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 신경질적인 도시를 사랑하며 사는 법에 관하여
김도훈 지음 / 웨일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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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

이 단어를 쓰기엔 지금의 삶에 너무나 지쳐있었습니다.

새삼 이 단어를 언제 썼는지.....

기억조차 희미했습니다.


그러다 작가 '김도훈'씨가 말했습니다.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처음엔 '뭔소리지?!' 라고 시작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읽어가다보니 어느새 그가 전한 '낭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신경질적인 도시를 사랑하며 사는 법에 관하여

특별한 것이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특별해질 수 있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낭만 중 하나인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문득문득 꺼내 보는 것.

사실 저는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궁금하였는데 책 속에서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관광객을 위한 개방 따위는 바랄 수도 없었던 70년대 초반, 아무도 없는 앙코르와트 사원 속에 누워 잠을 잤다. 1963년도 아프리카 여행 때는 슈바이처 박사를 만났다. 편지로 예고한 날보다 열흘이나 늦게 도착한 그를 맞아준 것은 슈바이처의 웃음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라는 말과함께. 그는 지금처럼 파괴되기 직전의 아마존으로 들어가 원주민들을 만났고, 대륙의 깊숙한 오지에 건설되고 있었던 계획도시 브라질리아를 통해 역동적인 라틴아메리카의 미래를 보았다. 아프리카의 어느 추장 딸이 그에게 끈질긴 구혼작전을 펼쳤을 때는 겨우 도망치기도 했다. 그건 60년대와 70년대였다. 한국인들은 그의 책을 '서방견문록'이라 불렀다. - page 48 ~49

어린 그에게 세계의 존재를 일러주었던, 그래서 희망직업란에 '세계여행가' 혹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자'등등으로 적게 해 준 그, '김찬삼'.

지금은 비록 고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가슴 속에 남아 하나의 낭만으로 존재하는 모습은 마냥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동심을 꺼내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김찬삼의 여행기를 이불 보따리 속에 쟁여 매고 시집간 연이에게 그것은 언제나 꿈으로만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에게도 세계여행이라는 거창한 꿈은 거의 꿈으로만 남았다. 어떤 것은 꿈으로만 남아도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나는 지금도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꺼내 든다. - page 50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저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낭만을 공유하고 싶어서......


너무나 공감했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자아 마법 같은 한마디>

"커피나 한잔합시다."

세상에서 가장 마법 같은 한마디를 고르라면 나는 이 문장을 고를 것이다. 이 문장이 왜 마법 같은지를 당신에게 굳이 설명할 이유도 없다. 당신도 이미 이 문장의 마법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 page 138

내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인사 다음으로 잘 하는 한 마디였습니다.

"커피 한 잔, 괜찮아요?"

어색한 상황, 낯선 이.

이 말 한마디면 그냥 서로의 침묵도 인정할 수 있기에 또다시 그 마법의 주문을 걸어봅니다.

커피 향과 함께 내 마음도......


'낭만'은 마치 드라마 속에서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상황에서, 마냥 행복한 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알고보니 일상 속에서 소위 '소확행' 역시도 하나의 '낭만'이었고 지금의 상황도 한 걸음만 물러서서 바라봤을 때 이 역시도 '낭만'이었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낭만'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낭만이 마냥 특별하다고만 생각했기에 느낄 수 없었음을......


저자의 이야기 중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을 이루게 되고, 그럴수록

실은 부모가 자신과 매우 닮은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되고, 부모를

향한 원망의 근원에 자기 자신의

마음이 큰 비율을 차지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완벽한 극복은

없지만

결국 극복은 온다. - page 55

나이가 들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깨달은 것.

그래서 후회하고 죄송스러운데도 또다시 아이처럼 실수를 반복하는 것.

그럼에도 부모님을 향한 사랑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음을......


다시 저자가 <서문>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만약 이 책의 몇몇 구절들에서 위로를 받는 독자가 있다면, 그건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라는 건 다소 위악적으로 낭만적인 행위다. 위악적이지만 필요한 행위다. 결국, 우리는 궂은 비 내리는 날 옛날식 카페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듣지 않더라도 끝끝내 낭만이라는 단어를 놓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page 6

위악적이지만 필요한 행위.

오늘도 우리는 낭만이라는 단어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나봅니다.


