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 교토의 향기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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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그 나라엔 우리의 뼈아픈 과거사가 담겨있곤 합니다.

그 중 하나인 우리의 도공들.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일본 여행.



일본 도자기 여행

이 책을 펼치기 전에 이런 문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칼날의 긴장을 담고 있는 아름다움의 향연,

그 안에 조선 사기장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그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조선 도자기를 만나러 교토로 향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전국시대 일본 다이묘들이 명물 찻사발을 얻기 위해, 그들의 영지에서 그들만의 도자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흘렸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 다구는 곧 자신의 명예이자 존재 가치의 모든 것이라는 함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집착과도 같은 열의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저자는 일본 도자기를 취재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일본 도자기를 취재하면서 필자는 수도 없이 많은 '잇쇼켄메이'를 만났다. '잇쇼켄메이'는 도자기를 굽는 현장 어디서나, 역사 속 어디에나 있었다. '잇쇼켄메이'는 목숨을 걸기 때문에 늘 시퍼런 긴장의 날이 서 있다.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사기장들은 서늘한 칼날 위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토록 뛰어난 도자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 도자기야말로 '국화와 칼'이다. 칼날의 긴장을 담고 있는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 page 11 ~ 12

그렇기에 그들의 도자기는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며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다도의 뿌리를 찾아 내려가다보면 그 끝엔 우리의 조선인이 있었습니다.

"다도에서 가장 유명한 센노 리큐의 천은 한국식 성이며 그의 할아버지는 조선 세조 치하에 해당하던 시기 일본 요시마사 쇼군 막부에서 교역을 하던 한국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라쿠 찻사발은 센노 리큐의 안목 아래 계획되어 '초지로'라는 한국인 도공의 아들이 제작한 것이었다." - page 102  ~103


조선 찻사발이 일본의 국보로 최고 찻사발로 불리게 된 것은 그 어떤 것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적인 아름다움 때문이다. 물레를 돌리는 사기장의 손에서 당당하고 즉흥적이면서도 질박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품고 있는 것은 오직 조선 찻사발밖에 없다. - page 121

이토록 우리의 기술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듦에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일본 도자기를 따라 가 보면 어느샌가 마주치는 조선 사기장들의 이야기.

이를 바탕으로 보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들의 모습에서 과연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키지 못하고 그저 그들의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교토가 사랑한 조선 도자기를 잠시나마 들여다봅니다.

그 속에 담겨있을 우리 조선 사기장의 피와 땀.

결코 잊어서는, 잊혀져서는 안 될 우리의 문화유산임을 가슴 속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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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그림 육아 - 0~3세 아이의 감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김지희 지음 / 차이정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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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방법 중 하나가 '미술'이었습니다.

오감을 만족시키면서 창의력도 키워줄 수 있기에 종종 집에서 아이와 함께 활동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미술 놀이에 조금씩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매번하는 색연필로 그림 그리기, 물감놀이, 색종이 찢기......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던 저에게 다가온 이 책.



내 아이를 위한 그림 육아

특히나 이 책을 만나면서 너무 좋았던 문구.

"아이와 엄마가 같은 상상을 하는 시간"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만나는 미술은 아마도 '흑백모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태교로 '흑백모빌'을 만들었고 실제 아이가 100일까지 만났던 것이 '흑백모빌'이었습니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의 검은 눈동자.

책 속의 저자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생후 100일 이전, 잠을 많이 자는 아이가 눈을 뜨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엄마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든 모빌이었다. 하루는 한 번도 웃지 않던 아이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웃음소리에 놀란 남편과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 갔는데, 아이의 시선이 꽂힌 곳은 모빌이었다. 모빌의 작은 흔들림이 아이의 웃음보를 간질였던가 보다. 어른들에게는 단순한 육아용품이 아이에게는 웃음을 주는 유일한 세계일 수도 있다. 모빌을 보며 터져 나오던 웃음과 교감이 엄마의 기억에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 page 53 ~54

저도 가지고 있는 추억.

앞으로 내 아이가 자라서 부모가 되면서 가지게 될 추억.


<손으로 만지는 구름>을 읽으면서 이번에 한 번 시도해 보아야겠다고 결심해 보았습니다.

