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플레이어 그녀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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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거 총을 든 할머니』의 작가 '브누아 필리퐁'의 신작이라는데...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 작가의 작품 스타일은 잘 모르지만 대신 이 소설이 끌렸던 건 책소개글에서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 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뉴스….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과 억압은 도처에 널려 있다.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겨준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성이 배제된 남자들의 세계인 포커 판에서 총과 카드를 들고 토네이도와 같이 질주하는 막신의 행보를 지켜보며, 독자들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막신'을 너무나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위협하는 남자들에겐 비명 대신 총알을!

한 손엔 카드, 다른 손엔 총을 들고 놈들의 심장을 쏴라.

 

포커 플레이어 그녀』 

 

"국가가 우리한테 사기를 친단 말이다. 국세청은 돈을 훔쳐가고, 사장은 거짓말을 일삼고, 마누라는 바람을 피우고. 그러니 애써 바르게 살 이유가 없어. 우린 희생양이 아니거든. 혹시 도살장에 끌려가는 데 취미가 있는 거라면 모를까. 설마 도살장에서 인생 종 치고 싶은 거냐?" - page 7 ~ 8

 

어렸을 때부터 돈이 걸린 게임이란 게임을 배우며 순발력이라든지 전략이나 재능, 혹은 속임수를 익혔던 '작크'.

그리고 그의 곁엔 '발루'란 친구가 있었습니다.

만성우울증에 빠져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는 발루를 포커의 세계로 이끈 작크.

 

사기는 둘일 때, 더 잘 통했다. 한 명은 잃어주고 다른 한 명은 운이 좋은 척을 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게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통 따라잡지 못하겠다는 말을 흘리며 역할을 바꾼다. 어설픈 척하는 그들의 연기를 보며, 나머지 선수들은 저 두 초보자의 미숙함을 이용하여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맹신이 자리 잡는다. 속아 넘어간 선수들은 경계를 늦추고, 아무 의심 없이 돈을 잃는다. 다음은 탈탈 털릴 때까지 판돈이 올라가는 일만 남는다. 어린애 팔 비틀기였다. - page 61

 

이렇게 둘이서 프랑스 전역의 포커 판을 북부부터 남부까지 싹쓸이하며 다니게 됩니다.

그러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막신'과의 운명적(?)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핸드백엔 립스틱 대신 45구경 권총을 들고 다니는 그녀.

포커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그녀가 포커 기술을 연마한 건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거물 정치인 '알렉상드르 콜베르'에게 복수하는 것.

이 평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막신은 작크와 발루에게 접근하여 제안을 합니다.

콜베르와의 한판을.

 

"넌 그 작자한테 뭔가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 그게 뭔진 몰라도 네 눈에 이글거리는 불꽃을 보면 이번 일이 돈과 아무 상관없다는걸 알 수 있지. 그보다는 피 냄새가 난다고 할까. 그러니 대답해. 대체 너한테 콜베르가 누구야?" - page 188

 

그토록 복수를 하고자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의 복수는 통쾌하게 이루어질지...

소설은 마냥 통쾌하지 않은, 오히려 너무나 쓰라릴 정도로 아픈 '슬픈 누아르'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가 있었습니다.

아동학대에 가까운 그릇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작크'.

차사고로 부모와 두 형제를 한꺼번에 잃고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가는 '발루'.

알콜중독자 엄마에게 학대를 당하는 천재 소년 '장'.

그리고 '막신'...

 

"그 사람들이 아빠가 경력을 쌓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걸 꼭 기억해 둬. 네가 그 사람들하고 있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니. 엄마도 알지만 조금만 노력해 줘. 아빠를 위해서가 싫으면, 엄마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주렴." - page 379

 

아...

이 무슨... 파렴치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곱씹고 곱씹어 자해하는 막신이 너무나 애처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건넨 이야기는 가슴 먹먹하게 한 글자씩 비수로 박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남자들은 강간당한 여자들이 왜 신고하지 않는지 의문일 거야. 그건 여자들이 혹여 용기를 내어 신고한다 해도, 열에 아홉은 남자가 입건되지 않기 때문이야.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지. 처방전은 아예 말도 하지 않을게. 무슨 독감이나 되는 듯 10년 뒤엔 상처가 저절로 치료된다는 식이니. 법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도와주지 않아, 사회도 나을 것이 없고. 그래, 그래서 난 너희의 독자적 행동이 마음에 들어." - page 408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약자에게 냉정하고 차갑기만 합니다.

모두가 따스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우린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책장을 덮어도 쉬이 감정을 추스릴 수 없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선 거창한 게 필요치 않아......"

이 마법의 순간에 장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발루가 손으로 자기 이마를 탁 쳤다.

"돌겠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너한테 늘어놓고 있는 거니"

"왜냐하면 그러는 게 좋으니까."

장은 다섯 개째 아이스크림의 혈당 공격으로 위장이 뒤죽박죽이었으나 이곳에 발루와 함께 있는 기쁨을, 자기도 새 친구를 얻었다는 기쁨을 표출했다.

발루는 빙긋 웃었다. 디즈니가 옳다, 천 번 만 번 - page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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