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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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전도사, 문화재청장 등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500만 부 판매의 신화를 쓴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작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이번엔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속되게 말해서 나는 글쟁이다. 옛날 식으로 말하면 문사이다.

문집을 읽을 때도 나는 대게 잡저를 눈여겨보았다. 거기엔 인생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답사기'라고 해놓고 이 소리 저 소리 다 이야기하는것에는

이런 잡문의 정신이 들어 있는 것이다."

자신의 글쓰기 비법과 '문장수업'의 이력을 낱낱이 공개하며 작가 스스로 '잡문'이라고 말하는 글들의 매력을!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그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책들과 함께 성장한 저로서도 그의 사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건넬지...

그의 문장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그가 걸은 곳마다 이야기가 피어난다

시대와 호흡하는 지성인의 고뇌와 서정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그의 글에는 역시나 '맛'이 있었습니다.

특유의 입담이, 인문정신이, 무엇보다 50년 지기 홍세화·김민기 등을 떠나보내며 쓴 추도사에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월을 뛰어넘은 우정이, 자신의 주례 선생인 리영희 선생에 대한 회고에서는 질곡 많은 현대사 속에서도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지식인들의 교류가 여느 작가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기에 이번 책이 의미 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거리 '인사동'

고서점, 고미술상, 화랑, 전시장, 표구점, 화방, 필방, 공방, 전통한지 가게, 전통공예품 가게가 즐비하고

전통찻집과 전통음식점들이 골목골목에 퍼져 있어

전통과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리고 드나드는 이들이 문화예술인과 높은 교양이 풍기는 중년 신사들이어서 거리엔 문기가 넘쳤던 이 거리.

하지만 지금은 오직 고미술상과 민예품 가게들이 전통거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고 찾는 이 없는 고서점들이 모두 문을 닫은 지 오래인데...

고서점 중에서도 통문관 이겸로 선생이 계실 때가 문화의 거리다웠다며 이겸로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는데...

"내가 돌봐주던 낡은 책들이 내 노년을 이렇게 돌봐주고 있다오."

스스로 책방 주인이라고 낮추었지만 누구 못지않은 애서가였던 선생.

2015년 가을 유홍준 교수가 공개강좌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내가 통문관 셋째요"

라며 그에게 다가온 고려대 중문학과의 이동향 명예교수는 선친 유품을 정리하다 이게 나왔다며 얇은 서첩 두 권을 그에게 건네주었는데 표지를 보니

한 권은 이광직이라는 문인이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 대하여 쓴 『단원화평』이고,

또 하나는 그림과 글씨의 기원에 관해 쓴 『서화연원』이라는 필사본이었다고 합니다.

표지 안쪽에 '수취인 유홍준'이 쓰여 있었지만 미처 보내지 못한...

훗날 아드님이 전달하면서 보낸 한문 편지가 있었는데...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있는 법인데, 이제 이 소책자가 주인에게로 돌아갑니다. 이 또한 선친의 뜻입니다. 청컨대 웃으면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전 적벽부」에서의 한 구절이,

삶의 향기가 책에서 물씬 풍겨지는 듯한 이 느낌이

지금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말이 있었는데...

그가 중국을 답사하면서 그들이 입에 붙이고 사는 표어가 있다고 하는데...

'인인유책', 즉 '사람마다 책임 있다'는 표어

이 말이 이번에 의미심장하게 와닿았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에서도 역사를 바라볼 수 있었고 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홍준 '답사기'

벌써부터 이야기꾼 그의 이야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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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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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07년 출간한 그의 첫 책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로 당시 여행 에세이의 돌풍을 주도했던, '생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여행작가 '김동영'

그의 작품에서 묘사되는 외롭고 쓸쓸한 '떠남'의 여정은, 이 시대 청춘이라면 한 번쯤 가져야 할 표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저 역시도 공감하며 사랑했습니다.

김동영 작가가 독자와의 만남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었으니...

