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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 -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
박현선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책소개를 보면서 내가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혹시 분란을 일으킬까,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내가 상처받을까
이 모든 것이 두려워 남의 눈치를 보며 굉장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나에게 이 책은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
이라는 말에 읽고 나면 대리 통쾌감을, 앞으로의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큰소리로 고함치면서 저항하지 않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
어떻게 펼쳐져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오늘도 현명한 물질주의자이고
신중한 잡식주의자이며
배우는 다원주의자로 살아갑니다
『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

나 역시도 그랬습니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는 말을 들어왔기에 그러려니 하며 살아갔지만...
그것이 저자와 나의 차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타인이 나를 묘사할 때 항상 비슷한 형용사들이 등장하는 것이 조금씩 불편해졌다.
약간의 반항심도 생겼던 것 같다. 나에게 얌전한 면도, 내성적인 면도, 소극적인 면도 있는 것은 맞지만, 그걸 쉽게 인정해버리면 스스로 그 단어들 속에 갇혀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도 얌전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만 같은 두려움도 일었다. - page 4 ~ 5
그리하여 자신의 다른 면을 확인하고자 핀란드로의 '유학'을 시작하게 되고 14년간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다름'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관심사이기도 한 '환경'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배달'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시켜 먹는 게 편하고 좋았지만 점점 쌓이는 포장 쓰레기를 보면서 조금씩 자라나던 불편한 감정.
식욕과 함께 드는 죄책감.
이 문제에 저자보다 조금 더 예민한 남편은 대용량 유리 밀폐 용기를 가지고 식당에 가 담아온다는 이야기에 그저 알고만 있던, 실천하지 않던 저에게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이야기.
나름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서 버린다고 하더라도 들려오는 한 마디.
"그거 다 소용없대."
아무리 깨끗이 씻어 말린 다음 분리배출을 하더라도 우리의 기대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 매립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운이 빠지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가 전한 이야기는
"선행을 하는 데에 대가를 바라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이건 선행이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에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때로는 대가도 보상도 절실히 필요하다. 좋은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는 나에게 당장 어떠한 형태의 이득도 돌아오지 않음을 은연중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보상은 재화나 상패, 상장이 아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다.
허무감을 느낀다고 해서 내가 여태까지 해온 일들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내 안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포기하고 결심하고 주저한 행동들이기 때문에, 이제는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어쩔 수 없이 당장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내 미미한 저항에 유일한 보상임을 받아들여야겠다. - page 47 ~ 48
소소한 만족감을, 뿌듯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오늘도 재활용품들을 정리하며 느끼고자 합니다.
'미니멀리즘'
'미니멀 감성'
요즘 참으로 많이 접하게 되고 저 역시도 미니멀리즘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휴대폰'이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여 조금 놀라웠습니다.
휴대폰이?
왜?
라는 의문에
요즘 말하는 미니멀리즘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고가의 재료로 만든 최신식 물건들을 갖춰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현대의 '미니멀 감성'을 충족시키는 외형을 가진 가구나 의류, 전자제품이 따로 존재하는 것만 같다. 비움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또 다른 스타일을 소비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다음 유행이 오면 또다시 바뀔 그런 것 말이다.
그런 점에서 휴대폰은 현대의 미니멀 감성을 향한 욕구가 가장 잘 반영된 물건인 것 같다. 휴대폰의 외형은 정말 단순해졌다. 화면이 켜지지 않는 이상 자판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수십 가지의 기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 page 71 ~ 72
아!
너무 당연시 여겼던 '휴대폰'이...
그리고 이어진 이 이야기는 휴대폰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고 할까...!

이렇듯 저자는 어쩌면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대해 남다른 시도를 해보며 다양한 시선으로 조금씩 변화를 꿈꾸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현명한 물질주의자'가 되고자 밀폐 용기를 사용하고 리필 스테이션에서 리필을 하며 품절과 할인의 마법에 휘둘리지 않기를.
'신중한 잡식주의가'로 식재료가 낭비되는 현대의 유통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며 식재료들에 대한 인식의 고찰을.
'배우는 다원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특정 집단을 향한 시각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47가지 매뉴얼을 가지고 유난스럽지 않게 일러주었습니다.
마지막에 '노키즈존'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쯤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아이들보다 더 철없이 구는 어른들도 많다. 그렇다면 노키즈존을 만들 것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성인,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는 성인, 진상 성인 출입 금지 구역을 만드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는 대신 발언권을 묵살하기 쉬운 어린아이들의 출입을 막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다른 손님들의 만족감을 위해 아이의 출입을 통제하기로 결정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와 내가 이 사회 어딘가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기피 대상이라는 사실에 나만 빼고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아 위축감이 든다. - page 2666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나와 남을 구분 지으며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소속감을 찾으려 한다. 그 무리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인식하고 인정받으려는 과정에서 다른 무리를 단순화해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 개개인으로 보지 않고 무리에 속한 사람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정의한다. 이렇게 한 차례 일반화 과정을 거친 대상의 이미지는 다른 특성을 가진 대상들을 아무리 많이 만나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정 대상을 향한 고정관념은 오해와 배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배척과 혐오의 표현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더 가속홛되었다고도 한다. 이것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폐해다 뭐다 말들 하지만, 이 기술력에 온전히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편을 가르고, 구분 짓고, 대상을 일반화한 뒤 배척하는 행동은 소셜미디어의 발달과는 상관없는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본성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건 물론 아니다. 살면서 대상을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밑도 끝도 없는 미움과 혐오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걸 우리 어른들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 page 267 ~ 268

각 장을 읽을 때마다 잠시 나에게 빗대어 생각을 하고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떠한가...?'
여전히 절대다수가 만들어놓은 사회에 물 흐르듯이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 이제껏 살아온 제 자신이 부끄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목소리를 내며 투쟁을 하지 않을지언정 스스로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세상 역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없음에.
조금은 삐딱하더라도 당당히 나다운 생각으로 변화를 꿈꾸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