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있는 정통 중화요리에 대한 수사보고서 최준식 교수의 한국문화지 2
최준식 지음 / 주류성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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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표현을 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배달은 아마도 '짜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빠른 배달, 음식의 맛은 기본!

또다시 생각하니 먹고싶어지는......

그런 중화 요리에 대한 보고서가 책으로까지 출판되었습니다.

『정통 중화요리에 대한 수사보고서』 

그동안 친숙했던 중화요리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었습니다.


 

 

'짜장면'이 우리의 음식이라는 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작장면'과의 비교는 저에게 새로웠습니다.

너무나 다른 모습.

면발부터 장까지, 먹을 때도 다르다는 점에서 왠지 '작장면'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짜장면'의 빨리 먹기 대회가 있는 이유가 짜장면이 물기가 많은 음식이기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또 한번 놀라웠습니다.

그저 비벼먹는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먹는 과정에서 물이 생겨나 까만 국처럼 되는 것으로 인해 빨리 먹기 대회가 가능하다니......

그런 면에서 작장면은 국물이 전혀 없어서 빨리 먹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이 또한 우스우면서 왠지모르게 짜장면의 우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중국 음식 이름 이해법>이었습니다.

'라조기'에서 '기'가 닭을 의미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라조' 역시도 '랄초'라는 고추를 의미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웃겼던 요리 이름, '양장피'.

이 이름은 단지 2장의 피(껍데기)라는 뜻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음식으로 비유하면 '돼지보쌈'같은 음식을 '쌈 두 장'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데......

어쩜 이렇게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책을 읽고나니 '중화요리'를 단순히 '배달음식'으로만 생각했던 저의 태도에 반성하게끔 하였습니다.

우리가 일본 음식을 파는 가게를 '일본집'이라든지 스파게티를 파는 가게를 '이태리집'이라 부르지 않지만 중화요리를 파는 가게를 '중국집'이라고 부르는 이유!

역시나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기 때문이기에 더 그 음식에 대해 알고 먹어야함을 깨달았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책.

가볍게 읽을 마음이었지만 읽고나니 결코 가벼울 수 없었던 책.

오늘 점심은 중화요리를 시켜 먹으며 그 의미를 곱씹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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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살인 1
베르나르 미니에 지음, 윤진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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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고 하면 극장가에 <공포영화>가 어김없이 등장하듯이 서점가에도 <추리소설>, <스릴러물>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찌는 듯한 더위가 싫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어줄 추리물, 스릴러물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계절의 변화를 책과 함께 맞이하곤 합니다.

'봄'이면 '사랑'이 가득한 로맨스!

'여름'이면 '스릴러'가 가득한 추리!

'가을'이면 '사랑' 때론 '이별'에 대해!

'겨울'이면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이번에도 그런 저를 위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눈의 살인』

 

책의 표지에 적힌 문구를 보니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싹하면서도 짜릿한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멈출 수 없었던 일탈,

벗어날 수 없었던 비극!

피레네의 하얀 눈 위에 뿌려진

인간의 광기와 이기적인 욕망!

어서 빨리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어떤 사건이, 이로 인해 추악한 인간의 모습은 어떨지......

 

해발 2천 미터 케이블카 로프에 무언가가 매달려 있습니다.

야생독수리인가?

아니었습니다.

"본부? 위스망스입니다! 빨리 헌병대(프랑스의 치안 관리는 내무부의 통제를 받는 '국가 경찰' 외 육군에 속하면서 경찰 업무에 있어서는 내무부의 통제를 받는 '국가 헌병'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지방 소도시의 치안 업무는 헌병대가 주로 담당한다 : 옮긴이)에 알려야 합니다. 빨리! 빨리 오라고 해요! 케이블카 승강대 위에 말의 사체가 매달려 있어요! 어떤 미치광이가 고약한 짓을 해놨어요!" - page 14 ~ 15

 

이 사건은 단순히 미치광이의 짓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DNA를 추적한 결과 바르니에 치료감호소에 있는 연쇄살인범 '쥘리앙 이르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왜? 이런 의문을 품고 수사를 진행할수록 15년 전에 일어난 사건과의 연결 고리가 있게 됩니다.

너무나 치밀하고 완벽하게 계획된 범죄.

