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모든 페이지마다 좋은 단어와 문장이 선물처럼 들어 있는 이 책이 당신의 마음에 산뜻한 여름 햇살을 드리울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다 읽어야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저 공감과 위로 그리고 응원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펼쳤다가 치워버려도 아무런 상처를 받지 않는 친구가 필요할 때 이 책을 찾아주면 좋겠다. - page 5
그래서 저도 부담 없이 아무 페이지를 펼쳤지만 쉽사리 손을 놓을 수 없어 단번에 읽어 내려가곤 하였습니다.
아는 작품의 문장들을 마주할 때면 같이 공감하게 되었고
새로운 문장들을 마주할 때면 몇 번을 곱씹으며 내 것으로 만들고자 했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문장들이 저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책은 총 4장으로
1장에서는 『제인 에어』 속 '제인'과 '헬렌'의 깊은 우정부터 『작은 아씨들』 속 '조'의 동생을 향한 마음, 「회생한 손녀에게」 속 손녀를 걱정하고 아끼는 할머니의 모습과 「원고료 이백원」 속 후배를 향한 진심 어린 조언까지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의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2장에서는 『오만과 편견』 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당차고 솔직하며 유머러스한 모습, 『여름』 의 주인공 '채리티'의 열망과 내면의 성장, 『빨간 머리 앤』 의 주인공 '앤'의 일상을 사랑하는 모습 등 다채로운 감정들 속에서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습니다.
3장에서는 나혜석의 「경희」 와 「어머니의 딸」,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등에서 꼽은 문장들을 통해 그 시절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으로부터 관성적으로 살아가던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나는 인형이었네
아버지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낸 인형으로
그녀의 노리개였네
노라를 좋아라, 순순히 놓아다구
높은 장벽을 헐고
깊은 규문을 열어
자연의 대기 속에
노라를 놓아라
나는 사람이라네
남편의 아내 되기 전에
자식의 어미 되기 전에
첫째로 사람이 되려네
나는 사람이로세
구속이 이미 끊겼도다
자유의 길이 열렸도다
천부의 힘은 넘치네
아아, 소녀들이여
깨어서 뒤를 따라오라
일어나 힘을 발하여라
새날의 광명이 비쳤네
'노라' 나혜석
유독 이 문장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었습니다.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 여성 문학가, 여성 인권 운동가였던 '나혜석'.
하지만 이혼과 스캔들로 가족에게조차 외면받다가 쓸쓸히 객사한 그녀.
당당함 속에 드리워졌던 외로움이 느껴져서인지 그 감정이 자꾸만 제 마음을 휘젓고 있었습니다.
4장에서는 나혜석의 「회화와 조선 여자」 와 '아껴 무엇하리 청춘을', 루이자 메이 올컷의 『일: 경험의 이야기』 등 과거로부터 온 여성의 꿈과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이 우리에게 미래로 나아갈 힘을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4장 중에 마지막 장의 이야기들이 저에게 와닿았었습니다.
아마도 제 안에 나아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 봅니다.