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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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처럼 순수한 마음이 오랫동안 간직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새 그 시선과 마음은 잃어버리고 지쳐있는 저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곤 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책 역시도 마냥 마음을 기대고 싶었습니다.

티 없이 해맑은 그들이 그려낼 이야기.

어떨까...!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

나의 문장이었을 아이들의 문장으로

조금 더 단순한 내일을 살기를"

어린이의 문장



아이들과 만난 지 23년째, 내리 8년을 2학년 초등학생의 담임으로 일하고 있는 '정혜영' 작가.

작가는 3월부터 반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한다고 합니다.

아무거나, 아무렇게 써도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되는 순수한 글쓰기를 이때 안 해보면 언제 맘껏 해볼 것인가. - page 8

라는 믿음 아래 아홉 살 아이들과 글쓰기를 지속하게 되고 덕분에 우리는 아이들의 어느 때보다 호기롭고 투명한 시선을 엿볼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오르게 됩니다.

맞아. 나도 그랬었지.

씁쓸하다가도 어느새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였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일러준...

어린이의 마음을 만나 잊고 있던 각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현재의 자신을 좀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그랬듯,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뭉클하며 때로는 호기로운 어린이들의 말과 글, 문장들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리라 믿는다. - page 10 ~ 11

덕분에 제 시선도 한결 가볍고도 다정해졌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딱 초등학생 2학년입니다.

2학년이 되면서 학교에서 '일기' 숙제라고는 하지만 주제를 정해서 마음껏 글을 써 오라고 하십니다.

아마 이 책의 선생님과도 같은 듯한...?!

아무튼 아이가 일기 숙제가 있을 때면 머리를 쥐어짜면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하는데 매번 쓸 때마다

너무너무 좋았다.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로 한 줄을 채우길래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했었는데...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글, 이보다 정직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이 피어난 자리에서 솔직하게 써 내려간 아이들의 글은 어떻게 조금 더 수려하게 글을 쓸지, 미사여구나 고민하는 나에게 정신을 차리라 한다. 솔직함이 묻어난 아이들의 글은 언제나 읽는 이의 마음을 훅 끌어당긴다. - page 55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것을 말로 다 설명해 내기엔 어휘가 부족하기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거였구나...

앞으론 그저 응원만 해 주는 걸로 제 태도를 바꿔야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되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아이의 공개수업에 참관하였었는데...

그런 아이들도 이건 꿈에도 모를 것이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어깨를 쫙 펴고 당당히 아이들의 뒤에 서서 자신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는 엄마, 아빠가 실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엄마, 아빠는 처음이라 서투르다는걸. 아이의 어떤 면이 꼭 어릴 적 맘ㅇ에 들지 않던 자기 모습 같아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채근하고 잔소리쟁이가 되어버린다는걸. 그래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은 어쩌면 어린 시절에 워낙 많이 들어서 귀에 인이 박인 말일 수도 있다는걸. - page 96 ~ 97

그 전날 엄청 긴장했고 교실에 들어선 순간에도 너무 떨려서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던 것을...

잔소리쟁이가 되지 말자는 다짐이 매 순간 깨지는 것을...

그런 저에게 이 말은 참 곱씹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근엄하고 때로는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엄마, 아빠는 자신의 아이가 처음이다. 그러니 아이를, 아이의 마음을 다 모른다고 하여 어찌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만 자식은 어린 시절의 자신이 아니니 아이의 마음을 정성껏 들여다보다야 한다. 어제보다 나은 어마, 아빠가 되기 위해 오늘 더 노력해야 한다. 먹고사느라 여유가 없었던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잘 해내지 못한 일이더라도 오늘의 나는 과감히 해내야 하는 일이다. 내가 더 나아져야 내 아이도 지금의 나보다 더 나아질 테니까. - page 97

맑고 담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로 다가왔었습니다.

부디 그 마음이, 그 시선이 보다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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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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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말랑말랑한 아이들의 글과 따스한 시선으로부터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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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고독 - 황야에서 보낸 침묵의 날들
에드워드 애비 지음, 황의방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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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소로'로 불렸던 생태주의 작가 '에드워드 애비'.

