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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숨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7월
평점 :
이 책은 추천사 '조남주' 작가에 의해 읽게 되었습니다.
"이런 여자들의 이야기가 읽고 싶었다.
그녀들의 욕망과 방황을 사랑한다."

특히나 『82년생 김지영』의 소설을 인상깊게 읽은 터라 그녀의 추천사에 더 이 소설이 궁금하였습니다.
소설 속에 비추어진 여인......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주인공 '제인'.
서른 여덟......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진 않지만 격렬한 춤을 추기에는 많은 나이.
그래서 자신의 위치에서 내려오기 싫지만 내려와야만 하는......
그런 그녀가 재기를 위해 안무가 '텐'을 만나면서 이러난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눈으로 보아야 믿습니다. 또 실체를 확인해야만 안도합니다. 자신이 본 적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라고 믿는 거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그들은 이제부터 깨닫게 됩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불안에 떨던 그들은, 점차 그동안 억압해왔던 몸의 또 다른 감각들이 열리기 시작하는 걸 느낍니다. 그들은 눈을 가린 채 서로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서로의 몸을 향해 손을 뻗죠." - page 54
내 안의 불안함.
하지만 솔직한 욕망에 멈추지 않고 춤을 완성시킬수록 '오래전 그 숲속에서의 비밀스러운 춤'이 떠오르게 됩니다.
"이건 위험한 짓이에요. 이 춤은 다시 시작되어서는 안 돼요." - page 137
『불온한 숨』에서 전한 이야기......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 파고드는 날카로운 덫처럼 다가오는 내면의 잔재.
"당신에 대한 증오심으로 여기까지 왔어. 그런데 당신은 파괴할 가치조차 없더군. 빈껍데기였어. 여기에 와서 알았어. 난 당신을 증오하면서 버텨왔던 거야. 사실은 나 자신을 죽이고 싶어서......." - page 214
소설을 읽는내내 제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마지막 순간엔 나마저도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곤 하였습니다.
곧 커다란 장막이 걷히면 시작되는 무대.
떨리는 긴장감에 한 발을 내딛는 무용수처럼......
그래도 거침없이 내딛으라고 '제인'에게, '나'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제인에게 간절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결국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고서는 '제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진짜 '제인'이 되고 싶다면, 억지로 '제인'이 되려고 해선 안 된다는 것. 느끼는 대로 세상을 마주 보고 시간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온전히 느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때때로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불온한 숨'이라도 깊게 내쉬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 page 222
작가가 전한 마지막 이 한 마디가 자꾸만 맴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