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맛 - 먹고 사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작가들의 일상 속 음식 이야기 요즘 사는 맛 1
김겨울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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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지 좋아합니다.

최애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맛있는 녀석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가 하면 책태기가 와 아무것도 읽기 싫을 때도 『오무라이스 잼잼』만은 읽었었고...

아무튼 음식 관련된 이야기는 공감도 많이 되고 내가 아는 맛과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기에 좋아라 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읽다가 참지 못해 먹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이 책 역시도 눈독 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읽게 되었는데...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하지 않았는가!

특히나 작가들이 이야기한다고 하면 얼마나 더 맛있게요!!

참다못해 책을 덮고 먹고 있기를 몇 차례.

그러고는 내가 먹었을 때와 저자의 이야기를 되짚으며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책.

읽고 난 뒤 느낀 바는

이 책은 밤에 읽지 마시오!

라고 할까?!

"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은데,

인생도 이렇게 맛있으면 좋겠다!"

보통의 하루에 감칠맛 한 스푼 더하는 슬기로운 식탁 생활

요즘 사는 맛



김겨울, 김현민, 김혼비, 디에디트, 박서련, 박정민, 손현, 요조, 임진아, 천선란, 최민석, 핫펠트.

제각각 나름의 먹부심으로 무장한 열두 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요즘 사는 맛'에 대해 들려주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여러 작가들의 목소리라 그런지 음식이 더 맛깔스럽게 다가왔었습니다.

토마토와 치즈, 요거트 등 좋아하는 식재료에 대한 찬가부터 어린 시절을 장식해 준 맛있는 한 그릇,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따뜻한 한 끼, 힘겨운 시절을 지나며 더욱 그리워지는 오붓한 식탁까지...

책을 덮고 마주하는 여러분의 첫 식사가 조금은 달리 보이길 바랍니다. 부디 대충 때우는 한 끼가 아닌 나를 챙기는 따뜻한 감각으로 자리하길 빕니다. 결국 모든 건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니까요. - page 7

우선 영화 전문기자 겸 영화감독인 '김현민'작가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습니다.

저도 요리보단 설거지를 택하는데 그 이유를 아주 명백하게 밝혀주었습니다ㅏ.

요리보다 설거지가 나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만든 요리가 식탁에 오를 때의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그 시간은 암묵적인 품평의 순간이다. 음식이 먹는 사람 입에 맞으면 다행이지만, 보통 해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억지로 리액션을 쥐어짜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나같이 예리한 사람은 그 찰나를 알아채버린단 말이다. 작위적인 식탁 리액션만큼 보는 쪽이나 하는 쪽 모두에게 곤혹스러운 것도 없다. - page 38 ~ 39

내가 요리를 하기 시작한 건 결혼을 하고 나서였는데 그때 설레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들었지만 상대방은 표정으로 답해주는 참으로 난감했던 그 순간.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면서 냉정하게도 평가하는 아이들의 말에 점점 요리는 멀어지는데...

뭐 어떤가!

나도 남이 해준 좋은 걸!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임진아' 작가의 이야기.

2019년에 출간한 여행 에세이에 계란 튀김 덮밥에 대한 맛을

"어떤 맛이 나는가 하면, 눈썹 하나가 반쯤 내려오며 묘하게 찡그리게 되는 맛이 난다."

라는 표현을 할 만큼 '맛있다'라는 말을 달리 표현하던 그녀.

맛있는 걸 먹을 때면 '맛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과 마음 안에 무언가가 일어난다. 모두들 자신에게 딱 맞는 감탄사와, 감탄의 기운을 갖고 있다. 밥이야 매일 먹고 있고, 그렇기에 더없이도 평범한 일과이지만, 실은 자신도 모르게 맛을 느끼는 감각이 매일 늘어난다. - page 223

맛있다는 짧은 감정으로는 순간의 감탄이 느껴지지 않기에.

또 하나 배워갑니다.

그리고 '천선란' 작가가 전한 이 메시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이 한 끼의 멋있음에 빠졌으면 좋겠다.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끼니를 때워야 하는 상황도, 그런 직군도 있겠지만 조금 까탈스럽더라도 한 끼를 신중하게 골랐으면. 많은 사람에게 그런 여유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 page 263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면 '김혼비' 작가님의 이야기는 『다정소감』에서도 만났던 이야기들이라...

음...

다른 이... 야기... 였다면.......

행복은 별거 아니었습니다.

우리 앞의 작은 요거트볼 안에, 달달한 밤식빵 안에, 따뜻한 수프 그릇 안에, 그리고 지금 우리 식탁에 차려진 음식 안에 있었습니다.

한 끼의 식사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되새기게 되었던 이 책.

