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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끌렸습니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지금의 내 심정과도 같았습니다.
나를 사랑하기란......
그래서 더 끌렸던 책이었습니다.
'변종모' 작가의 여행에세이.
그와의 인연은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였습니다.
첫 배낭여행을 떠날 때 챙겼던 책.
'첫'여행길을 같이 했기 때문인지.....
작가와는 여행길에 동행한 느낌을 받았었고 위로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그의 에세이는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프롤로그>에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가끔 부담 주고 싶다. 부디 "그곳으로 가보라"는 말로 은근히 부담 주고 싶다. 내가 좋았던 모든 것을 보고 느끼게 하고 싶다.
그대가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대도 나처럼 그곳에서찬란하거나, 두근거릴 만큼 찬란해서 살고 싶어지거나, 폐허가 되거나, 폐허가 되었다가 또다시 피어나고 싶거나.
내가 경험한 좋은 것들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그래서 그대에게 부담을 주고 싶다. 내가 다녔던 그곳에서 그대도 나처럼 시 한 편을 끼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잠시 그대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곳으로 자꾸만 보내고 싶다.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그곳으로 가 보고 싶었습니다.
잠시 나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곳으로......
굳이 첫 장부터 차례로 읽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무심코 펼친 그 곳.
거기서 전한 그의 따뜻한 시와 산문은 어느새 내 영혼의 상처를 보듬어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유독 저에게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에 근거 없이 자주 외면당하는 것들아! 억울함이 쌓이면
칠흑 같은 밤이다. 그것이 흩어지지 않으면 거대한 사막이다.
그 밤에 가려진 수많은 마음의 날들이 사막의 모래처럼
서걱거린다. 당신이 내 마음을 사막으로 만들고 가버린 밤부터
잠들지 못했다. 밤은 왔으나 어둠에 잠기지 않던 시간.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절망이란 없는 것이다.
외로운 그대여 외로워 마라. 빛을 잃은 그대가 마음의 길을
찾도록 밤도 하얗게 잠들지 못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라.
새벽이슬 같은 별빛과 오래도록 서성이는 달빛. 모두가 빛을
잃지 않고 그대 위에 묵묵하다. 세상에 완벽한 절망이 없는
이유는 완전한 어둠이 없기 때문이다.
그대, 마음의 빛을 잃지 마라. - page 141
그동안 지쳐있었습니다.
제 마음이 칠흑 같은 밤, 그 속의 사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전해주었습니다.
외로워 마라.
그대, 마음의 빛을 잃지 마라.
이 글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고 말았습니다.
외로워 마라...
외로워 마라......
낯선 곳.
그곳에서 그가 전한 위로.
책을 읽는내내 여행을 떠난 것 같았고 읽고난 뒤엔 그가 아무말없이 토닥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을 소중한 이에게 선물해 주어야겠습니다.
나 뿐만아니라 위로가 필요했던 소중한 이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내가 전하지 못하는 위로.
이 책이 대신해 줄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말아요. 전 슬픈 게 아니랍니다. 그러지 말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전 정말로 슬픈 게 아니에요.
만약 제가 눈물을 흘려야 한다면, 이 지난한 도시 어귀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누군가를 위해서이지, 저를 위해서는 울지
않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하지만 고맙습니다. 그대의 거친 손이
제게 이리도 뜨거운 걸 보면 그 마음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발 저를 위해서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그대는 그대의 삶으로
힘겹게 나를 보지 말아요. 저 역시 그대를 가여워하거나 슬프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이 시간이 너무 뜨겁고 고마워서 눈물이
나기는 합니다. 우리는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사이인데,
그대가 저를 위해 눈물을 흘리시다니요. 그대 그러지 말아요.
나를 울게 하지 말아요.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자는 허튼 맹세는
하지 맙시다.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말들로 흩날리지 말아요.
그렇다면 그저 다음에 다시, 지금처럼 꼭 잡은 손, 흔들리는
마음으로 떠났다가 아무렇지 않게 돌아와 인사하면 그뿐.
오늘은 그냥 인사 없이 작별하기로 합시다. 마치 가을에 떠나는
사람처럼. - page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