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꾸제트
질 파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tvN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비밀독서단>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소장하고 가끔 들여다보는 소설이기에 애착이 있던 소설이었습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소년, 제제.

어릴 때 읽었을 땐 그저 소설 속 제제라고만 생각했기에 그 아이의 진정한 내면을 알지 못하였지만 20대가 되고 30대가 되어 읽었을 땐 점점 '제제'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의 제제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이 책, 『내 이름은 꾸제트』.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을 알렸던 터라 소설 속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되었습니다.


첫 장을 펼치면 엄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늘은 말이다. 꾸제트, 워낙 어마어마하게 커서 그 아래 아웅다웅 살고 있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단다."

"인생이란 말이다, 저놈의 우중충한 하늘과 똑같단다. 재수 없으면 더러운 구름이 싸대는 오줌줄기를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하지."

"남자들이란 모조리 구름 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단다. 세상 구경 한답시고 영계랑 떠나버린 네 얼빠진 아빠처럼 말이다." - page 9

어린 아들인 '꾸제트'를 붙잡고 하늘에 대고 투덜대는 엄마의 모습.

그 속에 자란 꾸제트에게 세상의 모습은 어떠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아홉살 꾸제트에게 찾아온 시련.

처음에는 엄마가 그냥 자는 줄로 알았지만 왠지 장난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분위기.

엄마를 살짝 흔들어보았을 때 이미 엄마는 헝겊인형처럼 죽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 경찰관의 질문에 그의 대답.

"그래, 네 엄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니?"

"아, 그거요, 다 하늘 때문이에요." - page 17

엄마로 인해 원망하게 된 하늘.

과연 앞으로 꾸제트에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였습니다.


친절한 경찰 아저씨 '레이몽'을 따라 간 감화원.

그 속엔 각자의 사연을 품은 아이들이 있었고 이들을 돌보는 복지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꾸제트'를 돌보는 '레이몽 아저씨'.

이들과 어울리면서 꾸제트는 우정과 사랑을 배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책 속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짜 부모건 가짜 부모건 상관없어, 카미유. 중요한 건 사랑받는다는 거잖아. 안 그래?"

"그건 달라."

"사실은 나도 가끔은 엄마랑 같이 사는 꿈을 꿔. 서랍도 안 뒤지고 권총 가지고 놀지도 않는 꿈. 엄만 여전히 텔레비전만 보고 나는 항상 혼자지. 뚱보 마르셀이나 그레고리랑 구슬치기도 하고 돼지랑 얘기하는 이웃집 녀석을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게 그리 오래가지를 않는 거야. 그러곤 집에서 무 얼 할지 더 이상 알 수가 없게 되지. 근데 하루는 내가 금방 커서 공장에 일하러 다니는 거야.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 맥주를 내가 마시고,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고 침대도 아닌 소파에서 만날 잠자고 르거는 거야. 그러다 잠이 깨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 그때 엄마 서랍을 뒤진 것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 page 332

사랑을 받고싶어했던 아이, 꾸제트.

하지만 이 아이에게 사랑보다는 무관심을 선사했던 부모.

시대상, 그들이 처한 상황상 그럴 수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의 손길과 관심이 있었다면 어린 꾸제트가 이런 시련을 당하진 않았을텐데라는 아뒤움이 남았었습니다.


감화원 속에서 꾸제트와 아이들은 꿈을 실현 가능하게 해 주는 장소가 되고 그들의 점점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합니다.

"아, 저런...... 아무튼 너도 알겠지만, 난 시몽 널 아주 좋아해.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래. 그래서 네가 떠나지 말았으면 하는 거야. 물론 그대로 넌 떠날 테지만 말이야."

"글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 같아선 나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무슨 소리! 너 바보야? 바깥세상의 찬란한 태양이 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감옥에 주저앉겠다고? 꾸제트, 너는 지금부터 절대 다른 사람 말을 들어선 안 돼. 내 말도, 그 누구의 말도 마찬가지야. 오로지 네 마음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 지금 네 마음은 틀림없이 너에게 이곳을 벗어나라 말하고 있어."

