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이 외국의 대사로 발령받으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래도 부임할 현지 대사관에 연락해 현지 정보를 알아보고, 부임해서 우선적으로 만나야 할 외교 파트너들의 면면도 조사하고, 국제 이삿짐센터에도 연락하고, 주변에 이임 인사도 하는 등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그 준비 리스트에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하였으니 바로
"셰프를 잡는 일"
현지 대사의 관저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데 필요한 셰프를 확보해 모셔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왜?
그 해답은 프랑스의 신학자 자크베니슈 보쉬에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나라의 통치는 식탁에서 이뤄진다"
음식과 식사 시간을 잘 활용해 주변 인물들을 잘 다뤄야 제대로 된 통치가 이뤄질 수 있음에 외교에서도 국내 정치에서도 식탁의 중요성은 일찌감치, 그리고 충분히 인식되고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실제 음식을 외교에 적극 활용하는 '음식 외교'의 현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옥류관 냉면'
2018년 4월 27일 역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배달된 음식 '평양의 옥류관 냉면'.
평양 옥류관의 수석 요리사가 판문점까지 파견되어 만들어낸 이 냉면으로부터 한반도에 훈풍을 몰고 와 11년 만에 다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그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된 이 음식.
닝닝하면서도 중독성이 있다는 이 냉면.
언젠간 모든 이들이 나란히 앉아 먹는 날이 또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도 남겨봅니다.
음식을 함께 먹으면 백 마디 얘기를 나눈 것보다 깊은 정을 나눌 수 있다. 게다가 남북의 정상은 향수와 상징이 상징인 담긴 음식을 같이 먹었다. 그 힘으로 남북이 평화로 가는 길을 더 힘 있게 나갔으면 좋으련만 상황은 그렇게 여의치 못했다. 남북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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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70년 넘게 이념과 제도를 달리하면서 살았으니 생각을 같게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주 만나고, 먹고 마시는 걸 공유하고, 깊게 대화를 해나가면 안 될 일도 아니다.
...
그러기 위해선 남북정상이 더 자주 만나야 한다. 평양냉면뿐만 아니라 남한의 농민들이 즐기는 막걸리도 함께 하고 함경도와 양강도에서 해 먹는 '언 감자국수(얼어서 먹기 어려운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웃물은 버리고 밑에 가라앉은 전문을 모아 국수로 뽑아낸 것)'도 같이 먹는 자리를 한 번이라도 더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 활로를 만들어 나가는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가야 하는 것이다. - page 136 ~ 137
그리고 놀라웠던 '핫도그' 이야기.
형제 관계 같지만, 늘 사이가 좋은 형제 사이는 아니고, 애증이 섞인 관계인 미국과 영국.
루스벨트는 영국 왕을 초청했으면 완전 격식을 갖춘 정식 만찬으로 대접하고 회담해야 한다는 생각의 역발상으로 고매한 영국 왕이 미국 서민의 길거리 음식을 먹는 모습을 연출하면 미국인들에게 확 다가갈 것이라 생각해서 핫도그 점심을 생각해냈고 실제로도 미국인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고 하니 음식이란 백 마디 말보다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요르단 국경 넘나든 '도미'.
이스라엘과 요르단 정부가 비준한 평화협정 만찬의 메인 요리였던 도미.
만찬 책임자 이스라엘 총리실의 수석 주방장 샬롬 카도쉬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르단의 항구 아카바와 이스라엘의 항구 에일라트 사이를 오가며 사는 도미를 사용했다" 고 답해줬다. 그리고는 "이 도미처럼 두 나라도 이웃 국가들과 평화롭게 교류하며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 page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