"어떻게 그렇게 고독하고 배고픈 여행을 계속할 수 있나요?"

"어떻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글을 쓸 수 있나요?"

"나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까요?"

17년이 지난 2024년, 이 질문들에 선명하게 답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과연 그 답이 무엇일지...

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

카이로의 사막, 예루살렘의 골고다 언덕,

바라나시의 화장터, 히말라야의 고도,

도초도의 폭설에 갇힌 집에서......

당신에게 부친 편지

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나는 죽을 것처럼 살아왔고, 살 것처럼 죽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다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 300쪽 넘게 죽음에 대해 이

야기했지만, 나는 결국 죽지 않았다. 비겁했고, 허세스러웠고, 나는 나에게 미련이 많다. - page 11

책은 세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죽음, 사랑, 시간(나이 듦)

14년 전 작가의 엄마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작가는 죽음에 관한 사유가 시작되었고

상실의 고통이 커다란 뼈대가 되어

살아남은 사람이 삶을 사는 힘에 대한 사유로 이어졌습니다.

내가 죽고 싶은 건, 아직 당신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있다는 걸 알기에 내 삶을 조금이나마 좋아했고 이 세상에 사는 걸 기대했다. 하지만 만날 때가 된 것 같은데 당신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함께할 운명이 아니었을까?

이미 나의 아름다운 시간은 가 버렸는데, 지금 당신을 만난다 해도 그걸 보여 주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모래사장으로 밀려와 스스로 죽어 가는 고래 같다. 기대할 희망을 나는 찾을 수 없다.

...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들도 많고, 은근히 기대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세상은 자꾸 나더러 죽으라는 조용한 권유를 하고 있다. 내가 세상에 잘못한 것은 없다. 잘못이라면 내가 나에게 하고 있다.

...

내가 원하는 건, 나의 삶과 나의 존재가 이 세계에서 살 가치가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정말 이런 나일지라도, 매 순간 어딘가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을 대신해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 page 69 ~ 71

그리하여 그는 플라톤, 니체, 쇼펜하우어 등 철학자들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공부하고

카이로, 룩소르, 아스완, 예루살렘, 히말라야, 도초도 등지를 떠돌며 답을 찾아 헤맨 결과

비로소 우리에게 건넨 답은

다름 아닌 '사랑' 이었음에.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죽겠지만, 사랑을 모르기에 삶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사랑 없이 살아갈 철학이 인간에게 있을까? - page 319

마치 옥상의 난간에 걸쳐서 덤덤히 써 내려간 그의 이야기.

외로웠고 쓸쓸했으며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으며 언젠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당연한 전제를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았던 책 제목...

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우리에게 편지를 부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만약에 거리에서 꽁초를 줍거나 남의 집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나를 당신이 본다고 하더라도, 부끄러워서 모른 척 그냥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이런 일을 몇 시간이나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느끼는 이 어색한 기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청소라도 하고 나면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서 안심이 되더라고요. 나는 말이죠. 이 사회에서도 그렇고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page 314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 말이...

전업주부가 된 뒤 한참을 방황했었던 지난날이 떠오르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었습니다.

지금은 저 역시도 스스로 쓸모를 증명하고자 노력하지만...

사랑받기 위해 죽으려 했던, 하지만 살아 있기에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일러주었던 이 책.

그렇기에 당신은 이미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만은 꼭 기억하길...

저에게도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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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클래식 리이매진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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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추리력과 관찰력을 지닌 명탐정 '셜록 홈스'

그는 조수인 '존 왓슨'과 함께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며 범죄자들을 제압하곤 하였는데...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더불어 사회 비판을 담았던 이야기는 저에게 추리소설의 입문서였고 제 책장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리한 관찰과 뛰어난 판단력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뒤얽힌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셜록 홈스의 추론 과정은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이번에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온 일러스트레이터 '소피아 마르티네크'의 흡인력 짙은 삽화로 명탐정 셜록 홈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고 하니!