"응, 그건 사실이야......" - page 379 ~ 380

이젠 더 이상 하늘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꾸제트.

그가 보다 넓고 좋은 세상에 한 발을 내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작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이 책의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이 배워야할 본보기인 듯 합니다.

너무나도 맑기에, 한없이 낙천적이기에 모든 이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 꾸제트.

이 아이를 통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우정과 사랑.

이들이 모였기에 그가 다시금 세상 밖으로 나아가고자 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역시도 왠지 제 머리맡에 두고두고 생각날 때 읽어야겠습니다.

아이에게서 좋은 기운을 얻고, 그리고 세상에 찌들어 마치 어른이 절대적인 냥 행동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기 위해서 입니다.

왠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올 듯 한 이 책, 『내 이름은 꾸제트』.

그 아이가 꿈 속에 나타나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해 주길 바라며 잠을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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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암시 - 자기암시는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에밀 쿠에 지음, 김동기 옮김 / 하늘아래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암시』 

시험공부할 때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시험부분을 다 외울 것이다.'

'내가 원하는 점수(대학)에 갈 것이다.'

열심히 외쳐보았지만 결과는 노력한 것에 비례(?)로 나오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자기암시'에 관련된 책을 읽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으론 매일 아침, 내가 제일 많이 머무는 곳에 이루고자 하는 것을 종이에 써 붙이고 계속해서 자기암시를 하면 언젠간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읽으면서 의심쩍었지만......

세월이 흘러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 『자기암시』.

이 책의 앞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Day by day, in Everyway, I am getting better and better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기암시'는 어떤 것인지, 어떤 힘을 가졌는지 궁금하였습니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인 '에밀 쿠에'의 이론을 한 마디로 요약하였습니다.

"상상하라. 그러면 이루어질 것이다." - page 9

그는 의식적인 노력이나 의지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아예 무의식을 길들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즉, 자기암시로 무의식에 각인되어 뇌에 명령을 내리게 되고 뇌는 그 명령에 따라 삶을 움직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 속에 숨겨진 힘을 믿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숨겨진 능력, 그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 속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자기암시에 관한 질문들, 자기암시를 돕는 수행법등이 실려 있었습니다.

특히나 <자녀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법, 자기암시>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엄마나 아빠 중에 한 사람이 조용히 아이 곁으로 가서, 아이가 깨지 않도록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공부, 건강, 집중력 등 아이에게 바라는 습관이나 덕목 등을 15회 내지 20회 반복한다.

(중략)

아이가 잠이 들면 아이의 몸과 의식적 자아는 휴식 상태에 들어간다. 하지만 무의식적 자아는 잠들지 않고 깨어 있다. 따라서 잠이 든 아이에게 말을 걸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무의식이 듣게 된다. 무의식적 자아는 무엇이든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말한 모든 것들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 page 99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이 부분에서 알려준 자기암시법을 한 번 실행해 보려고 합니다.

보다 좋은 덕목과 좋은 장점만 가득한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나라고 조용히 속삭이려 합니다.


자기암시를 돕는 몇 가지 수행법 중 <마르크 오렐의 의식적 자기암시 수행법>이 있었습니다.

1.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목표를 정하라

2.긴장을 풀라

3.상상하라

4.집중하라

5.매일 긍정적인 암시를 반복하라

6.늘 유지하라

이 간단한 방법이 우리의 무의식 전체에 긍정의 힘을 선사하고 우리의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바뀌게해 준다는 점에서 매력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기암시'는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은 누구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에, 더 능력이 있기에 보다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이 역시도 내 안의 무의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훗날엔 자신이 원하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제 스스로에게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감사일기'를 쓰곤 합니다.

