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언어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리치료사가 쓴 회복과 치유의 기록
사샤 베이츠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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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냥 이끌렸습니다.

누구에게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지 않고 지내기에...

한 번은 생각의 계기를 갖고자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은 부서졌지만, 나는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이 문구가 참으로 인상적인 이 책.

저자가 전할 회복과 치유의 과정 속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통렬한 슬픔과 심리 이론 사이를 오가는 솔직한 고백

상실을 견뎌내며 삶의 의미를 찾는 치열한 여정

 

상실의 언어

 

여느 때처럼 그녀는 요리를 하고 설거지는 빌이 맡았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함께 위층에 올라가 옷을 차려입으며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키더니 가슴을 움켜쥔 '빌'.

20대 내내 배우로 일한 빌이었기에, 연기 본능이 뼛속 깊이 배어 있기에 사소한 일에도 과장된 반응이 터져 나오곤 하지만...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고통과 분노로 가득한 비명 소리에 놀라 전속력으로 달려가보니...

 

유령이라도 본 듯 창백하고 경악한 안색, 흐려진 눈, 혼란과 공포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표정.

공황 상태에 빠진 그녀 '사샤'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향해갑니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하니

 

"아무래도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아서요. 지금 바로 의사 선생님을 불러주실 순 없나요?" 빌을 달래려고 속삭이는 동안엔 최대한 숨겼지만, 사실 나는 정말로 겁에 질려 있었다.

"지금은 환자를 보고 계셔서요. 하지만 남편분이 다음 순번이에요." 이것이 돌아온 대답이었다. "다른 환자도 진료를 받아야하니까요." - page 26

 

이것이 진정 응급환자를 대하는 병원의 태도란 말인가!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의사는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했다. 접수원, 환자 분류소의 간호사, 응급실 간호사에게까지 이미 몇 번이나 설명했는데 말이다. 나는 또다시 터무니없게 들리는 증상 목록을 늘어놓았다. 처음엔 가슴 통증이었고 다음엔 목, 그다음엔 가랑이, 그다음엔 왼쪽 다리 저림, 시야 흐림과 메스꺼움, 왼쪽 다리 감각 상실, 복통, 마침내 다리 마비까지. 의사는 당황스럽고 겁이 난 기색이었다. 당황하고 겁이 난 의사라니, 나로서는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 page 27

 

이런 의료 시스템은 나 역시도 겪어보았기에...

읽으면서도 가슴속에서 울컥! 솟아나는...

 

마침내 빌의 병명이 밝혀지게 됩니다.

'대동맥박리'

(그러니까 빌의 대동맥, 즉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내보내는 가장 중요한 동맥이 찢어지는 바람에 그 안에 있어야 할 피가 전혀 상관없는 신체 부위들로 흘러간 것이었다. 물론 이는 지극히 복잡한 의학적 증상에 관한 문외한의 이해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였다. 이제 수술로 찢어진 동맥을 복구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터였다. - page 33)

 

수술을 하면 다시 빌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기묘한 아침식사로부터 서른여섯 시간 뒤, 샤샤는 이 말을 듣게 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로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군요." - page 24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죽음은 순식간에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빌이 죽은 뒤 여러 달 동안 나는 이런 수수께끼에 매달려 있었다. '이 모든 게 예정된 일이었나? 내가 저지른 어떤 잘못에 대한 처벌일까? 그렇다면 왜 내가 아니라 빌이 죽었지? 그가 무슨 죄라고? 이것이 일종의 숙명이라면 우리 둘 중 누구의 숙명일까? 나는 이 일에서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 걸까? 왜 빌을 내게 주어 행복을 맛보게 한 다음 도로 빼앗아 간 거지?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혼란한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회오리쳤다. 그러니 누가 나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것도 당연하다. 나는 존재, 신앙, 영성, 내세에 관해 예전과 전혀 다른 의문을 갖게 되었고, 존재하지도 않는 답을 찾아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왜, 어째서, 누가, 무엇 때문에? 빌이 없으면 난 뭐지? 이 같은 실존적 분노, 영성과 믿음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정의하려는 욕구는 유족에게 드물지 않은 현상이며, 사랑하는 이를 갑자기 잃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신적 급강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깊은 혼돈에 빠져 있던 나로서는 이러다 내가 완전히 미쳐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나는 서서히 온전한 분별력과 현실의 끈을 놓쳐가고 있었다. - page 41 ~ 42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배우자의 부재.

