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일기 - 적당히 거리를 둔 만큼 자라는 식물과 아이 키우기
권영경 지음 / 지금이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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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좋아하는, 그렇다고 식물을 잘 키우는 건 아닌 저는 유독 식물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대리만족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역시도 그런 이유로 이 책에 관심이 갔습니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에서 식물을 키우며 아이와 함께 길고 긴 팬데믹 기간의 실내 생활을 이겨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식물을 잘 키우는 비법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에 식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엄마로 공감하며 위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가꾸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나눠주는 식물 육아 일기.

저처럼 지친 마음 잠시나마 달래 보시는 건 어떨지.

식물을 키우며 나는 자주 웃는다

이제 당신도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떡갈잎 고무나무에 핀 새 이파리가 부디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길...

식물일기



식물을 키운다는 건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았습니다.

애정과 관심, 그리고 '수고스러움'.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엄마의 손길이 많은 수고스러움으로 가득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던 나.

우리가 식물들에게 주는 물은 보통 수돗물이다. 수돗물이든 뭐든 물이면 다 좋지만 그래도 이왕 키우는 식물들에게 조금 더 나은 물ㄷ을 주고 싶다면 수돗물을 받아 하루 정도 두었다 주는'수고스러움'을 자처해 보자. 하루 정도 받아 둔 물은 염소 성분이 날아가고 온도가 실온에 맞춰지기 때문에 그냥 주는 물보다 조금 더 좋다. 사람도 상온의 물을 마시는 게 몸에 좋듯 식물도 그러하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물은 좋지 않다. 물론 그 효과가 성장에 있어 극적인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니겠지만 이런 작은 '수고스러움'이 모여 당신을 보다 따뜻한 그린핑거, 식물러로 만들어 줄 것이다. 틀림없다! - page 23

'수고스러운' 일 뒤에는 누군가의 배려와 정성스런 마음이 있다. 냉장고 오른쪽 문 아래서 두 번째 칸 늘 있었던 엄마의 포도잼처럼 말이다.

그날의 엄마처럼, 잼을 만들며 생긴 포도주스에 얼음을 가득 넣어 한 컵 마시고 아이에게도 한 컵 내어준다. 엄마가 만드는 건 전부 맛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높이 들어 주는 내 아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시절 나로 돌아가 식탁에 앉아 포도잼을 휘휘 젓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향해 지금의 내 아이처럼 똑같이 말해 드렸다면 좋았겠다고. 그랬다면 나는, '오늘의 나'처럼 동그랗게 웃으며 날 쳐다보는 '우리 엄마' 얼굴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날도 꼴깍꼴깍 포도즙을 마시는 나를 향해 이미 동그랗게 웃고 계셨을지도 모르지. - page 24

오늘도 허리를 숙이고 작은 이파리들을 쓰다듬으며 젓가락 하나로 흙 사이사이 구멍을 내는 그녀.

이렇게 식물을 기르며 보살피는 행위가 결국 자신을 보살피는 일이라는 사실을 일러주었던 그녀.

그 시간은 또한 자신을 더 큰 세계로 연결시켜 집 밖의 식물과 자연도 살피게 만든다는 사실을 일러준 그녀.

식물을 키우는 이유를, 그래서 저도 반려 식물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책 속엔 전문적으로 쉽게 키울 수 있거나 키우는 재미가 쏠쏠한 식물의 종류, 식물 퇴비, 천연 살충제 만드는 법, 물주기 단기속성 5단계, 분갈이법 등 식물을 잘 키우는 비법을 알려 주고 있었기에 저같이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죽일까 망설이던 이에게 용기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읽은 뒤 마음속엔 뭔가 단단해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 속에도 하나의 씨앗이 심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저도 용기를 내어볼까요...!

모든 시작은 기다림 끝에 딸려 나온다. 세기의 역병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은 마치 새싹을 틔우기 전 알맞은 조건을 기다리는 씨앗과도 같은 상태에 멈춰있다. 지금 우리들의 시간은 곧 적절한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대담한 씨앗들처럼! 그리고 올해 열매를 못 맺으면 또 어떤가. 우리에겐 다음 계절이 있다.

이제 일어나 바닥에 다리를 굳게 딛고 빛을 향해 고개를 돌려야겠다.

엉덩이도 좌우로 좀 흔들어 볼까?

흔들흔들. - page 166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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