솔직히 생소했지만 이미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미국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하니, 무엇보다 '생태주의 고전'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고독의 웅변가 애비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을까...

"야생은 문명을 보완하고 완성한다"

50년 이상 사랑받으며 생태주의 문학의 최고봉에 오른 걸작

사막의 고독



이 책은 1956년 여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해 여름, 당시 그곳은 너무 외진 곳이라 도로는 곳곳이 바위투성이로 거칠었고 그 덕분에 그곳을 찾는 관광객도 거의 드물었던 유타주의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공원 관리원으로 일한 그.

대부분의 시간을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거나 잠깐 스쳐 지나가는 호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또는 숨겨진 자연의 경이를 찾아 협곡을 탐험하면서 일기를 썼다고 하였습니다.

고독한 생활 속에서 야생동물 , 책, 꽃, 새, 생각, 느낌 등 자신의 경험담을 기록했지만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경험담에 그치지 않고, 아름답고 자유롭지만 동시에 잔인하고 고립된, 역설로서의 사막과 인간의 고독에 대한 성찰로 가득한 '철학적 회고록'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소로의 『월든』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던 이 책.

마음이 평온해지기보다는 야생의 날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고독함과 갈증으로 쉬이 마음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황야'라는 단어가 이토록 매력적일 줄이야...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황야라는 말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알았던 잃어버린 아메리카에 대한 감상적인 향수만은 아니다. 황야라는 말은 과거와 미지의 세계, 우리 모두의 고향인 대지의 자궁을 암시한다. 그것은 잃어버렸으면서 아직 있는 어떤 것, 외지면서도 동시에 아주 가까이 있는 어떤 것, 우리 피와 신경에 묻힌 어떤 것, 우리를 초월한 무한한 어떤 것을 뜻한다. 우리가 흘려버려서는 안 될 낭만을 뜻하기도 한다. 낭만적 관점이 전적으로 진실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진실의 필요한 일부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황야에 대한 사랑은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증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또한 지구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구는 우리를 낳아 주었고 길러 준, 우리가 알게 될 유일한 고향이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일한 낙원이다. 원죄, 진정한 원죄는 탐욕 때문에 우리 주위의 자연이란 낙원을 맹목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 page 277

황야는 인간의 영혼에 꼭 필요한 필수품이며 문명이 얼마 남지 않은 야생의 세계, 원시의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생명의 원천과의 고리를 끊어 버리는 것이며 문명 자체의 원칙을 배반하는 것이며 이로써 인류는 결국 지구로부터 추방된 망명자가 될 것이라 외치는 그.

숙연해졌습니다.

저 너머 나의 고향,

이제 생각이 나네.

먼 산을 볼 때마다

나는 우네.

나는 우네.

고향을 생각하며.

- 지아족 인디언들이 부른 향수의 노래

읽으면서 저 역시도 그곳의 풍경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하나의 바위, 하나의 나무처럼 사막 속에 어느새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도 되었고...

그 느낌이 딱 이 이야기와도 닮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밖의 생활을 즐긴다고 다른 형태의 격리, 마음의 고독한 감금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고. 트레일러 안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식탁 앞에 앉았을 때 불현듯 내가 혼자라는 느낌이 다가오는 고약한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은 이곳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특히 자주 찾아왔었다. 식탁 맞은편에 아무도 없다는 것, 혼자라는 인식은 외로움이 되었고 그 느낌은 고독보다 더 좋은 것, 고독보다 더 좋은 유일한 것이 사람들과의 교유라는 사실을 나에게 상기시켜 줄 만큼 강했다. - page 175

항상 시작이 있다면 그 끝도 있는 법.

