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이어 온 우리의 사랑을 끝낸 것은 단 한 줄의 메시지였다. - page 10
배달 라이더 '온종일'은 퇴근 후 여자 친구 '한다정'과 코인 노래방에 놀러 갑니다.
처음 만났던 날에도 이 둘은 노래방에 갔었고 부르지 말아야 할 곡 <고해>를 불렀었습니다.
종일이 노래를 부르는 내내 이를 악물고 웃음을 참던 다정이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리고 또다시 부른 <고해>를 부르던 중 다정이가 마이크를 잡고 종일이에게 말합니다.
"온종일! 우리 같이 살래? 온종일! 우리 그냥 같이 살자!" - page 14
다정이의 청혼에 종일도 그녀와의 결혼을 줄곧 꿈꿔 왔지만, 도저히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었던 그는 못 들은 척 간주 점프 버튼을 누르고 어색하게 노래를 이어 부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 그만하자.
다정에게서 이별 통보가 담긴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실연의 아픔에 빠져 있던 종일.
얼마 뒤 다정의 집 주소로 된 배탈 콜을 받게 됩니다.
망설일 틈 없이 그녀의 집으로 배달을 가게 되었는데 문틈으로 웬 낯선 남자의 손이 나와 음식을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대성통곡을 하며 절친한 친구들인 만년 고시생 '전순경'과 편의점 사장 '정정석'에게 이 사실을 말하게 됩니다.
순경은 <고해>를 불러서 그렇다며 종일을 욕하고, 대문자 T인 정석은 공감 대신 질문 폭격을 쏟아붓습니다.
그러다 뭔가 이 상황이 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지?"
정석의 말에 순경이 대답했다.
"두말하면 입 아프지!"
그리고 종일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럼. 파 봐야지." - page 54
다정의 회사 동료로부터 다정이 문자로 장기 휴가를 낸 뒤 연락 두절됐음을 알면서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한 종일과 친구들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사라진 여자 친구를 찾기 위한 오합지졸 삼총사의 코믹 추적 활극!
그 화려한 막이 올랐습니다.
도움을 요청한 배달 기사님.
그 손길을 의리 있게 자신들의 능력을 활용해 도와준 동료 기사님들.
그리고 자신의 일처럼 친구들까지.
삭막한 세상이라 해도 이런 이들이 있기에 우리네 세상 살만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경 쓰지 마. 세상에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물론 우리는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것도 알고, 우리가 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 알아. 그래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주눅 들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지. 그런데 정작 그런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함부로 쉽게 무시하지 않을 거야. 특히 오빠처럼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더. 왜냐면 그들은 알거든.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성실하게 그 일을 해 온 사람의 삶은 꽉 차 있다는걸. 그래서 누군가의 무시 따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것도. 오빠. 나는 알아. 오빠가 매일 배달하는 일을 힘들어하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걸 괴로워한다는 것도. 그런데 오빠는 성실하게 그 일을 해내고 있잖아. 그것도 누구보다 열심히. 나는 분명히 오빠의 삶이 잘 채워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기 싫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하면서. 그러니까, 작고 하찮은 사람들의 말에 다치지 말자. 알았지?' - page 161
이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 건...
직업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꼬집어 주었기 때문이었고...
성실함으로 채워진 그들의 삶이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존경스러웠으며...
그렇기에 나 역시도 성실히 살아나아가야 함을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작가님은 사회적 문제인 음주 운전과 전세 사기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이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라 피해자들의 울분은 커져만 가는데...
살인과도 같은 음주 운전과 전세 사기범들에 대한 더 강력한 예방책과 처벌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서로 도우며 살아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상부상조'의 의미를 되새기며 오늘 하루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