그 속의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책의 표지가 흑과 백인 이유.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흰색은 순진무구, 천진, 순결 따위를 상징하지만 온통 흰색 일색인 이곳에 무시무시한 살인마들이 수용돼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디안 베르그 선생,. 당신도 알다시피 원래 흰색은 죽음과 장례식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

"동양에서는 지금도 그런 의미로 인식되고 있죠. 흰색은 검은색과 마찬가지로 극한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단계와 관련 있는 색이죠.

..." - page 87

극한의 의미.

아이러니함을 담고 있는 흑과 백 속에 우리는 어느 경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또한 책 속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빙산과도 같다. 수면 아래에 잠겨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속에 말 못 할 고통이나 온갖 비밀을 숨겨두고 있으니까. 인간은 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 page 103

이 말처럼 책 속의 인물들 역시도 빙산과도 같기에 그 깊이를 알고자하니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원초적인 광기가 드러나 때론 오싹하게, 때론 그 모습이 우리의 일부인 듯 하여 치부가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습니다.

 

저에게 너무나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바다에서 가장 깊은 심해와 연결돼 있어요. 선생님은 아직 모르겠지만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는 생각으로만 존재해요. 우리는 2천 미터 깊이의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심해생명체들의 정신이 발현된 존재들일 뿐이죠. 2천 미터 깊이 심해는 영원한 암흑의 왕국이죠. 햇빛이 닿지 않는 곳이라 늘 어두워요."

...

"심해는 대단히 춥죠. 게다가 엄청난 압력이 가해져요. 10미터에 1기압씩 낮아지니까요. 원래부터 심해에 사는 생명체가 아닐 경우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압력이죠. 우리도 그렇지만 심해의 생명체들은 죄다 괴물 같아요. 눈이 엄청나게 크고, 턱에는 뾰족한 이빨이 있고, 몸속 장기들이 반짝거리는 빛을 발산하죠. 심해의 생명체들은 바닷물 위쪽에서 떨어지는 썩은 고기나 각종 시체를 먹고 살아요. 살아 있는 먹이가 나타나면 단숨에 잡아먹기도 하는 포식자들이죠. 심해에는 암흑과 잔혹만이 존재하죠. 우리와 똑같아요.

...

이 모든 고기들이 단 한 번도 빛을 못 보고 살죠. 그 고기들은 절대로 위로 올라오지 않아요. 우리와 비슷해요. 왜 그런지 아시죠? 우린 선생님과 달리 여기에 진짜로 살지 않아요. 우린 심해 생물체들의 영혼에서 분비되었거든요. 그 중 하나가 죽을 때마다 우리도 하나씩 죽어요." - page 173 ~ 174

아름다움과 잔혹, 침묵과 절규, 고독과 혼잡, 공포와 호기심 등.

이 상반되는 개념들이 혼재되어 있다가 결국 하나로 모이는 과정은 실로 복잡하면서도 두렵기만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쉽사리 공포감에서 벗어날 순 없었습니다.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 끝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광기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소설의 배경이 너무나도 맞물려 있었기에, 또한 실존하는 곳이었기에, 연쇄살인마의 모습이 흡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더 그러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가, '베르나르 미니에'.

그의 다른 작품 역시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 속엔 인간의 어떤 면모가 담겨 있을지, 또다시 우리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만 그를 통해 보다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마련되어 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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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영어회화 - 펼쳐서 지금 당장 써먹는 초간단 영어회화
폴 셴 지음, 이지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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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중에 나온 '영어회화'책은 많이 있습니다.

그 책들마다 외치는 한 마디!

이 책 한 권을 외워라!

필수 구문 OOO개!

사실 첫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책을 읽으며 시작하지만 막상 그 끝은 흐지부지......

실생활에 적용하기엔 어색한 문장들이 있기에, 우리가 하는 구문과 문법상의 문장과의 차이를 느끼기에 선뜻 이해하며 외우기보단 그저 외우다보니 나중엔 기억에도 나지 않을 뿐더러 흥미를 잃어 손을 놓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

느낌이 신선하였습니다.

특히나 책표지에 나온 문구.

펼쳐서 지금 당장 써먹는

초간단 영어회화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다니!

어멋!

이건 무조건 봐야해!!


우선 책의 내용을 '외워야지!'라는 마음가짐보다는 그저 훑어보았습니다.

음......

책표지의 문구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핵쉬움!

핵집중!

핵공감!

이 3박자가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외국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이유!