생각만으로도 가슴 먹먹하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데 막상 마주하게 되면 그 혼란과 고통은 어찌할까...?

 

나는 바를 지나쳐서 걸어갔다. 촛불이 깜빡이는 저 바닷가 테이블 중 하나에 나 혼자앉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빌을 떠올리지 않으려 했지만, 내 생각은 자기만의 의지를 지니고 너무도 자주, 너무도 멀리 헤매어 가곤 했다. 문제는 빌을 떠올리지 않아도 끔찍하긴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그 죄책감이란! 내가 어떻게 빌 생각을 안 할 수 있지? 이 무슨 배신인가. 난 얼마나 끔찍한 아내인가. 아니, 아내였는가. 젠장. - page 130 ~ 131

 

함께 나누었던 일들이, 추억이 나를 갉아먹는 이 느낌이란...

이것이 남은 자들의 몫인 건가...?!

 

그건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일러줍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일은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정신적 외상을 남기며, 이는 절대 한순간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잠시 울고 약을 한두 알 삼킨 다음 툭툭 털어내고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유족이 되는 것은 몸과 마음과 정신과 감정의 대폭발이자 세게와 신념을 뒤흔들어 우리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경험이다. 물론 새로운 우리도 멋지게 살아가며 기쁨과 행복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예전의 우리는 아니다. - page 241

 

나는 이제 고통도, 눈물도, 빌에 대한 그리움도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그 감정들은 형태와 색채를 바꾸어가며 다른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처음에 그랬듯이 충격적이고 기진맥진하도록 격렬한 감정은 아닐 수 있지만, 어쨌든 항상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리움과 애절함은 점점 깊어지는 반면 빌의 실재성과 존재감은 희미해질 테니까. 빌의 목소리에 대한 기억도 흐려질 것이며, 기억 속 빌은 계속 중년의 모습인 반면 나는 늙어가리라. 하지만 나는 내 상황이 얼마나 힘겨운지 만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내 삶에 빌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는 빌을 잃었기 때문에. - page 326 ~ 327

 

결국 상실을 통해 또 한번 성숙해질 수 있음을, 그렇게 또 한 걸음을 나아감을, 아니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느낀 그 모든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감히 말하자면, 나는 빌의 인생에서 최고의 14년을 그에게 주었다고 확신한다. 빌이 내 인생 최고의 14년을 주었듯이. 그리고 그 14년 동안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30년 넘는 시간 동안 겪었을 것보다 더 많은 모험을 함께했다. 빌은 내가 여생 동안 다 말하지 못할 만큼 많은 것을 주었고, 죽고 나서도 여전히 가치를 매길 수 없을 귀한 것들을 주고 있다. 자기 인식, 더 넓은 세계, 내세에 대한 확신, 죽음에 대한 초연함, 너그러운 마음, 더욱 유연한 자세, 나에게 사랑과 지지와 힘을 주며 나 역시 확고히 헌신하고 죽는 날까지 보살필 가족. 물결은 계속 번져나간다. 단지 빌의 이름을 딴 상뿐만이 아니라, 나와 마찬가지로 빌을 잃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나를 떠받쳐주고 그 과정에서 영원히 변화한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우리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울포타의 길고 느린 진화처럼, 우리가 공유한 경험 역시 사랑과 배려가 겹겨빙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 page 327 ~ 328

 

그래서 그녀가 빌의 장례식에서 읽었던 추도사가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 저자는 애도의 과정을 표류와 항해의 이미지로 표현하였습니다.

미지의 바다

정처 없이 떠다니게 된 배

다시 정박할 곳을 찾는 과정

안정감 있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을 찾는 과정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운명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시를 끝으로 맺어보려 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네게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의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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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5
엠마 야렛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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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공룡 사랑이신 우리의 따님들.

4세와 7세.

오늘도 공룡 인형을 가지고 서로 자기꺼라며 싸우고들 있습니다.

 

원치 않게 다시 집콕생활을 하게 된 아이들 보고 있으면 짠~한마음이 들지만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음...

지금의 무더위와도 같은 뜨거움이 속에서 올라오는 듯한 이 느낌...

그래서 아이들을 불러앉힌 후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다가 이 그림책을 보자마자 저와 아이 둘이 동시에 외쳤습니다.

