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플레이어 그녀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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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거 총을 든 할머니』의 작가 '브누아 필리퐁'의 신작이라는데...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 작가의 작품 스타일은 잘 모르지만 대신 이 소설이 끌렸던 건 책소개글에서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 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뉴스….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과 억압은 도처에 널려 있다.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겨준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성이 배제된 남자들의 세계인 포커 판에서 총과 카드를 들고 토네이도와 같이 질주하는 막신의 행보를 지켜보며, 독자들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막신'을 너무나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위협하는 남자들에겐 비명 대신 총알을!

한 손엔 카드, 다른 손엔 총을 들고 놈들의 심장을 쏴라.

 

포커 플레이어 그녀』 

 

"국가가 우리한테 사기를 친단 말이다. 국세청은 돈을 훔쳐가고, 사장은 거짓말을 일삼고, 마누라는 바람을 피우고. 그러니 애써 바르게 살 이유가 없어. 우린 희생양이 아니거든. 혹시 도살장에 끌려가는 데 취미가 있는 거라면 모를까. 설마 도살장에서 인생 종 치고 싶은 거냐?" - page 7 ~ 8

 

어렸을 때부터 돈이 걸린 게임이란 게임을 배우며 순발력이라든지 전략이나 재능, 혹은 속임수를 익혔던 '작크'.

그리고 그의 곁엔 '발루'란 친구가 있었습니다.

만성우울증에 빠져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는 발루를 포커의 세계로 이끈 작크.

 

사기는 둘일 때, 더 잘 통했다. 한 명은 잃어주고 다른 한 명은 운이 좋은 척을 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게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통 따라잡지 못하겠다는 말을 흘리며 역할을 바꾼다. 어설픈 척하는 그들의 연기를 보며, 나머지 선수들은 저 두 초보자의 미숙함을 이용하여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맹신이 자리 잡는다. 속아 넘어간 선수들은 경계를 늦추고, 아무 의심 없이 돈을 잃는다. 다음은 탈탈 털릴 때까지 판돈이 올라가는 일만 남는다. 어린애 팔 비틀기였다. - page 61

 

이렇게 둘이서 프랑스 전역의 포커 판을 북부부터 남부까지 싹쓸이하며 다니게 됩니다.

그러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막신'과의 운명적(?)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핸드백엔 립스틱 대신 45구경 권총을 들고 다니는 그녀.

포커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그녀가 포커 기술을 연마한 건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거물 정치인 '알렉상드르 콜베르'에게 복수하는 것.

이 평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막신은 작크와 발루에게 접근하여 제안을 합니다.

콜베르와의 한판을.

 

"넌 그 작자한테 뭔가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 그게 뭔진 몰라도 네 눈에 이글거리는 불꽃을 보면 이번 일이 돈과 아무 상관없다는걸 알 수 있지. 그보다는 피 냄새가 난다고 할까. 그러니 대답해. 대체 너한테 콜베르가 누구야?" - page 188

 

그토록 복수를 하고자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의 복수는 통쾌하게 이루어질지...

소설은 마냥 통쾌하지 않은, 오히려 너무나 쓰라릴 정도로 아픈 '슬픈 누아르'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가 있었습니다.

아동학대에 가까운 그릇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작크'.

차사고로 부모와 두 형제를 한꺼번에 잃고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가는 '발루'.

알콜중독자 엄마에게 학대를 당하는 천재 소년 '장'.

그리고 '막신'...

 

"그 사람들이 아빠가 경력을 쌓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걸 꼭 기억해 둬. 네가 그 사람들하고 있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니. 엄마도 알지만 조금만 노력해 줘. 아빠를 위해서가 싫으면, 엄마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주렴." - page 379

 

아...

이 무슨... 파렴치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곱씹고 곱씹어 자해하는 막신이 너무나 애처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건넨 이야기는 가슴 먹먹하게 한 글자씩 비수로 박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남자들은 강간당한 여자들이 왜 신고하지 않는지 의문일 거야. 그건 여자들이 혹여 용기를 내어 신고한다 해도, 열에 아홉은 남자가 입건되지 않기 때문이야.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지. 처방전은 아예 말도 하지 않을게. 무슨 독감이나 되는 듯 10년 뒤엔 상처가 저절로 치료된다는 식이니. 법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도와주지 않아, 사회도 나을 것이 없고. 그래, 그래서 난 너희의 독자적 행동이 마음에 들어." - page 408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약자에게 냉정하고 차갑기만 합니다.

