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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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역자의 말에 이 소설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런데, 번역을 끝내고 무심코 비교해본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기이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혹시 몰라서 비교해본 결과 내가 원본으로 삼은 책과 처음 영국에서 출판된 원본의 결말 문단이 현저히 달랐던 것이다. - page 6

와!

이왕 읽는 거 제대로 된 번역 소설에 눈길이 가기 마련.

과연 '투명인간'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무엇일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못된 짓을 하다 궁지에 몰려 죽은 사나이"인가

"세상에 둘도 없는 재능 있는 물리학자"인가?

투명인간



그 이방인은 2월 초, 그해 마지막 폭설이 내린 어느 겨울날, 날 선 바람과 세찬 눈보라 속을 뚫고, 두꺼운 장갑을 낀 손에 작은 검은색 여행 가방을 들고 브램블허스트 기차역으로부터 언덕진 초원지를 넘어 걸어 올라왔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감쌌는데, 부드러운 중절모 챙이 반짝이는 그의 코끝을 제외한 얼굴 전부를 빈틈없이 가리고 있었다. - page 13

흡사 산송장처럼 비틀거리며 <역마차>안으로 들어온 그의 모습을 본 홀 부인은

"저 불쌍한 영혼은 사고가 나서 수술 같은 걸 겪었을 거야." 홀 부인이 말했다. "무엇 때문에 붕대를 두르고 있겠어, 틀림없다니까!" - page 19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무시하는 듯한 그의 태도는 그녀를 화나게 했고 투숙한 순간부터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러다 그가 수화물을 찾으러 가다 화물 집배원 개가 그에게 달려들었고 걱정이 되어 쫓아갔더니...

그는 믿을 수 없는 것을 얼핏 보았는데, 팔 없는 손이 그를 향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희고 창백한 팬지꽃 같은 세 개의 크고 불명확한 반점이 나 있는 얼굴을 본 듯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무언가에 가슴을 심하게 얻어맞고 뒤로 나자빠졌으며, 문이 그의 면전에서 쾅 하고 닫혔다. 그것은 그가 인지할 시간도 없을 만큼 너무도 빠르게 일어난 일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형체들의 흔들림, 한 방의 타격과 충격. - page 36 ~ 37

그의 등장 이후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들 때문에 결국 그는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게 되었고 사람들은 공포와 혼란으로 결국 투명인간은 쫓겨나게 됩니다.

투명인간은 도망가다 토머스 마블을 만나게 되고 조력자가 되어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메모 책자와 옷가지를 찾으러 갔다가 그의 존재에 대해 신문에 대서특필이 되게 되고 마블의 배신으로 상처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켐프 박사의 집에 들어가게 된 투명인간.

알고 보니 켐프는 유니버시티 대학 동창이었습니다.

"나는 그리핀이오. 유니버시티 대학의, 나는 나를 보이지 않게 만들었소. 그저 예전과 같은 사람이오. ... 당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 것 뿐이오."

"그리핀이라고?" 켐프가 말했다.

"그래요. 그리핀." 목소리가 말했다. "당신보다 어린 학생으로, 거의 알비노 같았고, 180센티 키에, 우람하고, 분홍빛 흰 얼굴에 붉은 눈을 가졌던, 화학으로 메달을 따기도 했던 사람 말이오." - page 154

그간 일어난 일을 고백하는 그리핀.

몸을 투명하게 하는 연구를 하였고 그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러웠지만 성공을 했고 자신의 흔적을 덮기 위해 하숙집에 불을 질렀다는 사실을...

그리고는 켐프에게 동맹을 맺고 공포정치를 하려는 야심을 드러냈고 그리핀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 생각하고는 그를 배신하게 됩니다.

결국 그의 최후는...



사실 어릴 적엔 이런 상상을 많이 했었습니다.

투명인간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좋은 점만 떠오르곤 했는데...

그리핀도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고 이런 말을 건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켐프. 나는 절실히 깨닫게 되었소. 투명인간이 되는 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리석은 짓이라는걸. 더군다나 춥고 사나운 기후와 번잡한 문명 도시 속에서는 말이오. 이 미친 실험을 하기 전에 나는 수천 가지 이점을 꿈꿨지만 그날 오후 그 모든 게 단점으로 보였소. 나는 사람들이 바랄 만한 것들에 대해 헤아려 보았소. 의심의 여지없이 다른 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것들을 얻는 걸 가능하게 만들지만, 막상 그것들을 얻었을 때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게 만들었소. 어딘가를 열망한들, 거기 나다닐 수 없다면 최고의 장소라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겠소? 여자의 이름이 델릴라가 분명하다 한들 그 여자의 사랑이 무슨 가치가 있겠소? 나는 정치에도, 명성에도, 박애에도, 스포츠에도 관심이 없었소.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었겠소? 그리고 이 때문에 나는 불가사의한, 붕대로 휘감은 인간의 캐리커처가 된 거요! - page 234 ~ 235

천재 물리학자였던 그리핀.

하지만 끔찍한 환경에 자신의 광기가 더해져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그리핀.

자신의 욕망이 결국 화를 불러일으켰던 그가 참 안쓰러웠습니다.

'나쁜 과학자 그리핀'의 소설로 읽을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과학 철학 소설'로 읽을지.

저의 선택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과학 철학 소설'이라고 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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