 

"이거!

재밌겠는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경고 사이렌 소리와 함께 책 먹는 도깨비를 만나러 갑니다.

 

경고!

무시무시한 공룡이 들어 있음

 

공룡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이 책의 매력이 아마도 '플랩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면서 접힌 부분이 나오면 마치 숨은 보물이라도 찾은 것인냥 서로

 

"내가 펼쳐볼꺼야!"

 

하면서 꺄르륵~.

아무래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기에 딱! 이기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상력도 높여주기에 요런 플랩북은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좋아한다는 사실!

그래서 이 그림책!

너~무 좋았습니다.

 

첫 장을 펼치니 여기 어디?!!

쥬라기 월드인가요!!

많은 공룡들이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어?

이게 뭐죠?

 

 

구멍이 나 있습니다.

아이도 저 구멍에 손가락을 넣으면서

 

"엄마! 책 구멍 났어!"

 

도대체 누가 그런거죠?

 

네가 그랬니?

아니

아니

아니

...

 

범인은 바로!!!

 

 

이 꼬마 도깨비.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바로

 

얌얌이가 다른 페이지로

가 버렸어요! 이 책을 다 먹어

치우기 전에 얌얌이를 잡아야

해요! 안 그러면 얌얌이가

공룡에게

잡아먹힐지

몰라요!

 

미션을 받은 우리 아이들.

갑자기 비장하게 돋보기를 하나씩 챙겨들고 왔습니다.

 

"엄마!

이제 얌얌이 잡으러 가요!"

 

책 속엔 트리케라톱스에서 시작하여 디플로도쿠스, 벨로키랍토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까지.

다양한 공룡들 속에 얌얌이가 숨어 있었습니다.

얌얌이를 찾는 과정에서 공룡에 대한 정보도 알게 되고!

우리는 '탐험가'가 되어 열심히 얌얌이를 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저게 샌가?

비행긴가?

혜성이야!

혜성이 뭔데?

 

다행히 얌얌이는 무사히 공룡들에게서 빠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자마자 아이들은 바로 앞장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엄마!

또 읽어요!"

 

라며 이번엔 자기가 플랩을 들어 올리겠다고, 얌얌이는 자기가 찾을 거라고 경쟁 아닌 경쟁을 합니다.

 

그렇게 이 그림책을 다섯 번 읽고 나서야 비로소 큰 아이는 얌얌이를 종이로 그리기 시작하였고 작은 아이는 이 책이 자기 거라며 숨겼습니다.

아...

이 그림책으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겠군...

 

하지만 두 아이 모두 재미나게 읽는 모습을 보니 이 그림책 전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도, 앞으로도 나올 얌얌이 이야기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단순한 그림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라면!

이 『공룡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를 과감히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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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식당으로 오세요 (2종 중 랜덤)
구상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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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솔깃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조만간 드라마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원작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소원을 맛보시겠어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여기 식당이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일쑤인, 그 존재가 너무도 당연하여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존재인 이 식당.

이 식당의 이름은 바로 '마녀식당' 입니다.

 

어쨌든 식당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 이들은 스스로 의아해하며 식당 안을 기웃거립니다.

 

'어라, 여기 식당이 있었네? 왜 전에는 못 봤지?'

 

'대체 뭘 파는 거야? 식당이 맞긴 한 거야?'

 

호기심에 문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고 드디어 식당에 불이 켜집니다.

탁탁탁, 지글지글, 보글보글.

분주한 음식 준비 소리와 함께 군침을 돌게 하는 음식 냄새까지.

그리고 누군가 나타납니다.

간판을 확인한 후 심호흡 뒤...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선다. 왜 이런 곳에 왔을까 후회가 밀려든다. 그러나 후회의 반대편엔 희망이 존재한다. 이곳에서라면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가 입을 연다.

"저, 오늘 자정으로 예약했는데요......"

여자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살며시 미소 지으며 답한다.

"네, 어서 오세요. 마녀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page 14

 

이 식당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마녀식당의 탄생부터 다시 이야기는 거슬러가게 됩니다.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지닌 진의 엄마.

엄마가 나긋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걸 때는 뭔가가 있는 것인데...