책을 읽고나니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궂은 비 내리는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올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중에서


책을 덮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어봅니다.

"커피 한 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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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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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자마자

"어?"

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설마...... 내가 알고 있는 화곡동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새 내 손은 그 책을 향해 뻗고 있었고 책장을 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곡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웃들에겐 '화곡동 자경단장'이지만 형에겐 '백수놈 육갑질'로 불리는 민생치안 활동을 하는 '형진'.

어김없이 동네를 배회하던 형진에게 눈에 띤 수상한 이.

그는 한밤중인데도 스키 고글에 스키 모자, 코와 목을 덮는 스키 마스크까지 끼고 항공점퍼를 입은 채 담벼락에 무슨 예술활동도 아닌 수상한 행동을 합니다.

이를 본 형진은 최대한 위협적이지 않게 타이르듯이 그에게 충고를 했는데 돌아온 것은 상대의 손에 있던 혈액팩이 그의 얼굴을 폭격해 오면서 일어난 화재.

그렇게 무자비한 열기가 형진의 얼굴을 짓이겼고 삼남매가 살던 월셋방 건물이 타오르면서 자신의 막내 동생 '진아'를 잃게 됩니다.


가까스로 목숨은 구했지만 형진의 형체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의 외형이 괴물이 되었지만 사람들의 시선, 사회의 시선은 점점 그를 괴물로 만들어버립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신의 동생의 목숨을 앗아간 그 '방화범'을 자신의 손으로 잡는 것이었습니다.

그 범인을 쫓으면 쫓을수록 오히려 자신을 '방화범'으로 만드는 세상의 시선.


그런 그에게도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이가 등장합니다.

국제일보 사회부 기자 '김정혜'.

처음엔 자신의 기사거리로 그를 만나게 되지만 점점 그의 진실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범인을 쫓으며 그렇게 이야기는 전개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하였지만 점점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과 닮아있었고 마냥 소설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도 닮은 모습에 자꾸만 내용을 곱씹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형진이 그토록 잡고 싶었던 범인, 하지만 결국은 세상을 향한 울부짖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어차피 버린 인생, 진아의 복수만 하면 할 일은 끝난 거라고. 근데 세상에는 더한 것들이 득실거리더라. 사람 목숨을 좆으로 아는 파렴치한,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태워 죽이는 쓰레기들이. 진아는 그놈들한테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 page 215


정말 있어서는 안될 정치인.

"작은 폭력은 폭력일 뿐이야. 시정잡배나 불량 경찰들이 휘두르는. 그러나 큰 폭력은 명분이자 정의일세. 성폭행범 하나를 피땀 흘려 잡ㅈ고, 고생 끝에 형을 때려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수십 명을 태워 죽이니 민중의 영웅이 됐네. 그들을 위해 분골쇄신할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

...

"현역 때 사수가 말하길, 대중은 가장 사회적인 돼지새끼들이라더군. 맞는 말일세. 누가 목동이고 누가 늑대인지도 모르면서 목소리만 크면 따라오니까. 우린 그 방화범이 목자아을 다 태울 때까지 기다리면 돼." - page 237 ~ 238

아마 이 이야기는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소름끼치도록 싫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인상 깊었던 '최 전무'의 이야기.

"우리가 왜 여기 있나, 생각했던 적이 있어."

...

"갈 곳이 없어서. 집을 잃어서. 일군 인생이 무연해서? 아니, 인간이 길에 있는 건 두렵기 때문이야. 내 자리가 싫어 도망쳤는데 돌아갈 용기가 안 나서야. 하루만 밀려도 욕을 얻어먹는 게 사람 구실인데, 지금쯤 얼마나 불어났을지 겁부터 나서. 그래서 여길 떠나지 못하는 거야."

...

"나는 그 희망으로 살았네.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날 찾아와줄 거라는. 그걸 기다리다 이 나이가 됐어. 걷지 못하고, 서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됐어. 우리는 스스로가 만든 시대의 불구자들일세." - page 315

과연 노숙자들이 혐오스러운지, 국민을 국민으로 인식못하는 정치인이 혐오스러운지......


우리는 각자의 촛불을 밝히며 우리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선 그 불의 의미를 악용하고 자신을 영웅화하는 이.

