼽았는지...

짧지만 강렬함에 한동안 헤어 나오질 못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졌던

어셔가의 몰락」은 주인공 에델레드가 어린 시절 친구였던 어셔의 방문안을 가는 이야기로, 기괴함과 음산한 분위기가

적사병의 가면」은 호화로운 가장무도회가 열리는 가운데 등장하는 적사병의 끔찍한 모습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그려진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 특히나 '공포'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함정과 시계추」에서는 한 죄수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만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고

짙은 어둠은 그를 무겁게 내리누르며 두려움이 덮쳐오고 참을 수 없는 긴장감...

서서히 내려오는 시계추...

그 와중에도


그렇게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몸뚱이는 본능적으로 음식을 찾고 있었다. 고통 속에서도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뻗어 쥐들이 남기고 간 음식 찌꺼기를 움켜잡았다.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희열과 함께 무언가 희망 같은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내가 희망을 가질 일이 도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것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느낌이었을 뿐이지만, 어쨌든 희열, 그리고 희망을 느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 다시 느껴 보려고 애써 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린 나머지 생각하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들었다. 나는 완전히 바보 천치가 되어 있었다. - page 212


유리병에 남긴 편지」에서도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배 위에서 거대한 회오리 물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모습에서...


선원들은 불안하고 두려운 발걸음으로 갑판 위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그래도 그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절망감보다는 희망의 빛이 역력하다. - page 245


희망을 이야기함으로써 공포를 견뎌내고 눈을 떠 두려워하던 그대로의 진실을 바라볼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그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앞서 단편들은 '공포'가 주였다면 두 단편 「모르그가의 살인」과 「도둑맞은 편지」는 결이 다른 미스터리 소설이었습니다.

셜록 홈즈의 원형이자 안락의자 탐정의 효시인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

모르그가의 끔찍한 살인 사건을, 귀부인이 비밀리에 찾는 편지를 찾는 일을 하게 되는데...

직접 사건 현장에 가서 증거를 찾고 자료를 토대로 모순점을 발견하고 

문제의 해답은 의외로 가까에 있다는 것을

추리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나아가 사회의 모순까지 그려나갔던 에드거 앨런 포.

그의 예리한 시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저는 감사할 따름이었고 포의 다른 단편들도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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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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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런 소설은 평생을 기다려도 만나기 어렵다!"


이 문구에 끌렸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

이미


출간 10주 만에 전 세계 판매 42만 부 돌파!

영미·캐나다·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 10개국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라고 하네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이 소설.

그 매력을 저도 몸소 느껴보고자 합니다.


감정의 밑바닥을 어루만지는 시선,

인간다움에 다가서는 섬세한 문장으로

상처 입은 영혼을 일으켜 세우는 수작


브로큰 컨트리



목장 사람이 죽었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다들 누가 죽였는지 궁금해할 뿐이었다. 우발적 사고였을까? 아니면 계획된 살인? - page 11


조용한 시골 목장에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

젊은 남자가 죽었습니다.

심장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보아 심장을 겨냥한 계획 살인이 틀림없는데...


삶의 마지막 순간에 평생을 다시 살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우리는 다시 그 시절의 소년, 소녀가 되어 빛과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별빛 쏟아지는 밤이 찬란하게 펼쳐질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그는 내가 바라보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괜찮다는 의미로 미소 지으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베스, 말해. 지금이야."

나는 그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빛을 교환했다. - page 11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의 시작과 재회, 그리고 살인 재판을 교차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영국의 아름다운 해안도시 도싯의 한 농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베스와 프랭크가 있었습니다.

아니, 이들은 평범한 척하지만 사실은 위태한 가정이었습니다.

수년 전 사고로 아이 바비를 잃고도 온전히 아파할 수 없었던 이들이었기에.

암묵적 침묵...


우리는 바비가 죽던 날에 후회스러운 일이 너무도 많았다. 그 일들을 제대로 했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문득,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오히려 치유가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나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듯이 이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 둘은 슬픔이라는 시커먼 바위에 함께 올라탄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만 있었다.

