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운다는 건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았습니다.
애정과 관심, 그리고 '수고스러움'.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엄마의 손길이 많은 수고스러움으로 가득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던 나.
우리가 식물들에게 주는 물은 보통 수돗물이다. 수돗물이든 뭐든 물이면 다 좋지만 그래도 이왕 키우는 식물들에게 조금 더 나은 물ㄷ을 주고 싶다면 수돗물을 받아 하루 정도 두었다 주는'수고스러움'을 자처해 보자. 하루 정도 받아 둔 물은 염소 성분이 날아가고 온도가 실온에 맞춰지기 때문에 그냥 주는 물보다 조금 더 좋다. 사람도 상온의 물을 마시는 게 몸에 좋듯 식물도 그러하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물은 좋지 않다. 물론 그 효과가 성장에 있어 극적인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니겠지만 이런 작은 '수고스러움'이 모여 당신을 보다 따뜻한 그린핑거, 식물러로 만들어 줄 것이다. 틀림없다! - page 23
'수고스러운' 일 뒤에는 누군가의 배려와 정성스런 마음이 있다. 냉장고 오른쪽 문 아래서 두 번째 칸 늘 있었던 엄마의 포도잼처럼 말이다.
그날의 엄마처럼, 잼을 만들며 생긴 포도주스에 얼음을 가득 넣어 한 컵 마시고 아이에게도 한 컵 내어준다. 엄마가 만드는 건 전부 맛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높이 들어 주는 내 아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시절 나로 돌아가 식탁에 앉아 포도잼을 휘휘 젓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향해 지금의 내 아이처럼 똑같이 말해 드렸다면 좋았겠다고. 그랬다면 나는, '오늘의 나'처럼 동그랗게 웃으며 날 쳐다보는 '우리 엄마' 얼굴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날도 꼴깍꼴깍 포도즙을 마시는 나를 향해 이미 동그랗게 웃고 계셨을지도 모르지. - page 24
오늘도 허리를 숙이고 작은 이파리들을 쓰다듬으며 젓가락 하나로 흙 사이사이 구멍을 내는 그녀.
이렇게 식물을 기르며 보살피는 행위가 결국 자신을 보살피는 일이라는 사실을 일러주었던 그녀.
그 시간은 또한 자신을 더 큰 세계로 연결시켜 집 밖의 식물과 자연도 살피게 만든다는 사실을 일러준 그녀.
식물을 키우는 이유를, 그래서 저도 반려 식물을 키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