 

"그래서 모처럼 만난 김에 언니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지. 처음엔 기대도 안 했어. 왜냐하면 그 언니 음식 솜씨는 옛날부터 맛대가리 없기로 소문이 나 있었으니까. 그런데 세상에, 숟가락을 내려놓기 싫을 정도로 너무 맛있는 거야. 얘, 난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청국장은 처음 먹어봤어."

...

"그게 부러워서 우리도 식당을 하자는 거야?"

"아니지, 아니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음식 만드는 재주는 없잖니. 그래서 탐은 났지만 식당 차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말이야, 경희 언니가 은근슬쩍 나를 불러서 말하는 거야, 내가 한다면 식당을 싸게 준다고."

"잘되는 식당을 왜 우리한테 넘겨?"

"왜겠어, 이미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까 넘기는 거지. 경희 언니가 그러더라고, 이제는 여행도 다니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게다가 요즘 몸도 안 좋아져서 좀 쉬어야겠다 싶었대. 나 돈 좀 벌라고 넘기고 싶다는 거야. 우리가 남도 아니고 서로 돕고 살아야지 않겠냐고 하면서 말이야." - page 26 ~ 27

 

절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반대하려고 했는데 운명은 진의 다짐대로 흘러가지 않게 됩니다.

5년간 사귄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

거기다 지방 지사로의 인사 발령.

 

"이 식당이 우리한테는 로또야. 그깟 회사 때려치우고 엄마랑 식당이나 하자. 이 꼴 저 꼴 험한 꼴 보지 말고 편하게 살자고, 응?" - page 30

 

결국 이 말에 홀딱 넘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식당의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외진 데에 위치한 작고 허름한 곳에 있는 '진미식당'은 처음 기우와는 달리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부자 되는 건 시간문제야. 역시 인생은 한방이라니까!" - page 31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하면 이 이야기가 탄생하지도 않았겠지요!

식당을 인수하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부터 직원들은 하나 둘 나가기 시작하고 주방장마저 아무런 언급없이 출근하지 않게 됩니다.

사람들도 발걸음을 끊게 되고 한숨만 늘어가고 있었는데...

 

참맛식당

 

(구)진미식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변함없는 말, 변함없는 가격으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오픈 기념! 음료수 무료 서비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풍경.

진미식당을 나갔던 직원들 모두, 주방장까지 버젓이 일을 하고 있고 더 어처구니없는 건 주인이 바로 경희 아줌마였습니다.

 

"우리 딸, 엄마가 미안하다. 네가 힘들게 번 돈인데 그걸 다 말아먹게 생겼으니...... 내가 미친년이다, 미친년......"

엄마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엄마 울지 마. 경희 아줌마랑 그 여자들 내가 가만 안 둘거야. 다 복수할 거야."

진은 이를 악물었다.

"네가 무슨 수로 복수를 해? 복수를 궁리할 시간에 네 행복을 궁리하는 게 더 똑똑한 거야." - page 41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십 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던 아빠의 경구완을 위해 엄마가 시골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

홀로 남게 된 진은 식당을 팔려고 하는데 이런 외진 곳을 누가 인수하려 할까......

하던 찰나!

식당을 인수하겠다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당신의 어떤 소원이든

마녀.

 

자신이 마녀라는 이 여자.

 

"식당 임대료 내기도 벅차죠? 이 식당을 내게 주면 임대료는 낼 수 있을 거예요. 수익금도 절반씩 나누도록 하죠."

여자는 진의 사정을 빤히 꿰뚫고 있었다.

"식당 상호를 바꾸는 것 외에 다른 서류 작업은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이 식당은 앞으로도 계속 아가씨 것이에요. 쉽게 말해 이 식당을 나에게 빌려준다고 생각하면 돼요. 나를 주방장으로 고용하는 걸로 해도 되고요. 어때요, 아가씨는 손해 보는 것 없지 않겠어요?" - page 50 ~ 51

 

그렇게 마녀식당이 탄생하게 됩니다.

 

10년 동안 자신의 꿈마저 접으면서 남자친구 뒷바라지를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을 버린 남자친구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선미'.

주호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어느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는 학교폭력에 지쳐버린 '길용'.

가난한 가정 환경으로부터 당당히 세상을 나아가고자 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를 외면해 결국 강도짓까지 벌이게 된 '윤기'.

도통 결혼을 안 하는 아들이 장가가는 게 마지막 소원이신 일명 '청소 반장님'인 빨간 두건 할머니.