쌉싸름한 아쉬움으로 마침표보단 말 줄임표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움직이고, 모은 것은 변한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변하는 이 영원한 순간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page 424

과도한 개발과 그로 인한 환경 파괴는 지금도 어디선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과연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성찰이, 우리가 위태로운 자연을 지구를 구할 수 있을지를 침묵으로 묻고 있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하기에 이 책은 모두가 읽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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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물리학
블라트코 베드럴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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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그토록 싫었던 '물리'.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물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고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곤 하지만...

관심만큼 도통 이해하기란 어렵고...

그럼에도 찾아 읽는 것이 흥미롭기만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책 표지를 보니 익숙한 이가 등장하였습니다.

'고양이'.

저 고양이를 좇아가면 뭔가 흥미로운 일들이 펼쳐질 것만 같은 기분이...

살금살금 좇아가보았습니다.

"과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슈뢰딩거 고양이부터 양자 컴퓨터까지

복잡한 세상을 탐구하는 물리학의 쓸모

고양이와 물리학



이 책은 '블라트코 베를럴' 교수가 옥스퍼드의 하트퍼드 칼리지에서 열린 만찬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양자물리학자인 그를 비롯해 화학자, 생물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까지 각 분야의 석학들이 모인 자리에서

"블라트코, 우리에게 다음으로 주어진 가장 큰 도전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이에 머리가 허락하기도 전에 말이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는데

"우리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의 간극에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

"좀 더 덧붙여 말씀드리죠. 여러분이 하는 과학 중에 우리 양자물리학자처럼 미세한 세계를 다루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존재하는 가장 작은 규모를 연구하고 있죠. 감히 제안하는데, 우리 양자물리학자들이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만 있다면 여러분의 간극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지에 될 겁니다!"

라 대답하고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미시 세계의 양자 현상과 거시 세계에서 다루는 복잡계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 온 물리학자의 여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총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옥스퍼드에서는 물리학을, 화학의 좀 더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베이징과 만리장성으로 날아가고, 싱가포르에서는 생물학을, 경제학을 위해서는 두바이의 메탈리카 공연장까지 갔다가 마침내 사회과학이 가는 길에 갈채를 보내며 벨기에 극장에서 마무리를 짓는 여행하는데 여행 내내 이 질문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간극은 과학하는 방법의 본질인가?

언젠가 이 간극이 모두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인가?

연결과 완성에 대한 열망은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과 동기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만약 이처럼 지연된 처방을 전달하는 것이 과학의 일이라면, 그것은 인류를 진정으로 구원할 대통합을 방해하는 이 간극들을 폐쇄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 page 34

읽으면 읽을수록 물리학이란 학문은 자연과학을 훌쩍 뛰어넘어 기존의 이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키며 다른 분야에서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어내는 학문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또다시 상기시켜주었습니다.

그럼 간극이 좁혀지면 무엇이 좋을까? 란 의문이 들기 마련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와 매크로의 통합은 우리에게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우주 전체를 하나의 이론으로 이해하게 됐다는 데서 오는 영적인 충만함이 있다는 것을.

또한 우주여행의 실현 가능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양자와 중력의 간극에 다리가 놓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술적 이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간극에 다리를 놓는 '물리학'이라는 강력한 무기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을 저자는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로 풀어썼기에 쉽게 읽히겠지만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될 뻔했던 이 책.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겠지만 물리에 친숙해지기 위한 이들에겐 입문서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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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리커버 특별판)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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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추천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언젠간 읽어봐야지!' 결심만 하고는 시간이 흐르게 되었고...

이제서야 그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벽이었습니다.

쉬울 듯하지만 어려운...

읽고 나서도 선뜻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 이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급선무였고 그렇게 접근하니 재미도, 와닿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 책을 읽은 이들로부터 '시'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글이라 하였습니다.