"나도 그런 생각해. 당신이 혹시 그때 그랬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것 전부 다 나도 후회해. 하지만 그런다고 바비가 돌아오진 않아. 그 애를 보내려고 노력해야 해." 내가 말했다. - page 131


그래서 마음속엔 깊은 응어리가 조금씩 균열로 금이 가던 중...


옛 연인이 갑작스레 등장하게 됩니다.

베스가 십 대 시절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끝내 상처로 남은 게이브리얼.

그와 그의 어린 아들 레오의 등장은 베스가 외면했던 기억들을 다시 불러일으키는데...


프랭크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예전 모습이 보이는 미소였다.

"그렇게 들리긴 해. 하지만 난 그 질투에 눈먼 별난 놈을 사랑하는걸."

"그러길 바라."

"그렇다는 거 알잖아."

그리고 우리는 키스했다. 한 남자와 키스하고 또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둘은 서로 달랐다.

이건 시작이 너무 많은 사랑이야기다. 이 끝이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page 245


하지만 불씨는 용암처럼 솟아오르게 되었고 결국......!

사랑과 상실, 고백과 용서 사이에서 베스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죽음  때문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인생이 망가진 부부의 하찮은 휴먼 드라마.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유명 작가. 전국에 화제가 된 은밀한 불륜, 재판이 끝나면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우리에 관한 것을 전부 다 잊겠지. - page 342


한 남자 프랭크가 보여준 지고지순한 사랑은...

가슴 저미도록 아팠습니다.


"존슨 씨,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아내가 불륜에 빠졌는데도 그 관계가 지속되도록 놔둔 이유가 뭡니까?"

"그 관계 때문에 아내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내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 저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 애를 잃고나서 아내의 삶이 너무 힘들어졌어요." - page 324


그 고통을 오롯이 자신이 짊어지고자 했던 프랭크...

이 바보 같은 남자...

마지막까지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솔직히 베스가 참 미웠습니다.

아이를 잃은 상실과 끝나버린 줄 알았던 첫사랑과의 재회로 흔들리던...


"그래서 넌 어떻게 하려고?" 게이브리얼이 나지막이 물었다.

우리가 아니라 였다. 딜레마에 빠진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였다. - page 276


그녀는 우리에게 끝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비극적이었지만 끝내는 아름답게 일러주었습니다.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게 가장 단순하지. 하지만 중요한 건, 평생을 함께 보낼 올바른 사람을 찾는 거야. 어떤 과정을 거치든지 말이야." - page 202


책을 덮고 난 이 순간에도 베스가 보여준 여정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책임지는가"


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묵직한 여운과 함께 건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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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에 대하여 - 삶은 비운 후 비로소 시작된다
토마스 무어 지음, 박미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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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로 하루를 빽빽이 채우고,

쓰지도 않을 물건으로 집을 가득 채우고,

마음을 온갖 생각들로, 말들로, 감정들로, 욕망들로, 관계들로,... 채우는데...

그렇게 채우면 풍요롭고 뿌듯할 텐데...

왜 허무함을 느끼는 걸까...?!


이에 대해 전 세계 수백만 독자에게 사랑받았던 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인 '토마스 무어'가 

현대인이 끝없이 채우려 애쓰면서도 허무함을 느끼는 이유를 파고들며

'공허'를 결핍이 아닌 '충만의 시작'으로 제시한다고 하였습니다.


공허의 충만함이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더 이 책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 의미가 무엇인지 차근히 이해해 보려 합니다.


나를 채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텅 빈 것들의 지혜, 고요한 것들의 힘


공허에 대하여


책은 공허에 관한 전통적 이야기와 생각을 담고 있었습니다.

불교의 '무(無)', 노자의 '무위', 기독교의 '케노시스' 등 동서양의 사상과 일상의 일화를 엮어 침묵과 공백의 힘을,

반지 없는 손가락, 화살 없는 활, 텅 빈 좌석 같은 상징적 이야기들을 통해 공허가 삶에 불어넣는 자유를 그려내며, 채움보다 비움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마음을,

그렇게 저자는


우리는 공허의 진가를 인정하고 일상적 경험으로 삼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삶이 바쁘게 돌아갈 때도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일을 벌이거나 과도하게 생각하고 느끼려는 경향을 균형 있게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공허를 포함하면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해방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삶의 의미를 찾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공허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삶의 모든 순간을 활동이나 설명이나 목적으로 채우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압박에 맞서야 합니다. 먼저, 과도한 활동을 부추기는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세요. 그런 다음, 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둘 때 찾아오는 평온을 즐기세요. - page 18 ~ 19


공허가 전하는 충만한 위로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도덕경》의 '바큇살' 이야기를 듣고 그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었습니다.


