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도둑이다. 그가 훔치는 것은 꿈이다. 훔치는 것이 꿈이라는 것 말고는 여타 도둑들과 다를 바 없다. 어두운 집에 몰래 들어가 집주인이 잠을 나는지 확인하고, 훔친다. 훔친 꿈은 마개 달린 유리병에 보관하여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간다. - page 7
하루에 하나씩 꿈을 훔치고 모은 꿈을 한 달에 한 번 꿈 수집가에게 가져다주면 그로부터 돈을 받으며 살아가는 그.
언제부터 이런 일을 했는지, 몇 살인지 아는 사람은, 아니 자신조차도 모르며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꿈을 훔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할 일이 생기게 됩니다.
"아저씨가 내 꿈을 훔쳐 갔지?"
...
"돌려줘! 내 꿈 돌려주라고!" - page 16
자신을 향해 덜컥 소리를 지르는 소년.
일기 마지막 줄에 오늘은 얼마만큼의 돈을 저금했는지 기록하는 소년은 무엇 때문에 돈을 모았는지 잊어버렸다며 그에게 그걸 찾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워낙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기에 소년과 함께 꿈 수집가에게 찾아가지만
"얘야, 너에게 과연 꿈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구나."
...
"넌 원래 이 돈을 모으던 목적, 그러니까 꿈을 잃어버렸지만,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되찾으려고 하지 않니? 그럼 새로운 꿈을 가진 거나 다름없는 거지."
소년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멍한 표정으로 수집가의 주름진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겐 새로운 꿈이 있는 거야. 꿈을 잃었지만, 다시 가지겠다는 그런 꿈이." - page 32 ~ 33
결국 수집가의 집을 나온 소년과 도둑.
그렇게 헤어지나 싶었는데 다음날 소년은 머그잔과 함께 가끔 놀러 오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간 것이었습니다.
도둑은 머그잔을 들어 찬장에 올렸다. 거기에는 원래 가지고 있던 단 하나의 머그잔이 있었다. 초록색의 개구리 그림은 찬장에 자리하고 있던 회색빛 머그잔과 지독히 어울리지 않았지만, 도둑은 이건 이거대로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page 39
여느 때처럼 최대한 가볍게 손끝을 이마 끝에 대고 꿈을 훔치면 보통은 깨지 않는데 가늘게 실눈을 뜬 여자.
당혹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도둑에게
"저기요! 아저씨!"
여자가 따라오지 않고 멀리서 도둑을 불렀다. 도둑은 귀찮아지기 싫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저씨! 고마워요!" - page 88
도둑의 일과는 정반대인 '고맙다'라는 말.
이 한마디가 몹시나 마음에 걸렸는데 우연히 또 마주치게 된 그녀.
동업을 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네. 꿈이 필요하시니까 훔치시지요?"
"그렇지."
"제가 꿈을 그냥 드릴 테니까요. 그럼 편하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
"돈은 필요 없어요. 제 꿈을 그냥 드릴게요."
"그냥?"
"예. 제 꿈을 그냥 가져가세요." - page 102 ~ 103
그동안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며, 남들과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살아가던 도둑에게 소년과 여자로부터 대화하며 공유하는 사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다음에."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작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예?"
"다음에 가자."
소년은 한참 동안 도둑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웃었다. - page 252
그리고 도둑은 여자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지금껏 시도해 본 적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데...
마침내 꿈이 되어, 꿈의 몸으로, 꿈꾸기 시작합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나씩 훔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두 개 세 개 훔치고, 꿈을 꾸게 했으니. 가지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아마도 사람들은 꿈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위해서 노력하기에 지치나 보다. 그래서 잠이 드나 보다. 사람들이 하루가 끝나갈 무렵 지쳐 쓰러져 잠들듯이, 도둑은 그렇게 잠이 쏟아졌다. 최초로. - page 427
감동과 위로를 받게 해 준 힐링 소설.
덕분에 '꿈'을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꿈이란 무엇일까...
마냥 허황되고 보잘것없다고 치부했던 것은 아닐까... 란 반성도 하게 되고 그럼에도 우리는 '꿈' 덕분에 살아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
오늘 밤, 도둑이 당신의 꿈을 훔치러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마주치게 된다면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