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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오는 편지 - 최돈선의 저녁편지
최돈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평점 :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어오는 요즘.
괜시리 가슴까지 시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따뜻하게 해 줄 책을 읽고자 하는데 마침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목부터 정겹게 느껴지는
『느리게 오는 편지』
'편지'라는 단어에서 오는 정감을 얻고자 책장을 펼쳤습니다.
책의 목차마저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그가 시인으로 작품을 썼었기에 사용하는 문체가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 그리움이 나를 부르면
2. 사랑이 나를 만질 때
3. 슬픔이 나를 찾거든
4. 아름다움이 나를 적시거든
큰 제목들이 이 편지들의 내용을 대변해 주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잔잔하게 그리고 때론 아련하게 다가왔습니다.
'왜가리 선생님'의 말씀에서
"이 사람아, 사람은 죽어서야 그리워지는 법일세." - page 40
"이 녀석아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있는 거야. 그게 인간이란다" - page 42
"세상엔 믿지 못할 일이 참으로 많지. 그게 인생이란 거다." - page 46
라는 말은 무심코 던지셨지만 그 말의 깊이는 너무나도 깊게만 느껴졌습니다.
그의 편지에서는 따뜻한 말은 없습니다.
다만 그의 평범한 일상 속의 내용이 우리에게 따뜻함을 선사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말이 와 닿았습니다.
꿀은 쾌락과 욕망이 아니라 자연이나 신이 주는 은혜일지도 모릅니다. 꿀을 먹고 힘을 내 난관을 극복하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마음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생이란 결코 위태롭거나 어두운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이 생각이 어쩌면 삶의 지혜요, 힘일지도 모릅니다. - page 192
그래서일까요?
'꿀'이 들어간 과자가 한참 인기를 끌고 기운이 없을 때면 달달한 것을 찾는 건 아무래도 힘을 내라는 메세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 편지는 제 마음 깊은 곳에 다다르기엔 느리게 다가왔습니다.
그 감동을 전달받기엔 그의 생각과 제 생각이 더해질 때 비로소 의미가 더해지고 제 것이 되었습니다.
저의 일상도 한 순간마다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간다면 삶의 크기가 더욱 풍성해 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 뒷표지에 적혀 있던 문구.
이 가을, 밤이 오면 알밤 줍듯이 알차고 빛나는 별들을 주우세요
당신의 마음 안에 차랑차랑 떨어지는 마음의 별을요
오늘 밤부터 제 마음의 별들을 주워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