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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평점 :
우선 이 소설에 관심이 갔던 건 '리즈 위더스푼'이 운영하는 독서 클럽인 '헬로 선샤인'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며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화도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까칠한 수잔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선인장을 뜻하는 'THE CACTUS'였나봅니다.
아마도 표지의 선인장을 들고 있는 여인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수잔'일 듯하고...
저도 수잔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을지 기대되었습니다.
"선인장 가시처럼 까칠한 45세 싱글여성 수잔 그린은
오늘도 짜증 나는 하루를 시작했다."
고독한 삶에 갇힌 한 여성이 사랑으로 가득 찬 세계로 나아가는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
『캑터스』

새벽 5시 반.
동생 에드워드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엄마가 돌아가셨어, 간밤에. 나도 집에 2시가 넘어서 도착했어. 친구 집에서 맥주를 몇 잔 마셨거든. 집에 왔더니 엄마 방에 불이 켜져 있더라고. 아직 안 주무시는 건가 싶어서 문을 두드리고 머리만 밀어 넣었는데. 엄마는 쓰러지시면서 바로 가신 것 같아. 의사가 치명적인 뇌졸증이었대. 누나도 믿기 힘들지." - page 9
울컥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간신히 삼키며 식탁에 걸터앉아 생각을 정리합니다.
"엄마 나이가 일흔여덟이셨어." 겨우 목소리를 짜내었다. "이미 전에도 두 번이나 뇌졸증이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잖아." - page 9 ~ 10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딱히 편치 않은 메스꺼움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만 평범하게 보내자 다짐을 하며 회사로 출근을 합니다.
직장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책상 위에 있는 선인장과도 같았습니다.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가 없었다면 사무실 생활은 훨씬 견딜 만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큼 다른 이들에 대해 방어적인 그녀의 모습.
회사를 나와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사이에도, 나는 직장 동료들의 지속적인 공격에 살아남은 내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꼈다. 아무도 오늘 아침,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조차 못 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타인에게 숨기는 데 어려움이 없다. 아마 누구나 곧 알게 될 것이다. 그게 내가 가진 능력이니까. - page 19
이렇게 자신만의 질서로 완벽히 살아가던 그녀가 마흔다섯 살, 엄마의 죽음과 함께 또 한가지 사건(?)을 맞이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원치 않았던 자신이 '엄마'가 되는, 임신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가시를 곤두세우며 차가웠던 그녀도 알고 보니 한없이 따뜻했고 부드러웠기에...
그녀의 변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될 수밖에 없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곁(?)엔 '케이트'라는 두 아이의 싱글맘이 있었습니다.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다가온 케이트.
원래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고 살던 그녀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면서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 중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난 약점이 없어요."
"누구나 있어요. 수잔은 그냥 자신을 숨기는 거예요. 어쩌면 자기 스스로에게도 숨길 수도 있어요. 가끔은 그냥 내려놓아봐요. 어쩌면 그 결과에 기분 좋은 놀라움을 경험할지도 몰라요."
"케이트는 《여성, 거세당하다》를 읽어봐야 해요." 내가 말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수잔도 그것보다 더 최근에 나온 책도 읽어봐요. 요즘 담론은 달라요. 애들 동화처럼. 예전엔 항상 왕자님이 공주를 구해주지 않으면 해피엔딩이 아니었어요. 그다음 페미니즘의 1차 물결이 생겼고 공주님은 자기의 운명을 회피한 것처럼 여겨졌죠. 자존감이 있는 공주라면 자신의 영혼을 왕자와의 결혼으로 팔아넘기진 않았을 거라는 거죠. 나, 오렌지 맛 하나 줘요. 그 이후로 엄청나게 신선한 바람이 불었어요. 요즘 동화의 결말은 다양한 내용으로 바뀌었어요. 공주는 왕자와 함께해도 괜찮고, 하인과 함께해도 괜찮고, 혼자의 힘으로 극복해도 괜찮아요. 또 다른 공주와 사랑에 빠지거나 고양이 여섯 마리를 키우며 살아도 되고, 자기가 왕자가 되겠다고 선언해도 돼요. 그렇다고 해서 더 페미니스트라거나 덜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단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그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해요." - page 242 ~ 243
이 소설에서 수잔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소설을 읽으면서 <겨울왕국>의 '엘사'가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향해 <Let it go>를 부르던 엘사의 모습.
It's time to see what I can do
To test the limits and berak through
No right, no wrong, no rules for me
I'm free!
Let it go, let it go
I'm one with the wind and sky
Let it go, let it go
You'll never see me cry
Here I stand, and here I'll stay
Let the storm rage on
- 겨울왕국 1 OST <Let it go> 중
수잔의 앞으로의 행보에 힘찬 응원을 보내려 합니다.
보다 더 행복해질 수잔을 기대하며 저도 조금은 내려놓음을, 그리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