그들은 과연 인간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들이야말로 진정 '괴물'이 아닐까......


우리의 촛불이 본질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지켜야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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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17
세바스티엥 조아니에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성웅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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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때면 저도 모르게 설레곤 합니다.

아이도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에 설레겠지만 어른인 저 역시도 어떤 이야기로 아이같은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은 제목만으로 이야기를 유추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손을 붙잡고 제가 읽어보자고 졸랐습니다.

"우리 이 책 읽어보면 어떨까?"

"어서 오세요(꾸벅)."

"인사하는 거네!"

그러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이 났습니다.

그저 이 한 마디.

어서 오세요!

저는 이 한 마디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어서 오세요』 


이 세상에는 우리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내가 있어.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그런데......

뭔가 깜빡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뭘까?"

하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이도 한참을 생각합니다.

그리곤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엄마, 여기 그림에 아빠, 엄마, 아이가 먹을 음식이 없어. 내가 요리를 해 줄까?"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그만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따뜻한 음식이라니......


다음 장을 펼치니 빠진 것이 '사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아이도 맞췄네요.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


그리곤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하나 둘 나열해 주었습니다.

웃음.

길.

그리고 사람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간직해야할 것들이었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그 길에서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웃음과 사랑을 간직한 채, 아니 간직만 할 것이 아니라 매순간 웃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낯설고 힘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뿐만아니라 아이에게도 필요한 것임을 이 동화책이 일러주었습니다.


다시 해 보자.

아빠, 엄마와 나 그리고 사람들 모두가

사랑하고 웃으며

이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어.

 


마지막 장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이제 여기에 너만 오면 돼.

너도...... 올 거지?

이 페이지를 보고는 아이가 방에서 색연필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곤 빈 공간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자기와 함께 우리 가족을 그리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엄마, 우리도 여기에 있어!"


지금 아이에겐 어떤 말을 건네야할지......조금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내가, 우리 가족이, 이 세상이 항상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을, 포옹을 가지고 있다고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리기에 잘 이해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 책을 읽어주고나서 말없이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서 와!"


이 동화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글씨가 너무 작아서 아이가 읽기엔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보다 그 마음이 전해졌겠지요......!

밤 늦게 올 아빠를 향해 아이와 함께 외쳐야겠습니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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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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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반 고흐'를 만나게 된 것은 그의 그림 <해바라기> 한 점 때문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꽃이 '해바라기'였는데 어느 날 미술책에서 보게 된 그의 <해바라기>에 매료되어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작품을 보고난 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읽게 된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그야말로 그의 인생에 대해, 작품에 대해 더할나위없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가난과 고통 속에서 화가로써의 삶을 살아간 그의 모습.

그런 그를 바라보았던 동생 테오와의 편지는 가끔 꺼내 읽곤 합니다.

잠시나마 그의 열정을 받고 싶어서.

그의 고독을 같이 곱씹고 싶어서.

그래서 그의 작품들로 같이 위로를 받고 싶어서.


그러다 이번에 또다시 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정여울'씨가 전한 반 고흐의 이야기.

특히나 정여울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위로를 많이 받기에 그녀와 그의 만남은 저에게 큰 선물로 다가왔습니다.

빈센트 나의 빈센트


역시나 강렬한 노란색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프롤로그>의 제목이 인상깊었습니다.

그 간절함이 찬란한 빛이 될 때까지

또다시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테오의 편지에서 느꼈던 감정도 새록 떠올랐고 빈센트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떠났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어떨지에 대한 설레임으로 떨리는 손으로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겉표지를 벗겨보면 숨겨져있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

빈센트가 그린 밤하늘은 어둠이 머금고 있는 무수한 표정들을 고요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밤하늘의 빛깔은 군청색이나 터키블루 같은 특정한 물감의 색이 아니라, '빈센트의 빛'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고유의 색상이다. 빈센트로 인해 나는 밤하늘의 빛이 저 따뜻한 남쪽의 에메랄드빛 바다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반짝거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도시의 전광판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번쩍임이 아니라, 밤하늘과 별빛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빈센트가 그린 밤하늘에서 발견한다. - page 39 ~ 40

그래서 그의 '밤'은 '따뜻함'이, '역동성'이 느껴졌었나봅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그린 '별'의 의미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별은 그저 다다를 수 없는 이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이 그림에서 별은 꿈틀거리는 손짓처럼, 펄떡이는 동맥처럼 살아있다. 잦은 발작과 자해의 위험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생레미 시절의 빈센트는 그 어느 때보다 '자기답게' 살 수 있었다. - page44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해서 그릴 수 있었던, 그래서 더없이 빛날 수 있었던 저 별이 그의 모습이자 이상이었음이, 제 가슴 속에서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 유독 인상깊은 그림이 있습니다.