조금씩의 변화가 불러일으킨 소소한 행복에 감사함을 느끼며 이번엔 '긍정적 자기암시'를 더하여 보다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풍성해지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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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들의 육아분투기 - 아빠 동물들의 눈물겨운 자식 키우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컴퍼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저출산시대라고 합니다.

이는 여성들의 사회진출로 인해서라고 하지만 오늘 신문을 보니 여성들의 사회진출 보다 남녀의 공동육아가 안된 점이 그 이유라고도 하였습니다.

사실 저보다 윗세대, 부모님의 경우에는 오로지 남자는 가정을 위하여 사회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을 하며 육아를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요즘 젊은 부부들을 바라보며, 특히나 저의 경우에도 부모님께서는 여자들이 살기 좋아졌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남자들은 그저 육아를 도와주는 것으로만 인식하지 같이 해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독박육아'를 하며 지내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컷들의 육아분투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남편에게도 꼭 읽히겠다는 다짐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책의 앞표지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새끼를 잘 키우는 수컷이 살아남는다!

아빠 동물들도 이렇게 육아를 하는데!

그들의 기상천외한 육아분투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두근두근 부푼 가슴을 안고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1부 생물에게 육아란 무엇인가?

제2부 육아 잘하는 수컷에게 배워라!

특히나 2부에 육아를 잘하는 수컷 동물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비둘기를 비롯해 백조, 학, 늑대, 고릴라, 긴팔원숭이, 쇠똥구리, 해마 등등.

어류부터 시작된 수컷 동물들은 양서류, 조류, 포유류, 곤충에 이르러 다양한 수컷의 육아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우선 '육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맨 처음 육아를 한 생물은 다름아닌 '공룡'이라고 합니다.

뾰족한 이와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공룡.

공룡 중에서도 '마이아사우라'라는 '착한 어미 도마뱀'이라는 뜻을 가진 공룡.

둥지 안에 있는 새끼의 화석에서 이빨이 닳아 작아진 것으로 보아 새끼의 이빨이 닳을 정도로 부모가 열심히 먹이를 날라다 준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 page 52

이후로도 여러 연구를 통해 많은 공룡이 육아를 했다는 증거가 나온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하였습니다.

또한 인상깊었던 것은 <남자가 존재하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수컷은 정자라는 형태로 자신의 유전자를 암컷에게 보낸다. 그러면 암컷이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난자에 정자의 유전자를 조합해서 자손을 만든다. 다시 말해, 수컷은 자손을 증식시키는 암컷이 유전자를 더욱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안타깝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그저 그 정도의 존재일 뿐이다. - page 18

이 사실을 남자들은 알런지......

그대들이 여자들에게 잘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임을.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격한 공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육아를 잘 하는 수컷들 중에 아무래도 <비둘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눈물겨운 자식 사랑은 실로 감탄을 자아내었습니다.

일부일처제로 육아를 하는 새, 비둘기.

멧비둘기는 부부가 힘을 합쳐서 둥지를 만들고 역시 힘을 합쳐서 알을 품는다. 비교적 안전한 밤에는 암컷이 알을 품고 위험한 낮에는 수컷이 알을 품는다. 새는 일반적으로 봄에 사랑의 계절을 보내고 먹이가 될 곤충이 많은 여름에 육아를 한다. 하지만 멧비둘기는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언제라도 육아를 할 수 있다. - page 154


멧비둘기는 젖으로 새끼를 키울 수 있다. 그래서 곤충이 적은 계절에도 육아를 할 수 있다. 물론 조류인 멧비둘기한테서 포유류처럼 젖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멧비둘기는 모이주머니에서 밀크를 만든 다음 입으로 토해내서 새끼에게 준다. 이것을 '피존밀크'라고 부른다. 피존밀크는 암컷뿐만 아니라 수컷도 생산할 수 있다. 이 피존밀크 덕분에 멧비둘기는 수컷도 수유를 한다. - page 154