책을 읽고 나니 이 말이 와닿았습니다.

"우리, 같이 먹을까요?"

오늘도 맛있게 먹고 행복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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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 번도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먹어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것처럼.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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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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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미즈키'

그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아침이 온다』에서 '입양'이라는 소재를 미스터리에 접목시켜 입양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었고 『슬로하이츠의 신 1,2』을 통해 한 인간이 곧 하나의 현실임을 잊지 않는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 참으로 인상적인 작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부모의 역할', '시대에 따라 변하는 여성에 대한 가치관', '가스라이팅' 등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다고 하였기에 관심이 갔습니다.

한 여성이자 부모이기에...

"너와 함께 어른이 되고 싶었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충격과 감동, 용서의 이야기!

호박의 여름



변호사 '곤도 노리코'.

안내받은 회의실의 차가운 파이프 의자에 앉아 옷매무새를 가다듬었습니다.

긴장한 듯한 곤도.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노리코보다 꽤 연상으로 보이는 여자가 쌀쌀맞게 그녀에게 묻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시죠?"

불쾌감이 배어 있는 여자 목소리.

그런 여자에게 노리코는 말합니다.

"'미래 학교' 터에서 발견된 시체가 자신의 손녀일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의뢰인의 요청을 받고 이번에 제가 대리인으로서 찾아뵈었습니다. 의뢰인의 이름은......"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정말 그럴까...

일본 시즈오카의 한적한 시골에 자리 잡은 대안교육시설 '미래 학교'.

그곳에 살고 있는 '미카'는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만난 어른들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미래는 여기에만 있으니까."

그리고 미래 학교의 여름방학 캠프에 참가한 초등학교 4학년인 '노리코'.

이 둘은 1주일 동안 합숙을 하며 우정을 나누게 되고 노리코는 4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참여하게 되지만 6학년 여름 마지막 합숙에서는 미카를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노리코가 아무 생각 없이 켜둔 텔레비전에서 들려온 어떤 단어에 반응하게 됩니다.

'단체 시설 부지에서 여아의 백골 시체 발견'.

어딘가의 종교 단체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멍하니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는데 미래 학교라고 적힌 라벨을 두른 페트병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공중 촬영 화면 속 숲속의 파란 지붕.

그 색을 본 순간, 소름이 돋기 시작한 노리코.

생각이 폭주한다.

노리코는 혼란스러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 나쁜 흥분이었다. 뉴스의 현장 영상에 이끌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려 하고 있다. 아니, 그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고 자신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분명 자신이 배움터를 떠난 후 몇 년이고 지난 뒤에 무슨 일인가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생수 사건이 벌어진 전후, 노리코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이후에 말이다. 그렇게 믿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만다. 시체는 훨씬 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닐까. - page 168 ~ 169

변호사로 일하며 미래 학교 터에서 발견된 백골 사체와 관련된 의뢰를 맡게 된 노리코는 어쩌면 그 사체가 미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30년 전 여름에 있었던 '그 사건'의 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과연 '생각하는 힘과 자립심을 가진 아이들을 키워내는 곳'이라는 미래 학교의 민낯은...?

사체는 누구인 것일까?

그 여름, 그곳으로부터의 진실을 좇게 되었습니다.

하아...

결코 가볍지 않았던 이 소설.

소설 속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만났었기에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아렸습니다.

특히나 이 문장은 저에게 선사한 바가 컸습니다.

"배움터 터에서 시체가 나온 후, 그게 자신이 알고 있던 아이가 아니면 좋겠다고, 자신의 딸이라거나 손녀라거나, 가족이나 관계자가 아니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다들 본심으로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긴 채, 자신이 아는 상냥한 친구나 귀여운 손녀인 채 시간과 기억이 멈춰버리면 행복하겠다고. 걱정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슬픔이나 한때의 추억에 매달리고 싶어할 뿐이죠." - page 418

호박에 갇힌 곤충 화석처럼 시간을 멈추고 추억을 결정화하고 있던 것을 깨기까지...

그리고 내던져진 이 질문.

나는 '부모'로서의 자신을 과연 믿을 수 있나?

서로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되짚어볼 수 있었던 이 소설.

마치 한여름의 강렬한 햇살처럼 내 피부에 와닿아 태운 뒤 여름이 가고 가을 어디쯤에 희미해진 느낌이었던 이 소설.

책장을 덮고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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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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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에 그의 여행에 동행했습니다.

『베를린 일기』

고독한 도시 베를린에 90일간 머물면서 매일 한 편씩, 허풍에서, 입담에서, 구라에서, 진실과 진심을 느꼈던 그의 이야기.

그의 매력에 빠졌다고 할까.