바큇살 서른 개를 꿰는데

가운데가 비어 있어야 바퀴가 굴러가네.

흙으로 그릇을 빚는데

속이 비어 있어야 그릇으로 쓸모가 있네.

문과 창문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이러한 구멍이 있어야 살기에 적합하네.

그러므로 있어서 이로운 이유는 빈 부분의 쓸모 때문이네.

노자, 《도덕경》


삶을 온갖 것들로 가득 채우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없고

놀라움과 깨달음도 드물며

삶을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해줄 방법을 익히지 못하기에

'비어 있음'이야말로 진정한 충만함과 자유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저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건 '자연스러움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누가

"어떻게 지내세요?"

라고 물으면, 굳이 좋은 인상을 주거나 동정을 얻으려 하는데...

이에 대해서


결과를 통제하거나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간섭을 떨쳐버리고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세요. 별 뜻 없이 상투적으로 내뱉는 말도 피하면 좋습니다.

"대체로 잘 지냅니다. 다만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고 세계정세 때문에 슬프다는 것만 빼면요."

감정을 분명히 드러내는 '피곤하다', '슬프다'라는 형용사에 주목하세요. 여기에선 이 두 단어를 복잡하게, 혹은 혼란스럽게 하는 요소가 없습니다. 다른 의도대로 보이려고 친구를 조종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공허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조작과 불필요한 복잡함이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친구는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있습니다. 상호작용에서 흔히 보이는 교묘한 속임수와 통제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실제로 당신의 말에서 공허를 감지할 수 있으며, 그 공허는 신선하고 신뢰감을 줍니다. - page 66 ~ 67


그동안 너무 힘을 주고 살아 힘겨웠을 제 자신에게 

느끼는 대로, 의도한 대로 말할 것

나머지는 공허한 상태로 둘 것

다짐하고 또 다짐해 봅니다.


치열한 경쟁 속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긴장감은 팽팽한 줄이 되어 스트레스로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한순간 툭!

한꺼번에 '번아웃' 상태가 되어 자신을 잃어버리기 전에

잠시 숨 한 번 크게 쉬고 공허에 귀를 기울여볼 것을,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갈 것을 저자로부터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잠시 명상을 통해 내 안에 작은 틈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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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깃든 산 이야기 이판사판
아사다 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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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던 영화 <파이란>을 통해 이름이 널리 알려진, 그윽한 감동의 소설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

그의 소설은 한번 손에 잡게 되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이번에 '아사다 소설의 원점'이라는 이 소설.

이미 일본에서 최초로 쓴 미타케산 이야기는 2006년에 발표한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에 「붉은 끈」과 「여우귀신 이야기」를 실었었고


"옛날의 미타케산 등산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신을 참배하러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산에 올라 참배하려는 사람들이 묵을 숙소는 기도사(신자를 안내하고 숙박 등을 돌보는 신직)가 제공해 주었죠. 그래서 어머니의 친정집에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묵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방이 있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언니인 이모가 밤마다 잠자리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요상하고 기묘한 이야기가 많았지요. 지나치게 넓은 방에서 듣는 괴담 이야기는 정말 무서웠어요. 평소 도쿄 시내에 사는 아이에게 낡고 큰 저택만큼 무서운 것은 없으니까요(웃음). 하지만 저는 그런 신비한 이야기들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바탕으로 단편 몇 편을 써서 호평을 받았는데, 관련 작품이 여러 문고에 분산되어 수록되어 있었지요. 미타케산 관련 소설들을 모두 한 권으로 묶는 것은 제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권으로 묶어 다시 한 번 집필을 추가하여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산이 흔들리다」와 「긴 후기 혹은 하늘로 돌아가신 여러 사람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신작 2편을 새롭게 집필하고 

2024년에 『완본 신이 깃든 산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가 어린 시절 미타케산에서 들었던 괴담이 바로 그의  소설의 원점이었다는 사실에 더 흥미로웠던 이 소설.