피존밀크 덕분에 수컷도 수유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곤충을 잡으러 가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멧비둘기는 남는 여유시간을 이용해 새로운 둥지를 만든다. 그리고 계절에 상관없이 몇 번씩 둥지를 만들고 몇 번이라도 육아를 한다. - page 155 ~ 156

우리들은 '피존밀크'와 같은 '분유'가 있기에 모유수유의 고통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이 멧비둘기처럼의 수컷의 육아기는 인상깊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육아'는 누가 하더라도 위대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모든 수컷들이 육아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자식을 향한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나니 수컷들이 육아를 하는 경우도 많구나를 느꼈습니다.

암컷이라 당연시 여겼던 육아를 수컷들 나름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의 헌신적인 육아를 보고나니 그동안 투덜거렸던 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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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
김중식 지음 / 문학세계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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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하면 아무래도 떠오르는 나라가 '유럽'이나 '미국',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정도를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성지라 여기는 '인도'와 '산티아고 길'정도.

그 외의 나라에 대해선 사실 접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나 '이란'.

익숙한 나라도 아닐 뿐더러 과연 안전상 괜찮을지도 모르는 곳이기에 이 나라를 다녀온 사람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런 저에게 마치 이 또한 편견이었다고 알려준 이 책.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

특히나 저자는 3년 6개월간 체류하며 이 곳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겠다며 이 책을 펼쳐냈습니다.

닫힌 사회, 다른 시대를 사는 이방인들의 나라

이 곳의 문화유산답사를 그와 함께 떠나보았습니다.


저자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이란이 내게 준 가르침, 혁명을 낭비하지 말자.

이란이 그에게 전한 가르침들.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저자의 방황에서 시작된 여행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사막에서의 삶.

그 속에서의 깨달음.

그리하여 사막에서 모든 삶은 평등하게 쪼잔하다. 인간마저 모래보다 크지 않다. 순응하지 않으면 살아갈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모래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기도 한때는 바위였으며, 수억년에 걸쳐 먼지가 되었다. 하물며 생명은 더 유한하고 허망한 것이다. 사막은 그의 허망함으로 모든 생물을 지배하는 자연의 완벽한 독재 공간이었다. - page 16

물과 길이 없다면 사막은 가장 위험하고도 안전한 곳이라고 하지만 물과 길이 있다면 사막은 가장 안전하고도 풍요로운 곳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시작된 '페르시아 문명'.

그리고 시작된 그의 여행기.

내가 사막에서 깨달은 것은 길을 열면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지만, 길을 닫으면 망할 수는 있어도 흥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미래는 지도에 없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은 것 같다. - page 19


그들은 우리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우리는 보다 '빨리빨리'를 외치지만 그들은 그것이 오히려 '사탄을 부르는 행위'라며 우리를 위로하고, IT강국인 우리와 달리 그들은 '사탄의 유입을 막기 위해' 인터넷까지 막아놓았습니다.

서로 너무나도 다르기에 오히려 더 눈길이 가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여행기인듯 하지만 여행기가 아닌 역사서같다는 느낌이 들곤 하였습니다.

그만큼 저자는 이 책에 '페르시아'에 대해, '이란'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해주고 싶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인상깊었던 점은 '이란'이라는 나라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슬람 국가 중에 여성 인권이 높다는 점과 오히려 강대국에 의해 자신들의 문화재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은 안타까웠습니다.

이란은 '제2의 태권도 종주국'을 자처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태권도 리그를 운영하는 태권도 강국이다. 이란 태권도가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성적 이상을 거둬야 태권도의 세계화가 완성되는 게 아닐까. - page 315

그들의 태권도를 향한 애정에 저 역시도 박수를 보내고자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페르시아' 문명에 대해 알게 된 하나의 통로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가 책에 실은 사진들과 그들의 문화, 역사들을 읽으면서 저 역시도 언젠간 이 나라에 가 보아야겠다는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방대한 내용을 담기에 책은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 역시도 많은 내용을 전달해주고픈 마음이 곳곳에 묻어 있었기에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또 다시 그를 만날 날이 오기를 바라기도 하였습니다.