모두가 따스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우린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책장을 덮어도 쉬이 감정을 추스릴 수 없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선 거창한 게 필요치 않아......"

이 마법의 순간에 장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발루가 손으로 자기 이마를 탁 쳤다.

"돌겠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너한테 늘어놓고 있는 거니"

"왜냐하면 그러는 게 좋으니까."

장은 다섯 개째 아이스크림의 혈당 공격으로 위장이 뒤죽박죽이었으나 이곳에 발루와 함께 있는 기쁨을, 자기도 새 친구를 얻었다는 기쁨을 표출했다.

발루는 빙긋 웃었다. 디즈니가 옳다, 천 번 만 번 - page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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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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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소설에 관심이 갔던 건 '리즈 위더스푼'이 운영하는 독서 클럽인 '헬로 선샤인'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며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화도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까칠한 수잔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선인장을 뜻하는 'THE CACTUS'였나봅니다.

아마도 표지의 선인장을 들고 있는 여인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수잔'일 듯하고...

저도 수잔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을지 기대되었습니다.

 

"선인장 가시처럼 까칠한 45세 싱글여성 수잔 그린은

오늘도 짜증 나는 하루를 시작했다."

 

고독한 삶에 갇힌 한 여성이 사랑으로 가득 찬 세계로 나아가는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

 

캑터스

 

새벽 5시 반.

동생 에드워드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엄마가 돌아가셨어, 간밤에. 나도 집에 2시가 넘어서 도착했어. 친구 집에서 맥주를 몇 잔 마셨거든. 집에 왔더니 엄마 방에 불이 켜져 있더라고. 아직 안 주무시는 건가 싶어서 문을 두드리고 머리만 밀어 넣었는데. 엄마는 쓰러지시면서 바로 가신 것 같아. 의사가 치명적인 뇌졸증이었대. 누나도 믿기 힘들지." - page 9

 

울컥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간신히 삼키며 식탁에 걸터앉아 생각을 정리합니다.

 

"엄마 나이가 일흔여덟이셨어." 겨우 목소리를 짜내었다. "이미 전에도 두 번이나 뇌졸증이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잖아." - page 9 ~ 10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딱히 편치 않은 메스꺼움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만 평범하게 보내자 다짐을 하며 회사로 출근을 합니다.

 

직장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책상 위에 있는 선인장과도 같았습니다.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가 없었다면 사무실 생활은 훨씬 견딜 만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큼 다른 이들에 대해 방어적인 그녀의 모습.

 

회사를 나와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사이에도, 나는 직장 동료들의 지속적인 공격에 살아남은 내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꼈다. 아무도 오늘 아침,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조차 못 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타인에게 숨기는 데 어려움이 없다. 아마 누구나 곧 알게 될 것이다. 그게 내가 가진 능력이니까. - page 19

 

이렇게 자신만의 질서로 완벽히 살아가던 그녀가 마흔다섯 살, 엄마의 죽음과 함께 또 한가지 사건(?)을 맞이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원치 않았던 자신이 '엄마'가 되는, 임신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가시를 곤두세우며 차가웠던 그녀도 알고 보니 한없이 따뜻했고 부드러웠기에...

그녀의 변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될 수밖에 없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곁(?)엔 '케이트'라는 두 아이의 싱글맘이 있었습니다.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다가온 케이트.

원래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고 살던 그녀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면서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 중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난 약점이 없어요."

"누구나 있어요. 수잔은 그냥 자신을 숨기는 거예요. 어쩌면 자기 스스로에게도 숨길 수도 있어요. 가끔은 그냥 내려놓아봐요. 어쩌면 그 결과에 기분 좋은 놀라움을 경험할지도 몰라요."