 

이들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녀식당으로 찾아가게 되고 마녀로부터 소원이 이루어질 음식을 대접받게 됩니다.

단!

이에 대한 대가는...

 

"라푼젤 이야기를 아나요? 라푼젤의 아버지는 양배추 한 통을 얻기 위해 마녀에게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딸을 바치죠. 양배추 한 통에 대한 대가로 아이 하나. 마법의 지불 체계를 정확히 보여주는 예랍니다. 참으로 공평하지 않나요?" - page 50

 

소원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지불하게 됩니다.

돈이 아닌...

 

아마 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모든 일이 지나간 후, 윤기는 마녀식당을 떠올렸다. 어찌 됐든 소원은 이루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의문은 남았다. 이 드라마틱한 전개는 삶의 우연이 빚어낸 결과였을까? 아니면 정말 마녀식당의 요리에 깃든 마법의 힘 덕분이었을까?

어쩌면 삶 자체가 마법인지도 몰랐다. - page 199 ~ 200

 

마녀식당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마녀가 이야기합니다.

 

"마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힘없는 이들을 위해 존재해왔어. 세상의 힘없는 이들이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아주기 위해 마녀식당은 존재하는 거야." - page 326

 

간절한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마법의 식당.

아마도 그 마법의 식당은 우리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나요?

그렇다면 한 번 찾아가 보시는 건 어떨지...

 

"어떤 소원을 주문하시겠어요?"

 

언제든 환영해 줄 마녀식당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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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황홀경과 광기를 동반한 드라큘라의 키스
브램 스토커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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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명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한 번도,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 작품.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도 만날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만나보지 못한 이 작품.

난 뭐지...?!

 

벌써부터 무더워진 여름.

이번 여름은 무척이나 덥다던데... 열대야로도 잠을 설치게 되고...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포소설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소설만큼은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매력이 있을지...

 

영화 연극 뮤지컬 등과 가장 매혹적인 입맞춤

공포와 성을 결합시킨 현대인을 위한 판타지!

 

드라큘라

 

5월 3일 비스트리차

<조나단 하커의 일기>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드라큘라 백작의 초대에 응하기 위해 가고 있는 조나단 하커.

가는 길부터가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백작의 소개로 묵게 호텔 주인의 행동도 그렇고...

 

호텔 주인은 백작에게서 미리 편지를 받은 모양이었다. 나를 위해 마차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캐묻자, 그는 뭔가를 숨기는 듯 곧 입을 꾹 다물고는 내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척했다. 그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리는 없었다.

그 직전까지 서로 완벽하게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는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정확하게 대답했었다. 주인과 그의 아내는 무슨 영문인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그는 돈이 동봉된 편지를 받았고 그것이 자신이 아는 전부라고 했다. 내가 드라큘라 백작을 아느냐고 묻고 그의 성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청했더니, 두 사람 모두 이마에서 가슴에 걸쳐 십자가를 긋고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말과 함께 그만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출발 시간이 다 되어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여유가 없었으므로 내 마음은 의혹으로 불안하게 술렁였다. - page 13 ~ 14

 

하필이면 날짜가 5월 4일 성 조지의 축일 전날-오늘 밤 시계가 자정을 울리자마자 세상의 온갖 사악한 것들이 풀려나와 날뛴다는-이라는 점이 여러모로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습니다.

 

마침내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 도착하게 됩니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이 달을 가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성의 길고 검은 창에서는 한 줄기의 빛도 비치지 않았고 부서진 벽은 달빛을 배경으로 들쭉날쭉한 선을 드러내 웅장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이곳.

애초에 오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백작이 다가올 때마다 느꼈던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은 점점 강해지고 결국...

 

그런데 그 순간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 핏방울이 턱 끝에서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면도기를 내려놓고 상처 누를 것을 찾아 몸을 반쯤 돌렸다. 백작이 내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분노한 악마처럼 두 눈을 번들거리며 내 목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내가 몸을 뒤로 빼는 바람에 그의 손이 십자가가 달린 묵주에 닿았다.

순식간에 백작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처럼 삽시간에 분노가 사라져버리다니. 나는 그가 정말 화가 났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가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베이지 않도록 주의해야지. 이 나라에서 피를 흘린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그리고 휴대용 거울을 움켜쥐며 덧붙였다.

