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가 두 달 뒤에 사망할 거라는 소문이 퍼졌다. - page 7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는 살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의 병명은 아주 특이했는데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 속칭 '연골암'이라 하는 이 병
19세기에 엘젠바이베르플라츠라는 의사가 카이옌(프랑스령 기니의 주도. 일반법에 의해 유형에 처해진 죄수들을 가두어놓던(1852~1945) 감옥이 있다 : 옮긴이)에서 발견해낸 증상이었다. 강간 및 살인죄로 그곳에서 감옥살이를 하던 죄수들 여남은 명이 그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그 병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 page 8
을 진단받고 그는 적잖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실 비만한 데다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선생이 여든세 살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현대 의학계는 경악하고 있었기에 의사들에게, 또 그의 작품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신화적인 존재가 된 그.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기자들이 몰려듭니다.
인간 혐오자로 자처하는 문학의 거장 타슈는 그들 중 극소수에게만 자신과 인터뷰하는 영광을 누리게 해주는데...
자신의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주제에 그저 죽어 가는 유명 인사를 인터뷰한답시고 달려온 기자들에게 잔인하기 그지없는 언변(촌철살인)으로 차례차례 죽여(?) 쫓아내 버립니다.
대문호 앞에서 감히 메타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무뢰배와, 작가의 식습관이나 캐려 드는 좀생원과 진실이 어떻고 허위가 어떻고 입 아프게 쫑알대는 얼치기 문학 기자들.
그들은 대문호의 광기 어린 언변 앞에 혼비백산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섯 번째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반전됩니다.
타슈의 작품을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다 읽은 젊은 여기자 니나.
잔인함과 파렴치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모호함으로 점철되던 두 사람의 대화 중
"제 이야기는 놀라운 발견에서 비롯됩니다. 기자들이란 양심없는 자들 아닙니까. 그래서 전 선생님께 여쭤보지도 않고 선생님의 과거를 파헤쳤지요. 여쭤봤다간 못하게 하실 게 뻔했으니까요. 웃으시는군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압니다. 과거의 자취를 전혀 남겨놓지 않았고,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가문의 대가 끊겼고, 사귀었던 친구도 없다고, 즉 선생님의 과거에 대해 알려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겠죠. 틀리셨습니다, 선생님. 눈에 띄지 않는 증인들을 경계해야 하는 법이랍니다. 살던 곳 여기저기를 경계해야 하는 법이라고요. 그들이 다 말해주거든요. 또 웃으시는군요. 예, 어릴 적 사시던 성은 65년 전에 화재로 소실되었죠. 이상한 화재였다지요. 아직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요." - page 142
뜻하지 않게 과거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그가 왜 인간 혐오 관념을 가지게 되었는지, 특히 그의 유일한 미완성작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앞에 놓고서 거센 설전을 벌이게 되는데...
"연골로 죽인 자 연골로 쇠하리라." - page 213
살벌한 인터뷰.
그 속에서 허구와 진실에 대해 냉정하게 고찰하고 있던 그들과 우리.
가볍지 않았고 잔인하였고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녀의 명성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이것이 데뷔작이라는 점이 더 놀랄 따름이었습니다.
뒤틀린 미학과 욕망.
살인.
미학.
정당성.
...
살인자들의 공통점임에 유쾌하지 않아 책을 덮은 이 순간에도 찝찝함이 남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