사실 아이스크림을 사면 같이 얻는 '드라이아이스'.

그저 버리기만 했었는데 아이에게 신기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지도 못했었습니다.

신비한 드라이아이스를 어떻게 보여주면 더 재미있을까 고민하다가 페트병을 잘라 흰 시트지를 붙여 사람 모양을 만들었다. 일회용 스푼으로 팔을 달고 유성펜으로 위를 바라보는 놀란 표정을 그렸다. 마치 머리에서 연기가 나서 깜작 놀란 것처럼.

페트병에 물을 적당량 담고 드라이아이스를 넣자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아이는 놀란 듯하다가 이내 신기한지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까르르 웃었다. 모두 재활용 재료를 활용한 놀이였기에 더욱 뿌듯했다.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신비한 현상 놀이는 가까운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page 107



그 외에도 명화를 따라 점 대신에 스티커를 이용해 그림을 표현한다든지, 두꺼운 종이에 그림을 붙여 조각을 내어 퍼즐을 만들어 놀이를 하는 등 굳이 제품을 사지 않아도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미술활동에 대해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아이와 바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가장 특별한 옷 프린팅 티셔츠>에선 아이와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아이의 끼적임을 담은 옷을 입혀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그 날 바로 인터넷으로 아무 무늬가 없는 맨투맨 티셔츠를 주문했다. 티셔츠가 도착하자 얇은 마스킹 테이프로 'LYNN'이라는 글자를 잘라 붙였다. 그리고 굵은 마스킹 테이프로 이름 옆에 사각 테두리를 만들었다.

이제 사각형 안을 아이와의 끼적임으로 채우면 된다. 여느 때처럼 아이를 앉히고 채색을 준비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템페라나 수채화 물감이 아닌 염색용 물감을 쓰는 것이었다. 염색 물감은 대형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이가 붓질로 만든 티셔츠를 빨아 외출할 때 입혀주었다.

"린아, 이것 봐. 이거 린이가 그린 거지? 린이가 그림을 너무 예쁘게 잘 그려서 엄마가 티셔츠로 만들었어."

아이가 내 말을 알아듣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관을 나서기 전에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만든 티셔츠의 무늬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길이 들어간 옷을 입고 자신감 가득한 하루를 보내기를. 그만큼 충만한 마음을 채워 오기를. 아이의 뒷모습에 무럭무럭 자존감이 자라나길 바라는 엄마의 바람을 실어 보냈다. - page 148 ~149

 

 

책 속엔 미술 놀이 레시피 외에도 엄마를 위로하는 명화가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구스타브 클림트의 <여성의 세 시기>가 인상깊었습니다.

그림에서 아기는 엄마 품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듯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발그스름한 볼이 생기 있고 예뻐서 곡 린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왼쪽에 고개를 푹 숙인 여인의 옆모습이 시선을 붙든다. 살은 처져 있고 주름도 많이 지고 수그러진 어깨만큼 자신감도 잃은 듯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애처롭기도 해서 오른쪽에 있는 엄마와 아기와는 동떨어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여성의 세 시기>라지만 왜 이렇게 노년의 여성을 힘없고 쓸쓸하게 표현한 것일까. - page 222


지금의 나는 건강하게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 역시 약해지고 늙어갈 것이다. 아이가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더 많이 눈에 넣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노년을 맞이할 것이다. 엄마의 마음은 늘 그런 거니까.

아이와 나 사이에 놓인 시간이, 또한 나의 어머니와 나 사이에 놓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 이별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찾아와 후회와 슬픔을 남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아이에게는 늘 미안한 것이 엄마 마음이다. - page 223 ~ 224


 


책을 읽고나니 엄마의 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저 한없이 주는 사랑.

나의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나 역시도 아이에게 그럴 것이고, 앞으로 내 아이가 자라나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도 되물림될 것입니다.

엄마와 아이.

서로 같은 상상을 하며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육아'이자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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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그리고 나 - 꿈꾸는 청춘을 위한 공감 에세이
김나래 지음 / 리스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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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에 매달려 '꿈'이라는 것을 잊고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되돌아보니 제 꿈이 무엇이었는지보다는 지금 이 순간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 그리고 나

책 표지에 적힌 문구가 자꾸만 저를 이끌었습니다.