"이것이야말로 말썽을 일으키는 장본인입니다. 인간의 허영이 만들어낸 몹쓸 물건이죠. 치워버리십시오!" - page 43 ~ 44

 

이곳은 하나의 감옥이었고 그는 결국 그 안에 같힌 죄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대탈출을 꿈꾸게 됩니다.

 

한편 조나단의 약혼녀인 '미나 머레이'.

조나단을 기다리며 친구 '루시 웨스텐라'와 편지를 주고받게 됩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특히 자신이 하루에 청혼을 세 번이나 받았다는 말까지 건네며 매력 자랑을 하는 그녀.

이 매력이 결국 드라큘라의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루시를 살리고자 존 수어드 박사는 열심히 치료해보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자 스승인 반 헬싱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드라큘라를 죽이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고 결국엔...

 

마지막 분해의 순간에 그의 얼굴에 평화가 떠올랐다는 사실은 평생 기쁨으로 깅억될 것이다. 그것은 그 얼굴에 존재하리라고 상상도 해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드라큘라 성이 이제는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있었고, 부서진 벽에는 돌 하나하나가 지는 햇살을 받아 또렷하게 두드러져 보였다. - page 572

 

확실히 공포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피가 난무하고 괴물들이 등장하기보단 인간의 내면을 여실히 비추는,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공포'를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이번에 제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설로서의 매력을 느껴보았기에 연극이나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였습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왜 나는 드라큘라가 애잔하게 남는 것일까......)

 

올여름 드라큘라와의 환상적이고도 흥미진진한 데이트를 해 보는 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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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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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꼈습니다.

이 두 단어...

과연 매치가 되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이는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것을!

무엇보다 이 조합이 너무나 신선해서 몰입할 수밖에 없었음을!

'카르스텐 두세' 작가에게 이런 색다른 매력을 선사해주셔서 감사함을 전하며...

 

본격적으로 소설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완전히 취향 저격을 당해서

이 작가의 책은 다 읽고 싶은 마음이에요." - 장강명 소설가 

 

"클리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발한 범죄 이야기에

머리를 꽝 맞은 것 같았습니다." - 표창원 프로파일러

 

명상 살인

 

 

과도한 업무에 늘 시달리고 결혼생활에는 위기를 맞은 변호사 '비요른'.

아내 카타리나가 그에게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더그 역시도 변화를 시도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명상'을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1월의 어느 목요일 저녁, 새로운 명상 코치와 상담을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땐 약속 시간에 25분이나 늦었습니다.

지각한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데 자신의 주요 고객인 드라간 세르고비츠의 동료가 약혼반지를 사기 위해 보석 가게에 가 사건을 일으켜 그를 변호하고 풀려나게 하는, 즉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느라 - 사실 그가 하는 일은 나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대가로 돈을 버는 매우 성공한 형법 전문 변호사이기에 - 늦어졌을 뿐이었습니다.

명상 코치 '요쉬카 브라이트너'는 별 관심이 없고 그저 그에게 여기에 온 이유를 묻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증오합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당신에게 더 영향을 미칩니까?"

"사랑과 증오 중에서요?"

"여기에 온 이유가 뭐죠?"

"후자 때문입니다."

"그리고요? 그게 당신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목이 뻐근해지고 위통에 호흡 곤란..."

"그럼 오늘 상담은 가빠진 호흡을 가라앉히는 연습으로 마치는 게 좋겠군요." - page 33

 

훗날 이 명상 덕분(?)에 살인자가 될 줄이야...

 

명상을 하면서 조금씩 소중한 딸과의 시간을 가지게 되고 마침내 여행을 계획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행 가기로 한 주말 아침.

전화벨이 울립니다.

자신의 주고객인 '드라간'의 호출.

(벌써부터 불길함이란...)

사건은 이러했습니다.

 

범죄 조직 우두머리 드라간과 그의 비서 사샤가 슬로바키아로 떠났다. 도중에 드라간의 무라트의 연락을 받았다. 무라트는 드라간의 라이벌 조직 두목 보리스가 이고르를 고속도로 주차장에 보냈다고 말했다. 드라간의 구역에서 마약을 거래하면 이고르는 형법은 물론 두 조직 간 합의 사항도 어기게 된다. 협약은 다른 조직 구역에서의 마약 거래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게 당신이 마약을 가진 자를 살해한 이유였나요?"