"케이트는 《여성, 거세당하다》를 읽어봐야 해요." 내가 말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수잔도 그것보다 더 최근에 나온 책도 읽어봐요. 요즘 담론은 달라요. 애들 동화처럼. 예전엔 항상 왕자님이 공주를 구해주지 않으면 해피엔딩이 아니었어요. 그다음 페미니즘의 1차 물결이 생겼고 공주님은 자기의 운명을 회피한 것처럼 여겨졌죠. 자존감이 있는 공주라면 자신의 영혼을 왕자와의 결혼으로 팔아넘기진 않았을 거라는 거죠. 나, 오렌지 맛 하나 줘요. 그 이후로 엄청나게 신선한 바람이 불었어요. 요즘 동화의 결말은 다양한 내용으로 바뀌었어요. 공주는 왕자와 함께해도 괜찮고, 하인과 함께해도 괜찮고, 혼자의 힘으로 극복해도 괜찮아요. 또 다른 공주와 사랑에 빠지거나 고양이 여섯 마리를 키우며 살아도 되고, 자기가 왕자가 되겠다고 선언해도 돼요. 그렇다고 해서 더 페미니스트라거나 덜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단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그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해요." - page 242 ~ 243

 

이 소설에서 수잔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소설을 읽으면서 <겨울왕국>의 '엘사'가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향해 <Let it go>를 부르던 엘사의 모습.

 

It's time to see what I can do

To test the limits and berak through

No right, no wrong, no rules for me

I'm free!

 

Let it go, let it go

I'm one with the wind and sky

Let it go, let it go

You'll never see me cry

Here I stand, and here I'll stay

Let the storm rage on

- 겨울왕국 1 OST <Let it go> 중

 

수잔의 앞으로의 행보에 힘찬 응원을 보내려 합니다.

보다 더 행복해질 수잔을 기대하며 저도 조금은 내려놓음을, 그리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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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그림책 - 삶과 그림책 깊이 읽기
곽영미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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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곤 하지만 아이들보다 오히려 제가 더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아 아이들이 잠들 때면 자꾸만 그림책을 들춰 읽고 또 읽곤 합니다.

긴 글 밥이 주는 것보다 짧은 글이 전하는 여운의 위로가...

글보다 그림의 목소리가...

그 어떤 말로 형언할 순 없지만 마냥 좋아합니다.

 

그렇기에 그림책 에세이 역시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읽어보지 않은 그림책들을 만날 수도 있기에.

무엇보다 그림책을 통해 다른 이는 어떤 위로를 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에.

그림책 에세이도 찾아 읽는 편입니다.

 

이번 책의 작가의 말에 이 이야기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나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위로해 주는 것이 바로 영혼의 마음이라고 여긴다. 나의 영혼의 마음은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며, 그림책과의 만남이다. 그림책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온전한 나와 그림책 속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한 줄의 문장에서, 하나의 장면에서 콧등이 찡하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런 감정은 나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느꼈을 것이다.

그림책을 통해 위로를 받습니다.

그림책을 통해 사랑을 배웁니다.

그림책을 통해 용기를 얻습니다.

그림책을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그림책과 함께한다면 내 영혼의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고, 위로해줄 수 있지 않을까. - page 10 ~ 11

 

그렇게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그림책을 통해 우리 삶에 여러 질문을 던져보게 하는 그림책 에세이

 

고마워요, 그림책

 

 

 

47권의 그림책이 소개되었습니다.

나에게 친숙한 그림책보다는 새로운 그림책들이 있어서 읽으면서

'이 그림책은 꼭 아이랑 같이 읽어봐야지!'

하며 독서 목록을 채워나가게 되는 기쁨이...

어쩌면 모르고 지나칠 좋은 그림책들을 저자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크게 3장으로 나뉘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연, 우리를 둘러싼 것들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들

인생의 과정, 삶과 죽음

쉽지 않은 주제이지만 '그림책'과 어우러지니 한결 가볍게, 하지만 그 깊이감은 유지한 채 다가왔기에 그야말로 내 안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용기가 생겼다고 할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그림책의 매력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여느 그림책 에세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책을 '해석'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내용에 대한 해석도 있겠지만 그와 더불어 그림책의 '구성'을 분석함으로써 보다 그림책의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감동을 넘어서 오롯이 그림책이 내게로 다가온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책을 읽고 꼭 그 그림책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개되는 그림책의 한 장면씩이라도 등장했다면 보다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저작권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이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그 중 몇몇 그림책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은 제 아이들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는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

몇 번이나 읽었는데... 이 그림책의 약표제지가 "나는 논다."라는 중요한 글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와!

그래서 혼자 노는 모습이, 구슬을 사러 가는 아이 모습이 이렇게 하나의 시퀀스를 이룬다는 사실이.