어떤 이야기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바로 책장을 펼쳐보았습니다.


"미타케산에서의 생활이 없었다면 소설가가 되지 못했을 것"

거장 아사다 지로가 들려주는 애틋하고 무서운 이야기


신이 깃든 산 이야기


도쿄 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오쿠타마에는 태곳적부터 신을 모셔온 영산 '미타케산'이 있습니다.

이곳 산속에 있는 신관저택이 실제 아사다 지로 어머니의 친정집이라 합니다.

밤마다 이모가 들려주는 괴담 같은 잠자리 옛날이야기는 소년 아사다 지로의 상상력을 강하게 키웠고

그 이야기를 각색해 총 11개의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겨 있었는데...


'괴담'이라 하면 무서울 거란 제 생각과는 달리 아련하고 안타까웠던...

이야기가 하나씩 끝날 때쯤이면 작게나마 안녕을 빌어주곤 하였었습니다.

이모가 그에게 들려주었던 것처럼 작가는 우리에게도 그때의 그 시공간을 그려주었기에 더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 읽고 나면 이 한마디가 절로 나오곤 하였습니다.

"재미있다!"


첫 이야기였던 <붉은 끈>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야기였습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만, 방이 있습니까, 하고 남자가 물었어. 첫눈에도 심상치 않았지. 케이블카도 없던 시절에 한겨울 밤길을 올라왔다는 것도 의아했지만, 두 사람의 손목이 여자의 오비 끈에 묶여서 연결되어 있었거든맺어질 운명을 타고난 남녀는 태어날 때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새끼손가락이 연결되어 있다는 속설 때문에, 현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가 내세에서 맺어지기를 바라며 붉은 실로 서로의 몸을 연결하고 동반자살하는 사건이 가끔 일어난다. 그 새빨간 끈 색깔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단다. 나는 무서워서 할아버지를 부르러 안으로 들어갔지." - page 10


운명의 붉은 실은 


붉은 색의 실이 사람 간, 특히 연정을 품은 두 남녀간의 인연을 이어 준다는 중국의 설화와, 여기에서 유래되어 동아시아에서 널리 믿어지고 있는 미신적 문화요소를 가리킨다. _ 나무위키


익히 알려진 이야기였기에...

그 끝은 이미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안타까웠던......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같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소녀에게 빙의한 여우귀신과 신통력을 가진 증조부의 공방전이 그려진 <여우귀신 이야기>에서의 참회의 독백같은 이야기..


"그땐 그랬어. 어린아이의 목숨은 가벼운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괜찮겠다 싶은 나이가 되기 전까지 온전한 인간으로 쳐주지 않았던 게 아닐까. 아기는 귀엽지만 언제 또 감기가 더치거나 배앓이가 심해져서 죽어버릴지 모르니까 개나 고양이 대하듯이 귀엽게 키운 게 아닐까 싶어. 안 그러면 잇달아 자식을 여읜 부모는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너희는 아직 인간이 아닌 거지." - page 76


빙의되었던 '가나'라는 소녀...

불쌍하다고 생각되지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그땐 그랬다는 말이 참으로 울렸습니다.


인상적인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편집자도 꼽았던 <산이 흔들리다>였습니다.

시기는 다이쇼 12년의 관동대지진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실은 매우 심각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진의 혼란을 틈타 불령선인이 폭동을 일으켜 여기저기 불을 지르고 폭탄을 던지고 우물에 독약을 탄다는 겁니다." - page 362


'불령선인'이란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조선인을 뜻하였고

불순분자 가운데 일부는 미타케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갔을 때

이타루의 외침이


"천재지변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가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겠죠. 신령님 탓이라고 한다면 신사가 불타더라도 어쩔 수 없겠지요." 

...

"조선인 탓으로 돌리느니 차라리 신령님 탓으로 돌리는 게 낫습니다. 아닙니까!" - page 367 ~ 368


"그건 아니지, 키쿠 짱. 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의심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거야. 그러니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돼. 그리고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나는 말해야 해." - page 372


"이보시오. 잘 좀 생각해보시오. 이 흑색선전은 너무 악질적이란 말입니다. 진리는 인원의 많고 적음에 달린 게 아니요. 자기 자신에게 물어서 판단해야 합니다." - page 374


소신 있는 이 발언이.

