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 와인과 삶에 자연을 담는 프랑스인 남편과 소설가 신이현의 장밋빛 인생, 그 유쾌한 이야기
신이현.레돔 씨 지음 / 더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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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처럼 인생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에겐(저에겐) 낭만적으로 다가왔지만...

과연 그들에게도 낭만적일까?

그래서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 앞에 펼쳐진 이야기들이...

와인과 삶에 자연을 담는

프랑스인 남편과

소설가 신이현의

장밋빛 인생,

그 유쾌한 이야기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꽤 고생할 텐데 그거?"

레돔이 농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좋아. 죽어도 농부가 되고 싶어."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죽어도 되고 싶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까.

"그렇다면 인생을 바꿀 수밖에 없겠네." - page 4

프랑스에서 결혼한 뒤 파리에 살다 서울로 발령받고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한 '레돔'.

발령받은 첫날부터 회사 일이 새벽 세 시까지, 주말에도 일을 하는 생활에 지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 그는 자기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 끝에 결심한 바를 이야기하게 됩니다.

"농부가 되고 싶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제대로 된 농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엔 당찬 포부가 엿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추진력은... 와우!

만약의 나의 남편이라면 철딱서니 없다고 한숨만 쉬고 있었을 텐데 그의 꿈에 동의하고 응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든든한 조력자인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그녀가 더 멋져 보인다고 할까...

우리 땅이 생긴 뒤 우리는 꾼 꿈을 또 꾸고 또 꾼다. 설레는 꿈이 끝없이 쌓여만 간다. 꿈은 이루어진다?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루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이제 막 시작한 느낌이다. 땅이라는 이 두근거리는 예고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걱정이 나날이 깊어 간다. - page 46

발품을 팔며 구하기 힘든 유기농 소똥을, 농약 먹지 않은 반짝이는 토끼풀 씨를, 건강한 벌을 구해오고 '생명역동농법'이라는 낯선 농법으로 이웃으로부터 호기심 어린 눈총을 받는 그야말로 쉽지 않은 고달픔의 연속이지만 그 끝엔 자연이 준 소박하지만 행복한 내추럴 인생이 장밋빛 와인처럼 단단하면서도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술을 만드는데 왜 농사부터 짓는 거지? 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술 한 잔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야." - page 25

겨울 한 달 동안 가지치기를 하고 봄이 오면 풀을 베고 여름이면 포도를 수확해서 착즙하고 그 즙은 겨울 내내 천천히 숙성되어 가는, 밭일부터 술 빚는 일까지 모두 농부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사이클이 한 잔의 와인 속에 담겨 있다는 이야기에 그만 뭉클하게 되었습니다.

"농업의 꽃은 술이다." - page 25

한 잔의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 과일이 자란 땅과 나무, 바람과 햇빛을 느끼고 즐긴다는 것을

결국 자연이 준 그대로를 느낀다는 것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머리 위 하늘은 자주 보면서 '아, 하늘이 맑아서 참 좋아!' 감탄하며 즐거워하지.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하늘은 그토록 좋아하면서 왜 발밑의 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하늘 보듯이 땅도 좀 보면 안 되나? '아, 땅이 포슬포슬 건강하고 귀여워서 너무 좋아!' 이런 말 좀 하면 안 돼?" - page 66

정말 하늘에 대해선 감탄하는데 정작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

지금의 우리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살아갈 땅인데 무심했다는 것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땅은 한 가지 품종만 자라는 과일밭이 아닌, 온갖 다양한 나무와 풀들이 어울려 나무끼리 모자라는 것을 서로 주고받는 작은 우주와 같은 과일밭이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잖아. 나무들도 여러 종이 함께 어울려 살 때가 제일 좋아. 모자란 것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거든. 포도밭에 복분자랑 복숭아나무, 보리수나무, 회화나무 같은 여러 나무들을 심는 것도 서로서로 모자란 것을 주고받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야. 인간 사회의 이상적인 민주주의 형태 같다고 할까. 특히 이 복분자는 500미터까지 떨어진 떡갈나무 뿌리에 붙은 미생물들을 밭으로 데리고 와. 먼 숲의 소식을 알려 주는 정령과도 같지. 포도밭에 없어서는 안 될 나무야."

...

"요즘 어떤 수도사의 농업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정말 재밌어. 그 수도사 농법의 시작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거야. 이런 긍정적인 출발이 땅과 나무들을 건강하게 만든대. 그러니 나무가 얼어 죽을 거라는 둥 잡초가 많아 문제라는 둥 비관적인 말은 안 하면 좋겠어." - page 219 ~ 220

인생은 아름다워...

나무와 풀들이 노래하는 그의 밭에서 나온 와인의 맛이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내추럴한 맛...

상상불가였습니다.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술을 마실 때 '얼마나 맛있는가'보다는 '얼마나 내추럴한가', '얼마나 신선하고 살아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음식 또한 입에 짝 붙는 맛보다 재료 본연의 특징을 살리려고 애쓰는 요리사가 더 좋다. 바다에 가서 수영하며 우주의 감촉을 느끼고 열대 나라에 가서 파파야를 먹으며 그 땅의 열기를 느끼며 사는 것이 인생이지만, 실제 우리 인생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 땅과 바다와 하늘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살아가느라 정신없다. 가엾은 인생이다.

그런 와중에 냉장고에 내추럴와인이 한 병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 그것을 한잔 마셔야지 생각하면, 인생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한 잔 마시면 숨이 쉬어진다. 그렇다고 강요할 생각까진 없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개인적인 방법일 뿐이니 따라 하지는 마세요. - page 270 ~ 271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저도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하나를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쉼'이 느껴졌던 책이었습니다.

더불어 '자연'도 느껴졌던, 그렇게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가끔 복잡할 때면 꺼내 읽어볼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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