다시 책을 펼치니 새삼스레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풍이 '안녕'이란 대사는 자연의 조력자를 넣어 동동이에게 먼저 인사하라고 연습시킨다는 사실을.

우리가 '용기'를 내기 위해선 많은 조력자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용기 내는 것이 힘겨운 것이었을까...?! 란 생각도 해 봅니다.)

 

제 책장에 꽂힌 다비드 칼리 작가의 《나는 기다립니다...》.

읽을 때마다 뭉클했던 이 그림책을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다시 꺼내읽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붉은 실이라는 소재를 통해 나와 관계 맺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붉은 실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나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마지막 펼침면에는 붉은 실이 한 뭉치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는 끝이 아니라 끈이라고 쓰여 있다. 이야기의 끝이 다시 어디로 이어질지 보여 주는 위트 있는 장면이다. - page 191

 

지금의 나에게 주고 싶은 그림책이었던 숀 탠 작가의 《빨간 나무》와 조던 스콧 작가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그렇지 않아도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에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강에 들어선 소년은 수영을 한다. 그리고 글에서는 "나는 울고 싶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려요. 그러면 울음을 삼킬 수 있거든요.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라고 보여 준다. 소년은 말하기 싫을 때마다 자신이 강물처럼 말한다고 생각하면서 용기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아버지와 강물을 통해 위로를 받은 아이는 이제 강물처럼 말한다고 용기를 낸다. 정말 감동적인 그림과 글이다. - page 147

 

나는 섬에서 나고 자라서 바다를 보며 위로를 얻는다. 잔잔한 물결이나 거센 바람에 휘몰아치는 파도, 하늘과 맞닿아서 어디가 바다인지, 하늘인지 알 수 없는 수평선, 계절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색과 물살, 그리고 냄새까지. 바다를 보며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내 마음은 위로받는다. 어쩌면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인 듯하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어야만 타인을 위로하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 page 148

 

아이들과 잠들기 전 그림책과의 만남.

또다시 설렘으로 다가왔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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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2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이 그림책 읽어주다 오열한 적 많아요. 아 주책주책하면서도 ㅎㅎㅎ지금도 그림책 넘 좋은. 친구 아이들에게 모두 나눠줬는데 아쉽기도 하고 또 그 아이들이 나처럼 감동 느끼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그래요
 
고마워요, 그림책 - 삶과 그림책 깊이 읽기
곽영미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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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전하는 위로, 용기,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따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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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 -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
박현선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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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를 보면서 내가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혹시 분란을 일으킬까,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내가 상처받을까

 

이 모든 것이 두려워 남의 눈치를 보며 굉장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나에게 이 책은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

 

이라는 말에 읽고 나면 대리 통쾌감을, 앞으로의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큰소리로 고함치면서 저항하지 않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

어떻게 펼쳐져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오늘도 현명한 물질주의자이고

신중한 잡식주의자이며

배우는 다원주의자로 살아갑니다

 

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

 

 

나 역시도 그랬습니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는 말을 들어왔기에 그러려니 하며 살아갔지만...

그것이 저자와 나의 차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타인이 나를 묘사할 때 항상 비슷한 형용사들이 등장하는 것이 조금씩 불편해졌다.

약간의 반항심도 생겼던 것 같다. 나에게 얌전한 면도, 내성적인 면도, 소극적인 면도 있는 것은 맞지만, 그걸 쉽게 인정해버리면 스스로 그 단어들 속에 갇혀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도 얌전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만 같은 두려움도 일었다. - page 4 ~ 5

 

그리하여 자신의 다른 면을 확인하고자 핀란드로의 '유학'을 시작하게 되고 14년간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다름'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관심사이기도 한 '환경'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배달'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시켜 먹는 게 편하고 좋았지만 점점 쌓이는 포장 쓰레기를 보면서 조금씩 자라나던 불편한 감정.

식욕과 함께 드는 죄책감.

이 문제에 저자보다 조금 더 예민한 남편은 대용량 유리 밀폐 용기를 가지고 식당에 가 담아온다는 이야기에 그저 알고만 있던, 실천하지 않던 저에게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이야기.

나름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서 버린다고 하더라도 들려오는 한 마디.

 

"그거 다 소용없대."