저자 역시도 책의 서문에서 일러두었습니다.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이 시인들과 저의 한결같은 바람이랍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그간 잊고 지낸 혹은 새로운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삶의 언어와 인생시를 만나보시길, 그리하여 인생의 문을 활짝 열고 멋지게 활보하시길 기원합니다. - page 7

진정 시의 매력을, 그리고 나의 인생시 역시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고된 일상 속,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소환하는

정재찬 교수의 시로 배우는 인생 수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요즘의 제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이 길을 가고 있는 겐지 알다가도 모를 운명 속에서 오늘도 웃다가 울다가, 애써 버티다가 허위허위 떠내려가다가, 문득 돌아보니 또 다른 길목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마흔의 길목에 들어서면서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더라도 저마다 다르고, 때마다 다른 답이 있기에 힘겹기만 한데...

그럴 때 시로 듣는 인생론이 꽤 좋을 거라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시'가 유리창과 같기에,

유리창 안팎을 넘나드는 산들바람이 신선한 공기를 환기하듯 우리 삶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기 때문에

시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과 마주할 양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열네 가지 시 강의가 담겨 있었습니다.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건강, 관계, 소유 등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관한 지혜를 60여 편의 시에서 찾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시는 인생에 대한 통찰과 성찰을 담은, 아니 그 자체가 삶을 응축한 또 하나의 인생이기 때문에...

단순히 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문세의 <옛사랑> 같은 흘러간 가요나 <어린 왕자>, 알랭 드 보통 등의 명저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배우고,

BTS의 <Intro : Persona>나 영화 <기생충> 등 신드롬이 된 대중문화를 통해 내면 깊이 들여다보며,

고려가요 <청산별곡> 과 TV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고독의 가치를 되새기는 등

다채로운 언어의 향연 속에서 우리네 일상을, 인생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때론 눈물이 흘렀고 공감과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제 삶은 '돌봄'이란 키워드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돌봄과 돌봄을 받는 인생의 순리를 이야기하는데...

먹먹하고도 찡했습니다.

이시영 시인의 <성장>은



손을 꼭 잡은 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며 돌보던 우리 아이.

그런 아이에게 조금씩 제 손길이 줄어듦에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속울음 삼키며 단호히 돌아서야 하는 것.

자녀의 올곧은 성장을 위해 돌봄과 기다림과 떠남의 과정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모의 몫이 참 무겁게 다가왔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어린 강물은 기억할 것입니다. 엄마는 참 좋은 엄마였다고, 그리고 아빠를 존경한다고. - page 81

그리고 이 시를 읽는데...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주용일

별 밤, 아내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한다. 그녀도 처음에는 저 별들처

럼 얼마나 신비롭고 빛나는 존재였던가. 오늘 저녁 아내는 내 등에

붙은 파리를 보며 파리는 업어주고 자기는 없어주지 않는다고 투정

을 부린다. 연애시절엔 아내를 많이도 업어주었다. 그때는 아내도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다. 삶이 힘겨운 만큼 아내도 조금씩 무거워

지며 나는 등에서 자꾸 아내를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가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는 내 마음속

에서 뜨고 지던 별들이며 노래들을 생각한다. 사랑, 평등, 신, 자유,

고귀함 이런 단어들이 내 가슴에서 떴다 사위어가는 동안 내 머리

는 벗겨지고 나는 티끌처럼 작아졌다. 새들의 지저귐처럼 내 마음

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노래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동안 내 영혼은

조금씩 은하수 저쪽으로 흘러갔다.

이제 내게 남아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루지 못한 꿈들이며, 가엾

고 지친 영혼이며, 닳아버린 목숨이며, 애초에는 없던 가족, 집과

자동차, 보험금, 명예 이런 것들이 별이 뜨고 지던, 노래가 생겨나

던 마음을 채워버렸다. 별이 뜨지 않는 밤하늘을 한 번도 생각해보

지 않았는데, 노래가 없는 생을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았는데 그런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오르페, 2016)

미묘했던 감정...

이제 별이 빛나는 밤을 서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서 여운으로 남았었습니다.



'시'라는 언어가 주는 매력을 물씬 느끼게 되었던, 그동안 묵혀졌던 내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 한 마디가 의미 있을까...

각자가 읽고 느끼는 것만큼 더 좋은 건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덕분에 나로 인해 쓰여질 시가 무엇이 될지 기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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