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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너무나도 예쁜 책 한 권을 발견하였습니다.
제목 역시도 괜스레 눈길이 가던 책, 『신들이 노는 정원』.
이 책!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2017 일본 리뷰어 대상 "지금 꼭 읽고 싶은 한 권"
얼마나 좋은 책일까!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이 '신들이 노는 정원'으로 가게 된 이유.
남편의 바람이었습니다.
"기왕 훗카이도에 가는 거라면 대자연 속에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싶어." - page 8
남편의 훗카이도 사랑.
"가무이민타라."
가무이민타라는 아이누 말로 '신들이 노는 정원'. 그렇게 불릴 정도로 풍경이 멋진 곳이라고 한다. - page 10
그렇게 시작된 산촌 생활.
4계절.
한 가지에 한 잎이었던 노란 잎이 두 장이 되고, 세 장이 되고, 눈 감짝할 사이에 전부 노란색이 됐다가, 어느새 보면 잎이 다 떨어져 있겠지.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아직 눈이 쌓여 있었다. 호두나무도 알몸으로 서 있었다.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렸지만, 호두나무는 좀처럼 잎이 나지 않았다. 주위 나무의 가지가 초록으로 완전히 덮였을 무렵, 그제야 조그맣게 싹을 틔웠다. 잎을 맺는 것도 느리니 지는 것도 느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싹을 올려다보며 설레고, 잎이 질 걸 예감하고 슬퍼하고, 이 가슴은 바쁘다. - page 139 ~ 140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광경들이 펼쳐져 있었고 느림의 미학, 조화 등이 어우러져 모두가 하나를 이루곤 하였습니다.
신들이 노는 정원에는 진정한 '행복'이 있었습니다.
행복이란 아마 몇 가지 형태가 있을 것이다. 크기도 하고 동그랗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기도 하고, 찌그러졌거나 색이 특이할지도 모른다. 그런 걸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된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
"수의사 교코 씨가 나가려고만 하면 어미소가 산기를 보여서 결국 나가지 못했다"는 이런 얘기, "집을 짓고 한동안은 우물물이 탁해서 여과해서 마셨다"는 저런 얘기를 들으면서 '이곳에 틀림없이 행복의 한 형태가 있구나'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얼어붙은 밤, 그렇게 마음먹었다. 행복한 밤이었다. - page 236 ~ 237
정말 소소한 일상.
하지만 이것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일기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산에 있을 때는 항상 가족이 함께였다. 좋고 나쁘고 간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진한 일 년이었다. 그렇다, 산촌유학을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틀림없이 즐겁지만, 가족 사이가 좋지 않으면 힘들지도 모른다. 미야시타 선배가 진심으로 하는 충고입니다.
저녁 무렵, 바비큐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즐거웠어. 다음에는 다들 같이 가자"라고 했다. 귀를 의심했다. 일년 동안의 산 생활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사실 이 사람일지도 모른다. 친목 자리를 불편해하는 사람이었다. 산에 가기 전이라면 모르는 사람과는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개무량하다. 나이를 먹어도 사람은 바뀔 수 있구나. - page 313
왠지 모르게 '산촌유학'을 떠나보고 싶었습니다.
요즘처럼 '가족'이라는 의미가 퇴색할 때, 자식을 위한 '유학'보다는 가족을 위한 '유학'.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