<감자 먹는 사람들>

이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상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도 이 그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혹평이 있었다고 합ㄴ다.

이 그림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희미한 등불 아래 감자와 차 한잔으로 저녁 한 끼를 해결하는 가난한 가족의 모습은 '무엇이 이 세상을 밑바닥에서부터 지탱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다가온다. 하루 종일 밭일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쉴 수 있는 어둡고 초라한 집에서 농부의 가족은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저녁을 먹고 있다. 이는 단지 '한 끼의 식사'를 넘어 인류 전체를 지탱해온 소중한 무엇을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국경과 언어, 시간과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감동은 바로 소박한 저녁 식사가 하루의 유일한 위안이자 휴식인 사람들의 고된 삶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 page 86 ~ 87

이 가족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초라하지만 그래서 더 경건한 이들.

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피땀으로 이뤄낸 한 끼의 식사.

저녁 식사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누에넨 공원에는 <감자 먹는 사람들> 동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동상을 보며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농부들의 어깨를 하나하나 쓰다듬어보면서 빈센트의 숨결을 느껴보았다. 차가운 청동상을 조심스레 쓰다듬어보니 '인물'을 넘어 '이야기'를 그리려 했던 빈센트의 뜨거운 열정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듯했다. - page 89

이 이야기를 읽고나서 잠시 우리의 동상이 떠올랐습니다.

'평화의 소녀상'

우리 역시도 '인물'을 넘어 우리의 아프지만 잊어서는 안될 '역사'를 간직한 이 동상.

이 순간 이 소녀상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었을까......


그가 당대엔 명성을 날리지 못하였지만 후세에 그의 면모가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림을 그린다는 건 영원을 향해 나아가는 것>에서 이야기하였습니다.

불평하지 않고 고통을 견뎌내고, 반감 없이 고통을 직시하는 법을 배우다 보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고도 했다. 그것은 분명 가능한 일이며, 심지어 그렇게 고통을 견디는 과정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고백했다.

절망과 광기가 최고조를 이루었던 아를과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절에 그린 그림들이 오히려 찬란한 색채와 따스한 열정으로 넘치는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빈센트는 광기를 단순히 어둠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발견하는 또 하나의 희망의 징조로 인식했던 것이다. - page 140

그렇게 세상이 자신에게 고통과 절망을 주더라도 그 속에서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간절함, 애절함이 세상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 희망으로 변화시킨 그의 열정.

진심으로 본받고 싶었습니다.


그녀를 따라 빈센트의 흔적을 고스란히 밟아가다보니 어느새 그의 무덤 앞에 다다랐습니다.

빈센트는 잿빛으로 얼룩진 생에 자신만의 황금빛과 푸른빛을, 자신만의 하늘빛과 해바라기빛을 가득 채웠다. 우리의 잿빛 인생에 찬란한 영혼의 색채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임무가 아닌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어둡고 칙칙한 밤거리에서 길 잃은 인생을 구원하는 영원의 빛을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의 축복 아닐까?

...

나는 빈센트를 통해 오늘도 배운다. 모두가 칠흑 같은 어둠만을 바라보는 캄캄한 밤중에도, 일부러 쏘아올린 폭죽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의 눈부신 축제를 발견해내는 빈센트의 눈을 닮아보자고. 인생이 내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을 때조차, 이 세상에서 오직 내게만 보이는 사랑의 빛깔과 형태를 찾아 헤매는 일을 결코 멈추지 말자고. - page 352

책을 덮고 밤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저 어둠 속에서 작디작은 자신의 존재를 밝히는 저 별이 오늘따라 그 무엇보다 더 밝게 보였습니다.

저 별을 잊지 말자고, 제 가슴에 담아 두자고 다짐해 봅니다.