그건 문법에 맞추어 말을 해야한다는 고정관념과 압박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말도 살펴보면 일상대화에서 문법에 맞춰 주어, 목적어, 동사 등을 갖추어 이야기하기 보단 간단히 생략할 수 있는 건 생략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즉,

1. 문법에 꼭 맞지도 않으며

2.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3. 간결한 표현을 훨씬 많이 사용한다

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접근을 하다보면 어느새 영어는 '압박'이 아닌 '즐김'으로 변한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목에 나온 1, 2, 3, 4.

이는 한 단어로, 두 단어로, 세 단어로, 네 단어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쉬운 한 단어로 대화하는 것 중엔

Oops! 아차, 큰일 났다!

Whatever 네 마음대로 해, 하고 싶은 대로 해, 상관없어

우리 말로 하면 긴 문장.

알고 보니 한 단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문장.

That's life! 그게 인생이지, 인생이 그렇지 뭐!

Look who's talking! 사돈 남 말하시네!

What the heck! 내버려둬, 에라 모르겠다!

That's news to me 처음 듣는 얘기야, 금시초문이야

What are frends for? 친구 좋다는 게 뭐야?

흔히 쓰는 표현들을 단어 몇 가지 나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에 실로 놀라웠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바로 '어휘 UP  표현UP'이라고 하여 보다 영어회화를 풍성하게끔 도와주었습니다.

문장을 이용한 예시도 우리의 대화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기에 활용도를 높여주었습니다.


간단하게!

실용적이게!

상황별 유용한 표현들이 가득했던 영어회화책.

간만에 유쾌하게 읽어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책을 몇 번만 더 읽어내려가도 대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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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 내 코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0
주윤희 지음 / 북극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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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아이와 함께 읽게 된 동화책.

『아이코 내 코』 

울고 있는 아기 코끼리.

과연 코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우리의 주인공 아기코끼리 '내코'.

내코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으아아앙~

 

 

'아이코'가 울음소리를 듣고 내코에게 물어보네요.

내코! 무슨 일이야?

아이코!

내 코가 없어졌어.

저런......

내코가 코를 잃어버렸나보네요.

아이코는 내코에게 이야기하네요.

걱정 마,

내가 찾아 줄게.


내코와 아이코는 코를 찾으러 숲속을 돌아다닙니다.

찾았다!

내코의 코인줄 알았는데 뱀의 꼬리, 개미핥기의 코, 나뭇가지였네요.

아이코!

 

내코는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그래, 생각났어!

알고보니 '숲속 수영장'에 두고 왔네요.

드디어 내코의 코를 찾게 되었네요!

우와~

이젠 물놀이를 하러 가네요!

꺄르륵~~

우리의 내코는 자신의 코를 찾고 재미난 물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이 나는 듯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에 다음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을 암시합니다.

으아아앙~

아이코, 내 귀!​

 

이 동화책은 아이와 함께 숲속 곳곳에 숨은 동물을 찾을 수 있는, 그리고 내코의 코와 비슷한 동물 친구들도 볼 수 있어서 반전과 상상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도 읽으면서 '아이코!' 외치면서 꺄르륵 웃곤 하였습니다.

그림 역시도 아기자기하여서 어른인 제가 보더라도 귀여움에 흠뻑! 아이와 성대모사하면서 또 한 번 흠뻑! 빠져들곤 하였습니다.

다음의 책도 기대해봅니다.

아이코의 귀를 찾으러 Go Go~!!

내코의 귀는 어디 갔을까?

과연 귀와 비슷한 반전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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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의 길을 걷다 - 동화 같은 여행 에세이
이금이 외 지음 / 책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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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사실 잘 몰랐습니다.

유럽 어딘가에 있는 곳?

이번을 계기로 알게 된 그 곳, 발트3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그 곳을 향해 길을 걸어간 이들의 동화 같은 에세이.

『발트의 길을 걷다』


책을 펼치자마자 저와 비슷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발트 3국? 거긴 어디야?"

...

"발트해가 있는 곳이야."

"아, 크로아티아?"

"거긴 발칸반도고 우린 발트라고 발트."

"거긴 또 어디야?"

"유럽에 있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 page 9 ~ 10

저 역시도 우선적으로 떠오른 나라가 '크로아티아'였습니다.

하하핫;;;;


발트 사람들.