그래서 찾아보니 여행기가 또 있었습니다.

벌써부터 피식! 웃음이 나는데...

이번 중남미에서는 어떤 매력을 뿜으실지 기대하며 그의 여행에 또다시 동행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이만큼만.

생의 모든 순간을 들떠 있거나,

상처받은 채 살아갈 순 없으니까"

웃다 보면 가슴이 짠해지는 여행기

읽다 보면 빛을 발하는 세상살이 요령

40일간의 남미 일주



2019년 7월 2일부터 8월 11일까지.

멕시코부터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까지 6개국.

나홀로 배낭여행을 이어나가며 또 한 번 유감없이 '호구 기질'을 발휘한 그의 여행기는 역시나 재미와 공감을 자아내면서 여행의 매력이 무언지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도 아니었고, 한 시간 동안 파도에 역행한 탓에 지쳐서도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도록, 한다고 해왔는데 대체 내가 왜 이러고 지내는지 그 이유를 잊어버린 것이다. 그저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것만이 내 일상이 돼버렸다.

...

물론, 일상을 사랑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크루아상과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글을 쓰고, 매일 걷고 달리고, 아이를 돌보고 아내를 일터로 태워다 주고 데려오는 내 일상은 소중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왜 이런 일상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잊어버린 채, 나는 스스로 만든 공장의 부품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하더라도, 그 단순한 삶을 좀 더 충실히 살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일상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일상을 지키다 보니, 내가 왜 이런 일상을 구축했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맹목적인 일상의 노예가 돼버린 것이다.

이제 알 것 같다.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 page 394 ~ 395

그는

'즐겁게 사는 것 빼고, 달리 생에서 뭐가 필요한가'

'더 잘 살고 싶어서'

여행을 통해 불안의 노예로 지냈던 지난 일상을 되돌아보고 있었습니다.

형형색색.

흥겨운 음악과 살가운 사람들.

그들을 표현한 단어 '빠시엔시아(Paciencia, 인내심)'가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닌,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즐길 줄 아는 그들의 모습.

그들은 자기 생에 충실했다. 적어도 내가 공연을 본 삼십 분 동안만큼은, 한순간도 충일하지 않게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직업 예술인이다. 그렇기에 창작은 물론, 창작에 관련된 모든 행위가, 이를테면 '삶을 위한 쟁기질'이 돼버렸다. 그렇기에 쟁기질이 즐겁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 10년동안 매일 똑같은 밭에 나가 온종일 밭을 갈았는데, 그것이 어찌 마냥 즐겁기만 하겠나. 하지만, 이들에게는 진정으로 즐거운 것이었다. - page 303

역시나 읽으면서 자꾸만 삐져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젠 '국제 호구'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그의 모습.

(죄송하지만 너무 웃겼어요...)

무엇보다 그의 일기에서



ㅋㅋㅋ.

근데 더 웃긴 건 굳이 이 글자를 하나씩 읽어내려간 내 모습이었습니다.

한식이, 돌솥비빔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채워나간 페이지들.

인상적이다를 넘어 강렬했습니다.

그동안 잊고 있던 여행의 감각, 소중한 일상의 감각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고 세상살이를 유연히 대처하는 자세.

아...

저도 짐을 꾸리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지금은 어느 정도는 포기했다. 그렇기에 될 대로 되라,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불안하다.

이게 여행의 본질이다. 아프고, 낯설고, 신기하고, 불편한 것. 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고 싶은 것.

그렇기에 나는 이번에도 짐을 꾸린 것이다. - page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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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 와인과 삶에 자연을 담는 프랑스인 남편과 소설가 신이현의 장밋빛 인생, 그 유쾌한 이야기
신이현.레돔 씨 지음 / 더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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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처럼 인생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에겐(저에겐) 낭만적으로 다가왔지만...

과연 그들에게도 낭만적일까?

그래서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 앞에 펼쳐진 이야기들이...

와인과 삶에 자연을 담는

프랑스인 남편과

소설가 신이현의

장밋빛 인생,

그 유쾌한 이야기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꽤 고생할 텐데 그거?"

레돔이 농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좋아. 죽어도 농부가 되고 싶어."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죽어도 되고 싶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까.

"그렇다면 인생을 바꿀 수밖에 없겠네." - page 4

프랑스에서 결혼한 뒤 파리에 살다 서울로 발령받고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한 '레돔'.

발령받은 첫날부터 회사 일이 새벽 세 시까지, 주말에도 일을 하는 생활에 지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 그는 자기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 끝에 결심한 바를 이야기하게 됩니다.

"농부가 되고 싶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제대로 된 농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엔 당찬 포부가 엿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추진력은... 와우!

