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아빠'.

'엄마'보다는 살갑게 대하지도 못하고 쉽게 다가가지도 못하곤 합니다.

어릴 적에는 '아빠'에게 애교도 부리고 껌딱지마냥 지내곤 하였는데......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만보고 그냥 마음이 끌렸습니다.

왜 아빠와 여행을 떠냤냐고 묻는다면』 



아직까지 꿈도 꿔보지 못했던 일이기에, 특히나 아빠와 단 둘의 여행이라는 점이 조금은 놀라우면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45세 딸이 80세 아빠와 34일간 714킬로미터의 여정.

그녀를 통해 저의 서툰 감정을 아빠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본 적 있나요?

그리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히 여기며 살아간다.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이라는 말로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소중한 사람을 붙들라고, "그걸 못 한 게 한이 돼요"라는 말을 "같이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 page 11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저자의 바람이 고스란히 가슴에 와 닿게 되면서 조심스럽게 소중한 가족들에게,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서툰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끔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었습니다.


아빠와 여행을 가게 된 계기.

우연으로 이루어져 결국은 필연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빠와 나는 내가 십 대일 때는 서로에게 소리만 질러댔고, 이십 대일 때는 질세라 열변을 주고받았으며, 삼십 대일 때는 서로 속만 끓이다 멀어졌다. 내 인생을 통틀어 아빠와 나눈 대화는 대부분 상처를 주는 말과 의미심장한 침묵으로 산산조각났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의 과거사를 청산하고 한 달 이상 서로 참고 견딜 수 있기를 바랐다. 뭐, 아빠야 여전히 나를 거부할지 모르지만. - page 24

그렇게 시작된 부녀의 미시시피주 나체즈부터 테네시주 내슈빌까지, 714킬로미터의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Natchez Trace Parkway)' 완주까지 이루게 됩니다.


그들의 여행이야기엔 '여행'의 의미,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의미, '가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빠가 마침내 심도 있는 대화를 시작했을 때 한 말은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었다.

"나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어, 안드라. 이제는 너무 늦었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 오늘 부모님을 단 1분이라도 다시 뵐 수 있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 더 할 거야."

아빠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두 눈을 비볐다. 아빠가 일어나자 침대가 흔들렸다.

"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구나."

열세 살 때의 나는 아빠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표면적인 단어만 들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습지대의 물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왕성한 호르몬 분비로 불안정한 내 마음에 아빠의 말은 그저 잔소리로 여겨질 뿐이었다. - page 190

사랑한다는 말.......

너무 흔해서, 하기 쉬운 말이지만 하지 못하는 그 말......


책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내 마음은 5주 동안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 아무도 지울 수 없는 추억으로 밝게 빛났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지나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지나 일주일이 되는 과정의 모든 순간에 기쁨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었다. 나는 부모님의 관 앞에 서서 "우리가 그걸 같이 못 한 게 한이 돼요."라는 말을 중얼거릴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뒤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없다. 못해서 한이 될 일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삶에 구멍이 사라지고 빛을 발한다. 속에 담아둔 소원을 끄집어내 이루며 후회 없이 사는 게 진정한 삶이다. - page 361

지금 이 순간.

못해서 한이 될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최근에 <고백부부>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드라마와 조금씩 오버랩되며 제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 역시도 무심히, 너무나 당연히 그 곳에 언제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그들과의 약속, 그들과 하고자 했던 일들을 모두 미루지는 않았는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지......

순간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못한 것들만 남아 가슴에 한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라도 당장 실행에 옮겨야겠습니다.

한 시간 한 시간을 채워 하루를 만들고, 하루하루를 채워 일주일, 그리고 일 년.

소중한 추억들로 제 삶의 구멍이 사라지게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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