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임당의 뜰
탁현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17년 3월
평점 :
'사임당'이 재조명되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책들이 시중에 많이 보이곤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그녀의 일생을 담은 소설책을 읽으며 엄마이기 이전의 여자인 그녀의 모습에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고 엄마로써는 강인함 속의 자식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저에게 있어서 귀감있는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임당의 뜰』
그녀가 남긴 작품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오만원권과 교과서 등.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이면서도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주로 뜰에 사는 동,식물에 초점이 되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작품 속, 뜰 속에 담긴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
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보았습니다.
책은 2부로 되어있었습니다.
1부 사임당의 화첩
2부 매창의 화첩
사임당과 매창, 모녀가 화폭에 펼쳐 놓은 앞뜰과 뒷동산
정경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 page 13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오감을 열고 발걸음을 옮겨 사임당의 뜰 속으로 걸어가 봅니다.
<가자지매>란 작품에서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임당의 초충도에서 열매와 꽃이 주로 세 개씩 나오는 이유는 '삼三'이란 숫자가 완벽한 숫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 page 51
어느 것 하나도 헛투로 그리지 않고 그 의미를 부여했던 그녀.
또한 <가자지매>에선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비든 사마귀든 모두 꽃과 열매를 통해 삶을 이어 나간다. 이것이 생명이 살아가는 순리일 것이다. 아마도 옜사람들은 먹이를 향하는 작은 생명체의 본능을 보면서 사람도 먹을거리가 있어야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을 것이다. - page 51
이런 내용을 모르고 그저 작품만 바라보았다면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한 채 그저 '좋다'라는 감탄사만 내뿜는 무지의 후손이 될 뻔 하였습니다.
그녀의 그림 속의 생명들.
요즘은 찾아보기도 힘들지만 막상 보게 되더라도 무심코 지나칠 것입니다.
<맨드라미와 쇠똥벌레>를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쇠똥을 먹어 치우는 쇠똥구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 쓸모없는 생명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이것이 격물치지格物致知이다. 사물을 접하여 앎에 이른다.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는 모습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 page 91
격물치지.
잠시나마 잊고 지낸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청과취완>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옛사람들은 뜰에 사는 작은 생물에서도 사람이 걸어가야 할 올바른 길을 보았다. 미물微物은 더 이상 미물이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생명이다. 미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생명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초충도를 그리고 감상하는 것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일지도 모른다. 미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생명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으로 나아간다. 이것이 사임당이 초충도를 그렸던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 page 47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미물은 더 이상 미물이 아니라는 것.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금 재조명된 사임당의 화첩을 통해 나아가 옛사람들의 그림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다잡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매창'은 사임당의 첫째 딸로 사임당의 예술적 재능을 고스란히 전해받았습니다.
어머니인 사임당은 초충도를 우리에게 전해 주었지만 매창은 묵매와 수묵화조도를 전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사임당이 조선 여성화가의 시조라면 매창은 여성 사군자의 시조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 역시도 선비 화가의 그림을 가진 담백하면서도 여백의 미를 자랑하였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자연 속의 생명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곤 합니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땐 그저 사임당의 그림을 교과과정에서 배운 것처럼 지나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미술관에 들어선 느낌이었고 점점 그림과 그 의미를 알아갈수록 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길 위에 핀 꽃, 그리고 곤충들.
이들을 보기란 책 속의 사진으로 접하게 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
그녀를 통해 알게된 자연의 섭리,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제 작은 베란다에 꽃씨를 심어보려 합니다.
그녀의 뜰만큼은 안되겠지만 저만의 뜰을 간직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