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지평선과 수평선이 만나는 경계가 신비로이 내다보이는 이곳, 제주 내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곳이라는 '오름'이라 불리는 이곳에 다섯 명의 수사들이 엄숙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에덴 수도원'으로...
그들은 원로 수사 도미니코가 주님 곁으로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기에 장례미사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이나 세상에 속한 것들을 사랑하지 마십시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마음속에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체의 쾌락과 눈의 쾌락을 좇는 것이나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은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고 세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말씀이 제가 저 관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 page 21
도미니코는 그렇게 다섯 명의 수사들이 미숙한 솜씨로나마 힘을 합쳐 만든, 볼품없는 관에 안치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로부터 비롯되었기에...
바로 '청빈'.
검소를 넘어 가난한 삶을 사랑가는 것이 수사의 본분이었기에 그것을 증명하듯 에덴의 수사들은 35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날씨에도 그 흔한 에어컨 한 대 없었고 수도복과 신발, 양말에 심지어 속옷까지 기워 입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주님의 뜻을 따르며 서로를 사랑하며 세상 그 어떤 부귀영화보다 충만한 삶을 살고 있었던 그들에게...
"살려주세요!!!"
비바람 치던 어느 날 현관문 앞에 웬 시커먼 장발의 남자가 우뚝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없이 괴기스러운 모습의 그.
"안녕하세요. 김영철이라고 합니다.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가 제주에 온 이유는 좋은 추억도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꼭 다시 와보고 싶었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
돈이 모이면 이상하게 사람들이 다가와 뺏기고...
누구를 탓할수록 자신의 잘못이란 생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던 영철은 수사들과 대화를 통해
프렌체스코는 인자하게 웃었다.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을 간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스스로 세상을 떠나려는 마음을 먹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부탁입니다."
영철은 벙찐 채 수사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영철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내 환히 웃으며 끄덕였다.
"꼭 그럴게요."
"아멘!" - page 68
삶의 의지를 얻게 되었고 그 보답으로 로또 한 장을 헌금으로 건넵니다.
제 1234회 추첨. 1, 3, 5, 7, 9, 11
마침 오늘이 토요일이었기에, 로또 추첨 방송도 끝난 시간이기에 결과를 확인해 보고 싶은 욕구로 검색해 본 결과...
제1234회 차. 당첨 번호. 1, 3, 5, 7, 9, 11.
이번 주 1등 당첨금. 60억.
"주여!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저것은 한낱 종이일 뿐입니다! 아버지!!!" - page 80
다음 날 이 소식을 영철에게 전해주고자 그가 잠든 방에 들어갔더니
영철은 두 손을 배 위에 곱게 모으고 잠들어 있었다. 원래 눈을 뜨고 자는 습관이 있는지 두 눈도 시퍼렇게 뜬 채였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도 있나.
영철은 이가 훤히 드러날 만큼 활짝 웃고 있었다. 마치 박장대소하는 굴비처럼 그대로 누워 있었다. 라자로는 그제야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건......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 page 92
영철에게 의중을 묻고자 했지만 그는 이미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에덴 수도원의 우물물처럼 그의 죽음도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두려웠던 수도사들은 시체를 은밀히 처리하려고 하지만 영철의 복권 존재를 아는 그의 여친 수빈이 찾아오고 수빈을 쫓아 사채업자들이 오고 수도사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시청 공무원 범준까지!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들이 펼쳐지게 되는데...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쳤으며, 도둑질에 폭력, 시체 유기까지 저지르고 만 수도사들.
가장 저돌적인 욕망의 레이스가 이 '로또 한 장'으로부터 펼쳐지게 되는데...
이 사건의 끝은 어떻게 될지...
직접 소설을 읽고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와!
쉼 없이 몰아치는 전개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선악과였던 '로또'.
이로 인해
"원장 수사님. 이건 아무래도 아닙니다.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 위험천만한 데다 영철 형제를 집어던지는 것도 할 짓이 못 될뿐더러, 지금 저 수사님들은 상태가 이상합니다. 제가 알던 분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 page 215
수사이기 전 인간의 본성이 엿보였던 이들의 모습.
어제의 그들에게는 믿음이 있었고, 지금의 그들에게는 믿음이 없어진 모습에서 마냥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나 프렌체스코 역시도 이런 일에 동참하게 된 이유가...
"10여 년 전만 해도 저 안뜰에는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을 갈구하던 분들이었지요.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들이 믿는 것이 주님이 아니라 우물의 기적이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우물은 우상이나 다름없을 테니까요. 불안은 현실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즈음 여러분은 아예 주님의 품을 떠나버린 것도 모자라 에덴을 손가락질하며 돌을 던지더군요. 저는 그런 여러분이 증오스러웠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죄수였고, 이곳은 교도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바깥세상을 내다봤습니다. 두렵더군요. 주님 울타리 밖에서는 여러분의 손가락질을 감당하기가 무서웠습니다. 하다못해 50년을 옥살이한 영화 속 노인도 그럴진대, 칠십 평생인 저는 오죽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교도소나 다름없다 할지언정 이곳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이곳이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 page 435 ~ 436
이 고백이 참 뭉클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실로 재미났습니다.
그리고 재미 뒤에 아련함이 남아 그들의 모습이 쉬이 잊히지 않았었습니다.
저마다 짊어진 인생의 무게에 대해...
그야말로
더 게스트(Te Guest). 볼수록 참 마음에 드는 제목이었다. - page 476
이 문장이 제 감정을 대변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