더 많이 웃기를,

더 많이 나누기를,

더 많이 꿈꾸기를,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하기를...

이 바람들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Prologue>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두려운 마음은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자꾸만 뒤돌아보게 했습니다.

아마도 익숙한 것들을 놓아버린다는 게 쉽지 않았었나 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아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아름다운 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자신을 믿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 page 4

우리는 '익숙함'에 사로잡혀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하면 '두려움'이 자꾸만 발목을 잡곤 합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될것을......

왜 자꾸만 뒤돌아보려고 하는 것인지......

또다시 잊고 지냈던 꿈을 생각하게끔 하였습니다.


이 책은 예쁜 그림과 함께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글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며 나중엔 스스로의 가슴에 새기는 것까지 3박자가 조화를 이루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어느새 '나'를 사랑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에겐 이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04 포기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나를 시험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우리는 나아가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하지만,

사실 역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의 기록이다.

세상은 꿈을 포기한 사람들을 기억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계속 도전할 수 있다.

실패라는 건 오로지 포기했을 때에만 붙는 이름일 뿐이다.


기억되는 사람과 잊히는 사람.

운명은 지금, 여기 내 안에 있다. - page 154

역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의 기록이라는 거.

세상은 꿈을 포기한 사람들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거.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을 믿고 꿈을 향해 계속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눈앞의 현실을 좇다보면 어느새 '나'라는 존재를 잊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찾아오는 허무함과 절망감......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더 많이 웃고, 때론 울며, 꿈을 향해 끊임없이 실패와 도전을 하며, 그렇게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가야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연말을 맞이하여 나는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였는지, 내 꿈을 잊진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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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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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보다는 살갑게 대하지도 못하고 쉽게 다가가지도 못하곤 합니다.

어릴 적에는 '아빠'에게 애교도 부리고 껌딱지마냥 지내곤 하였는데......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만보고 그냥 마음이 끌렸습니다.

왜 아빠와 여행을 떠냤냐고 묻는다면』 



아직까지 꿈도 꿔보지 못했던 일이기에, 특히나 아빠와 단 둘의 여행이라는 점이 조금은 놀라우면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45세 딸이 80세 아빠와 34일간 714킬로미터의 여정.

그녀를 통해 저의 서툰 감정을 아빠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본 적 있나요?

그리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히 여기며 살아간다.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이라는 말로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소중한 사람을 붙들라고, "그걸 못 한 게 한이 돼요"라는 말을 "같이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 page 11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저자의 바람이 고스란히 가슴에 와 닿게 되면서 조심스럽게 소중한 가족들에게,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서툰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끔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었습니다.


아빠와 여행을 가게 된 계기.

우연으로 이루어져 결국은 필연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빠와 나는 내가 십 대일 때는 서로에게 소리만 질러댔고, 이십 대일 때는 질세라 열변을 주고받았으며, 삼십 대일 때는 서로 속만 끓이다 멀어졌다. 내 인생을 통틀어 아빠와 나눈 대화는 대부분 상처를 주는 말과 의미심장한 침묵으로 산산조각났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의 과거사를 청산하고 한 달 이상 서로 참고 견딜 수 있기를 바랐다. 뭐, 아빠야 여전히 나를 거부할지 모르지만. - page 24

그렇게 시작된 부녀의 미시시피주 나체즈부터 테네시주 내슈빌까지, 714킬로미터의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Natchez Trace Parkway)' 완주까지 이루게 됩니다.


그들의 여행이야기엔 '여행'의 의미,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의미, '가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빠가 마침내 심도 있는 대화를 시작했을 때 한 말은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었다.

"나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어, 안드라. 이제는 너무 늦었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 오늘 부모님을 단 1분이라도 다시 뵐 수 있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 더 할 거야."

아빠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두 눈을 비볐다. 아빠가 일어나자 침대가 흔들렸다.

"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구나."

열세 살 때의 나는 아빠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표면적인 단어만 들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습지대의 물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왕성한 호르몬 분비로 불안정한 내 마음에 아빠의 말은 그저 잔소리로 여겨질 뿐이었다. - page 190

사랑한다는 말.......