 

아무리 깨끗이 씻어 말린 다음 분리배출을 하더라도 우리의 기대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 매립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운이 빠지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가 전한 이야기는

 

"선행을 하는 데에 대가를 바라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이건 선행이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에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때로는 대가도 보상도 절실히 필요하다. 좋은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는 나에게 당장 어떠한 형태의 이득도 돌아오지 않음을 은연중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보상은 재화나 상패, 상장이 아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다.

허무감을 느낀다고 해서 내가 여태까지 해온 일들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내 안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포기하고 결심하고 주저한 행동들이기 때문에, 이제는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어쩔 수 없이 당장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내 미미한 저항에 유일한 보상임을 받아들여야겠다. - page 47 ~ 48

 

소소한 만족감을, 뿌듯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오늘도 재활용품들을 정리하며 느끼고자 합니다.

 

'미니멀리즘'

'미니멀 감성'

요즘 참으로 많이 접하게 되고 저 역시도 미니멀리즘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휴대폰'이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여 조금 놀라웠습니다.

휴대폰이?

왜?

라는 의문에

 

요즘 말하는 미니멀리즘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고가의 재료로 만든 최신식 물건들을 갖춰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현대의 '미니멀 감성'을 충족시키는 외형을 가진 가구나 의류, 전자제품이 따로 존재하는 것만 같다. 비움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또 다른 스타일을 소비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다음 유행이 오면 또다시 바뀔 그런 것 말이다.

그런 점에서 휴대폰은 현대의 미니멀 감성을 향한 욕구가 가장 잘 반영된 물건인 것 같다. 휴대폰의 외형은 정말 단순해졌다. 화면이 켜지지 않는 이상 자판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수십 가지의 기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 page 71 ~ 72

 

아!

너무 당연시 여겼던 '휴대폰'이...

그리고 이어진 이 이야기는 휴대폰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고 할까...!

 

 

이렇듯 저자는 어쩌면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대해 남다른 시도를 해보며 다양한 시선으로 조금씩 변화를 꿈꾸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현명한 물질주의자'가 되고자 밀폐 용기를 사용하고 리필 스테이션에서 리필을 하며 품절과 할인의 마법에 휘둘리지 않기를.

'신중한 잡식주의가'로 식재료가 낭비되는 현대의 유통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며 식재료들에 대한 인식의 고찰을.

'배우는 다원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특정 집단을 향한 시각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47가지 매뉴얼을 가지고 유난스럽지 않게 일러주었습니다.

 

마지막에 '노키즈존'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쯤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아이들보다 더 철없이 구는 어른들도 많다. 그렇다면 노키즈존을 만들 것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성인,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는 성인, 진상 성인 출입 금지 구역을 만드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는 대신 발언권을 묵살하기 쉬운 어린아이들의 출입을 막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다른 손님들의 만족감을 위해 아이의 출입을 통제하기로 결정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와 내가 이 사회 어딘가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기피 대상이라는 사실에 나만 빼고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아 위축감이 든다. - page 2666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나와 남을 구분 지으며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소속감을 찾으려 한다. 그 무리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인식하고 인정받으려는 과정에서 다른 무리를 단순화해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 개개인으로 보지 않고 무리에 속한 사람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정의한다. 이렇게 한 차례 일반화 과정을 거친 대상의 이미지는 다른 특성을 가진 대상들을 아무리 많이 만나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정 대상을 향한 고정관념은 오해와 배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배척과 혐오의 표현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더 가속홛되었다고도 한다. 이것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폐해다 뭐다 말들 하지만, 이 기술력에 온전히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편을 가르고, 구분 짓고, 대상을 일반화한 뒤 배척하는 행동은 소셜미디어의 발달과는 상관없는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본성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건 물론 아니다. 살면서 대상을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밑도 끝도 없는 미움과 혐오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걸 우리 어른들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 page 267 ~  268

 

각 장을 읽을 때마다 잠시 나에게 빗대어 생각을 하고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떠한가...?'

여전히 절대다수가 만들어놓은 사회에 물 흐르듯이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 이제껏 살아온 제 자신이 부끄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목소리를 내며 투쟁을 하지 않을지언정 스스로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세상 역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없음에.

조금은 삐딱하더라도 당당히 나다운 생각으로 변화를 꿈꾸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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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2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부르셨어요?! ㅎㅎ 소심하면 한 소심한 제게 꼭 필요한 책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