한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 가니 어느새 그의 이야기가, 그의 작품이 내 것인마냥 다가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화가들의 발자취도 따라 가고 싶었습니다.

그곳에 가야만 보이는 것을, 그래서 들을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작품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 그곳의 이야기.

그리고 그곳을 간 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져 또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저 밤하늘의 별이 빈센트일까......

왜 유독 밝아보이는 것일까......

그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함께 잠시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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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하마터면 결혼할 뻔했잖아!
조현경 지음, 김재인 그림 / 시크릿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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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이미 결혼한 지 5년 차가 넘어가고, 아이도 둘인 '전업주부'이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마음이 술렁이면서 읽고 싶었습니다.

휴, 하마터면 결혼할 뻔했잖아!』 


잠시나마 책을 읽으면서 일탈을 꿈꾸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꿈이야~

하마터면 결혼할 뻔했잖아!

이렇게......

상상만으로도 그동안 짊어졌던 '결혼생활'에 대한 무게감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과연 저자는 어떤 느낌일까......?


그녀의 이야기.

딱!

결혼하기 전의 제 모습과도 비슷하였습니다.

저도 결혼 전엔 바비인형과 브라이스를 너무 좋아해서 인형을 사서 진열장에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스타벅스 다이어리와 텀블러!

이건 정말 필!히!! 사야한다며 시즌별로 구매하기도 일쑤!

여행을 갔을 때도 스타벅스 매장에서 텀블러나 머그컵을 사서 모아두었었는데......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에 꽂혀 살아갔었는데......

지금은 두 아이의 손에 버젓히 인형이 있었고,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나에게 아이들은 인형은 만지며 노는 것이라며, 그리고 스타일은 변신해야한다며 비달삼순이가 울고 갈 정도로 헝크러짐이란......

그와 함께 놓아버린 나의 정신줄......

이젠 내가 꽃힌 것이란 나를 위한 것보단 아이들을 위해, 우리 가족들을 위한 것이 된 현실에 조금은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랑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부루마불.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데 이 게임에서 주는 교훈이....... 이런 거였구나!

부루마불은 재미뿐아니라 교훈도 준다. 바로 '자만하면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루마불에서 올림픽만 고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땅도 없고 건물도 없고 올림픽만 가지고 있으니 망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한 곳에 집중 투자해서 한 사람만 걸리면 재산 탕진하게 만들겠다던 전략도 종종 빗나갈 때가 있다.

시장을 잘 봐야 하고, 경쟁자들의 투자 전략을 견제하며 내 영역을 확장해 가야 한다는 것은 현실에서뿐 아니라 부루마불에서도 필요한 전략이었다. - page 76 ~ 77

이 교훈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수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휴~ 하마터면 결혼할 뻔했잖아!>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무 외로워 결혼해야 할 것 같다는 우리의 주인공을 향한 친구의 대답.

"복에 겨워서 그래. 난 혼자 조용히 시간 보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 매일 술에 취해 씻지도 않고 잠드는 남편,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아들, 양가 경조사는 왜 그리 많은지 조용히 주말을 보내본 적이 없어. 사랑도 결혼하기 전까지야. 이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그리워. 난 다시 돌아가면 다시는 결혼 안 하고, 너처럼 살고 싶어. 그러니까 절대 결혼하지마. 연애만 해."

며칠 전에는 병원에 갔다가 간호사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데도 대답을 못했단다. 매일 '누구 엄마'로만 불리다가 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니까 다른 사람 부르는 줄 알았다고. - page 232

진심 공감하였습니다.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혼자 조용히 내 시간을 갖는 것.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지만......나보다 아이들이 우선이 되는 것.

이젠 내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다시 생각해보니 슬펐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했기에 좋은 점도 있겠죠......!

사랑하는 아이들.

아이들..

음......

뭐, 가족이 있기에, 돌아갈 곳이 있기에 결혼하길 잘 했겠지요......


그녀의 이야기는 결혼 유무를 떠나 그저 평범하게, 일에서는 열일하는 커리어우먼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기에 미혼과 기혼 모두가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겪었던 일들이기에.

그녀만의 위트가 더해져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로 다가올지 기대가 됩니다.

Special thanks to에서 《휴, 하마터면 이혼할 뻔했잖아!》로 다음 책을 할까라는 이야기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왠지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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