드라간이 다시 새 담배를 꺼냈다. 남자의 손은 사람 손이라기보다는 맹수의 앞발 같아서, 연극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러나 담배를 잡고 새끼손가락을 편 모습이 점잔을 빼며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다음에 이어진 말로 깨졌다.

"음, 난 마약을 가진 자를 죽이지 않았어. 내가 죽인 건 이고르였지."

"이거 난감하군요."  - page 77

 

한 두목이 직접 라이벌 두목의 오른팔을 죽였다는, 아주 좋지 않은 이 상황.

하필이면 이 사건 현장을 쉰 명의 아이들이 목격을 하였고 영상을 찍었으며 이미 배포하여 뉴스 방송 영상으로도 나온 최악의 상황에 딸과의 약속도 중요한 이 순간을!

 

"드라간, 그럼 이제 이 건물에서 나가지도 못합니다. 지하 차고 입구에 이미 사복 경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트럭을 샅샅이 뒤지겠죠."

"그럼 네 차를 타고 가자."

"뭐라고요?"

"난 트렁크에 타고, 넌 날 도시에서 빼내. 그다음에 또 의논하지."

내가 할 말을 잃고 그를 쳐다보았다. 심박수가 단기간에 폭주했다. 이자가 진심은 아니겠지. 그는 내 시간의 섬에 잠시 발을 들인 게 아니라 아예 섬 전부를 차지하려고 했다. 에밀리를 사무실에 두거나 이 범죄자와 함께 차에 태우고 가야만 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카타리나에게 한 맹세를 깨게 된다. 약속을 어긴 거다. 내가 에밀리를 돌볼 때는 그 어떤 것도 배제하고 오직 아이에게만 집중한다. 그게 우리 관계의 기반이었다. 이제 그 기반이 불량배 하나 때문에 무너져야 하는가? - page 89 ~ 90

 

그동안 배운 - 몇 가지 안 되는 명상 - 을 하며 이 상황을 수습해보고자 합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시간의 섬 속에서 순차적으로 해결하면 될 것이었습니다.

'시간의 섬'과 일명 싱글태스킹 철학'의 조합으로...

 

 

내 욕구는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는 곳에서 딸과 함께 즐거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딱 서른여섯 시간 동안 말이다. 다리 위에 걸터앉아 있기. 견과류 먹기. 물고기 먹이 주기. 나의 과도하 책임감 때문에 그 모든 행복을 망가뜨릴 수는 없다. 억지로라도 스스로에게 명상을 강요해야 했다. 그럴 필요도 없어 보였지만.

반대로 인간 말종을 트렁크에서 꺼내준다면 그 즉시 모든 것이 끝나버릴 거다. 에밀리를 위한 주말, 낚시, 수영, 견과류 먹기 전부 다. 그리고 아빠는 거짓말쟁이가 되겠지. 그보다 곤란한 상황은 그 아빠가 중범죄자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일이다. 물론 에밀리는 이 일을 카타리나에게 말할 것이다. 그러면 명상으로 다시 쌓아온 우리의 관계도 끝장이다. 에밀리와도 마찬가지다.

트렁크를 여는 건 내게 유리한 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트렁크를 닫아둔다면 모든 것은 그대로일 것이다. - page 115

 

그렇게 명상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했을 뿐인데 '살인자'라는, 그것도 그동안 불행했던 변호사 때 보다 행복한 살인범이 되게 됩니다.

 

어느 한순간도 쉬이 넘어가지 않고 사건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의 연속이 일어나지만 의! 외! 로!! 명상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갈 길이 만들어지고...

읽으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 반과 명상으로 인해 평온해지는 마음 반이 서로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과연 그의 행적은 들통이 나게 될 것인지...

소설의 마지막에서 확인해 보시길 추천해 봅니다.

 

정말 간만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이게 가능하다고?'에서 시작해 '가능했네. 아니 오히려 조화롭네.'로 맺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명상법도 다른 한 권의 책으로 만나도 손색없기에, 어쩌면 당연한 명상법들이기에 더 주인공의 심리에 접근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어떤 말보다 이 소설은 그냥 읽어봐야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또 날도 덥기에 이 같은 추리, 범죄 심리, 블랙코미디와 명상의 환상적인 조합 속에 빠져들어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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