'인도'처럼 '이란' 역시도 언젠가는 성지의 나라로 하나의 여행상품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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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뜰
탁현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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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이 재조명되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책들이 시중에 많이 보이곤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그녀의 일생을 담은 소설책을 읽으며 엄마이기 이전의 여자인 그녀의 모습에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고 엄마로써는 강인함 속의 자식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저에게 있어서 귀감있는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임당의 뜰』 

그녀가 남긴 작품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오만원권과 교과서 등.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이면서도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주로 뜰에 사는 동,식물에 초점이 되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작품 속, 뜰 속에 담긴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

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보았습니다.


책은 2부로 되어있었습니다.

1부 사임당의 화첩

2부 매창의 화첩

사임당과 매창, 모녀가 화폭에 펼쳐 놓은 앞뜰과 뒷동산

정경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 page 13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오감을 열고 발걸음을 옮겨 사임당의 뜰 속으로 걸어가 봅니다.


<가자지매>란 작품에서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임당의 초충도에서 열매와 꽃이 주로 세 개씩 나오는 이유는 '삼三'이란 숫자가 완벽한 숫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 page 51

어느 것 하나도 헛투로 그리지 않고 그 의미를 부여했던 그녀.

또한 <가자지매>에선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비든 사마귀든 모두 꽃과 열매를 통해 삶을 이어 나간다. 이것이 생명이 살아가는 순리일 것이다. 아마도 옜사람들은 먹이를 향하는 작은 생명체의 본능을 보면서 사람도 먹을거리가 있어야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을 것이다. - page 51

이런 내용을 모르고 그저 작품만 바라보았다면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한 채 그저 '좋다'라는 감탄사만 내뿜는 무지의 후손이 될 뻔 하였습니다.


그녀의 그림 속의 생명들.

요즘은 찾아보기도 힘들지만 막상 보게 되더라도 무심코 지나칠 것입니다.

<맨드라미와 쇠똥벌레>를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쇠똥을 먹어 치우는 쇠똥구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 쓸모없는 생명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이것이 격물치지格物致知이다. 사물을 접하여 앎에 이른다.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는 모습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 page 91

격물치지.

잠시나마 잊고 지낸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청과취완>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옛사람들은 뜰에 사는 작은 생물에서도 사람이 걸어가야 할 올바른 길을 보았다. 미물微物은 더 이상 미물이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생명이다. 미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생명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초충도를 그리고 감상하는 것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일지도 모른다. 미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생명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으로 나아간다. 이것이 사임당이 초충도를 그렸던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 page 47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미물은 더 이상 미물이 아니라는 것.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금 재조명된 사임당의 화첩을 통해 나아가 옛사람들의 그림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다잡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매창'은 사임당의 첫째 딸로 사임당의 예술적 재능을 고스란히 전해받았습니다.

어머니인 사임당은 초충도를 우리에게 전해 주었지만 매창은 묵매와 수묵화조도를 전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사임당이 조선 여성화가의 시조라면 매창은 여성 사군자의 시조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 역시도 선비 화가의 그림을 가진 담백하면서도 여백의 미를 자랑하였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자연 속의 생명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곤 합니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땐 그저 사임당의 그림을 교과과정에서 배운 것처럼 지나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미술관에 들어선 느낌이었고 점점 그림과 그 의미를 알아갈수록 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길 위에 핀 꽃, 그리고 곤충들.

이들을 보기란 책 속의 사진으로 접하게 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

그녀를 통해 알게된 자연의 섭리,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제 작은 베란다에 꽃씨를 심어보려 합니다.

그녀의 뜰만큼은 안되겠지만 저만의 뜰을 간직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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