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머리 위 하늘은 자주 보면서 '아, 하늘이 맑아서 참 좋아!' 감탄하며 즐거워하지.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하늘은 그토록 좋아하면서 왜 발밑의 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하늘 보듯이 땅도 좀 보면 안 되나? '아, 땅이 포슬포슬 건강하고 귀여워서 너무 좋아!' 이런 말 좀 하면 안 돼?" - page 66
정말 하늘에 대해선 감탄하는데 정작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
지금의 우리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살아갈 땅인데 무심했다는 것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땅은 한 가지 품종만 자라는 과일밭이 아닌, 온갖 다양한 나무와 풀들이 어울려 나무끼리 모자라는 것을 서로 주고받는 작은 우주와 같은 과일밭이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잖아. 나무들도 여러 종이 함께 어울려 살 때가 제일 좋아. 모자란 것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거든. 포도밭에 복분자랑 복숭아나무, 보리수나무, 회화나무 같은 여러 나무들을 심는 것도 서로서로 모자란 것을 주고받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야. 인간 사회의 이상적인 민주주의 형태 같다고 할까. 특히 이 복분자는 500미터까지 떨어진 떡갈나무 뿌리에 붙은 미생물들을 밭으로 데리고 와. 먼 숲의 소식을 알려 주는 정령과도 같지. 포도밭에 없어서는 안 될 나무야."
...
"요즘 어떤 수도사의 농업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정말 재밌어. 그 수도사 농법의 시작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거야. 이런 긍정적인 출발이 땅과 나무들을 건강하게 만든대. 그러니 나무가 얼어 죽을 거라는 둥 잡초가 많아 문제라는 둥 비관적인 말은 안 하면 좋겠어." - page 219 ~ 220
인생은 아름다워...
나무와 풀들이 노래하는 그의 밭에서 나온 와인의 맛이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내추럴한 맛...
상상불가였습니다.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술을 마실 때 '얼마나 맛있는가'보다는 '얼마나 내추럴한가', '얼마나 신선하고 살아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음식 또한 입에 짝 붙는 맛보다 재료 본연의 특징을 살리려고 애쓰는 요리사가 더 좋다. 바다에 가서 수영하며 우주의 감촉을 느끼고 열대 나라에 가서 파파야를 먹으며 그 땅의 열기를 느끼며 사는 것이 인생이지만, 실제 우리 인생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 땅과 바다와 하늘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살아가느라 정신없다. 가엾은 인생이다.
그런 와중에 냉장고에 내추럴와인이 한 병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 그것을 한잔 마셔야지 생각하면, 인생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한 잔 마시면 숨이 쉬어진다. 그렇다고 강요할 생각까진 없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개인적인 방법일 뿐이니 따라 하지는 마세요. - page 270 ~ 271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저도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하나를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쉼'이 느껴졌던 책이었습니다.
더불어 '자연'도 느껴졌던, 그렇게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가끔 복잡할 때면 꺼내 읽어볼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