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가 '정가'에 관해 뭐라고 이야기를 했다.
"뭐라고요?"
"여기가 정가운데라고요."
리브는 마차가 크게 흔들릴 걸 대비하며 가만히 기다렸다.
마부가 아래를 가리켰다. "바로 여기가 정확하게 이 나라의 중심이에요." - page 10
나이팅게일의 제자이자 노련한 영국 간호사 '리브'.
그녀는 2주간 환자를 돌보며 건강 상태를 관찰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관찰은 퍼즐의 첫 번째 조각일 뿐.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는 의사.
"어떤 식으로든 편견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지만, 이건 아주 특이한 사례예요. 애나 오도널은...... 아니, 그 아이 부모는 애나가 열한 살 생일 이후로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리브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어디가 아픈가 보네요."
"지금까지 알려진 병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선에서는 그래요." 맥브리어티는 정확히 해둬야겠다 생각한 듯 말했다. "그 아이는 그냥 안 먹는 거예요."
"고형식을 안 먹는다는 거죠?" 리브는 고상한 현대 여성을 따라 하려는 여자들이 여러 날 동안 칡차나 쇠고기 수프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떤 형태의 영양물도 먹지 않습니다. 깨끗한 물 말고는 아무것도 못 먹어요." 의사가 리브의 말을 바로잡았다. - page 20 ~ 21
몇 개월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도 생존하여 기독교 신자들에게 기적의 상징으로 추앙받기 시작한 금식 소녀 '애나'.
이 아이가 특별한 방법으로 생존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2주간 꼼꼼한 간호사 둘이 24시간 교대로 애나 옆을 지킬 것이고 바로 자신 역시도 그렇게 고용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마음의 거리를 두고 냉정한 시선을 보내던 리브.
그런데...
애나가 아주 작은 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더 크게 말해보렴."
"저는 거부하는 게 아니에요, 신부님. 그냥 안 먹는 게예요."
아이가 말했다.
"하느님은 네 마음을 들여다보셔. 그리고 네 선한 의도에 충분히 감동하셨어. 이제 너한테 음식을 먹는 축복을 내려달라고 기도해보자."
새디어스 씨의 말에 수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page 225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
이 사랑스러운 소녀 애나를 둘러싼 어른들의 위선과 추악한 진실에 그만...
"마음 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애나가 속삭였다.
"아니, 안 괜찮아!"
"괜찮아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리브는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 아이를 도와주세요. 저를 도와주세요. 우리를 도와주세요.
하지만 들리는 거라곤 오직 침묵뿐이었다. - page 386
깊은 탄식이 나왔던 이 소설.
작가는 이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라 했지만 거의 50건에 가까운 이른바 '단식 소녀'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마냥 소설로만 치부할 수 없었던 이 이야기.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기 위해 종교적 기적과 신성함을 내세웠던 이들.
보지 않으려 하는 자만큼 눈이 먼 사람은 없다. - page 434
이 말이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화살이 되어 가슴에 박혀왔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 애나의 기도 소리가 아련히 남아 그만 눈물이 맺히고 말았습니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소녀를 위한 기도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