너무 흔해서, 하기 쉬운 말이지만 하지 못하는 그 말......


책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내 마음은 5주 동안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 아무도 지울 수 없는 추억으로 밝게 빛났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지나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지나 일주일이 되는 과정의 모든 순간에 기쁨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었다. 나는 부모님의 관 앞에 서서 "우리가 그걸 같이 못 한 게 한이 돼요."라는 말을 중얼거릴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뒤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없다. 못해서 한이 될 일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삶에 구멍이 사라지고 빛을 발한다. 속에 담아둔 소원을 끄집어내 이루며 후회 없이 사는 게 진정한 삶이다. - page 361

지금 이 순간.

못해서 한이 될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최근에 <고백부부>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드라마와 조금씩 오버랩되며 제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 역시도 무심히, 너무나 당연히 그 곳에 언제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그들과의 약속, 그들과 하고자 했던 일들을 모두 미루지는 않았는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지......

순간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못한 것들만 남아 가슴에 한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라도 당장 실행에 옮겨야겠습니다.

한 시간 한 시간을 채워 하루를 만들고, 하루하루를 채워 일주일, 그리고 일 년.

소중한 추억들로 제 삶의 구멍이 사라지게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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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과학책 잠 못 드는 시리즈
션 코널리 지음, 하연희 옮김 / 생각의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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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하면 막연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렵다!

복잡하다!

재미없다!

아마도 암기위주의 학습을 하다보니 과학에는 ○○법칙으로 공식화, 수식화되어 있다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과학책』.



뭔가 심상치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추천사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최초의 돌도끼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각각의 발견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실험과 함께 알려준다.

위험하도록 재미있는 과학책!

-와이어드(Wired, 미국 과학기술 전문 월간지)

위험하도록 재미있다니!

그동안 가지고있던 '과학'에 대한 편견을 깨 줄것만 같았습니다.

과학사를 따라 풀어나가는

위대하고 위험한

34가지 과학이야기

그 여정을 함께 가 보았습니다.


기원전 200만 년 선사시대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석기시대의 만능무기, 돌도끼를 만드는 <실험>과 함께 시작된 과학사는 불의 등장, 이동 수단으로 바퀴와 회전축의 효율에 대해서 등 큼직한 사건들을 토대로 시간에 따른 과학의 변천사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06. 132년 장형, 지진을 예측하다>는 우리에게도 지진이 발생하기에 더 관심이 갔었고 인상에 남았었습니다.

장형의 지진계는 지진이 일어나면 청동공이 항아리 주둥이 속으로 떨어져서 바닥 부분에 조각된 여덟 마리 두꺼비 중 하나의 입으로 굴러나오도록 설계되었다. 두꺼비 여덟 마리는 8방위를 나타낸다. - page 60

이때에도 자연재해 중 하나인 '지진'을 대비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하였다는 점, 장형의 경우는 바람이 지진을 일으킨다고 잘못된 판단을 하였지만 실제 지진이 발생할 지역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이 놀라웠었습니다.

그리고 <실험 08 젤라틴 판의 지진>을 통해 판구조론을 이해하며 진동이 어떻게 증폭되고 그럼으로써 지진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설명되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경험을 통해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장점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과학의 양면을 보여준 <31. 1962년 레이첼 카슨이 기적의 그림자를 발견하다>도 인상깊었습니다.

모기, 매미나방 등 기타 해충을 죽이는 "기적의 약"이라 불렸던 DDT.

하지만 DDT와 같은 화학물질로 인해 야생동물 생태계가 파괴됨을 일러주면서 나아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레이첼 카슨'.

양날의 칼날을 지닌 '과학'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었습니다.


책은 어려운 이론과 공식보다는 마치 소설처럼 하나의 주제를 토대로 이야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부담없이 '과학'을 접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특히나 이 책의 장점으로 여겨지는 <실험>.

실험의 난이도나 그 준비과정의 위험성에 따라 위험도 측정이 되어 있었고 이론을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실험들이었기에 아이가 있다면 같이 실험을 하면서 경험을 통해 이론을 이해하게끔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은 '수박 겉핥기'식의 이야기들이었기에 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었지만 전반적인 과학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책 제목처럼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과학책'임이 분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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