색다른 매력을 지닐 셜록 홈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냉철한 사고와 논리, 그리고 빈틈없는 관찰로

전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명작 추리소설에

현대적인 색감과 감성을 불어넣다!

셜록 홈스의 모험



1892년 처음 출간된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 중 첫 단편집으로,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추리 단편집>으로 손꼽히는 역작입니다.

1891년 7월부터 1892년 6월까지 월간지 <스트랜드 매거진>에 매달 한 편씩 연재된 열두 편의 단편을 모았는데

각각의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되고

주인공인 홈스의 사건 해결 과정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기록한 왓슨 박사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초판 출간 이래로 수많은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로 각색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판본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이 책.

저도 타 출판사에서 이 책을 읽었었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조금은 큰 판본에 화려한 일러스트로 눈을 매료시키고 추리의 즐거움을 배로 늘려주었습니다.

매번 읽어도 재미있었던 셜록 홈스의 추리 과정.

아마 그 이유는 관찰을 통한 단서 찾기, 논리적 사고를 통한 추론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집필 당시의 사회상을 꼬집어주기에 극 중 재미를 더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12편의 단편은 영원한 동료 왓슨 박사와 셜록 홈스의 놀라운 활약상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 여성'이라는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하는 <보헤미아 스캔들>을 시작으로

빨강 머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연맹 뒤에 도사린 범죄를 다룬 <빨강머리연맹>

결혼식 날 사라져버린 신라의 정체를 파헤친 <신랑의 정체>

아무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을 훔친 도둑을 추적하는 <푸른 카벙클>

엄지손가락이 절단된 젊은 엔지니어의 황당한 사연 <어느 엔지니어의 손가락>

아들을 신고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오해 <녹주석 보관>

저마다 홈스가 찾아놓은 단서들을 토대로 진실을 향해가는, 각기 다른 매력들을 소유한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은 셜록 홈스가 해결하지 못한 미해결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인상적인 이야기...

인간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허점은 있게 마련이다. 존 오펜쇼 살해범들은 오렌지 씨앗을 받지 못했다. 그걸 받았다면 자기들 못지않게 교활하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 자기들을 뒤쫓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텐데. 그해에 불어닥친 추분의 광풍은 몹시 길고 거셌다. 우리는 한동안 론스타 호가 서배너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소식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우리에게 들려온 건 대서양 한가운데서 부서진 범선의 돛대가 파도에 쓸려 다니는 것이 목격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돛대에는 'L.S.'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범선 론스타의 운명에 대해 아는 건 거기까지다. - page 168

요즘의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 그야말로 '고전 추리소설'의 면모를 보여주었던 『셜록 홈스의 모험』.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셜록 홈스를 만나서일까,

아니면 반전에 반전에 독자들을 힘겹게 하지 않아서일까

간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관찰, 단서, 분석, 추론

그를 상징했던 단어들을 모아보니 이 시대에 그가 활약했다면 '프로파일러'임에 분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와 악연인 '모리아티 교수'가 떠올랐습니다.

정말 치열했던 이들의 두뇌싸움!

그 재미가 갑자기 그리워지면서 책장에서 다시 셜록 홈스 시리즈를 꺼내 들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셜록 홈스와 함께 범죄 현장을 돌아다니며 사건 해결의 짜릿함을 느껴보고자 합니다.

자!

그럼 사건을 해결하러 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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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케이티 켈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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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늘 어떤 방식으로든 '아름다움'을 좇고 있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였습니다.

예쁜 옷을 사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예쁜 물건이 보이면 구매하고,

아름다운 곳을 찾아 떠나는 등...