만약의 나의 남편이라면 철딱서니 없다고 한숨만 쉬고 있었을 텐데 그의 꿈에 동의하고 응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든든한 조력자인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그녀가 더 멋져 보인다고 할까...

우리 땅이 생긴 뒤 우리는 꾼 꿈을 또 꾸고 또 꾼다. 설레는 꿈이 끝없이 쌓여만 간다. 꿈은 이루어진다?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루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이제 막 시작한 느낌이다. 땅이라는 이 두근거리는 예고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걱정이 나날이 깊어 간다. - page 46

발품을 팔며 구하기 힘든 유기농 소똥을, 농약 먹지 않은 반짝이는 토끼풀 씨를, 건강한 벌을 구해오고 '생명역동농법'이라는 낯선 농법으로 이웃으로부터 호기심 어린 눈총을 받는 그야말로 쉽지 않은 고달픔의 연속이지만 그 끝엔 자연이 준 소박하지만 행복한 내추럴 인생이 장밋빛 와인처럼 단단하면서도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술을 만드는데 왜 농사부터 짓는 거지? 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술 한 잔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야." - page 25

겨울 한 달 동안 가지치기를 하고 봄이 오면 풀을 베고 여름이면 포도를 수확해서 착즙하고 그 즙은 겨울 내내 천천히 숙성되어 가는, 밭일부터 술 빚는 일까지 모두 농부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사이클이 한 잔의 와인 속에 담겨 있다는 이야기에 그만 뭉클하게 되었습니다.

"농업의 꽃은 술이다." - page 25

한 잔의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 과일이 자란 땅과 나무, 바람과 햇빛을 느끼고 즐긴다는 것을

결국 자연이 준 그대로를 느낀다는 것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머리 위 하늘은 자주 보면서 '아, 하늘이 맑아서 참 좋아!' 감탄하며 즐거워하지.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하늘은 그토록 좋아하면서 왜 발밑의 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하늘 보듯이 땅도 좀 보면 안 되나? '아, 땅이 포슬포슬 건강하고 귀여워서 너무 좋아!' 이런 말 좀 하면 안 돼?" - page 66

정말 하늘에 대해선 감탄하는데 정작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

지금의 우리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살아갈 땅인데 무심했다는 것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땅은 한 가지 품종만 자라는 과일밭이 아닌, 온갖 다양한 나무와 풀들이 어울려 나무끼리 모자라는 것을 서로 주고받는 작은 우주와 같은 과일밭이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잖아. 나무들도 여러 종이 함께 어울려 살 때가 제일 좋아. 모자란 것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거든. 포도밭에 복분자랑 복숭아나무, 보리수나무, 회화나무 같은 여러 나무들을 심는 것도 서로서로 모자란 것을 주고받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야. 인간 사회의 이상적인 민주주의 형태 같다고 할까. 특히 이 복분자는 500미터까지 떨어진 떡갈나무 뿌리에 붙은 미생물들을 밭으로 데리고 와. 먼 숲의 소식을 알려 주는 정령과도 같지. 포도밭에 없어서는 안 될 나무야."

...

"요즘 어떤 수도사의 농업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정말 재밌어. 그 수도사 농법의 시작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거야. 이런 긍정적인 출발이 땅과 나무들을 건강하게 만든대. 그러니 나무가 얼어 죽을 거라는 둥 잡초가 많아 문제라는 둥 비관적인 말은 안 하면 좋겠어." - page 219 ~ 220

인생은 아름다워...

나무와 풀들이 노래하는 그의 밭에서 나온 와인의 맛이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내추럴한 맛...

상상불가였습니다.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술을 마실 때 '얼마나 맛있는가'보다는 '얼마나 내추럴한가', '얼마나 신선하고 살아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음식 또한 입에 짝 붙는 맛보다 재료 본연의 특징을 살리려고 애쓰는 요리사가 더 좋다. 바다에 가서 수영하며 우주의 감촉을 느끼고 열대 나라에 가서 파파야를 먹으며 그 땅의 열기를 느끼며 사는 것이 인생이지만, 실제 우리 인생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 땅과 바다와 하늘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살아가느라 정신없다. 가엾은 인생이다.

그런 와중에 냉장고에 내추럴와인이 한 병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 그것을 한잔 마셔야지 생각하면, 인생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한 잔 마시면 숨이 쉬어진다. 그렇다고 강요할 생각까진 없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개인적인 방법일 뿐이니 따라 하지는 마세요. - page 270 ~ 271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저도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하나를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쉼'이 느껴졌던 책이었습니다.

더불어 '자연'도 느껴졌던, 그렇게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가끔 복잡할 때면 꺼내 읽어볼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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