그들의 삶의 곳곳엔 식민지의 역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현명하게 강대국들에게 억눌려 살아간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인상깊었던 점.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라트비아 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까지 620km를 이백만 명의 인간 사슬로 만든 물결이었다. 생각해 보라. 당시 발트의 인구는 육백만 명이었다. 삼 분의 일이 '발트의 길'에서 목 놓아 자유를 부르짖은 것이다. 아들의 손을 잡고 나온 아버지부터 지팡이를 짚고 나온 노인들, 아기를 업고 나온 아줌마, 고사리 손 한 뼘이라도 보태기 위해 '발트의 길'에 선 어린아이들까지. 그 뜨거운 외침이 세상 사람들의 귀를 열리게 했고 그 감동의 모습이 세상 사람들의 눈을 뜨겁게 했다.

'발트의 길'에서 독립과 자유를 외친 결과 마침내 1991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는 그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던 자신의 이름을 지도에 새기고 자신들의 깃발을 자기 손으로 꽂았다. - page 19

흡사 우리의 3.1운동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우리와의 비슷함에 더 애정을 갖고 읽게 되었습니다.


발트는 꼭 한 번 쯤 가보아야할 곳이었습니다.

그 곳엔 '여행'의 의미가 있었고 소수 민족이고 약소국이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진정한 '국민'들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프로메나데 거리에는 정말 의자가 많다. 정류장의 의자처럼 누군가가 앉아 주기를 기다리는 의자, 혼자 앉아도 운치 있고 여럿이 앉아도 넉넉한 하얀 나무 의자가 길마다 놓여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찾는다는 위로와 휴식의 도시 합살루는 그래서 의자가 많은 걸까?

여행도 그렇다. 바쁘고 지친 삶에 내놓은 의자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의자를 남이 내어 주길 기다리지 말자. 소중한 나를 위해 스스로 의자 하나 준비해 두자. - page 71

우리 주변에, 아니 나를 위한 의자를 준비하고 있는지......

그 의자에 가만히 앉아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꿈꾸는 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을 되찾고 싶어서인지 모른다. 상품성 높은 열매를 위해 자연스러운 일상을 빼앗긴 우리의 사과나무들처럼 우리도 목적 지향적 삶에 매몰돼 많은 것을 놓치며 살고 있다. 그 시간들을 여행에서 되찾고 싶어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여유라고 부르는그것들이 실은 우리가 평소에 누려야 할 일상인 것이다. 라트비아의 베르사유가 아니라 룬달레 궁으로, 자연 그대로의 사과나무로, 나는 나로....... - page 119

그동안 '여행'은 일상으로의 탈출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과연 탈출만이 의미가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져주었습니다.

나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나는 나로......

이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빌뉴스 광장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여자, 남자, 아이, 어른이 어우러져 웃고, 싸우고, 울고, 화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모여 건물과 거리와 골목의 역사가 된다. 빌뉴스와 지옥 섬의 백골 역시 광장의 사람들처럼, 나처럼 살아 숨 쉬던 존재였다.

희로애락을 느끼던 인간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역사에 개인의 역사를 빼앗긴 존재들이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떠도는 구름이 그들의 영혼 같다.

눈이 시리다. 마음도 시리다. - page 167 ~ 169

우리에게도 잊을 수 없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의 조선인 강제징용.

하지만 오늘날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근대 산업 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곳.

일본은 자신들이 행한 일을 숨기기에 일쑤이고 우리는 이제서야 목소리를 내고 있음이 부끄럽기만 하고 또다시 불행한 결과로 초래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배가 고파요

어머니 보고 싶어

고향에 가고 싶다

그들의 피맺힌 절규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과연 전쟁이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곳엔 소중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있었음에, 가족이 있음에, 우리의 나라가 있음에 평화와 행복을 파괴하는 그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왜 그동안 이 나라들을 몰랐는지......

그리고 그들을 '발트3국'이라 부르기보다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한 편의 동화 같았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에 수많은 선들이 그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 경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물코는 복잡해지고 좁아진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작은 그물코 안에 갇혀 살게 된다.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내 안의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을 허물어야 할 것이다. 경계란 결국 그것들에 의해 생겨나는 법이니까.

'나'와 '너'뿐만 아니라 '우리'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고, 이번 여행에서 만난 발트3국의 국경들이 내게 말한다. - page 238 ~ 239

이제 우리에게만 있는 경계.

왠지모를 씁쓸함이 남았습니다.


'발트의 길' 위에서 그들을 통해 진한 감동과 여운을 맞은 여행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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