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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책 소개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완전히 산산조각 냈다가 3백여 쪽의 페이지에 걸쳐 그것을 조금씩 단단히 이어 붙여주는 책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소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을 읽는 동안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작가가 쓴 최고의 책"이라는 극찬이 있는데 읽지 않는다면...
아빠와 함께 스쿨버스로 전국을 떠도는 코요테와의 여행에 동행해보고자 합니다.
스쿨버스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두 살 소녀의 눈물 나는 귀향기
"뭔가를 잃어버리면 그걸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어.
계속 사랑했던 거라 할지라도 말이아."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오리건 주 어딘가의 주유소 주차장 편의점.
"애야, 너-"
신발 및 상의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출입 금지라는 말도 안 되는 규칙으로 빨리 볼 일을 보고 나가야하는 코요테.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서 형광색 설탕 슬러시가 빙빙 돌아가는 걸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는데 한 아이가 터무니없는 핑크색에 "와일드 워터멜론"이라고 적힌 왼쪽 맛을 보고 있습니다.
"수박 맛. 그건 아니거든. 수박이나 바나나 맛이라고 주장하는 거엔 시간 낭비하지 마. 항상 쓰레기니깐." - page 9
하지만 자신의 충고를 무시했고 슬러시를 마신 후 실망하는 아이에게 자신의 "펑키 프루트펀치"로 채운 슬러시를 건넵니다.
"바꿔."
아이의 눈썹이 올라갔다.
"진짜로?"
"그럼. 난 별로 상관없어."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혼나는 건 너잖아. 혼날 건데 맛있는 거라도 먹어야지." - page 11
아이는 보답으로 새끼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합니다.
하지만 아빠가, 아니 로데오가 싫어할 텐데...
그가 알면 싫어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가 늘 하는 말 중엔 이런 말도 있었다.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가면 돼. 돌아보지 말고." 그리고 내 마음이 가는 곳이, 블루 라즈베리 슬러시보다 더 파란 눈으로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 page 15
로데오 몰래 새끼 고양이를 자신의 방-스쿨버스 안-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서 따온 '아이반'이라 짓고 로데오에게 들키지 않고 스쿨버스 여행을 떠나지만...
사실 이들이 스쿨버스에서 살며 미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 지 5년째 되었습니다.
5년 전 사랑하는 엄마와 언니, 동생의 자동차 사고로 잃고 난 뒤 슬픔을 견딜 수 없었던 이 둘은 이름을 바꾼 채,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 않고, 딸을 딸이라고 부르지 않는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움직이는 버스를 집으로 삼았습니다.
누구와의 이별이 서툰 사람들.
그렇기에 마음을 주는 것에, 작별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특히 코요테의 태도는 참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작별이 뭔지 안다. 그리고 작별이 싫다. 가장 좋은 작별은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피오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좋아."
피오나가 활짝 웃었다.
"신난다. 아침 먹고 와."
"알았어. 그때 만나자."
나는 다시 피오나 엄마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피오나를 끌어안은 뒤 걸어왔다. 그 정도면 내 기준에선 완벽한 작별이었다. 이리도 쉬울 수가.
내 미치광이 아빠와 이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집으로 돌아왔지만 눈을 내리깔지도 우울해하지도 않았다. 그렇다, 괜찮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울 일은 없었다. 울 일은 전혀 없었다. - page 57
그러던 중 할머니로부터 5년 전 엄마와 자매와 함께 추억 상자를 묻은 고향의 공원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절대 그 상자를 잃을 수 없는 코요테.
하지만 로데오는 그곳엔 절대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기에 로데오에게는 행선지를 모르게 그곳에 가야 합니다.
코요테의 목숨 걸고 달성해야만 하는 미션!
자신의 계획에 길가의 승객들을 동참시키게 됩니다.
가난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음악가 레스터, 가정 폭력을 겪다 떠나온 에스페란사 부인과 또래 아이인 살바도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가 가족에게 거부당하고 가출한 밸, 그리고 고양이 아이반.
과연 이들과 동행에서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며 성공할 수 있을까...?
장소 : 5,793킬로미터 떨어진 추억이 잔뜩 깃든 공원에서
기한 : 나흘 뒤 아침, 불도저가 공원을 싹 밀어버리기 전에
목표 : 나무 아래 묻어둔 소중한 추억 상자를 구하라!
달성 조건 : 운전자인 아빠는 행선지를 몰라야 한다.
사랑한 이의 부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외면하고자 하는 로데오.
하지만 그런 로데오를 더 이상은 감쌀 수 없는 코요테.

결국 이들은 이별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가끔은 울기도 한다. 하지만 이젠 감추지 않아도 된다. 슬플 때면, 엄마와 언니와 동생이 보고 싶을 때면 그냥 울면 된다. 그러면 아빠는 내 어깨를 감싸 안는다. 가끔은 아빠도 나와 함께 운다. 괴롭다. 하지만 좋다. - page 358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도 결국은 눈물이 났습니다.
만약에 나라면 어땠을지...
아마도 로데오처럼 행동했을 것입니다.
받아들이기보다는 외면이...
너무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이들의 잃어버린 아이.
그래서 코요테의 모습이 그 나이의 천진난만함보다는 성숙함이 엿보여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코요테로부터 저도 가족의 소중함을, 서로 간의 관계의 의미를,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받아들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왠지 어디선가 '예거'라는 스쿨버스가 보이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안녕! 코요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