이렇게 보니 우리는 다양한 미적 취향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름 아닌 '구매'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소비주의 사회가 낳은 아름다운 물건들 뒤에 어둡고 추한 이면을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익숙한 부패의 그림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다고 부르던 것들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화려한 물건들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어두운 욕망을 찾아 떠나는 가장 진실된 여정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것이 아름다움을 낳는다"

소비주의 사회는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상품화했고, 상품화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그 아름다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대가를 누가 치렀는지

알지 못한 채 인간 욕망의 밝은 면만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케이티 켈러허'는

많은 아름다운 물건들이 인간의 어두운 욕망으로 탄생했고,

어쩌면 바로 그것이 아름다움의 본질

이라 말하였습니다.

아름다움의 역사이자 곧 욕망이 만들어낸 추한 역사.

책에서는 거울, 꽃, 보석, 향수, 실크 등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근현대 소비주의 사회를 움직여온 아름다운 물건들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포문을 연 것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것을 전달하는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마녀가

'거울아 거울아'

외친 '거울'이었습니다.

각종 신화·소설·영화에서 '진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은유적인 도구로 쓰였던 '거울'.

하지만...

중세 시대 거울은 장인들에게 더 깊은 광택을 내기 위해 수은을 사용하면서 수은 중독이란 치명상을 남겼고

프랑스 왕실과 베네치아 정부는 거울 제작술을 독점하기 위해 거울 제작자들을 두고 잔혹한 살인극을 벌이기도 했으며

외모에 대한 우리의 문화적인 집착과 사회가 요구하는 외모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조용하고 은근한 고통까지...

우리는 거울이 속임수이자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임의적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거나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고장 난 시스템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거울의 가장 추악한 점일지도 모른다. 거울은 개인보다는 사회의 진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 page 44

그리고 이어진 '' 이야기.



꽃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공감하는 대신에 꽃을 그들과 우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만들고,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 욕망을 수치심의 근원으로 만들어버렸다. - page 53 ~ 54

19세기 서구권에서 '난초'가 유행했는데 난초의 '유순함'이 여성의 '수동성'의 은유적 표현이었기 때문이고

『꽃의 은밀함』의 저자 에이미 스튜어트는 저서를 통해

"한편으로는, 화훼 농장에서의 노동은 저임금의 고된 노동이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 모든 것은 더 좋은 꽃을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하려는 미국인들을 위해 수명이 짧은 사치품을 생상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일자리가 필요하다."

며 꽃 산업을 거의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꽃에 대한 자신의 "지저분한" 사랑을 인정한다고 한 점이 꽃에 대한 그동안의 관념을 되짚어보게 해 주었습니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알게 되었던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보석 '다이아몬드'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여성들의 '화장품'은 여전히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며

'향수'는 사향고양이와 고래를 비롯한 포유류가 잔인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어진 사치품이었고, 금기시되는 인간의 은밀한 성적 욕망과 관련 있었음에

<여성과 벌레>에서 이야기한 속살처럼 부드럽고, 희미한 무지갯빛을 띠며, 관리가 까다롭고, 얼룩이 생기면 잘 지워지지 않는 '실크'



봄빅스 모리라는 나방 종의 대량 살상으로 얻어지는데

누에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생물을 산 채로 삶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수많은 의심스러운 일의 목록에서 이것은 낮은 순위에 속한다. - page 252

또한 오랫동안 상류계층의 특권을 상징하는 '과잉'의 역사를 대표한 실크 산업

파시즘과 백인우월주의가 추구하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억압적인 도구가 된 순백색의 '도자기'

압도적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주지만 다양성을 배척하고 억압하는 규율과 관련이 있으며 만성적이고 심각한 폐 질환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대리석 건축물' 등

마냥 아름답다고 여겼던 것들의 이면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보다 더 모순적일 수 있을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는 것...

이에 대해 저자가 건넨 이 말이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고통을 목격하고 심연을 응시하는 데에서 오는 도덕적, 육체적 혐오감을 넘어 수용의 느낌, 어쩌면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page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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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케이티 켈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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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물건 뒤에 가리워졌던 추악한 인간의 욕망. 마냥 아름답지 않았기에 씁쓸함이 남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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