아니, 작가의 역사인식에 대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는데...

그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신이 깃든 산 이야기』에 나오는 신관 할아버지나 이모는 엄청나게 늙으신 분으로 읽히지만, 실제 나이는 지금의 저보다 젊어요. 노인도, 세상도,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신의 영역으로서의 산의 존재 방식을 바꾸어서는 안 돼요. 함부로 나무를 베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산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관념은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야 할, 대체할 수 없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아사다 지로의 이 말을 끝으로 저도 책을 덮어봅니다.


신이 깃든 산은 아무 일 없이 깊어갔다. - page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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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 - 문구인이 사랑하는 전국 문구소품샵 35곳
모두의 도감 편집부 지음 / 모두의도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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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학교 앞에 '문구점'이 있었습니다.

등교하기 전에도, 하교하고 난 뒤에도 친구와 들려서 먹을 것도 사고 사고 싶은 물건이 팔렸나 확인하고...

그곳은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소였고 나중에 커서 문방구 주인이 되는 꿈도 꾸었던 곳이었고...

어릴 적 꿈이 가득했던 곳.

하지만...


이제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학교 앞의 문구점은 사라졌고

우리 아이에게는 '다이소'가 존재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닮은 듯하지만 왜 그런지...

정감은 가지 않는 듯합니다만...


아무튼!

이런 추억이 있기에 이 책을 보자마자 눈길이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전국에 존재하는 문구점.

나중엔 이 책과 함께 찾아다니는 재미가 더해지겠죠?!

곳곳의 매력적인 문구점을 향한 여정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지는

디자인 문구의 무한한 세계!


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

서울부터 대구, 김해, 제주까지

우리나라 곳곳에 위치한 감성 넘치는 35곳의 문구점의 공간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문구는 단순히 필기와 기록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삶을 표현하고 일상을 추억하도록 돕는 도구로써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문구점은 그러한 영감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은 우리에게 유명한 문구점에 무작정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나에게 필요한 공간을 찾아 방문해 보는 것을 제안했는데... 


문구점에도 이렇게나 매력적일 수 있을까...!

알록달록하고 밝은 분위기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페이퍼롤러'

귀엽고 아기자기한 문구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미도리작업실'

감각적인 큐레이션으로 영감을 더하는 '포인트오브뷰'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기록하게 돕는 '페이퍼보이스튜디오'

등 문구는 인테리어로써도 손색이 없었고 이런 작은 디테일이 만들어낸 감동은 저마다의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두 곳을 소개해 보자면...!

푸른 잔디밭 운동장이 아름다운 제주 세화초등학교 옆,

"No! 큰 기대, Yes! 작은 즐거움"

을 외치며 작은 문구류들과 제주 기념품을 소개하는 '여름문구사'

크고 화려하진 않을지라도 일상에 지쳤을 때 피식 웃게 하고 잔잔한 행복을 주는 물건들이 가득하다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크레파스와 사인펜으로 적은 메모들은 때로는 감성적이고, 때로는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저처럼 문구점에 대한 추억에 젖어들고 싶은 분들에겐 감히 추천해 보고 싶은 곳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김해에 위치한 '종이 상점 W.I.Y.P?'

'What is your page(paper)?'의 약자로 종이와 함께 기록하고 창작하는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제안하는 문구점입니다.

이곳은 다양한 문구류를 소개하기보다 오직 '종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꾸린 공간인데

특히 나만의 '오운 노트 own note'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종이로 가득한, 종이와 함께하는 삶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종이의 세계를 탐험해보는 건 어떨지.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떠올랐던...?!)


연필, 볼펜, 마스킹테이프, 엽서, 스티커뿐 아니라 문구를 보관하고 사용하기 위한 작은 물건들까지.

문구의 종류만큼이나 무궁무진했던 문구점들.

아직도 미쳐 발견하지 못한 문구점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아이와 함께 문구점 탐방을 한 번 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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