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 김현민, 김혼비, 디에디트, 박서련, 박정민, 손현, 요조, 임진아, 천선란, 최민석, 핫펠트.
제각각 나름의 먹부심으로 무장한 열두 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요즘 사는 맛'에 대해 들려주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여러 작가들의 목소리라 그런지 음식이 더 맛깔스럽게 다가왔었습니다.
토마토와 치즈, 요거트 등 좋아하는 식재료에 대한 찬가부터 어린 시절을 장식해 준 맛있는 한 그릇,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따뜻한 한 끼, 힘겨운 시절을 지나며 더욱 그리워지는 오붓한 식탁까지...
책을 덮고 마주하는 여러분의 첫 식사가 조금은 달리 보이길 바랍니다. 부디 대충 때우는 한 끼가 아닌 나를 챙기는 따뜻한 감각으로 자리하길 빕니다. 결국 모든 건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니까요. - page 7
우선 영화 전문기자 겸 영화감독인 '김현민'작가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습니다.
저도 요리보단 설거지를 택하는데 그 이유를 아주 명백하게 밝혀주었습니다ㅏ.
요리보다 설거지가 나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만든 요리가 식탁에 오를 때의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그 시간은 암묵적인 품평의 순간이다. 음식이 먹는 사람 입에 맞으면 다행이지만, 보통 해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억지로 리액션을 쥐어짜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나같이 예리한 사람은 그 찰나를 알아채버린단 말이다. 작위적인 식탁 리액션만큼 보는 쪽이나 하는 쪽 모두에게 곤혹스러운 것도 없다. - page 38 ~ 39
내가 요리를 하기 시작한 건 결혼을 하고 나서였는데 그때 설레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들었지만 상대방은 표정으로 답해주는 참으로 난감했던 그 순간.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면서 냉정하게도 평가하는 아이들의 말에 점점 요리는 멀어지는데...
뭐 어떤가!
나도 남이 해준 좋은 걸!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임진아' 작가의 이야기.
2019년에 출간한 여행 에세이에 계란 튀김 덮밥에 대한 맛을
"어떤 맛이 나는가 하면, 눈썹 하나가 반쯤 내려오며 묘하게 찡그리게 되는 맛이 난다."
라는 표현을 할 만큼 '맛있다'라는 말을 달리 표현하던 그녀.
맛있는 걸 먹을 때면 '맛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과 마음 안에 무언가가 일어난다. 모두들 자신에게 딱 맞는 감탄사와, 감탄의 기운을 갖고 있다. 밥이야 매일 먹고 있고, 그렇기에 더없이도 평범한 일과이지만, 실은 자신도 모르게 맛을 느끼는 감각이 매일 늘어난다. - page 223
맛있다는 짧은 감정으로는 순간의 감탄이 느껴지지 않기에.
또 하나 배워갑니다.
그리고 '천선란' 작가가 전한 이 메시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이 한 끼의 멋있음에 빠졌으면 좋겠다.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끼니를 때워야 하는 상황도, 그런 직군도 있겠지만 조금 까탈스럽더라도 한 끼를 신중하게 골랐으면. 많은 사람에게 그런 여유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 page 263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면 '김혼비' 작가님의 이야기는 『다정소감』에서도 만났던 이야기들이라...
음...
다른 이... 야기... 였다면.......
행복은 별거 아니었습니다.
우리 앞의 작은 요거트볼 안에, 달달한 밤식빵 안에, 따뜻한 수프 그릇 안에, 그리고 지금 우리 식탁에 차려진 음식 안에 있었습니다.
한 끼의 식사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되새기게 되었던 이 책.
책을 읽고 나니 이 말이 와닿았습니다.
"우리, 같이 먹을까요?"
오늘도 맛있게 먹고 행복해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