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의 길을 걷다 - 동화 같은 여행 에세이
이금이 외 지음 / 책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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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사실 잘 몰랐습니다.

유럽 어딘가에 있는 곳?

이번을 계기로 알게 된 그 곳, 발트3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그 곳을 향해 길을 걸어간 이들의 동화 같은 에세이.

『발트의 길을 걷다』


책을 펼치자마자 저와 비슷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발트 3국? 거긴 어디야?"

...

"발트해가 있는 곳이야."

"아, 크로아티아?"

"거긴 발칸반도고 우린 발트라고 발트."

"거긴 또 어디야?"

"유럽에 있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 page 9 ~ 10

저 역시도 우선적으로 떠오른 나라가 '크로아티아'였습니다.

하하핫;;;;


발트 사람들.

그들의 삶의 곳곳엔 식민지의 역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현명하게 강대국들에게 억눌려 살아간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인상깊었던 점.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라트비아 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까지 620km를 이백만 명의 인간 사슬로 만든 물결이었다. 생각해 보라. 당시 발트의 인구는 육백만 명이었다. 삼 분의 일이 '발트의 길'에서 목 놓아 자유를 부르짖은 것이다. 아들의 손을 잡고 나온 아버지부터 지팡이를 짚고 나온 노인들, 아기를 업고 나온 아줌마, 고사리 손 한 뼘이라도 보태기 위해 '발트의 길'에 선 어린아이들까지. 그 뜨거운 외침이 세상 사람들의 귀를 열리게 했고 그 감동의 모습이 세상 사람들의 눈을 뜨겁게 했다.

'발트의 길'에서 독립과 자유를 외친 결과 마침내 1991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는 그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던 자신의 이름을 지도에 새기고 자신들의 깃발을 자기 손으로 꽂았다. - page 19

흡사 우리의 3.1운동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우리와의 비슷함에 더 애정을 갖고 읽게 되었습니다.


발트는 꼭 한 번 쯤 가보아야할 곳이었습니다.

그 곳엔 '여행'의 의미가 있었고 소수 민족이고 약소국이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진정한 '국민'들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프로메나데 거리에는 정말 의자가 많다. 정류장의 의자처럼 누군가가 앉아 주기를 기다리는 의자, 혼자 앉아도 운치 있고 여럿이 앉아도 넉넉한 하얀 나무 의자가 길마다 놓여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찾는다는 위로와 휴식의 도시 합살루는 그래서 의자가 많은 걸까?

여행도 그렇다. 바쁘고 지친 삶에 내놓은 의자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의자를 남이 내어 주길 기다리지 말자. 소중한 나를 위해 스스로 의자 하나 준비해 두자. - page 71

우리 주변에, 아니 나를 위한 의자를 준비하고 있는지......

그 의자에 가만히 앉아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꿈꾸는 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을 되찾고 싶어서인지 모른다. 상품성 높은 열매를 위해 자연스러운 일상을 빼앗긴 우리의 사과나무들처럼 우리도 목적 지향적 삶에 매몰돼 많은 것을 놓치며 살고 있다. 그 시간들을 여행에서 되찾고 싶어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여유라고 부르는그것들이 실은 우리가 평소에 누려야 할 일상인 것이다. 라트비아의 베르사유가 아니라 룬달레 궁으로, 자연 그대로의 사과나무로, 나는 나로....... - page 119

그동안 '여행'은 일상으로의 탈출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과연 탈출만이 의미가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져주었습니다.

나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나는 나로......

이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빌뉴스 광장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여자, 남자, 아이, 어른이 어우러져 웃고, 싸우고, 울고, 화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모여 건물과 거리와 골목의 역사가 된다. 빌뉴스와 지옥 섬의 백골 역시 광장의 사람들처럼, 나처럼 살아 숨 쉬던 존재였다.

희로애락을 느끼던 인간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역사에 개인의 역사를 빼앗긴 존재들이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떠도는 구름이 그들의 영혼 같다.

눈이 시리다. 마음도 시리다. - page 167 ~ 169

우리에게도 잊을 수 없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의 조선인 강제징용.

하지만 오늘날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근대 산업 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곳.

일본은 자신들이 행한 일을 숨기기에 일쑤이고 우리는 이제서야 목소리를 내고 있음이 부끄럽기만 하고 또다시 불행한 결과로 초래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배가 고파요

어머니 보고 싶어

고향에 가고 싶다

그들의 피맺힌 절규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과연 전쟁이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곳엔 소중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있었음에, 가족이 있음에, 우리의 나라가 있음에 평화와 행복을 파괴하는 그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왜 그동안 이 나라들을 몰랐는지......

그리고 그들을 '발트3국'이라 부르기보다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한 편의 동화 같았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에 수많은 선들이 그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 경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물코는 복잡해지고 좁아진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작은 그물코 안에 갇혀 살게 된다.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내 안의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을 허물어야 할 것이다. 경계란 결국 그것들에 의해 생겨나는 법이니까.

'나'와 '너'뿐만 아니라 '우리'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고, 이번 여행에서 만난 발트3국의 국경들이 내게 말한다. - page 238 ~ 239

이제 우리에게만 있는 경계.

왠지모를 씁쓸함이 남았습니다.


'발트의 길' 위에서 그들을 통해 진한 감동과 여운을 맞은 여행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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